1만원대 태양광충전 GPS 속도계를 써보다
알리에서 사는 것은 절반은 바로 또는 곧 버릴 쓰레기같은 물건이고, 나머지는 참고 쓸만한 물건이라는 것이 아는 사람은 아는 일종의 격언입니다만, 절반의 실패 가능성을 알면서도 그 가격때문에 또 지르게 되는게 알리의 마성(?)입니다. 더군다나 하필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고 하는 물건이 보이면 절반의 실패 가능성을 알면서도 또 지르게 됩니다.
지정체가 기본인 출퇴근 운전이 아닌 주말에 운전을 하게 되면 도로 상황이 좋아 나도 모르게 과속을 하게 되어 속도를 자주 확인하게 되는데 계기판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안전운전에 그리 도움이 되는건 아니라서 이 속도 부분만 조금 편하게, 즉 최대한 기본 자세에서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없나 생각해 왔는데, 이 때 마침 알리에서 1만원대 초반에 파는 GPS 속도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더군다나 태양광 충전 기능 포함이라서 선 연결도 필요 없다하니 그냥 지를 수 밖에 없죠. 과연 어땠을까요?
제품이 왔을 때 사진을 안 찍는 바람에 패키지 사진은 따로 없으나, 구성품은 속도계 본체, USB Micro B 케이블, 그리고 미끄럼 방지 스티커 한 장과 의미 없는 중국어 설명서 한 장 뿐입니다. 태양광 충전인데 왜 USB 충전 케이블을 주느냐 하겠지만 이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자, 그러면 본체 사진, 정확히 말하면 설치한 사진을 구경해 보죠. 별 것은 없습니다. 전면에 LED 디스플레이가 있고 뒷면은 태양광 패널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배터리가 들어 있습니다. 바닥면에 동봉된 미끄럼 방지 스티커를 붙인 뒤 적절한 위치에 눌러 고정하면 되는데, 잘못 붙였다면 그냥 힘을 좀 주면 떨어지기에 다시 붙이면 됩니다. 이게 접촉면이 좀 작아서 다이소에서 파는 휴대전화 거치용 미끄럼 방지 패드를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디스플레이 기능은 별 것이 없습니다. 속도, 현재시간, 고도, 온도가 표시되는데, 고도와 온도는 교차 표시됩니다. 외부에서 전원을 켜면 GPS 신호를 찾고 몇 분 기다리면 초기화가 끝나 시간과 속도가 표시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현재 시간보다 한 시간 느리다는 것인데, 이는 기본 설정이 UTC+8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UTC+9인 우리나라에서는 시간을 1시간 빠르게 세팅해야 정상적인 시간이 표시됩니다. 그 이외에는 과속 경고 기능 정도가 있는데, 대단한 것은 아니고 설정한 속도를 넘으면 경고음 한 번 울리고 LED에 과속 경고가 뜨는 것 뿐입니다. 경고음은 과속이 해제될 때도 한 번 울립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속도계 그 자체죠. 아무리 싸구려라도 GPS 인식을 제대로 못 하고 속도가 안 맞으면 그냥 못생긴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일단 1만원대 싸구려 중국산이지만 그런대로 작동은 잘 합니다. GPS도 최초 인식이 10분 이내, 이후에는 1~2분 이내에 위성을 잡습니다. 계속 주행중에 터널에 들어가 신호를 잃어도 터널만 벗어나면 수 초 이내에 다시 신호를 잡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장착된 속도계와 비교할 때 속도 차이가 2~3km/h 정도 있는데, 오히려 속도 반응은 이게 더 빠른 편입니다. 계기판 속도와 +1~2km 정도로 인식되어 그 점만 참고하면 쓰는 데 불편한 것은 아닙니다. 디스플레이도 충분히 밝고, 약간 위쪽으로 치켜 올려 설치해도 빛반사에 디스플레이가 안 보이거나 하는 문제도 없습니다.
사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태양광 충전 기능 그 자체입니다. 이게 충전이 안 되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효율이 너무 낮습니다. 현재 태양광 패널의 효율은 20%대 중반 정도로 이론적인 한계가 잡혀 있고 그 이상은 소재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저 효율도 고가 패널 이야기라 중국산 저가 패널의 효율은 참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봄 한철의 나름 높은 태양을 받아도 겨우 쓰는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정도이며, 야간이나 터널에서 쓰는 것을 생각하면 이걸 상시 가동할 경우 태양광 충전만 갖고는 버틸 수 없습니다. 괜히 USB Micro B 케이블을 주고 완전 고정용 VHB 테이프가 아닌 뗄 수 있는 미끄럼 방지 스티커를 주는게 아닙니다. 그만큼 떼서 충전을 따로 해줘야 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걸 주행 중에는 계속 켜고 다니자는 당초 계획은 결국 접어야 했고, 속도를 체크해야만 하는 중장거리 주행에만 쓰는 것으로 타협을 보고 말았습니다. 물론 떼서 충전을 따로 해주면 되지만 매번 이 짓을 하는 것은 귀찮았기 때문입니다. 햇볕이 강하지 않은 평일 아침 출근시간의 주행만으로 충전하는 것으로는 답이 안 나옵니다.T_T
결론적으로 일단 내구성은 물음표가 붙지만 GPS 속도계로서는 그런대로 쓸만한 물건입니다. 하지만 태양광 충전 기능이 워낙 약해 실외 주차장에 차를 두어 계속 햇볕을 쬐게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 태양광 충전으로 사용량을 버틸 수 없습니다. 지하 주차장에 주하는 분들은 그냥 유전원 모드로 쓸 생각을 하시는게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