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lf 2025. 5. 14. 18:14

원래 남이 안 되는 상황에 대해 고소해하는 것은 사람된 도리로서 좀 그렇습니다만, 그 불행에 빠진 상대가 미운살이 단단히 박혀 있고 상황이 꼬인 원인도 자기 잘못이라면 마음 속으로 고소하다 느끼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이건 기업이건 국가건 '차카게살자'를 실천해야 합니다.

 

여기 정말 추락하고 있는 모습이 고소한 한 기업이 있습니다. 일본 회사라서 그냥 반일감정에 고소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회사는 그렇게 고소함을 느낄만한 더러운 짓을 벌인 전례가 있는 기업이고, 그 때문에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더욱 어려운 것입니다. 바로...

 

이 넘들입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히 경영진이 잘 하지 못해서입니다만, 그 자체로 고소해하는 것은 그리 어여쁜 심보는 아니죠. 하지만 여기는 '쌤통이다'라고 할만한데, 바로 '회사 강탈'을 일본 정부와 손잡고 저지른 곳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일본 정부가 라인 강탈을 시도할 때 간단히 적은 바 있긴 합니다.

 

 

회사 강탈해본 솜씨가 보통이 아닌 일본 & 멍청한 윤근혜 정권

예. 오늘도 많은 분들이 다 알고 계실만한 '그 뉴스'로 시작합니다. 캠핑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 등장합니다. 사건 사고와 함께 말입니다.T_T 요즘 말이 많은 라인 강탈 뉴스. 당연히 일본 정부

adolfkim.tistory.com

 

사실 이 문제는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닛산은 미국 자동차 기업들, 특히 GM과 똑같은 문제를 저질렀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980년대 초중반까지 닛산은 꽤 잘 나가서 토요타 다음갈 정도로 규모도 커졌고, 그 김에 '901 운동'이라고 하여 1990년대가 가기 전에 전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이 되겠다고 공격적으로 투자를 했습니다. 인피니티 브랜드도 그 때 나왔죠. 하지만 경영은 엉망이었는데, 시장 분위기를 잘못 읽어 대형 세단 중심으로 신차를 내놨는데, 이후 플라자 합의로 일본 경제가 망하면서 대형차 시장이 쪼그라들었고, RV 시장이 커지는 것도 읽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간은 배 밖으로 나와 모터스포츠에는 투자를 크게 늘렸습니다. 차는 안 팔리는데 비용은 늘고... 이러면 망하는 것이죠.

 

 

 

전 세계 1위를 찍겠다던 1999년에 결국 닛산은 적자를 못 견디고 매각에 나섭니다. 하지만 당시 후보에 오르던 벤츠(당시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포드 모두 닛산의 속사정을 보더니 그냥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 때 백기사로 나선게 르노였는데, 닛산의 주식 44%를 취득했습니다. 닛산도 르노 주식 15%를 갖고 있지만 이건 우선주라서 의결권이 없고, 반대로 르노가 들고 있는 닛산 주식은 일반주라 사실상 르노가 닛산의 경영권을 쥔 셈이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라는 것입니다. 나중에 미쓰비시가 어려워지자 닛산이 미쓰비시의 경영권을 사들여 지금은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가 됩니다.

 

부정부패 경영자와 경영의 신이라는 두 가지 면모가 모두 있는 전 닛산 회장, 카를로스 곤

 

이 때 르노 출신으로 닛산에 낙하산으로 내려온 사람이 카를로스 곤입니다. 카를로스 곤은 초기에 냉혹하리만큼 구조조정을 진행해 비대한 닛산의 구조를 크게 줄였는데, 그 결과 크라이슬러를 잠시나마 살려낸 리 아이아코카의 재림이라 불릴 정도로 닛산을 부활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일단 두 회사의 연합은 차량 개발, 특히 플랫폼 개발 비용을 줄여 전체 비용 절감 효과를 키웠고, 닛산은 체질 개선으로 부활했고 르노 역시 프랑스 동네 두목에 불과했던 작은 시장을 닛산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로 키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르노와 닛산 모두의 승리로 볼 수 있지만 문제는 닛산 내부에 있었습니다. 르노에 경영권을 내주고 경영에 간섭을 받는 것에 배알이 꼴린 일본인 간부들과 이들과 동조한 일본 정부는 호시탐탐 반란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당장 급한 상황에서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줬으니 객관적으로는 어쩔 수 없지만, '일본 회사를 일본인이 경영하지 못한다'는 것에 이들은 배아파하며 배은망덕한 마음을 품었습니다. 여기에 일본 정부도 '日産'이라는 이름이 붙은 기업이 외국인의 손에 있다는 것을 매우 기분나빠 하며 자본주의 국가답지 않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추가로 일본 내에서도 프랑스 감성(?)이 들어간 닛산 차량은 특징이 없고 재미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이들 반란군들의 의욕을 부추겼습니다.

 

닛산이 살아나면서 닛산의 일본인 임원들, 그리고 일본 정부는 불평등한 닛산과 르노의 지분 관계를 조정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칼을 쥔 르노, 정확히는 그 뒤에 있는 르노의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가 이러한 협상에 딱히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 2010년대 중반쯤 되면 르노에 비해 닛산 매출이 2배 이상이 되었는데 르노가 계속 경영을 하고 있으니 이들은 더 기분이 나빴을 것입니다. 여기에 프랑스 정부는 르노를 통한 닛산의 지배력을 법을 통해 더 키웠고, 아예 르노와 닛산을 독립 기업이 아닌 합병할 계획까지 세웁니다. 2010년대 후반 카를로스 곤은 닛산을 직접 경영하는 것 보다 이 합병 준비 진행을 더 신경썼고, 이에 일본 기업이 사라진다고 생각한 닛산의 일본측 임원과 일본 정부는 결국 일을 벌이고 맙니다.

 

반 르노측(반 르노 닛산 일본인 임원 + 일본 정부)이 비밀리에 준비한 쿠데타 야욕이 본격적으로 터진 것이 2018년의 일명 카를로스 곤 구속 사건입니다. 사실 카를로스 곤 본인은 절대 청렴하다고 할 수 없는, 즉 어느 정도 부정부패와 연루된 것은 사실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닛산을 과감히 살려낸 것은 사실인 닛산 입장에서도 공이 압도적으로 큰 인물이죠. 하지만 이 사람을 쳐낸 것은 닛산 내 일본인 임원들, 그리고 일본 정부의 합작입니다. 곤을 쳐내기 위해 이들 임원들이 비밀리에 비리 사실을 모았고, 참으로 우연히도 얼마 뒤 도쿄지검 특수부가 곤을 체포하기에 이릅니다. 그렇지만 일본 정부는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해 카를로스 곤이 비밀리에 해외로 도주하는 것은 막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 자체가 너무나 철두철미하게, 카를로스 곤 도주를 제외하고는 딱 자로 잰듯 이뤄졌기에 누가 봐도 닛산 내 반 르노파벌,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일본 정부가 쿠데타를 주도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어려울 때는 외국 자본을 환영한다 하면서 조금만 상황이 나아지면 뒤통수를 치려는 일본의 나쁜 습관은 라인 강탈 시도가 절대 처음이 아닌 것입니다. 사실 르노가 닛산에 대해 좀 과하게 군 것은 사실이고, 이후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르노쪽 사정도 그리 좋지 않게 되었기에 일본측의 압박에 어느 정도 굴복(?)하여 르노측의 닛산 지분을 은행에 신탁 형태로 매각하는 형태로 몇 년에 걸쳐 닛산과 비슷하게 지분을 줄였습니다.

 

사실 이렇게만 보면 일본의 쿠데타 성공이라 할 수 있지만, 저 2018년이 닛산이 가장 잘 나갔을 때라는 것입니다. 쿠데타를 성공시킨 2019년부터 닛산은 그야말로 다시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순이익이 폭망하며 이 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 시장을 지속적으로 줄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닛산이 철수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닛산의 일본인 경영진들은 '다 카를로스 곤 때문이다'라고 핑계를 대지만 경영을 말아먹은 것은 이들 일본계 경영진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힘든 것은 다들 비슷했는데 왜 이 시기에 현대차그룹은 시장이 커졌을까요? 다 닛산이 잘못한 것 뿐입니다.

 

2020년대에도 닛산의 폭망은 계속되었고, 르노와의 관계는 이미 있는대로 악화되어 이름만 남아 최소한의 개발 공유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아예 합작선을 중국 지리로 바꾸고 있는 상황이기에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혼다와 합병을 추진했지만 혼다에서 닛산의 경영을 들여다본 결과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러면서도 닛산이 배짱을 부리자 그냥 합병 계획을 접었습니다.

 

사실 닛산이 기울어진 것은 실적 중심, 그리고 차별화성이 떨어진 카를로스 곤 시절 경영이 원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실적이 나락으로 추락한 것은 분명히 이후 일본인 경영진의 책임입니다. 닛산만의 고유의 색을 못 보여줬다고 투덜대지만 지난 몇 년동안 딱히 닛산의 색을 더 보여준 것은 전무했습니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전환도 제대로 못 하고 SUV쪽으로 성과를 낸 것도 없구요. 그렇다고 스포츠카라도 잘 만들었나... GT-R이 몇 년 묵은 사골이던가요? 결국 남 탓을 하기 전에 닛산이 이 꼴이 된 것은 전적으로 일본인의 잘못입니다. 쿠데타를 일으켜서 성과라도 냈다면 모르겠는데, 마음에는 안 들어도 일단 표면적으로 성과를 내던 윗사람을 하극상으로 쳐내고 회사는 나락으로 떨어졌으니 그냥 남 입장에서는 고소할 뿐이죠.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보이는 그냥 보통은 하던 왕을 쿠데타로 쳐내고 독재를 하다 나라 말아먹는 신하를 보는 느낌인게 지금 닛산의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