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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 보는 대한뉴스(7) - 통계로 사기치는(?) 광복 30년

dolf 2023. 9. 8. 18:00

통계(Statistics)는 참으로 편리합니다. 어떠한 것을 설명하거나 비교할 때 신뢰성을 높여주고, 우열 비교를 할 때에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그렇지만 '통계의 함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통계는 그것을 정리하는 사람, 그 자료를 가져다 쓰는 사람의 의도가 개입되면 얼마든지 왜곡될 여지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즉 통계를 갖고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라고 할 수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위해 엉뚱하게 악용될 수 있으며, 아예 의도적으로 통계를 정확하지 않게 만드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그래서 통계를 들이대며 자신의 주장의 정당성을 말할 때는 그 뒤에 '숨긴 것은 없는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소년 배틀물같은 예를 들면 주인공이 수련을 통해 10배쯤 강해졌다고 해봅니다. 이것만 따지면 '오~ 멋진데~' 할 법 하지만, 그 뒤에 '적들도 그 사이에 10배 강해졌다'는 말을 붙이면 어쩧게 될까요? 끝내주는 파워 인플레이션이지만 이렇게 되면 전혀 강해진 것이 아니게 되죠.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에는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일부러 숨기는 내용, 그리고 통계가 현실을 보여주지 못하도록 왜곡한 내용이 늘 들어갑니다. 10월 유신했다고 빵빵 자랑하던 썬글라스 박 각하 시절, 그 시절의 통계 사기 사례 하나를 대한뉴스에서 찾아 말씀드립니다.


 

광복 30년 기념이라고 만든 대한뉴스입니다. 사실 이 뉴스는 '나라가 30년 동안 발전했다'는 내용으로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1945년, 썬글라스 박 각하께서 쿠데타를 일으킨 1961년, 그리고 저 당시인 1974년만 보여주는, 전형적인 썬글라스 박 각하 치적 홍보용입니다. 해방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는 6.25 전후 복구만으로도 정신이 없었고, 나머지 10여년동안 산업, 특히 중공업이 올라오기 시작했으니 딱 저 구간만 따지고 들면 썬글라스 박 각하 치세가 매우 끝내주는 것 처럼 보입니다. 사실 이 자체도 통계로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통계 구간을 입맛에 맞게 설정하여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통계의 함정이긴 합니다. 다만 오늘은 일단 이런 부분은 제외하고...

 

사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여기입니다. 농가 소득이 썬글라스 박 각하께서 쿠데타를 벌인 이후 10배 가까이 늘었다는 것인데, 이것만 보면 '농촌 떼부자 됐네'라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말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농촌이 갑부를 낳는 지역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요? 한 번도 없었죠. 여전히 농촌의 수입은 작다고 말이 많습니다. 이는 썬글라스 박 각하 치세 내내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안 그랬으면 '이촌향도'라는 말이 없었겠지만 이촌향도는 저 70년대에 한참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통계는 조금만 생각해도 수상한 점이 있습니다. 분명히 통계상 찍히는 농가 소득은 가구당 74만원이 맞을 것이고, 1961년에는 7만원이 맞았을 것입니다.(정확히는 당시에는 '환' 단위었지만 '원'으로 10:1 변경이어서 환산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내용이 하나 빠져 있죠. 예. '물가상승률' 말입니다. 서문에서 적었듯이 내가 수련을 해서 10배 강해져봐야 적들도 수련해서 10배 강해지면 전혀 강해진게 아닌 것이듯이 물가가 오르면 수치적인 소득은 늘지만 실제 소득은 전혀 늘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저 사이에 물가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그냥 대충 찾아본 몇 가지 사례로 비교를 해봅니다.

 

  1961년 1971년 가격 대비
서울시 버스비(일반) 5원 25원 500%
전국 영화관 입장료 12원 104원 866%
아리랑 담배 1갑 5원 50원 1,000%
쌀 1가마(80kg) 1,687원 11,582원 686%
연탄 1장(3.75kg) 6.46원 22.13원 342%

그나마 나라에서 통제를 하는 버스 요금이나 연탄값은 그런대로 오름 폭이 적었지만, 정부가 통제를 하려고 해도 쉽게 잘 안 되는 쌀 가격만 해도 7배, 민간의 영역인 영화관 입장료나 기호품인 담배 가격은 그냥 쑥쑥 올랐습니다. 소득이 9배 올랐다고 해도 거의 물가가 이렇게 올라버리면 실질 소득은 거의 오른게 없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일부 품목만 대충 찾아본 것이지만, 정부가 가격 통제를 안 하거나 하고 싶어도 잘 안되는 다른 품목들도 비슷하게 6~10배쯤 가격이 올랐을 것으로 봅니다.

 

그렇습니다. 통계에서는 농촌이 떼돈을 벌 게 된 것 처럼 써 놓았지만 물가가 오른 것을 제외하고 따져보면 썬글라스 박 각하 치세 내내 농촌의 실질 소득은 그리 크게 나아지지 못했습니다. 사실 썬글라스 박 각하만의 문제는 아니긴 하죠. 이후의 그 어떠한 정권, 심지어 민주화 이후에 들어선 비 보수주의 정권에서도 농촌의 실질 수입을 도시급으로 높이는 문제에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으니까요. 대한민국은 나쁘게 말하면 농어촌을 쥐어 짜서 도시민들을 먹여 살리고 발전시킨, 어찌 보면 과거 소련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소련도 농촌을 쥐어 짜서 노동자들을 먹여 살리는 방식으로 공업을 발전시킨 바 있습니다. 윤근혜 각하가 자기 반대파들에는 다 공산주의자 딱지를 붙이려고 난리입니다만, 정작 썬글라스 박 각하나 그 이후의 모든 정권 모두 경제 발전 방식은 그 공산주의 종주국의 방식을 따랐으니 저 식으로 말하면 그냥 대한민국의 높으신 분들 전체가 다 빨갱이라 할 수 있겠죠.

 

하여간... 숫자로 보여주는 통계는 보기에는 명확하지만 그냥 그 숫자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믿을만한 내용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 숫자 뒤에 숨은 다른 숫자는 없는지, 저 숫자 자체가 정말 믿을만한 수단을 통해 나온 것이 맞는지 늘 의심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