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가끔 '이 물건은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 까지 안 됩니다'라는 것이 튀어 나옵니다. 아, 야구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단 저 드립의 팀은 우승은 하긴 했거든요.^^ 저 드립이 정말 찰져서 가져와 봤는데, 그 정도로 답이 없는 물건이 정말 가끔씩 튀어 나옵니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답이 없는 레알 지구가 멸망할 때 까지 답이 없는 물건도 있는 반면 기술이나 물건 자체는 쓸만한데 그걸 파는 측에서 도대체 팔 생각이 있는가 하는 삽질을 해서 망하는 것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정말 지구가 멸망할 때 까지 안 된다고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역대급, 아니 역대급 정도가 아니라 다시 올 수 있을까 할 정도의 실적을 자랑한 삼성전자입니다만, 여기에서 만드는 물건이 다 성공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삼성도 꽤 삽질을 많이 하는 회사입니다. 앞은 찬 바람이 나오는데 뒤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와 실내 온도 차이를 0로 만드는 괴상한 에어컨(이건 그나마 캠핑용으로는 부활했습니다.)은 나름 유명한 아이템이죠. 아예 이런 것도 없이 완전히 버려진 저주받은 물건도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를 발굴(?)하여 써 봅니다.

■ UFS 카드, 그게 뭔데 그렇게 저주받은 물건인가?

유니버슬 플래시 스토리지, 즉 UFS는 이제는 낯선 플래시 메모리 규격은 아닙니다. 현재의 주력 휴대전화에는 다들이 UFS 규격의 플래시 메모리가 저장장치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아, 애플은 NVMe 저장장치를 쓰지만 전력 소비량 문제때문에 성능을 낮춰버려서 UFS와 그게 그거인 성능을 보여줍니다. 이것도 갤럭시 S6부터 들어간 것이라 역사는 나름 길죠.
UFS도 버전이 있어서 현행 최신 버전인 UFS 4.x 계통은 PCI-E 4.0 규격의 보급형 NVMe 저장장치급 성능을 발휘합니다. 보급형 스마트폰은 여전히 읽기 1GB/s 정도의 UFS 2.x를 쓰지만 그래도 과거에 쓰던 eMMC보다는 훨씬 빠릅니다. 이 결과 정말 초 싸구려가 아닌 이상에는 스마트폰에는 eMMC는 거의 쓰이지 않게 되었고, eMMC가 들어가던 보급형 노트북에도 UFS가 적용되는 경우가 꽤 생겼습니다.
이렇게 UFS라는 메모리는 승승장구하는데... UFS '카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이건 정말 삼성이 했어도 안 되는 물건이었습니다. 원래 UFS는 eMMC 대체용이라 스마트폰과 보급형 노트북 시장만 생각했는데, 규격을 만들고 보니 이걸 메모리 카드로 만들어도 꽤 쏠쏠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 당시 SD카드의 속도는 빨라도 100MB/s 전후를 맴돌고 있었고, 전문가용으로 나왔다는 CFast도 기껏해야 SATA 방식이라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현재 플래그쉽 카메라에 쓰이는 CFexpress 규격은 저 때 겨우 나오기 시작했으니 UFS를 카드 형태로 만들면 나름 SD카드 시장을 어느 정도 차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만든 UFS 카드는 UFS 2.x 기반으로 나왔고, UFS 2.x 규격 메모리 칩보다 속도는 약간 낮지만 MicroSD와 크기 호환이 가능하도록 하여 딱 이걸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물론 크기 규격만 같지 핀 규격은 완전히 달라서 전기적인 호환은 전무합니다만. 자, 이렇게 기존 MicroSD보다 훨씬 빠른 메모리 카드가 나왔으니 시장 반응이 뜨거웠겠죠?
응, 아닙니다.
이 규격 보급에 가장 열을 올린 것은 삼성전자입니다만, 정작 사업부끼리 따로 놀았습니다. 휴대전화나 PC 관련 사업무에서는 UFS 카드를 보고 '그거 먹는거임?' 이러고 있었습니다. 2017~2018년쯤 이 카드가 처음 나왔을 때는 가격도 같은 용량대의 고급형 MicroSD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비쌌으니 가격 경쟁력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이 가격은 2~3년쯤 지나면 크게 떨어졌습니다만, 정작 그 사이에 삼성 내부에서도 이걸 보급할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있었습니다. 노트북 몇 대에만 이 슬롯을 넣은게 전부였고, 휴대전화에는 단 하나도 UFS 슬롯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일단 이 규격을 만든 JEDEC은 2020년에 UFS 카드 3.0까지 발표를 했으나 삼성전자 말고는 아예 카드 출시에 관심도 없고, 그 삼성전자조차 사업부별로 따로 놀면서 보급은 그냥 안 되는 정체 상태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렇게 삼성도 이 UFS 카드를 두 손 들고 나간게 대충 2022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가격이 떨어진 것도 안 팔리니 그냥 떨이로 나온 것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망한 물건이 어찌저찌 제게 들어와 서랍에 잠들고 있었는데, 저도 기억에 지웠다 갑자기 보이길래 + 요즘 메모리 가격 폭등으로 있는 것을 어떻게든 써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알리에도 거의 안 나오는 UFS 리더기를 구해서 연결해 보았습니다.

알리에서도 거의 안 나오고 있어도 더럽게 비싼게 UFS 리더기라서 국내에서도 구하기가 어려운건 사실이지만, 과거에 이걸 수입했던 업체가 한두곳이 있어 이게 계속 오픈마켓에서 팔리고 있는데, 그걸 하나 질렀습니다. MicroSD 리더기와 겸용인 C 타입 전용 제품입니다.

스윙 커버를 돌리면 거기에 슬롯이 있고 UFS 카드를 꽂으면 준비 끝. 다만 이게 USB C 단자 전용이라서 A 단자에는 호환이 안되어 따로 COMS USB 3.2 Gen2 변환 젠더를 구해서 연결했습니다. 요즘은 USB C 단자가 있는 PC도 꽤 있습니다만, 없는 PC도 꽤 있고, 무엇보다 전면 포트에는 USB C 단자가 없는 경우도 여전히 많으니 나름 이런게 필요합니다. 젠더가 무슨 리더기 크기 못지 않게 커서 휴대성이 좀 떨어진다는게 단점이지만, UFS 리더기에 번들로 오는 체인으로 연결하니 대충 딱 맞습니다.

정말 10년 가까이 묵은 사골 메모리지만 휴대전화나 보급형 노트북 PC에도 쓸 생각으로 만든 메모리답게 성능은 지금 기준으로도 꽤 빠릅니다. 읽기 속도 400MB/s, 기록 속도 200MB/s 정도라 현재 나오고 있는 최신형 최상위급 SD카드와 동급 또는 오히려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중급형 SD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가 나오는 셈이라 그냥 외장형 SSD 대신 가볍게 쓸 목적으로는 나쁜 것은 아닙니다.
물론 문제는 있긴 합니다. 일단 발열이 보통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MicroSD에 비해 발열이 꽤나 많은데, 그러다보니 읽기나 기록이 잦으면 과열로 잠시 연결이 끊기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걸로 OS 부팅용으로 쓸 수 있는 성능은 나오지만 쓰기는 좀 어려운게 이 때문입니다. 이게 칩 형태로 되어 있다면 노트북이나 휴대전화 설계 시 냉각을 함께 고려하면 되겠지만, 리더기에 다는 카드 형태면 방열이 충분치 않습니다.
그 이외에는 일부 운영체제 환경에서 NTFS 사용 시 호환성이나 불안정성 문제가 보고된 것이 있으나 어차피 범용성을 고려하면 exFAT로 써야 하는 것이라 사실 이 문제는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Electrosphere(컴퓨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86Box로 DOS 레트로 PC를 만들자(3.1) - 86Box 버전 6 등장 (0) | 2026.07.10 |
|---|---|
| 86Box로 DOS 레트로 PC를 만들자(3) - 가상 머신 세부 메뉴들 (0) | 2026.05.15 |
| 86Box로 DOS 레트로 PC를 만들자(2) - 가상 PC를 조립하는 법 (0) | 2026.02.27 |
| 86Box로 DOS 레트로 PC를 만들자(1) - 86Box, 너는 누구냐? (0) | 2026.02.20 |
| 레노버 ThinkPad X1 Yoga Gen3 배터리를 교체해보자~ (2) | 2024.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