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olf의 엉망진창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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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Goes On(생활|기타)

오뎅식당의 이름을 엿먹이는 맛, CU 오뎅식당 부대찌개라면 컵

dolf 2024. 1. 15. 08:58

오늘은 좀 분노의(?) 글을 씁니다. 이 세상에 분노할 것은 답 없이 부자들만 챙겨주겠다고 나라의 곳간을 작살내고 앉아 있는 윤근혜도 있고, 미래의 딴나라당 정치인 이낙연도 있습니다만, 오늘의 분노는 좀 쪼잔한 것에서 시작합니다. 먹는 것에서 시작하는 분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좋아하는 먹거리가 꽤 되지만, 밥 메뉴로는 존슨을 매우 좋아합니다. 사실 프랑크 소시지나 스팸은 그냥 먹는걸 딱히 즐기는건 아니지만 존슨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존슨만큼은 꽤 맛을 따지는 편이며, 존슨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도 적을 정도입니다.^^

 

대한민국 4대 존슨(?) 이야기

존슨(이게 무슨 음식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분은 안 계실 것으로 믿습니다.)을 '한식'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정체 불명 요리'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은근히 계시지만, 사실 이건 엄연한 한식이자

adolfkim.tistory.com

 

하여간... 이러한 사람이 CU 편의점에 갔더니 오뎅식당 이름을 건 부대찌개 컵라면을 봤다는 것입니다. 의무감으로나마 한 번은 먹어줘야 하지 않겠는지요? 사실 기존에 나온 인스턴트 부대찌개 라면에는 정말 실망하여 쳐다도 안 보고 살고 있었는데, 그나마 참고 먹을만한게 부대찌개 글자도 안 들어가는 삼양라면이요, 가장 맛있게 먹은 부대찌개 라면이 지금은 단종된 보글보글 찌개면이었다고 말할 정도니 실망도는 말할 것도 없죠. 의정부식의 원조인 오뎅식당 타이틀을 걸었으니 식당에서 라면사리 넣어 먹는 맛의 10%도 안 날 것은 뻔하더라도 최소한 기존 부대찌개 라면과 레시피라도 좀 다를까 기대는 하지 않겠는지요? 

하여간 먹어보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 입을 입에 넣는 순간 '씨x' 소리가 머리 속에 울렸습니다. 면이라 붙어 있는 것은 심각하게 못 먹을 물건이 아니라면 최소한 면은 어떻게든 먹어주는게 예의라서 정말 꾸역꾸역 먹었지만, 정말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먹고나서 이렇게 후회한 라면도 오랜만입니다.

 

일단 라면 제조사는 오뚜기이며, 사실 라면 자체를 x판으로 만든건 아닙니다. 제대로 부대찌개 라면으로 만든 것은 맞습니다. 얇은 소시지 건더기도 나름 적지 않게 들어는 있구요. 뭐가 문제냐구요? 그 자체가 문제입니다. 기존에 오뚜기 이름으로 팔던 부대찌개 라면과 맛이 전혀 안 다릅니다. 이러면 오뎅식당 이름을 걸고 만들면 안 됩니다.

 

일반적으로 존슨의 4대 방식으로 알려진 것 가운데 오뎅식당과 그 주변의 의정부식은 다른 방식에 비해 최대한 깔끔한 국물맛을 지향합니다. 육수를 쓰지만 육수가 진하지는 않으며 그래서 국물이 너무 진하거나 비리지 않습니다. 인스턴트나 밀키트에서 이 맛을 100% 재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최소한 이러한 의정부식의 특성은 흉내라도 내줘야만 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그냥 기존의 짜증나는 인스턴트 부대찌개맛 그 자체이며 하나도 달라진게 없습니다.

 

현재의 부대찌개맛 라면이라고 하는 것들은 그 뿌리를 전혀 알 수 없는 괴상한 맛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그 시작이 이 오뚜기 부대찌개면인데, 이게 나온 이래 삼양라면을 제외한 모든 부대찌개 타이틀을 단 라면들이 저 맛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항감 심한 냄새만 날 뿐 의정부식의 맑은 맛도, 송탄식의 든든한 맛도, 파주식의 재료의 맛을 푹 우려내는 맛도, 군산식의 소 육수맛도 아닙니다. 최소한 저 냄새라도 잡아서 마일드하게 해줄거라 조금은 믿었던 제가 바보입니다.

 

정리하면... 그냥 기존 인스턴트 부대찌개 라면을 맛있게 드셨던 분이면 그 맛 그대로의 맛이 납니다. 더 길게 적을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아무 존슨집에나 가서 라면사리 넣고 그 맛 비슷하게 나겠거니 생각한 분은 처절한 실망을 맛볼 것입니다. 하물며 진짜 오뎅식당에 가서 라면사리 넣고 드셔보신 분이면 피눈물이 날 맛입니다. 이건 송탄 최네집 타이틀이 붙어도, 파주 삼거리식당이 붙어도, 군산 비행장부대찌개 이름을 붙인다 한들 용납될 수 있는 맛이 아닙니다. 최소한 존슨집 이름을 걸고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점만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