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인가, 콩나물국인가?! - 남도의 순대국, 순천 만석국밥

여름 휴가를 간다고 블로그 갱신을 안 했더니 참으로 위가 크신 카카오 각하께서 블로그 노출을 고의로 줄여버리셔서 짜증이 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다시 열심히 올려야죠.T_T 그렇다고 광고용으로 뻘글 올리는 목적이 아닌 실제 생활용 블로그인 이 블로그에서 매일 글을 팡팡 올릴 주제가 샘솟는 것도 아니라서 좀 옛날 이야기를 발굴(?)하여 올립니다.

---

이 사진은 올해 5월에 효도관광(?)으로 순천 정원박람회에 갔을 때의 사진입니다. 서울에서 순천까지 차를 몰고 가려면 상당한 용기(정확히는 체력)가 필요하기에 당일치기 여행은 일단 여러모로 리스크가 있어서 이번에는 기차 여행을 하였습니다. 아침에 KTX를 타도 도착할 때가 되면 점심 밥을 먹어야 할 때가 되기에 나름 고민에 고민을 거쳐 고른 집이 바로 만석국밥이라는 작은 순대국집입니다.

로드뷰길찾기지도 크게 보기

일단 여기도 그런대로 맛집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 집을 딱 고른 이유는 대충 이랬습니다.

- 순천역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 남도 동부의 나름 핵심인 순천에서는 분식집만 가도 깔리는 반찬이 수도권과 비교가 안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차량이 없는 상태에서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고 맛집을 가기는 좀 무리수가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좀 비싸도 제대로 된 한정식을 알아보았으나, 알아본 곳이 거리면에서도 좀 부담스러웠고 점심 대기가 매우 길다는 평 때문에 접어야 했습니다. 여기는 순천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라 기차에서 막 내려서, 아니면 기차를 타기 전에 허기를 채우기에 매우 편한 입지에 있습니다.

- 무난한 메뉴: 70~80대 이상의 나이 드신 분과 함께 움직일 때는 사실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어린이와 이동할 때와 비슷하게 제한을 받습니다. 패스트푸드는 아예 논외 사항이며, 한식이라고 해도 대체로 대한민국 발전기 이후에 나온 음식들(부대찌개 등)은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정식 아니면 김치찌개, 된장찌개 정도로 제한을 받게 됩니다. 저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으나, 한정식의 경우 위의 거리 문제 + 웨이팅 문제가 있어 유감스럽게도 선택에서 벗어났고, 그나마 드실 수 있는 메뉴 가운데 무난한 국밥류를 골랐습니다.

- 서비스나 맛에 대해 큰 문제점이 없음: 대형 맛집은 서비스의 변화나 맛의 변화 문제도 꽤 있습니다. 나름 검색한 위의 두 가지 조건 범위에 맞는 국밥집들 가운데 더 크고 유명한 집들은 있었으나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 맛이 떨어져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등의 내용이 최근 리뷰들에서 다수 발견되어 이러한 불만 사항이 가장 없는 여기를 골랐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가깝기도 했구요.^^

위의 사진처럼 순대국밥이 주 메뉴입니다. 원래는 고기+내장+순대가 다 풀 세트지만 저는 Only 순대파이기에 순대'만' 국밥으로 시켰습니다. 사실 순대는 그냥 막순대라 병천식이나 백암식, 그게 아니면 남도식 암뽕순대를 생각하셨다면 좀 아쉬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막순대는 또 막순대다운 맛이 있어서 저는 좋아합니다. 국물은 잡냄새를 그런대로 잡은 편이라 순대국 자체를 못 드신다는 분만 아니면 큰 저항감이 없습니다.

특이한 점은 굵은 콩나물이 들어가 있다는 점. 수도권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스타일인데, 아삭하게 씹히면서 국물에 시원한 맛을 더해줍니다. 오히려 이것이 국물의 잡내를 잡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됩니다. 요즘은 말이 순대국이지 순대나 머릿고기, 내장 양이 형편없는 곳들이 넘쳐나는데, 보통만 시켜도 양이 꽤 됩니다.

추가적으로 남도는 남도답게 국밥집임에도 반찬이 적당히 잘 깔려줍니다. 보통 순대국하면 김치와 깍두기, 고추, 잘해야 부추 정도가 다지만 여기는 오징어 젓갈부터 기본 밑반찬이 적절히 추가되어 제대로 밥을 먹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순대국이라는 메뉴가 국밥 가운데서도 좀 호불호가 있는 메뉴이기는 하지만, 순천만이나 국가정원에 구경와서 뭔가 든든하게 한 끼는 먹어야겠다 생각한다면 충분히 추천할만한 곳입니다. 어차피 국가정원에서는 적절한 가격에 먹을만한게 없습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