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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공익광고협의회(2) - 씁슬한 명품 음주운전 광고

dolf 2026. 1. 15. 18:45

 

'칸 라이언스 국제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이라는 것을 들어보신 분 계신지요? 업계 관계자가 아니면 좀 낯선 이름일 것인데, '칸 영화제와 뭐가 다름?'하실 분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일단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건 칸 영화제와 같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의 입지는 칸 영화제보다 더 높은데, '광고계의 오스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립니다. 예. 세계 광고계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행사입니다. 여기에서 분야 최고상인 금사자상을 받는 것은 광고인으로서는 정말 노벨상급의 꿈이라 해도 좋고, 동사자상만 받아도 업계가 춤을 춥니다. 전 세계에서 광고가 그만큼 많이 만들어지니 상을 받는 것도 그만큼 어렵죠.

 

 

우리나라에서 이 행사에서 상을 받은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영상 광고의 경우 위의 동원산업 광고(1989년 방영, 칸 페스티벌에는 1990년 출품)가 처음 동사자상을 받았습니다. CG라는 것이 거의 없던 저 시절(CG 구현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고, 심지어 포토샵의 뿌리가 되기도 한 영화 어비스가 개봉한게 1989년입니다.)에 저렇게 만든 것이 지금 봐도 나름 신선하죠. 그렇지만 그 다음 해 광고계는 다시 큰 기쁨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은사자상을 받은 작품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서운 광고였습니다. 바로...

 

 

 

예. 공포의 해골바가지 공익광고입니다. 음주운전 예방 광고인데, 광고 자체는 21세기 기준으로는 상당히 낡았지만 그 표현 기법은 상당히 세련되었습니다. 일반적인 기승전결이 아닌 결말을 먼저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그것을 다시 필름을 감는 형식으로 역으로 보여줍니다. 당시에는 안전벨트 경고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는 인식도 지금보다 낮았기에 사고가 나면 저런 식으로 운전자가 튕겨 나가는 일이 꽤 많았습니다.

 

어두운 배경으로 흐르는 1분짜리 풀 광고 내내 말은 한 마디도 안 나오는 무서운 공익광고지만, 필름을 역으로 감은 끝에 '필름을 되돌릴 수 있지만 생명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라는 카피를 걸며 주제 의식을 강하게 내비칩니다. 영문판은 아예 '죽음은 되돌릴 수 없다'고 더 분명하게 말합니다. 덤으로 저 뒤에 쿠키영상까지 있으니 낡기는 했어도 나름 선진적인 컨셉의 광고인 셈입니다.

 

기술적으로만 따지면 정말 필름 감은 것 뿐이니 엄청나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 필름을 감는 것으로 주제 의식을 분명히 히 했기에 광고인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고 그것이 은사자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저 광고를 만든 제일기획은 그야말로 만세를 외쳤죠. 

 

당시 공익광고는 무서운게 많기는 합니다만, 저런 무서운 형식으로 음주운전 공익광고를 만든 이유는 그만큼 음주운전이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음주운전은 단독사고이건 아니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저 당시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낮았습니다. 단속의 강도 역시 지금보다 훨씬 낮았는데, 경찰이 치안보다는 시위를 진압하는 공안 사건에 훨씬 집착하여 인력이 부족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신고(대체로는 원한 관계에 의한 것이 많습니다만)하는 것도 쉬워서 단속을 콕 집어서 하는 경우도 많지만 과거에는 그냥 도로 막고 음주 측정을 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죠.

 

 

KOSIS

 

kosis.kr

 

위 링크는 경찰청에서 2007년부터 2024년까지 '공식적으로 접수된' 교통사고 가운데 음주운전 사고의 비율을 통계로 만든 것입니다. 1990년대 자료는 없다는게 슬프지만, 최소한 2007년보다는 더 심할거라 생각하시는게 나을 듯 합니다. 그나마 좀 인식이 나아진 2007년에도 공식 접수 사고 가운데 13%가 음주운전으로 인한 것이었으니 1990년대까지 가면 20%는 넘었을거라 예상하는 것도 지나친 추정은 아닐 것입니다.

 

이 통계를 조금 더 들여다 보면, 2024년이 되면 2007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음주운전 사고 비율이 줄어듭니다. 이 통계는 아니지만 음주운전 단속자 숫자도 2010년대 후반까지는 꾸준히 줄었습니다. 좋은 일이죠. 음주운전 사고로 공분을 사는 일이 늘면서 국민들의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도 늘었고,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바로 의심자를 신고하는 일도 늘었습니다. 여기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음주를 즐기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이유는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슬프게도 상습 음주운전자는 그에 맞춰서 줄지는 않고 있습니다. 초점이나 재범까지는 확실히 줄었지만 4~5회 이상되는 상습범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즉 음주운전은 '하는 사람이 또 하는'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과 행정 처리가 문제라 할 수 있는데, 상습범이라고 해도 실형 선고를 피하고 최대한 벌금형과 집행유예로 끝내려는 성향이 법원내에 팽배하다는 것, 그리고 면허 재취득이 쉬워 음주운전에 대한 페널티가 적다는 것입니다. 즉 음주운전을 해도 사람을 죽이지 않는 이상에는 '돈으로 때우면 되지'라는 생각이 만연한 것입니다. 사실 이 문제를 파고들면 우리나라 사법의 가장 문제점이라 할 수 있는 '양형위원회' 제도까지 파고 들어야 하는 것이라 일단 여기서는 적지 않습니다.

 

아직도 네이버 KiN에는 음주운전하고 벌금을 아까워하는, 그리고 다시 면허를 딸 생각만 하는 사람들의 질문이 넘쳐납니다. 이게 2026년 현재의 우리나라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입니다. 줄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갈 길이 멀어 한숨이 나올 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골바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