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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맹사성, 길에서 소 타고 다녀도 되나요?(결론: 됩니다)

dolf 2026. 1. 22. 18:51

사극을 보건, 판타지를 보건 장거리를 빠르게 가야 할 때는 다들 말(마차 포함)을 탑니다. 닭이요? 초코보나 필로 말구요. 그러면 소는요? 이건 그나마 좀 이미지가 있을겁니다. 대충 딱 봐도 시골사는 댕기머리 소년이 소 등에 타고 풀피리 부는 이미지 말이죠. 사실 우리나라 역사, 정확히는 조선쪽 역사를 보면 소를 타고 다니는건 드문 일은 아니었습니다. 말은 전략자원인데다 농업용으로 써먹기가 힘들지만(일본 홋카이도쯤 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소는 농업용으로 너무나 친숙했고 속도가 안 빨라서 그렇지 타는 데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기도 했구요. 세종대의 명재상, 맹사성이 아산(온양) 본가로 갈 때 소를 탄 야사는 유명하기도 하죠.

 

 

하지만 지금은 21세기. 세상은 확 달라졌죠. 무슨 목장에서 타는 것이면 몰라도 지금 도로를 소를 타고 다닌다고 하면 이런 식으로 뉴스가 나옵니다. 이 분은 그냥 늘 그렇듯이 행정과 사법에 불만이 있어서 항의 목적으로 이리 한 것이지만, 이렇게 도로까지 소를 타고 나와도 되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됩니다'.

 

 

자,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법전을 좀 봅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를 열어보면 '차마', '차', '우마' 등 좀 어려운 말이 나오는데, 일단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차마: 차 + 우마

- 차: 자동차 + 건설기계 + 오토바이 + 자전거 + 동물이 끄는 무언가(ex: 마차, 소달구지 등)

- 우마: 교통용으로 쓸 수 있는 가축(이론적로는 코끼리나 하마도 되겠으나 보통은 소 아니면 말)

 

이렇게 따로 나누는 이유는 경우에 따라서 차마, 차, 우마의 적용 상황이 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즉 차마라고 쓰는 상태에서는 차나 소달구지, 소 등 위에 탄 카우보이를 모두 포함하지만 차라고 쓰면 소달구지는 포함해도 소나 그 등에 탄 사람은 해당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도로교통법상 소는 '차마' 또는 '우마'로 기재된 항목은 전부 해당되며, 반대로 '차'라고 표기된 조항에 대해서는 전부 해당이 없습니다.

 

이거... 합법입니다. 면허도 불필요합니다.

 

그러다보니 '차마'로 표기되어 있는 일반적인 도로의 통행 방법에 대한 대다수의 내용은 소에게도 해당되며 이 규정에 따라서 가기만 하면 소도 훌륭한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는 교통수단이 됩니다. 그래서 소도 똑같이 도로에서 우측통행을 해야 합니다. 대신 '차'에게만 부과되는 안전거리 확보, 앞지르기 제한, 보행자 보호 의무, 음주운전 금지 규정 등이 없습니다. 소달구지는 '차'라서 저걸 다 적용받지만 말입니다. 정말 단어 하나 차이로 내용이 확확 바뀝니다.

 

하지만 이 법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래 말이나 소를 타고 도로를 가는 것은 정말 저렇게 뉴스로 나올 정도의 일이 되다보니 '설마 이럴라고'하며 이 우마에 대한 규정이 빠진 경우가 좀 됩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나 PM은 도로의 가장 오른쪽 차로의 다시 오른쪽 절반으로만 주행이 가능하지만 우마는 이 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자동차'는 아니기에 고속도로를 진입하거나 할 수는 없지만, 1차로에서 소가 좌회전을 한다고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소가 워낙 느린 만큼 그냥 자전거에 준해서 가장 오른쪽 차로의 다시 우측 절반으로만 가고 좌회전은 훅턴으로 간다 하면 어떤 경찰관도 이 소를 막지 않고 막지도 못할 것입니다.

 

물론 뉴스에 나올 정도로 정말 드문 일인 만큼 이 포스팅을 읽는 분들 가운데서도 이걸 시도하실 분은 계시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렇지만 이 땅에서 소와 말을 기르는 이상 도로교통법에서 '우마'라는 말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