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olf의 엉망진창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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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osphere(컴퓨터)

[옛글] 내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지(2018/5/2)

dolf 2023. 5. 31. 12:23

카비레이크-X 완전히 새됐어... - Guru3D 기사(제목이 저런건 절대 아닙니다.)

사실 코어 i5 7640X와 7740X 출시 기사를 본 날, 그리고 이 CPU의 유통과 가격이 확정된 날 저는 회사를 찾은 고객께 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약간의 각색을 하면...

'카비레이크-X CPU를 구매하시면 이 CPU를 납품한 고객사를 영원히 잃어버리고 평생을 이불킥할 흑역사 하나를 인생에 추가하시게 될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이 CPU를 사면 ㅂㅅ이라고 안 할 수가 없었는데, 고작 LGA1151 규격의 코어 i7 7700K보다 눈꼽만큼 작동 속도 빠른 이 CPU를 그 값비싼 X299 칩셋 메인보드에 꽂았을 때 H270이나 Z270 칩셋 메인보드에 7700K를 꽂을 때 보다 나은게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슬롯이 8개인 메인보드에서 슬롯 네 개는 바보가 되고, PCI 익스프레스 레인도 16개뿐이니 잘못하면 일부 슬롯도 바보가 됩니다. 최소한 1.5배 비싼 메인보드를 쓰면서까지 이 CPU를 고를 메리트가 전혀 없는 셈입니다.

경쟁사가 나름대로 쓸만한 CPU를 만들어내는 발등의 불 상태에서 허겁지겁 대응한다고 아이디어를 짜내 만들어 본 것이겠지만 사실 이건 주판알을 튕겨볼 것도 없이 간단한 암산만으로도 '사면 ㅂㅅ'이라는 결론이 바로 나오는 물건이었으며 아이디어가 나와도 폐기했어야 했던 것입니다. 그걸 경영진에서 OK 사인을 내려 이런 재앙급 물건이 나온 것이며, 커피레이크라는 급조라고 욕은 먹어도 일단은 쓸만한 헥사코어 메인스트림 CPU가 나오자 단 10개월만에 단종을 선언해버리고 맙니다. 아무리 신제품이 급해도 이런 식의 기획은 안 하니만 못하다는걸 보여주는, 인텔같은 글로벌 대기업도 똥줄이 타면 얼마든지 바보짓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일 것입니다.

추신: AMD도 라이젠 APU 출시 전 A 시리즈 9000 APU라는 똑같은 바보짓을 벌인 바 있습니다. 대신 이 CPU는 일반 유통 자체가 그리 되지 않은거라 그야말로 우리나라에서는 흑역사 취급도 못 받는 듣보잡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