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nd faith - 盲信 - 먼저 읽어보세요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여기 다 있어서 또 적기는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또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이야기라서 간단히 더 적어봅니다.
봉평터널에서 K5 타던 아가씨들이 스러질 때도 그랬습니다. 남해고속도로에서 모닝타고 출근하던 아가씨들이 원치 않게 하늘로 불려갈 때도 그랬습니다. 이번에 서울요금소에서 K5탄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변을 당할 때도 또 그러더군요. 쉐보레면 안 죽었는데, 프레임 차인 체어맨이면 멀쩡했는데, 국산차따위라서 죽은거다...라고 말입니다.
이런 개소리를 언제까지 듣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건 맹신 차원을 넘어 사회를 사는 데 필요한 뇌가 없다는 무뇌인 인증 그 자체일 뿐입니다. 쉐보레 크루즈는 고무고무 열매를 먹어서 유니버스를 튕겨내고, 르삼 SM7이나 쌍용 체어맨은 건다리움 감마로 만들어서 엑시언트가 깔고 앉아도 멀쩡할 수 있나요?
아니 국산차라서 죽은거다라고 킥킥거리는 분들께 묻습니다. 그러면 저 상황에서 마이바흐 S600을 타고 있으면, 아우디 A8L을 타고 있으면 그냥 뒷목 잡고 걸어나올 거 같아서 정말 국산차라 죽은거라는 소리를 하는지요? 참으로 웃겨서 말이 안 나옵니다.
모노코크건 프레임이건, 국산차건 수입차건 승용차라는 물건은 기껏해야 2톤 조금 넘는 물건일 뿐입니다. 여기에 승객 좀 실으면 14톤은 기본인 버스가 있는대로 속도를 내며 덮쳤는데 쉐보레면, 프레임 차면, 수입차면 뒷목잡고 멀쩡히 나올거라는 희망적인 기대가 도대체 어떻게 나올까요? 험비 베이스인 허머 H1이라고 쳐도 기껏해야 3톤 중반대인 물건인데 흙 좀 실으면 40톤 가까이 나오는 덤프트럭이 제대로 박아줬는데 형체나 남아 있을 수 있을까요? 엑시언트 덤프트럭도 770톤짜리 KTX 앞에서는 애들 장난에 불과해서 철도건널목 사고에서 기관차는 멀쩡한데 차는 형체도 안 남는 끔찍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만화로도 한 번 보시겠습니까?
압도적인 속도와 무게, 즉 압도적인 에너지 앞에서는 아무리 설계를 잘 하건, 고급 강판을 쓰건 무력한 저항일 뿐입니다. 그런 것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면 낫지만 버티는 것도 정도가 있습니다. 우리는 4층에서 건장한 씨름 선수가 떨어져 갓 돌이 지나 아장거리며 걷는 아이를 덮쳤을 때 그 아이가 통뼈 우량아건 잔병치레를 하는 아이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차에 대해서는 그런 상식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번 서울요금소 참사는 졸음운전을 한 운전자, 졸음운전이 일상화된 버스 업계의 문제, 안전장치 채용에 승용차보다 훨씬 뒤진 상용차들의 문제점이 겹쳐 발생한 것입니다. 너무나 압도적인 힘 앞에 주인을 지켜내지 못한 K5, 그리고 이 차를 만든 기아차에는 책임을 물을 것이 없습니다. 차가 벤츠나 BMW였어도 참사의 결과는 그리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며 그 때는 벤츠와 BMW를 쿠킹호일의 쓰레기 차라고 까겠습니까?
적어도 조금만 생각이 있다면 이 참사는 K5나 흉기차, 국산차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운전자들, 버스 업계, 차량 제조사와 정부가 합작하여 만든 문제이며 문제 지적 역시 그러한 사회적인 문제를 풀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돌아가신 분을 아쉬워하며 이제 그런 일이 벌어지는 일이 가급적 없기를 바라며 말입니다. 도대체 앞으로 몇 명이 더 이 세상에서 불운을 만나야 본질은 외면하고 흉기차 ㅋㅋㅋ, 국산차 ㅋㅋㅋ를 그만둘 것인가요?
추신: 여전히 사람잡는 쿠킹호일 국산차(정확히는 흉기차) 운운하실까 제 사례를 적습니다. 저는 네 대째 경차를 몰고 있고 그 가운데 세 대는 쉐보레(대우차)였습니다. 바로 지금의 똥개 직전에는 모닝을 몰랐는데 큰 사고로 폐차를 했습니다. 보닛과 문짝 두 개는 날아가고 미션의 일부는 캐빈룸까지 뚫고 들어오는 대파였습니다. 그리고 두 바퀴 돌았습니다. 에어백은 안 터졌죠.
그런데 저는... 그냥 어떻게 나와서 전화해서 상황 수습했습니다. 병원은요? 아픈데도 없어서 안 갔답니다. 지금도 이 관련 후유증은 없습니다. 통뼈경차 그딴거 없는 모닝 SA, 그것도 극초기형인데 그랬습니다. 지금은 스파크를 타지만 기아차의 안전도가 한국GM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십원 한 장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직접 이렇게 겪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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