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딱히 포스팅할 내용도 없고, 정확히는 쓰자면 쓸 내용은 있지만 선거철이니 Deep한 정치 이야기는 쓰기가 좀 그러니 정권을 가리지 않고 모든 정권에서 삽질을 했고 하고 있으며 제 생각에는 앞으로도 할 저출산 문제 이야기를 잠시 써볼까 합니다.
이제 합계 출산율이 0.7명 아래로 떨어지며 나라 망한다 소리를 하고 있고, 이것저것 대책을 내세우며 광고도 하고 있습니다. 요즘 공익광고로 내보내고 있는데 '아이러니' 시리즈인데, 일단 방영분은 이렇습니다.
뭐 저출산을 막겠다고 이것저것 해보겠다는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이해하는데 말입니다... 저출산의 원인을 이 정권, 아니 이전 정권을 포함하여 저출산 문제가 터진 이래 그 어떤 정권도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해하고 있는데 그걸 건드리는 것은 이권 문제로 절대 하고 싶지 않아서 이야기조차 안 꺼낸다 하는게 정확할지도 모릅니다. 저 공익광고에는 현 정권 및 이전 정권들이 저출산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 어떤 정책을 취하고 있는가를 정말 잘 압축하여 보여줍니다.
저 광고를 잘 보세요. 젖먹이와 어린이집, 잘해야 유치원 보낼 어린이는 나오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생 이상이나 중학생, 고등학생 자녀 나옵니까? 안 나옵니다. 사실 이 광고 말고도 다른 저출산 광고 공익광고 역시 청소년층에 진입한, 그리고 대학생이 된 자녀에 대해서는 철저히 숨기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 정부 및 이전 정부들의 저출산 정책의 핵심이자 진짜 저출산 문제를 못 잡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예. 현 정권 및 기존 정권 모두 저출산 문제는 전부 '어린 아이'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출산이나 유아 시절의 육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정책을 맞추고 보조를 합니다. 하지만 이 자체가 저출산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않는 바보짓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애가 초등학교 들어가는 순간 끝납니까? 아닙니다. 중학교도 가야 하고 고등학교도 가야 하며 시집장가도 보내야 하죠. 분가를 시켜도 계속 자식 걱정을 하는 이상 사실상 육아라는 것은 부모가 무덤 속에 들어갈 때 까지 계속되는 문제입니다. 이 본질을 어떤 정권도 건드리려 하지 않습니다.
육아라는 것은 정말 좁게 말하면 어린이를 탈피할 때 까지를 말하지만 범위를 넓히면 자녀가 성인이 되고, 아니 독립을 할 때 까지가 기본이 됩니다. 즉 몇 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짧아도 20년 이상을 가는 문제에 요즘 같으면 30~40년 이상 갈 문제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이 긴 레이스, 아니 부모가 죽을 때 까지도 자식 걱정을 하듯이 평생 가는 레이스에 대한 무게를 짊어지고 아이를 가질지 고민합니다. 그리고 웃기게도 아이가 어릴 때 들어가는 돈이 더 적고 스트레스가 적습니다. 교육비라는 것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는데다, 시간면에서는 계속 아이와 붙어 있어야 하지만 대신 아이가 대형 사고를 칠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동급생을 두들겨 패고, 차를 훔쳐 타고, 담배를 뻑뻑 피우고, 왕따에 참여하는 등 대형 사고는 유치원생 이하일 때는 거의 칠 일이 없죠. 애들은 머리가 크면 클수록 부모 말은 안 듣고 스트레스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뭐 없습니다.
저출산 문제를 고작 애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몇 년만 집중적으로 잘 지원해주면 잡힐거라 생각하고 여기에 수 십년을 집중한 결과가 지금의 이 꼴입니다. 정부의 지원이 끊기는 시점부터 육아에 들어가는 돈(특히 교육비)이 크게 늘어나고 부모 말은 안들어 스트레스만 팍팍 주는 머리 큰 아이를 키울 걱정을 다들 안 하고 산다고 생각할지요? 이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지면 커졌지 가벼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금 세대의 남녀에게 자녀의 장래는 더 암울해지는 상황에서, 자신의 삶까지 더 희생해야 하는 상황을 외면하고 고작 상대적으로 사고 덜 치고 돈 덜 드는 때만 지원해주면 된다고 생각하는지요? 웃긴 일입니다.
저출산의 다른 원인이라고 하는 개인주의나 페미니즘같은 사상적인 부분은 어차피 정부가 어찌 한다고 해결이 안 나는 부분이라 이건 넘어간다 쳐도, 진짜 아이를 낳게 하고 싶다면 초등학교 저학년~자녀의 독립 단계까지를 정부가 책임지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즉 교육 정책의 근본적인 개혁부터 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교육 카르텔 운운하지만 정작 교육의 무한 경쟁과 계급 공고화를 목적으로 한 사교육 육성(?)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데 두세살 애 때만 지원해주면 알아서 애를 낳을 거라구요? 지나가던 개도 황당해서 웃음을 지을 수 없을 것입니다. 교육부터 뜯어 고치고 초등학교 이상 아이를 지닌 부부에 대해서 주거 정책을 지원하는게 훨씬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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