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은 원래 듣기 좋고 재밌습니다. 물론 그걸 실제로 믿느냐는 별개 문제이며 대부분의 음모론은 그냥 음모론으로 끝내야지 사실이나 진실과 거리가 먼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 포스팅 역시 그냥 재미성(?) 음모론 비슷한걸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진실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정말 '우연찮은' 일이 반복되는 것 역시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늘의 음모론 대상은 사람도 단체도 아닌 '쌀'입니다. 그것도 특정한 쌀(벼) 품종이 윤근혜 정권에게 탄압을 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도 탄압하고 단체도 탄압하는데 이제는 할 것도 없어서 쌀까지 탄압하나... 이 소리가 나올 상황이 윤근혜 정권 내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불쌍한 탄압 대상인 쌀 품종은... 바로 '신동진' 되겠습니다.
일단 뉴스 하나부터. 국립종자원에 보관된 신동진 볍씨 가운데 10% 정도가 곰팡이 감염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며, 국립종자원은 원인조차 못 잡으면서도 '다른 거 심으면 되지 뭐가 문제임?'하면서 책임 회피를 한다는 것입니다. 대신 심으라 하는게 인기 없고 검증도 안 된 품종이라서 문제가 되구요.
사실 이 뉴스만 보면 그냥 국립종자원만의 문제이며 그냥 재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실상은 그럴 가능성이 높기야 하겠죠. 문제가 터져도 원인도 못 찾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야 어떤 정권이 들어서건 공무원들의 공통 사항이라 뭐 이 역시 나름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다른 벼 품종이면 모르겠는데 신동진이기에 음모론을 꺼낼 수 있는 것입니다. 윤근혜 정권은 이 신동진 품종을 못 잡아 먹어서 난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 전에 신동진이라는게 뭔지 좀 이야기를 해봅니다. 쌀 하면 그냥 대충 먹는다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며, 알더라도 고시히카리나 추청(아키바레), 오대쌀 정도만 기억에 있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쌀 품종은 생각보다는 많고, 신동진도 나름 네임드 쌀 품종이긴 합니다. 마트에서는 그리 쌀 품종이 다양하지 않지만, 서울 사는 분들이라면 양재동 하나로마트에 가보시면 우리나라에 쌀 품종이 이렇게나 다양하구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쌀 품종에 따라서 재배할 수 있는 토질과 기후가 다르다보니 같은 품종도 경기도에서는 되는데 전라도에서는 못 기르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어서 보통 쌀 품종은 어느 정도 지역을 따라갑니다. 아키바레나 오대쌀이 대부분 경기도 지역에서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신동진은 네임드이긴 한데 '고급 쌀'은 아닙니다. 물론 정체 불명의 맛 없는 듣보잡 쌀은 아니고 끝내주게 맛있거나 향이 끝내주거나 한 정도는 아니지만 그냥 무난한 맛을 자랑하며 소출량도 많습니다. 즉 가성비가 좋은 쌀입니다. 그렇다보니 도시락이나 식당 등에서 이 신동진 쌀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찰기가 심하게 많지 않아서 젊은 사람들의 취향의 밥이나 볶음밥 등 밥 가공품으로도 적합합니다. 주로 호남(전북 중심) 지역에서 나오는 쌀인데, 한 때 우리나라 생산량 No.1을 찍은 품종이기도 합니다.
이 신동진 품종을 윤근혜 정권은 계속 눈엣가시로 여겨 왔습니다. 호남을 때려 잡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다... 이건 좀 많이 오버한 음모론이고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윤근혜 정권의 농업에 대한 기본적인 정책은 '지원 따윈 없다'입니다. 이승만 정부 이래 기록을 깨버린 거부권 사용 사례 가운데 쌀 수매를 강제하는 내용이 담긴 양곡관리법이 있는 것도 사실 이런 근본적인 원칙이 자리하는데,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쌀 수매를 너무 늘려 정부 부담을 키우기 원치 않는 그 자체는 이해는 갑니다. 원래 정권을 잡아서 현실을 안 이후와 정권을 잡기 전은 여러모로 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그 방식에 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냥 국립종자원의 사건만 있었다면 신동진 음모론은 나올 일이 없었겠지만 윤근혜 정권은 아예 신동진 품종을 지정하여 박멸을 선언했습니다. 사실 쌀 품종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서 지속적으로 개량을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갑자기 생산량이 확 줄거나 전염병이 돌 때 전멸하거나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신동진 품종은 상대적으로는 좀 오래된(?) 품종이며, 2021년에는 병해충을 맞아 생산량이 확 줄며 '이제 품종 수명이 끝난 거 아님?'이라는 걱정을 낳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과 2023년에 부활하면서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했습니다.
사실 고시히카리나 히토메보레같은 일본에서 넘어온 품종(사실 이것도 현재 일본에서의 품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이야 국산 품종 육성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신동진은 그냥 국산 품종이라서 이 명분은 통하지 않습니다. 신동진의 개량판으로 참동진이라는 것도 나왔고 사실 다른 쌀 품종도 있기에 그냥 품종 선택을 농민들의 선택에 맡겼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너무 생산량이 좋다'는 이유로 보급을 안 하기로 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농민들은 정부에서 기르지 말라는 신동진에 목을 매다는 것일까요? 이유는 꽤 간단합니다. '검증된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신동진은 생산량도, 맛도 검증되어 있는 품종이며 이는 농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수익 예상을 가능케 합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대신 기르라 하는 것들은 그 검증이 충분히 이뤄져 있지 않습니다. 정부 말을 따라서 심어야 이게 제대로 된 것인지 알 수 있지 않냐구요? 그러다 농사 망쳤을 때 나라에서 책임 져 줍니까? 절 대 안 집니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정부가 농민들을 상대로 품종 가지고 뒤통수를 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기에 정부가 하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농업은 상당한 리스크를 짊어지는 산업임에도 정부 주도로 한 정책으로 인한 실패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지 않았기에 검증되지 않은 새 품종을 받아들이고 신동진을 버리라는 정부의 말에 반발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쌀 관련 뒤통수, 통일벼 이야기도 한 번 읽어 보시죠.
어차피 신동진도 언젠가는 그 역할을 다 할 것은 분명한 이상 농민들의 입장은 '신동진 보급 및 수매 중단 시기를 몇 년 더 뒤로 미뤄라'는 것입니다. 그 사이에 대체 품종의 검증이 끝나면 그걸로 갈아타겠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정말 생각이 있었다면 이렇게 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윤근혜 정권은 그냥 막 나가죠. 자기 말 듣거나 아니면 배를 째거나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기에 하필 이 신동진을 기르는 지역이 윤근혜 정권을 좋아하지 않는 지역, 즉 호남이라는 점이 음모론에 불을 지핍니다. 신동진 이외에도 역시 생산량이 많은 새일미 역시 이번에 수매 및 종자 보급 중단 대상이 되는데 이 새일미는 전남의 주요 생산 품종입니다. 요약하면 결과적으로는 호남의 농민들만 두들겨 패는 형태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위에서도 적은 것이 윤근혜 정권이 아무리 막 나가지만 정말 호남을 때려 잡기 위해 이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오버이며, 생산량 상위 품종을 때려 잡다보니 우연히 이렇게 된 것이겠으나 어쨌거나 호남 농민들만 피해를 보게 생긴 이상 음모론이 안 생길 수 없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우연히' 신동진이라는 생산량 많은 쌀 품종을 강제로 대한민국 농토에서 없애버린다 정부가 선언했고, '우연히' 그 정리 대상이 전부 호남의 주력 쌀 생산 품종이었으며, '우연히' 전북에 올해 보급해야 할 신동진 볍씨 가운데 일부가 감염되어 쓰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참 우연한 사항이 많습니다. 윤근혜 정권에 농업 관련으로 좀 정치적인 배려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최소한 이 가운데 한 가지는 문제를 막거나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지만 막 가는 윤근혜 정권은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욕을 더 먹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음모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농민들, 특히 호남 농민들을 엿먹이는 것이 현재의 윤근혜 정권의 방향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그런데 반성은 할까요? 정권이 사라지는 그 날 까지 나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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