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olf의 엉망진창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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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osphere(컴퓨터)

커스텀 수냉 EKWB의 몰락, 내 이럴 줄 알았지...

dolf 2024. 4. 26. 10:09

컴퓨터는 그냥 컴퓨터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께는 전혀 생소한 이름이지만 '컴퓨터 커뮤니티에서 나름 들은 거 많다'고 하는 분께는 낯익은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커스텀 수냉'입니다. 수냉(水冷)이라는 말이야 물, 정확히는 '액체'로 냉각하는 것을 의미하니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커스텀'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인데, 그냥 대충 말하면 'PC용 수냉 쿨러를 자기 입맛대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 커스텀 수냉에 나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가 저기 먼 슬로베니아에 있는 EKWB라는 회사입니다. 한 때 커스텀 수냉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손꼽혔고 지금도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이제 파산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경영난으로 미국에 있던 지사도 폐쇄했는데, 이 과정에서 해고된 직원들과 EKWB 사이에 인종차별, 추가 수당 미지급 vs 횡령 의혹으로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코미디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EK Cooling Solutions Going Down? Financial Disarray and Payment Delays (update)

EK Cooling Solutions is currently experiencing significant financial difficulties. Reports indicate that the company has been unable to pay employees, suppliers, and contractors for several months due to liquidity issues and an accumulation of unsold in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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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Allegations of Racial Discrimination and Unpaid Overtime at EKWB Texas Office

Apparently, non white employees used the N-word to describe a black case fans. Multiple former employees of EKWB, a company known for its cooling solutions and custom-built PCs, have come forward with allegations of a racially hostile work environment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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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한 때 커스텀 수냉은 돈 많은 마니아들의 영역이었고, 이런 PC 마니아 워너비들의 목표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PC의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는, 그것도 탑티어 기업이 왜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일까요? 사실 이건 어느 정도는 예상이 가능한 문제이긴 했습니다.


사실 EKWB가 이 꼴이 된 것은 외부 원인에서도 이유를 찾자면 찾을 수는 있습니다. 유럽계 커스텀 수냉의 선구자격인 기업은 독일 Aqua Computer같은 곳도 있지만 이런 곳들도 물량과 가격으로 승부하는 중국계 기업들에게 밀리는 상황이기는 했습니다. Bitspower나 Barrow, Bykski같은 중국/대만계 기업들이 말 그대로 물량과 가격으로 밀어붙이고, 초기에 영 믿기 어려웠던 품질도 점차 나아졌기 때문입니다. 즉 가격 경쟁에서 밀린 것도 분명한 원인은 됩니다.

 

하지만 커스텀 수냉 업계 전체의 근본적인 문제 역시 중요한 사항이며, 실제로 EKWB의 위기에는 이 문제가 자리합니다. 바로 '재고'입니다. 커스텀 수냉용 부품은 바로 팔리지 않으면 악성 재고로 남을 위험이 극히 높기 때문입니다.

 

커스텀 수냉을 이루는 부품 가운데는 피팅(연결부)이나 파이프같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범용으로 쓸 수 있는 부품도 있는 반면 CPU나 그래픽카드 등에 들어가는 워터블럭같은 부품은 가격도 비싸면서도 특정한 환경에 전용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인텔/AMD, 엔비디아/AMD같은 큰 틀이 아니라 아예 특정 메인보드, 특정 그래픽카드용으로만 만들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그래픽카드용 워터 블럭은 'ASUS ROG Strix 지포스 RTX 4080 Super'용으로 나온 것은 잘해야 ' ASUS TUF 지포스 RTX 4080 Super'에서 호환이 되는 정도지 같은 제조사의 Proart나 Dual급부터는 호환이 안 됩니다. 기가바이트나 GALAX같은 타사 그래픽카드면 아예 논외 사항이죠.

 

커스텀 수냉 업체들도 바보는 아니니 커스텀 수냉에 돈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즉 부품 자체에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일류 브랜드의 인기 상위 모델만 추려 제품을 만들지만 그래도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 부품만 한 가지 장르에만 수 십종에 이릅니다. 아무리 커스텀 수냉 시장이 커졌다 해도 속된 말로 여전히 찻잔 속 폭풍 정도의 시장 규모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제품을 계속 개발하고 재고를 챙겨 가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따릅니다. 더군다나 해당 그래픽카드가 단종이 되면... 더 이상 팔지도 못하는 악성 재고로 남습니다. 종류는 많고 개당 생산량은 적은데 회전이 빠르게 안 되면 못 파는 악성 재고로 전락하는 것... 물건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최악도 이런 최악의 조건이 없습니다.

 

이 문제만큼은 위에 적은 Bitspower나 Bykski같은 중국계 부품 제조사들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지금이야 저렴한 인건비와 생산 단가로 극복을 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악성 재고를 떠안아야 하는 위험성은 늘 함께 합니다. 시장 상황이 조금만 악화되더라도 이들 역시 EKWB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을 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EKWB의 몰락은 중국계 제조사들의 약진 +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 일체형 수냉 쿨러 시장의 성장 및 양극화로 인한 커스텀 수냉 시장의 정체의 복합 타격으로 핵심 인력(개발 인력)을 대거 해고하여 벌어진 상품성의 약화에 기존부터 이어진 악성 재고로 인한 자금난 여파를 극복하지 못한 데 있습니다. 이게 Bitspower나 Bykski의 미래가 아니라 누가 말할 수 있을지요?

 

지금은 커스텀 수냉을 넘어 키보드도 커스텀으로 만드는 시대입니다만, 커스텀이라는 말은 듣기는 좋고 화려해 보여도 결국 전체 시장을 기준으로 하면 한 줌에 가까운 작은 마니아의 시장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너무나 다양한, 그러면서도 변덕이 심한 소비자 입맛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재고를 가져가야 하면서도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면 악성 재고로 남을 위험을 늘 안고 있습니다. 취향은 존중해야 하는 것이지만, 결국 마니아 시장이라는 것은 그만큼 위험도가 높은 작은 시장이기에 지나친 과대 평가는 금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