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에 티코 연비 깨고 하이브리드 나오라는 패기 넘치는 포스팅을 하나 올린 적이 있습니다. 물론 실제 일반 주행에서 절대 저런 연비가 나오는 것은 아니고, 출퇴근 정체시에는 11~12km/L 수준으로 떨어지니 어느 정도는 작위적인게 있습니다. 아, 뭔 내용인지 기억이 안 난다구요? 그러면 한 번 보고 와 주세요. 경차도 하이브리드 나와~ 소리를 한 번은, 어쩌다 외칠 수 있답니다.^^
중요한건 이게 아니고... 왜 저렇게 자유로를 달렸느냐입니다. 저 포스팅 마지막에 뭘 먹었는지는 나중에 적겠다 했는데, 이런 저런 사정 + 가정사까지 겹쳐 그 내용을 이제서야 올립니다. 바로...
사실상 이 집이 '파주식 존슨'의 원조라 할 수 있습니다. 아, 존슨이 무슨식, 무슨식이 있냐구요? 존슨을 그냥 대충 먹는 싸구려 음식 정도로 여기는 분들이 꽤 되지만, 존슨은 최신 한식에서도 글로벌한 지위를 가진 음식이고 자연스레 각 지역에서 발생하다보니 그 유파가 꽤 많습니다. 이건 예전에 올린 적이 있으니 다시 한 번 올려 봅니다.
보통 의정부식과 송탄식은 널리 알려져 있으니 아시는 분이 많으실 것이며, 파주식은 이 보다는 마이너합니다. 의정부식과 송탄식의 특성을 어느 정도 절충했지만 어디까지나 국물맛이 그렇다는 것이고, 여기에 논케이싱 소시지(모닝 소시지)와 쑥갓 등 향채가 들어가는 것이 파주식의 특성입니다. 이 특성을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이어받은 파주 외의 존슨 식당으로는 서울 역삼동 대우부대찌개와 구리 미성식당이 있는데, 여기는 기회가 되면 소개토록 하겠습니다.
이 파주식의 양대산맥이 오늘 소개하는 삼거리식당, 그리고 이전에 포스팅을 한 바 있는 정미식당입니다. 정미식당도 30년은 넘은 집이지만 역사는 삼거리식당이 훨씬 길구요. 정미식당 이야기는 한 번 가볍게 읽어봐 주시구요.
그런데 삼거리식당과 정미식당 존슨은 같은 파주식이라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차이가 꽤 큽니다. 삼거리식당 존슨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정미식당 존슨 이야기를 잠깐 꺼내면, 여기는 파주식이라 하지만 의정부식의 잔재가 큽니다. 오뎅식당과 유사한 육수에 상대적으로 더 맑은 맛이 납니다. 그래서 의정부식에 야채와 논케이싱 소시지가 더해진 느낌에 가깝습니다. 그와 달리...
삼거리식당 존슨은 확실히 의정부식과는 구분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일단 기본으로 부어주는 육수는 김치 씻은 물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묽습니다. 그래서 육수만 보면 정말 의정부식 이상으로 맑은 맛이 나는 거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쑥갓도 꽤 푸짐하게 들어가구요. 하지만 실제로 보글보글 끓여보면 예상을 빗나가는 맛이 나옵니다. 예. 생각보다 진한 맛이 나옵니다.
끓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을 때는 그나마 깔끔한 맛이 남아 있지만, 끓이면 끓일수록 송탄식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진한 맛이 소시지에서 우러나옵니다. 그래서 삼거리식당에서는 충분히 오래 끓여 먹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송탄식은 라면사리를 햄과 소시지를 웬만큼 다 먹고 후식 비슷하게 남은 국물에 끓여 먹지만, 삼거리식당 파주식은 아예 끓자마자 라면을 투입해 졸여버리기에 더욱 맛이 진해집니다.
지금은 1인분에 1만원 정도로 올랐지만(포장은 9,000원), 웬만하면 라면사리를 제외하고는 별도 사리 추가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충실하게 나옵니다. 햄과 소시지, 논케이싱 소시지 모두 웬만한 존슨 체인점 이상으로 나오는데, 오뎅식당이 햄/소시지가 좀 적어 사리를 추가해야 푸짐해지는 것과 비교하면 진짜 사리 추가한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본이 푸짐합니다. 즉 돈이 안 아깝습니다.
그리고 이 집은 오뎅식당에서는 사라진 무짠지가 아직도 나옵니다. 이 무짠지는 호불호가 있고 저는 개인적으로 딱히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나름 전통의 맛(?)이 있습니다. 좀 빡빡한 김치도 나름 특이합니다. 개인적인 불만이 있다면 밥이 연세가 있는 분들 취향인 진밥으로 나온다는 것 정도 뿐입니다.
이 집은 차가 없는 분들도 의외로 쉽게 올 수 있습니다. 버스로 편히 오려면 광화문에서 9710이라는 버스를 타면 되는데, 십자약국 정류장에서 내리면 됩니다. 나름 구 문산에서 유명한 곳인데, 이것도 십자약국이라는 정류장이 두 개인데, 정작 그 십자약국은 이 두 정류장 사이에 있습니다. 삼거리식당 옆집입니다. 정말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서 30초 정도에 불과합니다. 지하철로는 문산역에 내려서 걸어가야 하는데, 이건 15분쯤 걸립니다. 서울에서는 나름 엉덩이가 아플 정도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와야 하지만, 차 없으면 가는게 미션 임파서블인 다른 맛집과는 접근성면에서 비교가 안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찍 열고 늦게 닫습니다. 아침 8시 오픈인데, 이 아침에는 야근하고 퇴근하는 분들, 막 부대에서 외박나온 장병들이 많습니다. 8시 오픈해서 9시 초반까지가 오전 피크 타임이죠. 이 때는 아침임에도 자리를 잡기가 좀 빡셀 수 있습니다. 이 집은 1호점과 2호점(그래봐야 옆집)이 있는데, 2호점은 낮부터만 열기 때문에 자리가 얼마 없는 것입니다. 1호점 1층은 자리가 얼마 없고, 지하에 좌식 자리가 몇 석 있기에 1층에 자리가 안 나면 '지하에 자리 있나요?'라고 물은 뒤 안내를 받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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