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ゆるキャン△(캠핑|여행)

[옛글] KTX 강릉선을 타고 강릉을 가다(2017/12/26)

dolf 2023. 5. 25. 16:25

12월 22일자로 KTX를 뚫은 강릉을 가보기 위해 거의 한 달 전에 KTX 포인트를 긁어 모아 예매를 하여 토요일에 청량리로 떴습니다. 보통 강릉은 똥개를 이용하여 차로 1년에 몇 번 놀러가는 곳이지만 이번에는 그냥 가볍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청량리역에 KTX가 서는 날이 오다니 나름대로 감흥이 새롭더군요.

조작, 합성 아닌 정말 강릉행 KTX입니다. 출발 전날 기준으로 저녁 시간을 빼면 표가 전멸했는데 뭐 이리 인기인가 했는데 의외로 단체 관광객이 많더군요. 이런 단체 관광 수요를 빼면 수요가 얼마나 많이 나올지는 조금 걱정이 되는데, 뿅창(?) 올림픽이 끝나고 거품이 빠지면 어느 정도 객관적인 자료가 나올 듯 합니다.

이렇게 KTX는 청량리역을 출발하였습니다... 단 5분만에 상봉역에 서버린게 함정입니다만.

청량리-만종 구간은 그냥 개량된 중앙선 라인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여기도 화물열차를 비롯해 은근히 열차가 많이 들어가는데 KTX까지 우겨 넣으려니 나름대로 다이어를 짜기에 복잡했을거라는 생각을 잠시.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보니 '횡성에서 왔소' 역에 왔네요. 타우렌 해병 고기가 생각나는 그런 역입니다. 다만 경강선의 역들이 개념을 밥말아먹은 역이 많다는게 문제인데, 이 횡성역도 읍내에서 상당한 외곽이라 읍내로 가려면 한 고생을 해야 하는 곳입니다.

그나마 외곽이라도 읍내 범주에는 드는 둔내역이 나름대로 개념역 취급을 받기는 하지만 나머지는 좌절. 평창역은 평창읍에 있지도 않으며 주변에는 서울대 농대를 빼면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 평창군의 평창 이름 욕심을 처절히 보여주는 또 하나의 괴물이 되었을 뿐입니다. 사실상 올림픽역인 진부역도 진부IC 건너편이라고는 하지만 진부IC가 진부면 중심지에서 꽤 외곽이라는 점이 걸림돌입니다.

 

그리고 역간 간격이 KTX 정차역으로는 너무 짧은데, 경강선(만종-강릉) 사이에만 역이 만종, 횡성, 둔내, 평창, 진부, 강릉입니다. 그러면서도 정말 KTX 수요가 나올만한 곳이 안 보입니다. 사실 KTX를 올림픽 기간 전후로만 운영할 계획이고 선로 자체도 KTX 전용선이 아닌 EMU250급 준고속 열차 또는 EMU180(ITX-청춘) 정도에 맞춰 만든 것이라 장기적으로 이들 열차가 들어가기에 적당한 역 배치입니다. 코레일도 바보는 아니라서 수요가 없는 역들을 중간중간 빼고 가고 있지만 올림픽 이후 일부 KTX 편성이 살아 남는다면 그냥 만종-횡성-강릉으로 빼는게 나아 보입니다.

하여간 강릉역 도착. 나중에는(대충 내년 3월 이후) 과거처럼 영동선 무궁화호도 정동진을 거쳐 올라오겠으며 그에 맞춰 플랫폼도 2면 4선(플랫폼 두 개, 선로 네 개)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역 자체는 반지하 형식으로 지하 1층에 플랫폼이 있고 1층에 대합실이 있는 구조입니다. 역시 새로 만든 역이라 번쩍번쩍합니다.^^

그리고 코레일 & 철도시설공단의 특기인 '선개통 후완공'은 여전히 적용됩니다. 철도 내부 시설은 그런대로 만들어 놓았지만 외부 광장은 여전히 공사중이며, 버스 정류장도 여전히 혼란의 카오스입니다. 이 부분이 정리되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의외로 열차를 타이트하게 운영하는데, 아침 저녁 시간을 빼면 주말에는 30분에 한 대라는 꽤 짧은 배차 간격을 갖고 있습니다. 다 올림픽을 생각한 것이지만 나중에 정말 이 시간표대로 열차를 운영했을 때 텅텅 비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해봅니다.

재밌는 점(?)은 역에 매표소가 없다는 것입니다. 역 곳곳에 코레일톡+를 설치한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카드 리더기와 영수증 프린터를 조합하여 카드 전용 발매기를 배치하고 두세곳에는 현금과 카드 겸용 구형 발매기를 두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못 쓰는 어르신의 경우 고객센터로 오라는 개념인데, 덕분에 고객센터는 줄이 미칠듯이 서 있더군요.

이렇게 1시간 40분동안 기차를 탄 뒤 다시 버스를 타고 목적지인 경포대로 도착. 겨울바다에 볼게 없음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KTX 영향인지는 알 수 없으나 관광 비수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의외였습니다. 이렇게 바닷가를 거닐며 머리를 포맷하고 중앙시장에서 국밥 한 그릇 말아 먹고 강릉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더 걸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용 요약:
- 경강선은 KTX가 가기엔 좀 오버 스펙
- 올림픽 끝나면 뭔 기차가 들어오건 엄청난 감편이 예상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