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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 59번 국도 강원도 비포장 구간(부연동) 주파기(2016/7/2)

dolf 2023. 5. 31. 13:17

지난 포스팅에서 휴가철이 되기 전에 59번 국도 강원도 비포장 구간을 달리는 목표를 세웠다고 쓴 바 있는데, 결심한 김에 후딱 해버리자고 지난 주 토요일에 이 짓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새벽 5시에 서울을 떠나 중부-영동 루트로 열심히 똥개를 끌고 움직였습니다. 위대하신 박근혜 각하께서 위대하신 외국인님께 대한민국이 폼나게 보여야 한다는 이유로 결정하신 중부고속도로 및 영동고속도로 개량(말이 좋은데 선형 개량이 아닌 그냥 중앙분리대 및 가드레일 전면 교체와 도로 재포장, 휴게소 리뉴얼이 전부입니다.)을 하고 계신 관계로 앞으로 2년은 이 곳을 갈 때 죽었다를 외쳐야 하는 만큼 그나마 막히는게 없는 새벽에 이동한 것은 매우 타당한 선택이었습니다. 중간에 여주휴게소의 맛없는 라면 한그릇과 평창휴게소구멍가게(구멍가게인 이유는 리뉴얼로 정말 가건물에서 최소 시설 운영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에서 잠깐 쉰 것은 딱히 사진까지 남길건 없을듯 합니다.

일단 목표 구간은 이렇게인데, 네비게이션상 거리는 20km, 안내 시간은 2시간입니다. 진부IC에서 나와서 6번국도를 타고 진고개를 넘어 목표 지점까지 이동합니다. 이 구간도 슬슬 달리기는 꽤 좋은 구간입니다. 아, 사진은 휴대폰으로 대충 찍는거라 흔들리는 것도 많으니 양해를 당부드립니다.

이렇게 표지판은 있기는 있는데 사실 이게 있어도 속기 쉽습니다. 저 진입로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국도나 지방도의 제대로 된 도로가 아니라 무슨 산속 펜션에 올라가는 것 같은 1차로짜리 콘크리트 막포장길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주변에 펜션들도 있고 해서 정말 여기가 가는 길이 맞는지 생각이 들게 됩니다.



 


블랙박스 설정 문제로 전 구간 영상을 만드는 데 실패하여 구간 영상만 올립니다만, 대충 이런 길입니다. 가는 길 내내 '이거 국도라고 이름 붙인 넘을 찾으면 언덕 위에서 굴려주겠다'는 욕이 끊임 없이 나옵니다. 이스케이프 존도 거의 없는 산길인데다 좁기도 좁아서 대형차는 꽤 힘든 곳이 됩니다. 그래도 이 구간은 그냥 닥치고 올라가면 되는 곳인데다 무시무시한 언덕길은 아니라서 경차도 크게 부담 없이 올라갈 수는 있습니다. 기름값 생각을 안 하고 기어 낮춰 올라가면 오히려 경차가 더 편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산을 내려갈 때 생깁니다. 고저차는 400m 정도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가드레일따윈 전혀 없고, 이스케이프 존도 없는 왼쪽에는 산, 오른쪽에는 계곡인 곳에서 6연속 헤어핀이 나타납니다. 도로가 좁기도 좁으니 있는대로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정말 목숨에 위협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생각 없이 속도를 확 줄이고 가지 않으면 타쿠미가 아닌 분타 아저씨가 와도 아마 다음 날 조의금을 들고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곳입니다. 여기를 넘어가면 본격적인 산속 마을, 부연동이 나오는데 정말 농로(?)를 사이에 낀 작은 마을에 불과합니다. 마을 순방기가 아니니 이 사진은 건너뛰고...

본격적인 비포장 구간이 나타납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경차나 오토바이라도 별 문제 없이 갈 정도는 됩니다. 많은 비가 내린 직후만 아니면 말입니다. 이 구간을 갔을 때도 전날에 비가 왔는데 그래도 매우 많이 내린 것은 아니라서 그런대로 갈만한 상태였습니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사는 길을 비포장으로 두는 것도 좀 그래서인지 포장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단계는 일단 주변 정리 정도에 불과한 단계라서 실제 포장 완료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가는 길에 앞에서 공사 트럭이 길을 막는 바람에 잠시 서 있어야 했고(위에서 적었지만 교행이나 앞지르기 자체를 할만한 곳이 거의 없습니다.), 반대쪽에서 굴삭기가 올라오는 바람에 회피를 하려고 추락 직전 상황까지 물러나야 했던 꼴도 겪었습니다.

그 날 하필 무슨 자전거 동호회 연합에서 랠리를 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다들 설마 위에서 차가 내려올거라 생각은 못한 모양입니다. 서로 난감한 상황이 계속 연출되곤 했습니다.

중간 중간 콘크리트 포장길과 비포장(포장을 하려고 공사중인 구간) 길을 거쳐가며, 그리고 반대편에서 몰려오는 자전거와 서로 뻘쭘하게 피해가며 언덕을 오르내리며 20분 정도를 더 열심히 달렸습니다. 지금까지 사진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시골 농로 수준의 좁은 길이라서 차 한 대는 천천히 가면 별 문제는 없겠지만 교행을 할 상황이 되면 꽤 난감해지는 곳이 많습니다.

하여간 이렇게 열심히 달리다보니 그나마 마을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구간의 끝인 어성전리입니다. 그래도 도로라고 할 수도 없는 그냥 마을 길이 쭈욱~ 이어집니다. 저는 네비게이션 위(?)에 의지하지 않는다고 그냥 이 마을을 통과해 왔는데, 원래 길은 마을 중간에서 좌측으로 틀어야 나옵니다.

여기가 어성전리 입구인데, 원래 입구는 여기서 좌회전을 하면 나옵니다. 조금 더 가면 길이 끊겨버리고 농로 겸 마을길로 내려가 버립니다.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주행 시간 자체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으며, 정말 천천히 운전한다면 난이도 자체는 높은 길은 아닙니다. 다만 교행을 할 일이 없길 바래야 하는데다 비포장 구간은 포장 공사를 한다고 더 엉망이 된 상황이기에 서스펜션 상황이 좋지 못하면 허리가 좀 아플 수는 있습니다. 이렇게 이 구간 주행을 마치고 양양읍에서 깡통 하나를 사서 해변에서 운치있게 한 잔을 한 뒤 다시 집으로 복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