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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1963, 그래 나도 한 번 먹어보자

dolf 2025. 11. 10. 19:01

정체 불명의 이 블로그에서는 가끔 라면 이야기가 나옵니다. 라면, 솔로의 주식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라면은 간식보다는 확실히 주식의 영역이라 나름 경쟁도 치열합니다. 물론 그렇게 나온 라면이 다 성공한다는 법은 없습니다만.

 

2025년 11월, 이 땅에 또 하나의 주목 받으며 나온 라면이 있습니다. 주가는 센데 정작 불닭 빼면 히트작이 없다는 그 라면 회사, 삼양에서 '무죄 판결 받은 라면이 돌아옵니다.'라는 타이틀을 걸고 어떤 라면을 내놓았습니다. 사실 이 타이틀만 들어도 다들 무슨 라면인지 아실 것입니다. 예. 우지(牛脂)라면, 삼양1963이 그 친구 되겠습니다.


 


다만 분명히 적을 부분은 삼양1963은 '과거 삼양라면의 복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지 파동으로 사라진 그 100원짜리 삼양라면의 맛을 복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솔직히 그 맛을 지금 복각하면 아무도 안 사 먹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한강라면이라고 욕먹을 정도로 물을 팍팍 붓고 끓여 먹던 그 시절 맛을 지금 재현한다고 아무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삼양1963이 되살리는 것은 '우지 유탕면'이지 '맹탕 스프'가 아닙니다. 그 시절 삼양라면 맛이 그리우면 이 삼양1963 면에 쇠고기면 스프 넣고 물 많이 부어 끓이면 대충 비슷해집니다. 맛있다고는 절대 못 하겠습니다만.

 

일단 이 라면. 현재로서는 마트에서 4개 단위로만 판매합니다. 그리고 가격. 좀 셉니다. 4개에 6,500원 내외라서 개당 2,000원을 좀 밑돕니다. 정가로는 답 없어서 아무도 안 사먹는다는(그래서 1+1 해야 팔릴까 말까한다는) 하림의 The미식 시리즈보다는 싸지만 그래도 가격이 좀 세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이 점이 아래에 적을 이 라면의 한계를 낳습니다.

 

 

보통 삼양라면하면 주황색이 이미지 컬러지만 이번 삼양1963은 백색 포장지를 사용합니다. 아예 포장지 대부분을 상품명으로 꽉 채워 놓고 있습니다. 라면 이미지는 가운데에 작게 있습니다. 덕분에 눈에는 정말 잘 띄는 포장입니다. 우지 유탕면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오른쪽에 ''자를 박아 놓았습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뜯어봅니다. 면은 일반적인 삼양라면 사각면이지만 약간 색감이 다르고(진하고), 냄새도 뭔가 좀 다릅니다. 면을 살짝 뜯어 먹어보면 팜유 유탕면(쇠고기면)보다는 조금 더 고소합니다. 그렇다고 이 비싼 라면을 라면땅으로 먹기는 좀 그렇죠. 면이 맛있어도 여전히 라면땅의 최고봉은 쇠고기면입니다.^^

 

 

의외로 스프가 평범합니다. 일단 주 스프는 쇠고기맛 액상스프인데 건조 스프보다는 퀄리티가 좋기에 나름 스프맛에도 신경 썼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다만 건더기(후레이크)가 빈약한데, 파와 마을같은 매운맛을 강화해주는 양념류라서 마지막에 후첨으로 넣는 것입니다. 그 이외의 건더기는 전무합니다. 그 가격면에서 욕을 먹는 The미식 시리즈는 최소한 건더기가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이 점은 분명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비주얼이...

 

실제로 라면을 끓여봅니다. 삼양1963은 기존 삼양라면의 복각이 아닌 만큼 국물도 기존 삼양라면을 그대로 잇지는 않습니다. 쇠고기맛 기반인 부분은 확실하지만 과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운 맛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별첨스프를 넣지 않은 상태에서도 신라면급 또는 그 보다 살짝 매운 느낌으로 국물이 매운데, 그래도 맵탱보다는 덜 맵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국물을 먹어보면 초반에 고기맛이 느껴지다 중간에 매운맛이 확 올라오는 느낌이 듭니다. 별첨스프를 첨가하면 위 사진처럼 되는데, 마늘 등은 국물에 섞이기에 파 건더기와 면만 보이는 나름 초라한 비주얼이 됩니다.  

 

완전체 삼양1963의 맛은 최소한 쇠고기 라면으로서는 꽤 괜찮은 수준입니다. 우지를 팜유에 섞어 튀긴(원래부터 우지 100%로 튀긴 적은 없습니다.) 면은 국물에 쇠기름이 녹아 들면서 국물에 고깃국 맛을 입혀줍니다. 다만 면에 신경을 썼다고 하는 것 치고는 면 자체에서 대단한 맛이 더 나는 것은 아닌데, 국물에 우지를 빼앗긴 결과 맛이 좀 약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뭔가 좀 다르다는 느낌은 납니다. 매운맛이 좀 있어서 장년층이나 노년층처럼 매운맛에 약해진 분은 드시기가 좀 부담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무슨 요즘 나오는 스코빌 점수 장난하는 라면들 수준은 아니라서 그나마 참고 먹을만한 수준은 됩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쇠고기 맛이 좀 더 잘 나오는데 그렇다고 무슨 스프가 아닌 국물로 주장해달라는 소리를 할 정도는 아니고, 면도 좀 더 맛은 있는데 역시 엄청난 충격을 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부실한 건더기로 인한 좀 약한 비주얼은 상대적으로 비싼 라면 값을 생각하면 분명히 아쉬움을 줍니다. 이 가격 저항 때문에 처음 한두번은 삼양1963을 찾을 수 있지만 그 다음에는 그냥 쇠고기면이나 맵탱같은 다른 대체 수단으로 다시 되돌아갈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가격도 비싸면서 국물이 너무 튀는 나머지 라면에 아무것도 못 넣어 먹는 The미식 시리즈와 달리 삼양1963은 그냥 쇠고기맛이라 여기에 밥을 말아도 잘 어울리고, 계란을 넣어 순하게 만들어도 좋으며 파를 더 왕창 넣거나 김치를 넣어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나름 튜닝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점입니다. 우지 유탕면 특유의 쇠고기 국물을 어떻게 맛있게 튜닝할지는 여러 사람들이 공략을 더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