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으로 병원에 가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이 무엇일까요? 사람이 노력하여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인 1형 당뇨가 아닌 이상에는 '살빼라' 소리가 가장 먼저 나옵니다. '운동해라' 소리도 자주 나오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옵션에 해당되고 저 '살빼라' 소리는 안 나오는 일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30%가 고혈압, 30세 이상 가운데 15%가 당뇨병(당뇨 위험 인구는 40%)라 하니 나라 입장에서는 걱정할만한 일이기는 합니다. 그러한 와중에 대통령 각하(?)께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 대통령 “설탕세 도입해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쓰자”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설탕이 많이 함유된 식품과 음료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비만·당뇨 등을 부르는 설탕 섭취를 줄일 수 있도록 관련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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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만들겠다는 소리는 별로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죠. 거기다 난데없는 설탕세. 세금을 당장 만들어 부과하겠다는 것은 아닌 한 번 사회적으로 의논해보자는 조심스러운 걸음이지만 당연히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 설탕세, 과연 세종로 1 임대주택 거주자(?) 마음대로 될까요? 그게 안 될거라는게 제 주장입니다.
■ 그런데 설탕세가 뭐여?

일단 '설탕세'가 무엇인지 모를 분들을 위해 이게 뭔지 설명을 합니다. 사실 이름에서 다 나와 있듯이 설탕에 세금을 물리는 것인데... 실제로는 설탕 자체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미친 설탕세를 물린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설탕, 정확히는 당분이라는 것이 너무나 많은 곳에 쓰이기 때문인데, 음료를 한 잔도 안 사다 마시는 분들이라도 음식 자체에 들어간 설탕을 다들 먹게 되어 있습니다. 달달한 음식이 아닐지라도 음식의 맛내기에 들어가는 설탕의 양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설탕 자체에 세금을 물리게 되면 그냥 식품 자체의 가격을 싹 끌어 올리는 것이 되기에 정권이 무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적으로 설탕세는 설탕 넣은 시판 먹거리, 그 가운데서도 '설탕 넣은 음료'만 때려 잡자는 형식으로 가는데, 이것도 나라마다 좀 정책이 달라집니다. 설탕은 탄산음료 이외에도 우유에도, 주스에도, 스포츠 드링크에도, 피로회복제에도, 심지어 술에도 들어가기에 어디까지를 범주에 넣느냐는 나라마다 달라집니다. 그냥 탄산음료 위주로 때려잡는 나라도 있는 반면 우유나 주스, 술까지 설탕 들어간 마실건 다 과세 대상으로 잡는 나라도 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적었듯이 당분 = 설탕은 아니라서 보통은 꿀이나 과당같은 '당분' 전체를 규제하는 형태로 법을 만듭니다. '설탕에 세금을 매기면 꿀을 먹으면 될것을'같은 마리 앙트와네트가 피꺼솟하는 그런 생각은 씨알도 안 먹힙니다.
정리하면 설탕세라는 것은 좁게는 '당분 들어간 탄산음료 때려잡자', 조금 넓게는 '당분 들어간 시판되는 마실거 때려잡자'이며, 일반적으로는 시판되는 설탕 자체에 추가 세금을 물리거나 설탕 들어간 과자나 빵을 때려 잡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설탕세의 도입 필요성이자 반대로 한계이기도 하기에 일단 잘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 이거 처음이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설탕세 도입 시도가 처음은 아닙니다. 2020년부터 국회 차원에서 한 번 입법 시도를 했다 실패했고, 이후에도 의료계를 중심으로 설탕세 도입에 대한 의견이 꽤 나왔던 것은 사실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설탕세를 도입하고 있는 것도 나름 사실이기에 정말 뜬금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설탕세 도입을 저 때 못 했다는 것은 나름 그럴만한 이유, 즉 저항이 있었다는 이야기겠죠. 실제로 국회에서 저 입법 시도를 할 때 이미 다 연구를 한 것이 있습니다. 그 연구 보고서가 있기에 한 번 읽어 보시는 것이 좋은데, 내용이 복잡하거나 많은 것은 아닙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주 제 : 경제산업조사실 > 재정경제팀 > 간접세 분 류 :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
www.nars.go.kr
국회에서 조사한 바와 같이 '비만을 줄여 국민을 건강하게 하고 의료 재정 지출을 줄이자'는 설탕세 자체의 도입 취지 자체는 최소한 의료계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해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그 문제점 역시 이미 국회와 정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음료 가격이 올라서 물가에 부담을 주고, 달달한 음료, 특히 탄산음료는 돈 많이 버는 분들보다 돈 못 버는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다는 현실을 말입니다. 영국에서 홍차가 국민 음료가 된 것도 산업혁명 시기에 식민지에서 설탕이 싸게 들어오고 찻잎도 저렴해지면서 밥 먹을 돈도 없는 사람들이 설탕을 대신 퍼먹고, 그 설탕을 그냥 퍼먹기도 힘드니 홍차에 설탕 왕창 넣어 원샷을 때리고 일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 가난할수록 설탕 소비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나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셈입니다. 덤으로 '이거 엄한 데 쓰려고 뜯어내는 돈이지?'하는 의심에 대한 해명 필요성도 말입니다.
■ 2026년, 지금은 뭐가 달라졌나?
그러면 5년쯤 지난 지금, 세상은 달라졌을까요? 유감스럽게도 그 환경은 어떠한 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여기에서 설탕세 도입의 한계가 바로 드러납니다.
일단 설탕세 도입의 명분, 즉 비만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어 의료 재정 낭비를 줄이자는 것은 이미 과거부터 최소한 의료계에서는 공감을 산 부분이라 지금도 이 부분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즉 최소한의 명분 자체는 일단 과거나 지금이나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문제점 역시 달라진 것은 전혀 없습니다.

설탕세, 정확히는 '당분 들어간 음료'에 대한 과세의 한계는 꽤 명확하고 단순합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탄산음료와 주스만 마셔대서 살이 찐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설탕세는 음료에 대해서만 규정을 하지 설탕을 도배한 과자나 빵, 아이스크림, 심지어 설탕 그 자체인 사탕에 대해서도 규제하지 않습니다. 그냥 음료, 그 가운데서도 특히 탄산음료를 중심으로 두들겨 잡는 법입니다. 음료에 들어간 당, 특히 과당이 다이렉트로 혈당을 높이고 살로 간다는 점은 사실이긴 하지만 이것만 때려 잡아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사실 설탕세를 음료 이외에 부과하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기는 하지만 이건 뒤에서 다시 이야기를 하고...

생각보다 현대인이 음료를 통해 섭취하는 당분의 양은 많은 편은 아닙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의 전체 열량 가운데 순수한 첨가당 비율은 매년 통계마다 좀 변하기는 하지만 7~10% 정도입니다. 이 정도만 되어도 많은 거 아니냐 하시겠지만, 여기에서 다시 음료만 떼놓으면 다시 1/3 정도로 줄어듭니다. 정말 많이 잡아봐야 하루 열량의 3% 정도만 탄산음료, 캔커피, 주스, 에너지 드링크 등을 통해 섭취하는 것입니다. 의료의 관점에서는 순식간에 혈당을 높이는 이러한 음료의 첨가당이 좋지 않다는 것은 분명히 맞는 이야기입니다만, 최소한 사람들이 이러한 달달한 음료를 퍼마셔서 살이 쪘다고 하기에는 그 기여폭이 너무 작습니다. 차라리 고기 덜 먹고 쌀밥 덜 먹으라 하는게 효과적인데, 의사들이야 당연히 이런 말을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이건 또 저항이 심하다고 못하는게 정부와 국회입니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평균 통계라서 정말 사람에 따라서는 이 평균의 몇 배에 달하는 열량을 음료에 의존해 섭취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이러한 사람들일수록 경제력이 낮은, 즉 빈곤층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도 변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설탕세를 물리는 것은 빈곤층 가운데서도 탄산음료 선호도가 높은 청년층에 대한 부담만 더 늘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 문제는 설탕세를 도입했거나 도입한 대다수의 나라가 똑같이 겪었고 겪고 있으며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조차 안 나오는 부분입니다.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빈곤층을 더 빈곤하게 만드는 결과를 불러오는 참으로 눈물나는 이야기가 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단순히 가격이 오르는 것 이상으로 설탕세는 선택권을 박탈시킵니다. 설탕세는 기존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감미료를 넣은 것, 즉 제로 음료로 바꾸게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설탕이나 과당을 줄이고 그 자리에 감미료를 더한 저칼로리 버전으로 대체시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로 음료나 저칼로리 음료가 맛있던가요?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제로 음료의 주류 감미료인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은 그 특유의 감미료 맛을 속일 수 없으며 스테비오사이드(스테비아)도 특유의 이질감이 남습니다. 가장 이상적이며 최신 감미료라 칭송받는 알룰로스는 과당의 이성질체라 그나마 맛은 자연스럽지만, 원가 때문에 다른 감미료와 섞어 쓰다보니 이질감을 숨길 수 없습니다. 완전 제로 음료가 아닌 저칼로리 버전이라도 이 특유의 맛은 숨기지 못합니다.

소비자가 이러니 실제로 탄산음료나 주스를 만드는 음료 회사들은 더더욱 이 법을 결사 반대하지 않겠냐구요? 사실 이 부분은 꽤나 미묘합니다. 분명히 설탕세는 원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기는 하나 이로 인해 강제로 발생하게 되는 제로 음료 시장의 확대는 기회가 됩니다. 이게 무슨 개소리냐 하시겠지만, 제로 음료가 음료 회사들 입장에서는 더 이득입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주로 쓰이는 인공감미료의 가격을 보셔야 하는데...
| 1kg당 가격 | 설탕 대비 사용량 | 설탕 1kg 대비 가격 | |
| 아스파탐 | 40,000원 | 0.005 | 200원 |
| 수크랄로스 | 60,000원 | 0.0017 | 102원 |
| 에리스리톨 | 8,000원 | 1.4 | 11,200원 |
| 스테비오사이드 | 40,000원 | 0.005 | 200원 |
| 알룰로스 | 8,000원 | 1.4 | 11,200원 |
| 설탕(정백당) | 2,000원 | 1.0 | 2,000원 |
에리스리톨이나 알룰로스처럼 설탕 대비 비싼 것도 있으나 이것들은 많이 쓰이는게 아니며 현재 제로 음료의 주류는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스테비오사이드, 그리고 여기에 없는 아세설팜칼륨입니다. 참고로 아세설팜칼륨의 가격은 사용량 대비로 따지면 아스파탐의 절반 수준입니다.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스테비오사이드의 네 가지만 잘 조합해 써도 설탕 넣은 탄산음료 대비 훨씬 저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괜히 제로 음료가 떨이로 나오는게 아니며 그만큼 원가가 싸기 때문입니다. 이러니 음료 회사들은 겉으로는 툴툴대겠지만 이익을 생각하면 속으로는 그렇게 기분이 나빠하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저 설탕세를 음료에만 부과하는 이유가 됩니다. 이들 감미료의 대부분은 음료 이외의 분야에는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스파탐처럼 열을 가하면 단맛이 사라져버리는 것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감미료는 열을 가해 조리하는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마이야르 반응이나 캐러멜 반응을 일으키지 못합니다. 이게 가능한건 과당의 이성질체인 알룰로스뿐이며, 알룰로스가 나왔을 때 괜히 식품업계에서 '드디어 제대로 된 설탕 대체재가 나왔다'는 소리를 한게 아닙니다. 대체재도 없는데 세금을 물린다는건 엄청난 저항만 불러올 뿐이죠. 그나마 요즘은 음료 이외에 아이스크림이나 라면 등 일부 분야에서 감미료를 쓰기 시작하긴 했는데 아직 초보 단계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작고 반응도 딱히 좋지는 않습니다. 탄산 음료에서야 설탕 다 빼면 제로 칼로리가 맞지만, 라면 스프에서 설탕 대신 아스파탐 넣는다고 라면의 칼로리가 어디 가는건 아니니까요.
5년 전과 지금 상황은 사실상 딱 하나, 제로 음료 시장이 조금 더 커졌고 그에 따라서 음료 기업들의 저항이 상대적으로는 줄어들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 뿐입니다. 국민의 식생활이 평균적으로 다 탄산음료로 밥을 때우는 것으로 바뀌지도 않았으며 빈곤층이 매일 집에서 고기 구워서 먹을 정도로 생활이 편 것도 아닙니다. 그 제로 음료도 알룰로스가 겨우 극히 일부 쓰이기 시작했을 뿐 그 주류는 여전히 맛없고 싼 것들입니다. 그런데 왜 지금 다시 이걸 꺼내냐구요? 저 기사에 답이 다 있습니다.
'지방 공공의료 재원 마련'
예. 비만 치료제 가격을 내려주려는 것도, 빈곤층에게 고기 밥상이라도 꾸준히 제공하려는 것도 아니라 엉뚱하게 지방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설탕세를 도입하려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수 목적의 간접세는 반드시 그 목적에 맞춰서 써야 하는데 지방 공공의료는 이미 그 목적을 벗어난 것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설탕세를 걷으면 철저히 비만 관련이나 성인병 관련으로만 돈을 써야 합니다.
그럼에도 왜 이렇게 하는가... 이것도 간단합니다. 정부는 돈이 모자라고, 그렇다고 다른 보건 관련 예산을 빼서 공공의료 부분에 투입하면 의료계가 게거품을 물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설탕세를 걷어서 여기에 투입하면 정부는 정부 나름대로 지방 공공의료 강화라는 정책 실현을 할 수 있어 좋고, 의료계는 기존 밥그릇(예산)을 빼앗기지 않아도 됩니다. 속된 말로 지금의 설탕세 논의는 그냥 정부와 의료계가 손잡고 여기에 음료 기업들을 공범(마진 좋은 제로 음료 시장 강제 확대)으로 끌어들여 소비자, 특히 도시 청년과 저소득층의 뼛골을 뽑아서 지방 공공의료 확충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당연히 지방 공공의료 확충은 중요하며 필요하지만 적어도 없는 사람 주머니만 털어서 해야 할 일은 아닙니다.
정부도 바보는 아니라서 조심스럽게, 정말 조심스럽게 운을 떠보는 식으로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설탕세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가 아니라 '설탕세 도입에 대해 한 번 의견을 모아보자'로 한 것이 그렇습니다. 본격적으로 설탕세를 도입하겠다 하면 안 그래도 낮은 청년층 지지율이 더 떨어질테니 눈치를 보면서 본격적으로 발을 뗄지 간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길은 결코 쉽지 않을거라는 것이 제 의견인데, 소비자 입장에서 상황이 그리 변하지 않았음에도 대놓고 받은 세금을 다른 곳에 쓰겠다고 하는 짓을 사람들이 쉽게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명분이 있는건 맞아도 어디까지나 그건 명분이라고 대놓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대놓고 명분과 실제 목적이 따로 있다고 말하는 것을 순순히 따를 정도로 국민이 멍청하지는 않습니다. 설탕세를 만들고 싶거든 설탕세로 벌어들인 세금은 100% 비만과 성인병 관련으로만 투입한다고 약속해야 합니다.이래도 문제가 많은 세금이 설탕세인데 양두구육을 하면 씨알도 안 먹히죠.
'Adolf는 告한다(비평|시사) > 나라를 까자!(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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