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olf의 엉망진창 블로그

중립성 따윈 없는 여행/18禁/자동차/IT 제멋대로 1인 언론(?)

ゆるキャン△(캠핑|여행)

제천까지 가서 매운 오뎅을 먹고 오다

dolf 2023. 7. 10. 12:15

정치/시사도 이 블로그의 중요한 내용이지만, 사실 요즘 관심사는 이 쪽이 아니다보니 소프트한걸 최대한 올리고 싶은 것이 사실입니다.(그런데 왜 시사 포스팅은 조회수가 팍팍 오르는데, 다른건 안 오를까요.T_T_) 3연속으로 고속도로 가지고 울궈 먹었으니 이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야죠. 저 고속도로를 말아먹은 5살 아이보다도 못한 장관에게는 여전히 분노가 치밉니다만. 이 인간 때문에 동쪽이나 남쪽 가는 길이 편해질 가능성이 더 줄었으니까요. 하여간...


몇 년 전부터 유행하던 '빨간 오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통은 매운 국물에 담가 익힌 오뎅 아니면 여기에 더해 매운 소스까지 바른 오뎅을 생각하실 것입니다. 사실 제 집 근처 시장에도 있어서 열심히 애용(?)중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것의 원조가 부산도, 서울도 아닌 '제천'이라는 점은 의외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원조가 꼭 맛있다는 법이 없다는 것은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지난주부터 2주 정도는 어디 멀리 갈 큰 일정을 정해두지 않은 주말이라서 시간도 남는 김에 기차를 타고  오랜만에 제천에 갔다 왔습니다. 물론 명분이 저거고, 운전을 안 하면서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면서 좀 여유를 부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원래 일요일에 갈 생각이었는데 토요일 오전에 예정한 일이 좀 일찍 끝난데다 갑자기 제천 가는 자리가 나오길래 냉큼 일정을 바꿔버렸습니다. 일요일에 갔다면 집중호우의 한켠에 낄 뻔 했습니다.T_T


제천에도 빨간 오델을 취급하는 곳이 꽤 많고 약간씩 레시피가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 간 곳은 그 가운데 그나마 좀 더 지명도가 높은 제천중앙시장 옆에있는 제천빨간오뎅입니다. 이 집의 최대의 장점은 일찍 열고 늦게 닫는다는 점인데 오픈이 무려 9시!!! 폐점도 새벽 2시입니다. 즉 아침이건 밤참이건 언제든지 와서 먹을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장점인 셈입니다.

 

지도로만 보면 몇 블럭 되지만 제천 시내는 서울보다는 한 블럭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아서 버스로도 몇 정거장 안 되고, 날씨가 좀 선선하면 제천역이나 터미널에서 그냥 걸어서 갈만한 수준입니다. 터미널에서는 그냥 산책 정도로 갈만 하고, 역에서는 좀 빡세지만 다리가 튼튼하면 도전할만 하다... 정도의 거리입니다.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 거리입니다. 아, 사진 옆에 있는 메가박스는 '망했습니다.'T_T

지방 도시의 원도심은 주변에 무언가 새로 개발되는게 있다면 바로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제천 역시 원도심의 핵심인 여기 역시 조용한 편입니다. 제천 최대의 시장이라는 중앙시장도 조용~ 나름 씁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하여간...


이게 그 빨간 오뎅인데, 제천의 유명한 집들은 리뷰를 보면 꼬치를 안 쓰고 이렇게 나무 젓가락에 꽂아 주더군요. 3,000원에 6개라서 가성비가 많이 좋아 보이긴 하지만, 사실상 저 오뎅의 양이 반장 정도 수준이라 실제로 사각 어묵 한 장을 기준으로 값을 잡으면 1,000원에 1꼬치(0.5장 2꼬치)가 됩니다. 그 점에서는 폭리는 아니지만 저렴하다 까지 하기는 좀 어려운 보통 수준입니다.  밖에서 서서 먹으면 보통 생각하는 약간의 육수에 담가진 형태로 소스 발라 먹는 형태가 되지만, 안에서 먹으면 오델에 바로 소스를 바르고 파를 올려줍니다. 더워 죽겠는데 낭만이고 뭐고 없습니다. 그냥 안에서 선풍기 바람에 몸을 맡기고~

다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기대 이하였던 것이 맛의 차이입니다. 인기점이라 회전이 빠르다보니 매운 국물맛이 오뎅에 충분히 스며든 상태로 소스가 발라진게 아니라 조금 덜 불은 오뎅에 소스를 바른 상태로 나왔다는 것, 그리고 소스의 맛이 '떡볶이 국물'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떡볶이 국물 그 자체를 소스로 쓴건 아닌데, 맛에서 느껴지는 것이 영락없는 떡볶이 국물 + a입니다. 즉 그냥 오뎅에 떡볶이 국물 잘 묻혀 먹는 맛이 First Impact입니다. 어묵이 덜 불은 것은 이게 제 취향이라 마음에 들지만,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느낌의 맛을 기대했는데 떡볶이의 달달한 매운맛이라서 좀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튀김의 경우 3개에 2,000원인데 그냥 막 시키면 김말이, 고구마, 고추로 줍니다. 조금 튀김이 딱딱해서 불만이긴 했으나 정말 이도 안 들어갈 정도로 심하지는 않고, 간장이나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면 이 단점은 상쇄됩니다. 웬만하면 떢볶이와 같이 시키시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가성비를 따지면 점심용으로 시킨 우동이 더 좋았는데, 사실 이 자체도 그냥 오뎅국물에 우동면과 토핑 올린 것에 불과하여 특이하지는 않지만 4,000원이라는 가격이 모든걸 용서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분식집 우동에 그 이상의 퀄리티는 아무도 바라지 않으니까요. 저는 1인으로 먹어서 딱 이렇게만 먹었지만, 여럿이 가신다면 이것 말고도 일반 오뎅(물오뎅)과 반씩 섞어서 드셔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일단 1인분 단위로 나오는데, 일단 1,000원 단위로도 주문은 가능한 듯 합니다.

이렇게 번개처럼 갔다온 제천 오뎅 여행이 끝났습니다. 나라에서 도대체 어떻게 철도공사에 압박을 넣었는지 몰라도 가는 기차, 오는 기차 모두 냉방이 너무 약하여 땀을 찔끔찔끔 흘리며 왔다는 것이 그 이외의 불만 사항이긴 했습니다.

추신: 서울에서 기차로 제천을 가보고자 하시는 분을 위한 팁 하나...

중앙선이 안동까지 직선화/복선화 공사를 끝내버리면서 시간이 크게 단축되었습니다. KTX로는 1시간 남짓, 무궁화호로 빨리 가면 1시간 30분 전후면 갑니다. 30분에 6,000원 차이라서 굳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면 무궁화호가 '싸궁화호'의 명성을 자랑하면서 나름 시간도 벌어줍니다. 동서울-제천 고속버스보다도 싸고 빠릅니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 편차가 매우 큽니다. 시간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누구는 1시간 30분인데, 누구는 거의 2시간을 걸립니다. 심지어 등급이 무궁화호보다 높은 ITX-새마을이 무궁화호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사태도 벌어집니다. 이 사단이 나는 이유는 정차역 때문인데, 무궁화호도 정차역이 몇 개 안 되면(양평, 용문, 양동, 서원주, 제천) KTX 안 부럽게 갑니다. KTX와 비교해도 이 경우 용문과 양동만 안 설 뿐이고, 청량리-용문, 심하면 청량리-서원주까지는 선로 용량 부족 + 선로 속도 제한때문에 KTX나 무궁화호나 그게 그거가 될 정도입니다. 하지만 정말 완행열차 모드를 찍으면 ITX-새마을조차 2시간을 찍습니다. 그러기에 시간표를 잘 보고 표를 사야 똑같은 돈을 내고 덜 억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