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ゆるキャン△(캠핑|여행)

서울 난지캠핑장 - 멀리 안 가고 캠핑의 맛을 보려는 그대에게~

dolf 2023. 6. 26. 15:36

캠핑하면 매우 조용한 곳에서 별하늘을 보면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풀벌레 소리나 계곡 물소리를 친구삼아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만, 사실 모든 사람들이 캠핑을 이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많은 분들은 '텐트 치고 고기 구워 먹는 것'으로 캠핑을 인식합니다. 사실 이게 올바른 캠핑이냐 말은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즐기겠다는 분을 막을 수도 없고 막을 이유도 없습니다. 실제로 밖에서 자고 고기 구워먹는 것은 캠핑에서 중요한 내용이기도 하니까요.

시간이 없어서, 아이들이 있어서 멀리 캠핑을 못 가는 분들은 얼마든지 있으며, 이런 분들이 캠핑의 맛(?)을 보기 위해 대도시에도 캠핑장은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중랑캠핑숲이나 강동그린웨이 캠핑장같은 곳이 있지만, 규모면에서 최고는 역시 여기, 난지캠핑장입니다.


※ 아래의 사진들은 작년 12월 기준입니다. 왜 여름인 지금 사진이 없냐 하면... 너무 예약자가 많아서 올해는 예약을 못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T_T


 

■ 서울시설공단 난지캠핑장

- 사이트 수: 일반 83 사이트 / 프리 36 사이트 / 글램핑 5 사이트 / 캠프파이어 5 사이트 / 바비큐장 26 사이트
- 샤워장: 있음(유료)
- 개수대/화장실 온수: 일단은 나옴.
- 전기: 일반/글램핑 사이트: 제공, 프리/캠프파이어/바비큐: 미제공
- 매점: 있음(일단 웬만한 것은 있음)
- 사이트 타입: 일반: 쇄석(A/B/D존) / 데크(C존), 프리: 잔디, 글램핑: 데크, 기타: 맨땅
- 테이블: 바비큐 및 글램핑 제외 미제공
- 기타 사항: 장작 금지(캠프파이어존 제외. 나머지는 비밀리에...), 주차비 유료(시간당 요금.T_T)

 

난지캠핑장은 은근히 규모가 있습니다. 순수한 캠핑 사이트만 해도 120 사이트가 넘고, 여기에 당일치기를 위한 캠프파이어나 바비큐장까지 포함하면 전체 규모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서울시설공단 관할 캠핑장은 다들 똑같지만, 여기 역시 사이트 하나하나를 예약제로 받는 것이 아니라 A-D 존별로 예약을 받고, 이 안에서는 그냥 선착순입니다. 즉 먼저 줄 선 사람이 좋은 영지를 잡을 수 있습니다. 입구부터 일반 캠핑 영지(A/B 존)는 꽤 거리가 있는데, 카트가 없으면 정말 짐 내리기 힘들어집니다. 다행히 카트를 대여해주긴 하는데 이게 몇 개 없어서 한참 기다려야 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난지캠핑장은 다른 캠핑장과 다르게 그냥 '고기만 구워 먹자'는 사람들을 위한 바비큐존이 별도로 있습니다. 그냥 나무 테이블과 화로만 있는데, 숯과 고기, 필요한 경우 석쇠만 가져가면 '야외에서 고기 먹자'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사실 여기도 경쟁은 치열하지만, 비용이 캠핑 사이트보다는 훨씬 저렴한데다 시설이 그런대로 갖춰져 있어 그냥 고기만 쳐묵(?)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굳이 이것저것 장비를 싸 올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불멍만 할 수 있는 캠프파이어존도 있지만 이건 사진은 유감스럽게도 없습니다.

한강공원에 크게 만들어둔 곳이라 전체적으로 매우 평평하며, 영지 정리도 잘 되어 있습니다. 나무는 그냥 공원 수준으로 배치를 하여 숲에서 캠핑을 즐긴다는 느낌은 거의 받기 어려운 것이 아쉽지만, 대신 이렇게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만큼 텐트 설치 등이 매우 쉽습니다. 이동로도 블럭 또는 아스팔트로 포장이 그런대로 잘 되어 있습니다. 대신 블럭이 좀 울퉁불퉁해서 카트를 끌 때 좀 주의는 필요합니다만.

일반 캠핑 영지는 크게 A~D존까지 있습니다. C 존이 가장 크며 여기만 유일하게 데크 영지입니다. 나머지는 쇄석 영지이며 크기 차이만 납니다. 위 사진은 D 존이며 A/B존은 이 보다 작습니다. 즉 일반 쇄석 영지 캠핑은 D 존이 최선이나,(입구에서 거리도 가장 가깝습니다.) 이게 얼마 안 되기에 현실적으로는 A/B 존을 잡는 것이 그나마 예약이 병아리 눈물만큼은 쉬워집니다.

아예 영지를 딱 정해 놓은 캠핑존 이외에도 유럽이나 일본식 자유 캠핑존도 있습니다. 공공 캠핑장에서는 좀 드문 잔디 캠핑장인데, 여기는 전기는 안 들어오기에 전기 장치가 정말 눈에 선한 여름 캠핑에는 좀 불리하지만, 석유 난로만 있으면 대충 어떻게든 해결이 되는 겨울 캠핑에는 은근히 인기가 있습니다. 석유 난로는 허용하기에 이 부분은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글램핑장도 몇 개 안 되지만 있습니다. 물론 글램핑이라고 써 놨지만 그렇다고 무슨 냉난방 완비에 식기류나 침구까지 싹 있을거라 생각하시면 안 되고, 텐트 없는 분들이 캠핑을 좀 덜 춥게 할 수 있구나... 정도라 보시면 됩니다.

위에 적은 바와 같이 일반 영지는 쇄석으로 되어 있어 어느 정도 물빠짐이 좋습니다. 쇄석 영지의 약점은 돌 때문에 조금 울퉁불퉁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여기는 평탄화가 그런대로 잘 되어 있어 매트만 적당히 잘 깔면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사진을 찍을 당시에 12월이라 전기 난방을 했음에도 살짝~ 얼어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는 점은 지금에 와서 적습니다. 밥도 안 해먹을 생각이라서(그냥 외식) 귀찮아서 셸터도 안 치고 버텼더니 정말 K2 안고 동계에 자는 느낌이었습니다. 일단 전기는 충분히 줍니다.

서울 한 복판에, 돈 있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캠핑장이기에 부대시설도 꽤 좋습니다. 화장실은 한강공원 수준으로 관리를 하고 있고(실제로 난지캠핑장도 한강공원의 일부로 봅니다.), 캠핑장에 딱 하나 있는 매점은 규모가 은근히 있어 웬만한 식료품과 캠핑 용품을 취급합니다. 가격이야 조금 비싸지만, 그냥 편의점 수준으로 생각하면 비싼 것도 아닙니다. 이 매점은 프리캠핑존이나 A/B 존에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입니다. 겨울에 그런대로 온수도 나오니 손이 땡땡 얼지도 않구요.

■ 총평

난지캠핑장의 입지는 그야말로 서울 거주민에게 있어서는 최적입니다. 아무리 서울 도로가 막힌다 한들 1시간 전후면 올 수 있는 거리이며, 길이 덜 막히는 시간이면 훨씬 짧은 시간에 올 수 있습니다. 서울 동쪽 끝에서 와야 하는 저도 25분이 걸렸습니다. 정말 가볍게 왔다 가볍게 정리하고 나올 수 있는 곳입니다. 그만큼 이동에 대한 부담이 적습니다.

또한 서울 안에 있는 만큼 매점이 아닌 가까운 대형마트나 수퍼마켓에서 장을 봐서 가는 것도 가능하니 뭔가를 잊어도 정말 부담이 없습니다. 서울 한복판이라 별빛, 물빛, 새소리는 그리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냥 야외에서 고기를 화르르 구워먹으며 하룻밤 자고 오기는 정말 좋은 위치입니다.

그러면 이 캠핑장은 서울시민에게는 완벽한 캠핑장일까요? 절~~대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이 캠핑장은 '야외에서 고기 구워 먹고 그냥 밖에서 자고 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만족할 뿐 그 이상을 만족하지 못합니다. 왜그러냐 하면...

이 사진에서 저기 앞에 가로등과 가림막이 되어 있는 곳이 있습니다. 저게 무엇일까요? 예. '강변북로'입니다. 강변북로는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통행량을 자랑하는 도로이며 이건 새벽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렇게 강변북로가 가까운데 그 소리가 여기까지 안 들릴까요? 당연히 적지 않게 들립니다. 예. 조용하게 자길 원하는 분들이면 상당히 NG인 곳이 됩니다. 단순히 별빛이 안 보이고 새소리를 못 듣는 차원을 넘어서 전혀 원치 않는 자동차의 풍절음과 타이어 소리를 들으며 자야 합니다. 쉬운 야영을 위해 잠의 품질을 희생해야만 하는 곳이 이 난지캠핑장입니다.

주차 문제 역시 걸림돌입니다. 일반적인 캠핑장은 별도의 주차 요금을 받지 않거나 저렴한 금액을 일괄 청구하지만, 한강공원의 일부인 난지캠핑장의 주차장은 그냥 한강공원의 주차비를 그대로 받습니다. 즉 야영을 하게 되면 진짜 하루종일 요금이 나오는 셈입니다. 그나마 1박 요금만 나오면 다행이지만 주차비는 기본적으로 24시를 넘으면 리셋이 되기에 오후 일찍 들어와 오전 늦게 나가면 거의 2박 수준의 주차요금이 나옵니다. 50% 주차비 할인을 받는 경차나 친환경차면 좀 낫지만 이게 아니면 정말 주차비가 캠핑장 비용만큼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숨은 비용이 있기에 이 부분까지 고려하여 총 예산을 잡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