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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lf는 告한다(비평|시사)

[옛글] 우리는 세금을 왜 내는가?(2004/6/24)

dolf 2023. 5. 25. 12:26

우리는 왜 세금을 낼까? 국가의 땅을 딛고 사는 댓가일까? 그렇다고 보기엔 문제가 많다. 그런 개념이라면 외국인 관광객들도 입국 일수에 따라 세금을 내야하니까.(뭐 관광객이 이득을 많이 주니 이 세금을 면제한다는 발상이면 할 말은 없다.) 그 보다는 '안전보장' 비용이 아닐까 한다. 쉽게 말해 군대를 유지하고 경찰을 유지해서 내 목숨 지켜주는 값이다. 이것 말고도 복지, 인프라도 내 목숨을 지켜주는 좋은 수단이다.

그럼 국가, 정확히 말하면 국가라는 정체 불명(?)의 개념을 유지하고 실제 운영을 맡는 '정부'라는 넘은 이 세금을 어떻게 써야 하나? 당연히 돈을 낸 국민의 목숨을 지키는데 써야 한다. 국민의 목숨을 버리는데 쓰면, 쉽게 말해 정부가 국민을 배신하면 곤란하다.

물론 이건 이론적인 일이고 실제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부란건 소수의 사람(국민 전체에 비해)이 운영하는 조직이고 그 소수가 개인의 이득을 위해 딴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국민을 배신한다. 역사를 보면 정부가 국민을 팔아먹고 정부가 무고한 국민을 잡아 죽이는 일이 잔뜩 있다. 100년도 안된 대한민국 역사에도 이런 붉은색 글자가 잔뜩 적혀 있다. 광주학살, 4.3 사태, 박통 집권시 수 많은 간첩 조작 사건... 정부가 스스로의 이득을 위해 세금을 낸 무고한 국민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셀 수 없이 많은게 현실이다.




이라크 파병 문제, 그리고 사람이 죽는 문제에서 정부가 시민을 배신(?)하거나 돈을 받은 만큼 역할을 못했다는 의심을 받기 충분하다. 왜 그런가?

1. '국익'이라는 정체 불명의 단어가 가장 큰 문제다. 도대체 이 국익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아무도 밝힌 적이 없다. '미국과의 우호 강화', '이라크 경제 개발 참여', '북핵 문제 해결'... 뭐 이런 문제를 대고 있는데 이게 어딜 봐서 구체적인가? 전부 '그럴지도 모른다' 식의 불분명한 것일 뿐 구체적인게 전무하다.

국민을 설득하고 싶으면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해라. '이라크 경제 개발로 최소한 x조원을 벌어들이고 일자리 x십만개를 만든다.', '이라크에 파병하면 북한이 핵 개발을 안하기로 약속했다', '파병하면 미국이 6개월동안 관세를 3% 내려주기로 했다'... 뭐 이정도로 구체적으로 말해주길 바라진 않지만 두리뭉실하게, 갖다 붙이면 뭐든 다 되는 식의 '국익'이라는 것을 말하면 곤란하다. 아무리 더러운 구실이라도 구체적인 자료가 있고 그게 국민에게 구체적인 이득이 되면 너도 나도 찬성할거다. 월남전은 미국이 돈이나 줬지만(사람 목숨값과 비교하면 남는 장사인지는 의문이지만) 이번건은 그런 확증이 없다. 파병 반대론자들이 다 완벽한 인본주의자라 반대하는줄 아나? 주판알 튕겨보니 이득이 없고 손해라 반대하는거다.

그리고 국민을 속이지 마라. 지금까지 진행 과정을 보면 긍정적으로 '...할지도 모른다'의 대부분을 배신당했다. 북핵 문제는 두 고집쟁이(북한 & 미국)들이 서로 일을 망치고 있고 파병을 한다고 했어도 미군을 빼가버렸다. 이라크 건설은 체니와 그의 일당들이 다 차지했고 오히려 현대는 미국의 압력으로 돈을 떼일 처지다. 이라크 석유를 싸게 준다는 약속은 전혀 받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돈은 돈대로 나간다.(주둔비용 + 복구비용 + 국민의 목숨이 위협받는 보이지 않는 비용) 국민을 위해 국가가 존재하는거지 국가 그 자체를 위해 국민이 손해를 보면 안되는거다. 이런 손해 보는 장사를 국가가 나서서 하는게 안다.

2. 국민의 목숨 보호에 너무 소홀하다. 평범한 국민이라도 파병한다고 전 세계에 떠벌리면 이라크의 과격주의자들이 뭔 짓을 저지를거라는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정부가 저지른 일이니까 무고한 국민이 죽거나 다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이라크 사태 이후 제대로 국민 보호를 한 적이 있었나? 맨날 정보 수집은 늦고 정보 공개는 생각치 않고 숨기기에 바쁘기만 한게 아닌가?

저 쪽도 한번 맛을 들였으니 우리 정부가 계속 배짱으로 나오면 계속 국민을 인질로 잡을 것이다. 그래도 똑같이 숨기고 배짱을 부려 목숨을 날릴 것인가? 돈 몇억 쥐어주면 모든게 해결된다고 생각하나? 사람의 목숨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넘이다. 그리고 그 돈은 목숨을 보호받아야 할 다른 국민의 피같은 돈이다. 난리를 쳤으면 국민의 목숨을 위험하게나 만들지 말란 말이다. 충분히 위험하게 만들고 나서 '미안합니다. 대신 돈 좀 줄께' 하면 책임이 사라지냐?

3. 이라크 국민은 적이 아니다. 불행한 사건 이후 '이라크 국민을 쓸어버리자' 식의 반응이 적지 않다. 사건을 저지른 자들만 골라서 응징하자고 하는건 충분히 이해가 된다.(물론 응징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이런식의 전법은 65만 전 병력을 동원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범한 이라크 국민을 적으로 보는 일만은 피해야 한다.

대부분의 전쟁과 만행은 정부와 정치인, 언론인, 군인과 경찰, 그리고 관변단체의 손으로 일어난다. 전쟁의 방아쇠를 당기는건 정부와 정치인, 방아쇠를 당기도록 부추기는건 언론, 당겨진 방아쇠를 만행에 쓰는건 군인, 경찰, 관변단체(린치를 저지르는 넘들)다. 증오해야 할 넘들은 이넘들이다. 그 이외의 국민들은 책임을 물을 정도는 아니다. 물론 전쟁이 일어나도록 호응을 한 죄는 깊이 반성해야 하지만 다른 나라 국민이 평범한 사람을 응징할 권리는 없다.

예를 들자. 뽕맞은 미군 'Jack'이 우리나라 사람을 칼로 찔렀다고 하자. 이 때 책임을 누가 져야 하나? 당연히 Jack과 상사인 'Michael', 좀 심하면 사령관 'John'이 져야 한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수퍼를 운영하고 군대는 전혀 가지 않은 평범한 애아빠인 'Jason'에게 물으면 어떻게 될까? Jason은 Jack이란 넘을 아예 모른다. 심지어 칼로 우리나라 사람을 찌른지도 모르고 있을거다. 그래도 책임을 물어 패죽여야 할까? 이건 아니다.

프랑스의 개새끼 엄마(?)가 우리나라 사람이 보신탕을 먹는 것에 욕을 했다. 무지무지 열받는 일이다. '너나 잘해'라고 편지라도 보내고 싶어진다. 그런데 그 편지를 개새끼 엄마가 아닌 우리나라에 출장온 영업맨인 'Peter'에게 보내는게 옳은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이 점에서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이라크의 나쁜 자식들은 그래서 복수를 당해도 싸다.(하려고 했으면 우리나라 외교통상부 장관(예를 들어)을 했어야 했다. 그러면 그나마 논리라도 선다. 나쁜 넘인건 변함이 없어도 덜 나쁜 넘은 된다.) 하지만 우리가 그 복수를 저 테러 조직이 아닌 이라크 민간인에게 하는건 우리도 저 넘들과 똑같은 나쁜넘(오히려 더 나쁜 넘)이라는 소리밖에 안된다. 같이 피흘리고 공멸하는 개지랄(?)만은 하지 말자.

조금 글이 난잡해졌는데 정리해보자.

1. 정부는 파병의 주판알을 다시 튕겨라. '국익'이라는 버블 경제와 이중 장부를 원하는게 아니라 정확한 장부로 계산해라. 그 장부가 진짜 모든 국민(정부 자체 또는 몇몇 부유층, 기업인이 아닌 대부분의 일반인 말이다)에게 큰 이득이 있다면 파병을 해라. 하지만 지금 사태로 봤을 때는 과거 대차대조표가 적자로 나타났고 기대 수익도 거품이 너무 많다.

2. '이라크 테러조직'과 '이라크인'을 동일시하지 마라. 민간인 대상 테러는 용서 받지 못할 일이지만 그것을 핑계로 다시 민간인을 공격하는건 더 악랄한 일이다. 우리가 박살내고 증오해야 할 넘들은 테러 조직과 그 구성원일 뿐이다.

3. 정부는 국민을 지켜라. 죽은 다음에 '미안해요, 보상금 듬뿍 줄께요'로 때울 생각은 하지 마라. 당신들의 그런 행동이 미래의 대통령을 죽이고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평범한 국민이 목숨을 잃도록 방치하는 정부는 뒤집혀도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