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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이야기] 과거가 그립다면 가 보라, 온양온천 신정관(2024/1/29 업데이트)

dolf 2023. 12. 1. 10:05

 

경기가 안 좋으면 맨날 튀어 나오는 것이 '레트로'입니다. 아름다운 과거를 회상하면서 추억팔이(?)를 하는 것이 잘 먹히죠. 이 시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나름 새로운 컨텐츠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레트로가 늘 좋은건 아닌게, 정말 나라가 고꾸라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과거의 물건이나 서비스가 현재보다 좋기는 어렵습니다. 시설은 좋아지고 서비스 방식도 발전하죠. 그래서 레트로는 불편함을 어느 정도 강요하며, 이 불편함을 감수할 수 없다면 레트로는 결코 좋은 것 만은 아닙니다.

 

하여간... 이제 12월도 되었겠다, 따뜻한 것을 찾는 시즌이 본격 도래했습니다. 아, 커피는 얼죽아라구요? 뭐 아이스도 나쁘지는 않은데 커피는 따뜻하게 마셔야쥬.^^ 다시 또 하여간... 따뜻한 것의 대표는 역시 '온천' 아니겠는지요? 따뜻한 물에 폭~ 담그고 있으면 한 주의 피로가 서서히 가시고, 노천탕이라도 있으면 추운 머리와 따뜻한 몸의 더블 효과가 끝내줍니다. 코로나가 뭐 그냥 감기(?)로 전락하여 이제 관심사도 아니게 된 지금, 과거 몇 년처럼 목욕탕과 거리를 둘 필요도 이제는 없겠죠.

 

이 온천들도 시설에 따라서 낡거나 새것이거나 하는 차이는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요즘 온천들은 어느 정도 패턴은 있습니다. 서서 쓰는 샤워기와 앉아서 쓰는 샤워기, 온도에 따라서 2개 이상 운영하는 온탕(열탕), 사우나, 그리고 마시지탕 등이 있죠. 하지만 1970~80년대 목욕탕에는... 그딴 거 없었죠. 냉탕 하나와 온탕 하나에 그냥 수도꼭지에 물 받아서 바가기로 물 끼얹기를 했죠. 제가 어릴 적 다니던 그 목욕탕... 건물은 아직 있는데 수 십년 전에 폐업해서 그냥 상가가 되었습니다.ㅇ

 

요즘은 동네 목욕탕도 이런 레트로함은 없습니다만, 진짜 그 레트로한 목욕탕을 지금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주요 온천가인 온양온천 한가운데 말입니다. 그게 저 신정관입니다.

 

보통 온양온천하면 저 지도에 나오는 신천탕하고 온양온천이라고 써 있는 온양관광호텔로 많이 갑니다만, 저 주변으로 온천수 목욕탕은 꽤 많습니다. 좀 마이너한 목욕탕 가운데 나름 키치한 감성을 갖고 있는 곳이 저기 신정관입니다. 먼저 지금 시절에 나올 수 있는 목욕비가 아닌 정말 이래도 될 정도인가 할 정도로 저렴합니다.

 

문제는 그 시설도 정말 저 돈을 받는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들어가면 좁은 탈의실에 낡은 라커, 동전 넣고 쓰는 구형 드라이어(지금은 돈은 안 넣습니다만)가 있습니다. 수건도 유료라서 돈을 더 내기 싫으면 수건이고 세제고 다 들고 가셔야 합니다.

 

욕탕에 들어가면 온탕 하나와 작은 냉탕 하나, 그리고 앉을 자리 몇 곳이 전부입니다. 샤워기가 전무한건 아니지만 얼마 없습니다. 보통은 바가기에 물을 받아서 씻어야 합니다. 또한 온양온천답게 기본 수온은 높아서 젊은 분들은 좀 뜨겁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것도 좀 낮아졌네 하지만 여전히 다른 목욕탕의 열탕 수준에 가까운 온도입니다.

 

이러다보니 대부분 오시는 분들은 할아버지 아니면 할머니입니다만, 일단 물 자체는 온천 원탕이라서 나쁘지는 않습니다. 불편하지만 나름 레트로한 감성을 원하신다면 한 번은 가볼만 합니다.

 

 

덤으로 길 건너편이 온천시장인데, 여기 반대편 입구에는 족욕장이 있는데, 시장에서 땅을 파니 온천이 나와버렸다... 그래서 만들어둔 것입니다. 시장이 큰 편은 아닙니다만, 함께 관광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온양온천은 지하철로도 힘들게(?) 갈 수 있는데다, 귀찮은게 싫다면 장항선 기차를 타도 갈 수 있어서 차가 없어도 가볼만 합니다.

 

 

업데이트: 2024년에도 신정관은 여전히 끝내주는 가성비를 자랑합니다. 목욕비가 4,000원으로 인상되기는 했지만 대도시에 4,000원짜리 목욕탕 보셨는지요?

 

아, 그리고 가끔 신정관의 온천 로고가 현재의 온천 로고가 아닌 과거 로고(지금의 목욕탕 표기)를 쓰고 있어서 여기가 온천이 아닌 그냥 목욕탕(즉 수돗물)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 계신데, 그건 저기가 그냥 간판을 안 바꾼 것 뿐이고 신정관도 한국온천협회에 가입되어 있는 리얼 온천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