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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어라?어라! - 의욕이 앞서 언밸런스한 라면을 만들다

dolf 2024. 3. 29. 07:11

신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에 대한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습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압박도 있지만 스스로도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인데, 정말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명작(비빔면이나 불닭볶음면같은)도 나오지만, 대다수는 그냥 묻힙니다. '새로운 것 =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라면도 유행이라는 것이 있어서 한 때 매우 잘 팔리던 것이 나중에는 정말 그저 그렇게만 팔리는 경우도 많지만 아예 유행조차 못 만들고 사라지는 것이 그 보다는 더 많습니다. 딱 이렇게 작은 붐 조차 일으키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 가운데는 '개발진이 그냥 새로움에 대한 집착만 갖고 만들었구나' 하고 바로 느껴지는 것이 있는데, 이번에 먹어본 라면이 딱 이렇습니다. 한 번 캠핑 가서 포스팅 세 개 날로 먹는 마지막 글, 라면 이야기입니다.^^


생긴건 이렇게 생겼습니다.

 

사실 네이밍 센스도 좀 그렇긴 합니다만, 이 라면은 일단 '어묵 라면'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습니다. 일단 여러분께서는 머리 속에 '어묵 라면'이라 할 때 어떠한 이미지가 드는지 한 번 정리를 해보셔야 합니다. 그래야 이 라면의 특징과 문제점이 보이게 됩니다. 일단 포장에 '시원한 국물'이라고 써 있는데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라면은 코펠 속에 끓고 있는데~

 

강염버너를 동원하여 충분한 화력으로 확 끓여봅니다. 일단 국물 색상이 스낵면을 보는 듯한 흰색(사실 누런색이지만 빨간것만 아니면 다 흰 국물이라 하니)입니다. 여기에 건조 어묵 몇 조각과 파조각, 당근 등이 들어갑니다. 사실 건더기를 기대하고 드시면 영 아닐 것입니다. 저도 그건 기대하지 않았으니... 맛을 함 보죠.

 

...

 

'그냥 어묵 국물맛'입니다.

 

예. 보통 '어묵 라면'하면 붉은 매운 라면에 어묵을 썰어 넣어 끓인 라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 라면은 그게 아닙니다. '어묵 국물에 끓인 라면'입니다. 일반적인 어묵 국물보다는 고추를 썰어 넣은 듯한 칼칼한 매운 맛이 올라옵니다. 어묵 국물은 인스턴트로도 이미 어느 정도 나와 있기에 재현도는 무난하며, 일반적인 오뎅 국물보다는 확실히 칼칼하기에 이 부분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일단 국물을 떠먹기엔 무난합니다. 하지만...

 

면이 맛이 없습니다. 면을 잘못 만든 것은 아니며 면은 남자라면 등에 쓰는 것과 같은 타입의 면입니다. 이 면과 국물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라면의 유탕면과 이 오뎅 국물 스타일의 국물이 서로 따로 놉니다. 그러다보니 라면 면을 먹어도 딱히 맛있다는, 뭔가 임팩트가 있다는 느낌이 안 들고 뭔가 오뎅 국물이 묻은 밀가루 면을 먹는 느낌이 납니다. 단순히 '맛 없다'라는 차원이 아니라 '아무런 인상이 안 남는다'에 가까운 맛입니다.

 

일반적인 어묵 라면이 신라면이나 진라면, 열라면같은 붉은 국물을 쓰는 것은 매운 맛이 좀 느끼한 어묵 맛을 잡아 준다는 것도 있지만, 일단 붉은 국물이 면의 맛을 살려준다는 것입니다. 이 라면은 어묵의 느낌함을 잡는다고 칼칼함은 추가했지만 어디까지나 국물의 퀄리티가 개선된 것이지 그것이 면의 맛을 살려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면 맛이 인상이 없고 이건 오뎅을 더 썰어 추가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그냥 오뎅탕 끓일 때 국물용으로 쓸 목적으로나 가치가 있습니다.

 

개발진들은 나름 새로운 라면을 만들겠다고 노력을 했겠지만 그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어묵 국물이 라면의 유탕면과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건 때를 잘못 만나서 유행을 못 한다는 문제가 아니라 세월이 몇 번 돌아도 이 맛에 끌려서 붐이 생기는 일은 없을 그런 맛입니다. '라면'은 면으로서 먹었을 때 일단 맛이 있어야 합니다. 그걸 잊어서는 아무것도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