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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 보는 대한뉴스(23) - 끝 없는 시련의 철도, 정선선

dolf 2024. 4. 12. 12:03

쓸 것이 없으면 등장하는 그 글, 대한뉴스가 또 돌아 왔습니다. 오늘은 다시 기차 이야기를 해보고자 하는데, 철도청 시절부터 현재의 코레일 시절까지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죽이지 못하는 시련의 철도 노선 이야기입니다. 이전에 교외선과 진삼선 이야기를 하면서 산업 발전기에 열심히 만들었던 철도망을 열심히 지워버린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한 번 복습을 하고 넘어가 보죠.^^

 

 

되짚어 보는 대한뉴스(6) - 기차가 가지 않아 슬픈 기찻길, 교외선

195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즉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이 한참 이뤄지던 시절에는 대한민국 국토는 10년이 우습게 휙휙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그 10년이 우습게 휙휙 쇠퇴한 것도 있었죠. 지방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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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 보는 대한뉴스(18) - 삼천포로 빠질 수 없는 진삼선 이야기

철도의 왕국, 일본도 지금 시골의 인구 감소로 인하여 지방 철도의 폐선을 끊임 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철도를 민영화(JR)할 당시부터 폐선할 것은 폐선하고, 지자체로 떠넘길 것은 떠넘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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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대폐선시대에도 정부가 죽이지 못한 깡시골 로컬 철도 노선이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영업계수 1260(영업계수는 수익 대비 노선 운영에 드는 비용을 말하며, 1260은 100원의 수익을 위해 1260원의 비용 지출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이라는 국내 최악의 적자 노선. 당연히 정부와 코레일은 없애고 싶어서 안달이 날법 하지만, 여러 불운에도 불사조처럼 살아났던 노선. 바로 국내 유일의 '관광열차 전용 노선'인 정선선 이야기입니다.


 

 

정선선, 법적인 명칭은 '태백선 정선선'인 이 노선은(철도 가운데 지선으로 분류되는 것은 본선 이름을 먼저 적고 지선명이 들어갑니다.) 저 대한뉴스에 나온 바와 같이 처음에는 '산업철도' 목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정선군 남쪽에 있는 고한이나 사북처럼 유명한 네임드 탄광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선선 연선에도 탄광은 많았습니다. 이걸 캐서 운반할 목적으로 1962년에 첫 삽을 떠  저 대한뉴스가 나올 때인 1967년에 1단계 구간인 민둥산역(당시는 증산역)~정선역 구간을 개통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계속 찔끔찔끔 북쪽으로 연장을 하여 1974년에 구절리역까지 전 구간을 개통시킵니다.

 

당시로서는 석탄을 캐서 도시에 공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만큼 정선선은 매우 중요한 취급을 받았습니다. 1980년대 초반까지는 말이죠. 하지만 가정의 난방용 연료가 서서히 석유 중심으로 바뀌고, 88 서울 올림픽을 대비하여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연탄 사용을 줄이기 위해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이 나오면서 정선선은 그야말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합니다. 석탄을 안 나르는 정선선은 그냥 깡 시골 로컬 철도에 불과했으니까요. 같은 신세였던 가은선은 폐선, 가은선의 모체였던 문경선 역시 동결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정선선은 살아 남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이유는 이 지도 한 장이 설명합니다.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또 산!!!!!

 

예. 오직 산 뿐인 이 동네, 도로망도 제대로 되어 있을 리 없습니다. 민둥산-정선읍내까지는 59번 국도, 이후 아우라지까지는 42번 국도가 갑니다만 그 있는대로 개량을 한 지금도 선형이 나쁩니다. 이러니 정선군 안에서 이동을 할 때 도로보다 철도가 더 빠르고 편할 지경입니다. 정선군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 정선선은 그야말로 생명줄과 같고, 도로로 대체하는 그 자체가 여러모로 힘들었습니다. 국가가 소유하는 철도는 아무리 적자가 난다 한들 도로로 대체가 힘들면 적자를 감수하고 유지를 해야만 합니다. 이런 이유로 정선선은 그 대폐선시대에도 살아 남았습니다. 가장 끝의 구절리역 구간은 2004년에 영업을 중단하고 이 구간을 레일바이크로 개조하여 지금은 아우라지역(여량역) 구간까지로 실제 운영 구간이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지역의 로컬 철도와 비교가 안 되는 오지 노선이라서(비슷하게 비교될 곳은 분천-철암 구간 영동선 밖에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최대한 돈을 안 쓰려고 노력(?)한 결과 철도 안전의 기본인 폐색조차 그야말로 일제시대부터 내려온 통표 폐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선역 이북 한정이며, 정선선 자체가 워낙 기차가 안 다녀서 이래도 아무런 안전 문제가 없기는 합니다만.

 

안 그래도 인구가 적은 동네에 탄광까지 망하면서 인구가 사라진 만큼 수요 자체가 매우 적었고, 그래서 있는대로 퇴역 직전인 열차가 이 구간에 동원되었습니다. 그 '비둘기호'가 무려 2000년까지 살아 남아서 비둘기호의 마지막을 함께 했고, 이후 통일호로 승격하여 운행하다 통일호도 사라지자 또 다시 무궁화호를 투입하여 굴렸습니다. 심하면 기관차 한 량에 객차 한 량, 발전차 한 량이 붙는 나름 엽기성 조합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2015년에 코레일에 관광열차 붐이 불 때 서울에서 출발하는 '정선아리랑열차', 일명 'A-Train'을 운영하면서 일반 열차 운영을 완전히 중단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관광열차 전용 노선이 된 것입니다. 물론 정선 내부의 여객 목적도 없는 것은 아니라서 정선군 주민이 정선선 구간만 이용할 경우 관광열차 가격이 아닌 일반적인 무궁화호 수준 요금만 내면 되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정선으로 갈 때 한 번, 이후 낮에 정선군민 여객 목적으로 민둥산역까지만 갔다 다시 아우라지로 돌아와 관광객들을 태우고 서울로 올라가는 식으로 운영했으나 이후에는 이 중간의 민둥산 셔틀은 폐지되었습니다. 정선 계곡 구경, 그리고 정선 5일장에 나오는 나물 등 특산물 구매를 위해 나름 관광객은 있어서 관광열차로서의 명맥은 지금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선선은 은근히 운행 중단의 역사가 깁니다. 돈이 안 되어 운행을 멈춘 것이 아니라 재해 때문입니다. 위의 지도를 보셔도 바로 알 수 있듯이 정선선 구간은 깎아지른 절벽들로 이뤄진 구간이라 태풍이 불면 낙석이나 다리 끊김, 선로 붕괴 등 별의 별 문제가 다 터집니다. 몇 년에 한 번은 태풍으로 짧으면 며칠, 길면 몇 달동안 운행중단이 발생하는 것은 일상다반사일 정도입니다.

 

좀 긴 운행 중단 역사도 한두번이 아닌데, 2002년에는 태풍 루사의 습격으로 아우라지-구절리 구간의 운행이 멈췄고, 이 김에 아예 정선선을 폐선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아예 신선급 스펙으로 2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복구공사를 벌였습니다. 직후 바로 이 구간은 사실상 폐선(레일바이크)되긴 했습니다만. 2016년에는 정선읍 북쪽에 도로 공사를 한다고 6개월간 운행 중단을 했고, 비슷한 이유로 2021년에도 59번 국도의 확장을 이유로 1년 가까이 전 노선을 폐쇄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관광열차들이 싹 운행 중단을 할 때도 함께 운행 중단을 하여 민둥산을 뺀 나머지 역들은 전부 사실상 폐쇄에 들어갔습니다.

뭔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는지...(사진 출처: 강원도민일보)

 

그렇게 2022년 6월에 다시 운행을 재개하나 했던 정선선... 지금도 폐쇄중입니다. 올해 초에 날이 풀리면서 벌어곡역 북쪽에서 낙석 사고가 벌어져 선로가 손상되었는데, 아직 복구를 안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정선아리랑열차는 민둥산역까지만 운행하고 이후에는 관광버스를 굴리는데, 정선선 없는 정선선 관광열차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직 복구 계획은 없지만 적어도 폐선 이야기도 나오지는 않고 있어서 언젠가 복구는 하긴 할 것입니다. 참 죽지도 않고 끈질긴 이름, 그것이 정선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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