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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내원야영장 - 태풍의 망령이 덮쳐도 캠핑은 계속된다

dolf 2024. 9. 23. 18:02

아... 대한민국 사는 모든 분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드디어 그 지겨운 9월 폭염이 끝났습니다. 상하이를 덮치고 망령이 되어서도 한반도를 습격해야 한다는 어떤 태풍 덕분에 주말이 폭우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어쨌거나 이제 제대로 된 가을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기쁘게도 리얼 본격적인 캠핑 시즌이 열렸습니다.

 

그러니 캠핑을 가야 하는 것은 숙명입니다. 그런데... 위에 태풍의 망령이 한반도를 덮친다고 하지 않았나요? 예. 올해도 캠핑 때 비를 부르는 체질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런데...

 

I Ain't Worried~(이번에는 라이브 버전으로~)

 

이 노래를 부를... 것 같았죠? 그게 아니랍니다.

 

빗물이 흐르고 내 눈물도 흐르고 잃어버린 첫사랑은... 안 흐릅니다.

 

그 슬픈(?) 캠핑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위와 같은 환경이라도 걱정을 해야만 했고 걱정을 했던 캠핑이었답니다.

 

 

■ 국립공원공단 지리산 내원야영장

- 사이트 수: 일반 8개, 산막형 하우스 20동, 나무집 하우스 6동, 카라반 2동
- 샤워장: 있음(유료.)
- 개수대/화장실 온수: 나오기는 나오지만 용량이 작음
- 전기: 있음(유료)
- 매점: 수km 이내에 없음(최소한 시천면까지 나가야 함)
- 사이트 타입: 데크
- 테이블: 있음(목재)
- 기타: 무선 인터넷 제공

 

부카니스탄, 그리고 제주도에 있는 한라산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커다란 산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지리산입니다. 등산으로도 유명하지만 캠핑의 성지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주변에 많은 캠핑장이 있습니다. 특히 국공립으로 따지면 더욱 그런데, 국립공원공단 산하 캠핑장만 7개(세부적으로 쪼개면 9개)입니다. 그 다음으로 많다는 월악산도 5곳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등반로나 계곡이 많다는 의미죠. 그만큼 캠핑장 성격들도 다양한데, 설악동 못지않은 대형 캠핑장인 달궁부터 시작하여 오토캠핑부터 일반캠핑까지 다양합니다.

 

 

그 가운데 나름 특이한 곳이 이 내원캠핑장입니다. 여기는 오토캠핑도, 일반캠핑도 아닌 '하우스' 중심의 캠핑장입니다. 아, 일반 캠핑 영지도 있고 카라반도 있지만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이 하우입니다. 대다수의 캠핑장은 카라반이 더 많으면 많았지 하우스는 소수만 운영하거나 아예 안 두는 캠핑장도 있는데 내원캠핑장은 반대로 하우스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중간 기착지(?)인 금산휴게소에서 한 장

 

다만 멀기도 먼 경남 산청까지 서울에서 가는 길은 험난합니다. 사실 지리산의 국립 캠핑장 대다수는 북쪽인 남원쪽에 몰려 있고(실제로 유명 등반로가 이쪽이니) 일단 여기는 전북입니다. 실제 거리는 남원이나 산청이나 그게 그거입니다만 느낌상 전북이 경남보다는 가깝게 느껴지죠. 더군다나 태풍의 망령이 한창인 비오는 날씨에는 더욱 험난합니다. 추석 연휴 직후 + 비 예보가 전에 나와 전체 이동 차량이 적은게 다행이지만 그래도 가는 길이 힘들기는 합니다.

 

 

캠핑장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소나무가 반기고, 주변이 전부 주차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좌우로 하우스가 배치되어 있는데, 이건 조금 뒤에 좀 더 설명하고...

 

 

일반 캠핑 및 하우스 이용객은 딱 여기까지가 한계 지점입니다. 더 위로(그래봐야 한 칸 위입니다만)는 카라반 전용입니다. 왼쪽 위로 하우스가 쭉쭉 이어져 있어 비가 안 오는 날에도 캐리어가 없으면 짐을 나르기가 좀 버거운데, 이렇게 폭우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비옷을 입어도 옷이 남아나면 그게 이상한거죠. 이게 I Ain't Worried가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T_T 정말 사진만 봐도 비가 보통 오는게 아닌건 쉽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번엔 카라반이 메인이 아니니 그냥 짧게 적으면...  달랑 2동에 불과한 카라반은 시설 자체는 다른 국립공원공단 계열 캠핑장과 대동소이합니다. 즉 더블베드 하나에 1인 베드 2개를 기본으로 내부에 샤워 및 화장실까지 완비 + 주방용품까지 싹 갖춰진 풀옵션입니다. 그러면서도 바로 옆에 또 개수대, 메인 화장실, 샤워장까지 있어 입지는 끝내줍니다. 2동이 전부라는 점 빼면 말입니다.T_T 여기가 차가 들어올 수 있는 한계 지점입니다.

 

 

그 위로 열심히 걸어 올라가면 이런 하우스촌이 나옵니다. 이게 일명 A 하우스 또는 솔막으로 불리는 곳이고 이게 이 캠핑장의 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과거에는 이 자리가 전부 일반 영지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하우스촌이 되었습니다. 아, 과거에 여기가 그냥 일반 영지였던 시절에는 이 자리가 모기와 벌레의 성지(?)였다 합니다만, 지금도 없지는 않기에 밖에서 뭘 해드실 생각이시면 모기 기피제는 준비해 두시는게 좋습니다.

 

 

이게 솔막의 외형입니다. 사실 집처럼 생겼지만 이거 텐트입니다. 예. 재질이 천 재질입니다. 그래서 실내에 들어가면 절대 기대지 말라고 써 있습니다. 전면은 유리와 샤시로 되어 있어 제대로 되어 있지만 나머지 부분은 그냥 텐트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사진처럼 나무 테이블이 제공되며 차양막도 있지만... 이렇게 비가 퍼부으면 밖에서 뭘 해먹는건 꽤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그러면 실내는요... 사진을 보시면 뭔가 꽤나 없다고 생각되실 것인데 그게 맞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냉장고요? 전자레인지요? 그런 거 없습니다. 전체 넓이 역시 중형 텐트 정도의 넓이라 보시면 되니 그냥 4명이 그냥 잘 정도 되는 정도라 좀 좁은 편입니다.

 

냉장고 대신 아이스박스T_T

 

고정형 에어컨 대신 이동식 에어컨T_T

 

그나마 기쁜 전기식 온돌 T_T

 

명색이 하우스인데 싱크대는 없어도 냉장고는 있어야지... 이렇게 생각하셨다면 그 기대를 제대로 배신합니다. 냉장고 대신 쓰라고 아이스박스 하나를 놓아 두었고, 멀티탭도 하나 대여품목으로 들어갑니다. 에어컨은 재질상 벽걸이가 불가능하니 이동식 에어컨을 놓았는데, 일단 냉방 능력은 나쁘지 않지만 이동식 에어컨의 문제점인 작동 소음은 참지 않으면 안 됩니다. 조용하지 않으면 잠 못자는 분들에게는 일단 묵념하고 들어갑니다. 무엇보다 날씨가 이래서 밖에서 뭘 해먹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경우 내부에 상 조차 없기에 실내용 테이블을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매우 바람직합니다. 왠지 이럴 듯 하여 저는 테이블을 챙겨 갔고, 그 결과 여러모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비는 쫄딱 맞았지, 습도는 높지... 이 상황에서 빨랫줄을 하나 만들어 젖은 옷을 널어 말리고 잠시 기절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밖에서 들리는 빗소리는 좋지만 벌써부터 에너지가 방전되었습니다. 하여간 기운을 내고 나머지 캠핑장을 돌아 봅니다.

 

 

 

이게 하우스 B, 다른 이름으로 하늘채로 불리는 곳입니다. 이건 컨테이너 하우스 구조로 거치형 에어컨까지 제대로 되어 있고 내부 공간도 좀 더 넓습니다. 나무 테이블은 그냥 외부에 있지만 대신 소형 테이블이 저 사진처럼 내부에 있습니다. 사실 솔막과 하늘채 가격을 똑같이 받는데다, 하늘채는 이렇게 주차도 바로 가능하게 되어 있어서 솔막을 예약한 사람만 눈물이 나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예약은 운인데 말입니다.

 

 

개수대는 실내 타입으로 되어 있으며 세면장을 겸합니다. 냉장고는 없지만 전자레인지는 있는데, 솔막의 저 눈물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냉장고는 하나 놓아주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아니 들지는 아니합니다.T_T

 

 

이 캠핑장에서 카라반만큼 희귀한게 이 일반 영지입니다. 일단 넓이는 꽤 넓고 데크 영지라서 습기 걱정은 덜합니다. 전기도 가까이 쓸 수 있는데다, 8개의 영지가 이 계곡을 따라 늘어서 있어 정말 뷰는 끝내줍니다. 이렇게 비가 퍼오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T_T 그래도 자기 텐트가 있고 날씨만 적당히 좋으면 이 캠핑장에서 승자(?)는 이 일반 영지를 잡은 분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이 운치 좋은 자리에도 치명적인 단점은 있는데, 개수대와 화장실까지 거리가 너무 멉니다. 아니, 멀어도 이렇게 멀어도 되느냐 소리가 나올 정도로 멉니다. 저기 가운데 카라반 영지까지 올라와야 합니다. 물 한 번 쓰려면 이가 박박 갈리는 레벨이고 특히 계곡 아래로 갈수록 그렇게 됩니다. 최소한 물통은 따로 준비해 두시는게 올라오는 횟수를 줄여줍니다.

 

 

덤으로 폭우가 내리면 D1 영지는 데크 아래로 빗물이 개울을 이뤄 흐르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시원은 하겠지만 습하기는 하겠죠.

 

 

캠핑장의 왼쪽으로는 이렇게 냇물이 흐릅니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영지에서도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솔막의 왼쪽 부분, 하늘채의 왼쪽 부분 및 일반 영지에서는 이 개울을 톡톡히 누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물놀이를 할 상황은 못 됩니다만 말입니다.

 

 

아, 체크인은 이 입구에서 바로 합니다. 안에 관리사무소처럼 보이는 건물은 다른 용도라서 여기 문이 열렸다고 그냥 들어서면 안 됩니다. 쓰레기봉투는 여기서 판매하니 함께 구매해 들어가시면 되겠습니다.

 

이제 캠핑장 살펴보기도 했겠다... 다시 밥을 먹을 준비를 해야죠. 일단 간식부터...

 

 

차양막을 쳐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바깥쪽에는 비가 떨어집니다. 아무리 물기를 닦아도 답이 없으니 그냥 안쪽 자리 일부만 물기를 닦고 밥 먹을 준비를 합니다. 무선 인터넷이 기본 제공되니 데이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비 오는 날에는 라면을...

 

이렇게 간식도 먹고 불을 끈 뒤 드러 눕습니다. 그냥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으로 가득합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선잠을 자니...

 

밤이 왔습니다. 여전히 비는 내립니다.

 

늦은 저녁을 본격적으로 먹어야 하는데, 밖 상황이 이러니 그냥 실내에서 해치워야죠.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실내용 테이블도 하나 들고 왔고, 저녁 메뉴도 실내에서 조리할 수 있는 것으로 마련했습니다. 바로...

 

오뎅 꼬치와...

 

수제 떡볶이~

 

그냥 막 해먹는 것이라 비주얼은 좀 거시기하지만, 밀키트가 아닌 재료를 사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라 나름 먹을만한 수준은 됩니다. 아, 제가 요리한게 아니긴 하지만요.^^

 

이렇게 저녁도 먹고 잠시 영화 타임을 즐기고 어느 새 잠에 빠집니다. 시끄러운 이동식 에어컨의 작동음에 몇 번을 깼지만 잠은 나름 잘 잤고...

 

캠핑장에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비는 전날 밤 10~11시 정도에 약해졌고 땅은 일부 마른 곳도 보일 정도입니다. 물론 의자는 좀 젖었지만 대충 닦아서 앉을 수 있게 한 뒤...

 

커피를 내립니다. 전혀 캠핑답지 않은 수단으로 말입니다.

 

그나마 기계가 크지 않아서 그냥 백에 넣고 가볍게 다닐만한 수준인데, 확실히 캡슐 커피만 되어도 커피믹스와는 한 차원 다른 퀄리티의 커피가 나옵니다. 이렇게 아침 공기를 마시며 뉴우요오커의 기분을 내고 아침을 준비합니다.

 

 

 

아침은 심플하게~ 다시 오랜만에 그릴이 등장합니다. 빵 하나를 굽는 데 시간이 걸리는게 약점이지만, 시간만 들이면 정말 싸고 간단하게 토스트를 구울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길거리표 토스트를 재현하여 마가린에 계란, 야채를 섞어 스크램블을 부치고 햄을 구워 올려 1인당 두 개를 우걱우걱 먹습니다. 그리고 그리들은 다시 장만을 했는데, 주철 그리들이 아닌 알루미늄 그리들로 돌아 왔습니다. 이게 관리가 훨씬 쉽습니다.T_T

 

이렇게 아침도 먹고 정리를 하고 열심히 서울로 복귀를 하는데... 올 때와 비슷하게 차량이 적어서 그냥 서울까지 쭉쭉~ 최대한 휴게소 휴식을 줄이고 서두르긴 했지만 정체 스트레스 없이 올라온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추신: 이 캠핑장은 주변에 뭔가 살만한 곳이 전무합니다. 그런데 만약 무언가 깜빡 잊은 것이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차로 5분 정도 나가면 캠핑장을 들어오기 전 하나로마트 삼장점이라고 있는데... 이거 여는 것을 못 봤습니다.T_T 그래서 여기는 기대하지 마시고...

 

 

59번 국도를 다시 10분 정도 달리면 시천면 소재지(덕산)이 나오는데, 거기에 하나로마트 덕산점이 있습니다. 그나마 여기는 면사무소 소재지라서 편의점도 몇 개 있고 분식집도 있습니다. 있어야 할 것은 다 있고 없을 것은 없는 곳이라 웬만한 것은 여기서 해결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