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olf의 엉망진창 블로그

중립성 따윈 없는 여행/18禁/자동차/IT 제멋대로 1인 언론(?)

Outdoor Life(캠핑|여행|온천)/ゆるキャン△(캠핑)

서울 난지캠핑장 - 한파의 미니멀 캠핑은 무모했나?!(2025/1/11)

dolf 2025. 1. 17. 15:11

올 겨울은 아직까지는 다른 때 보다는 덜 춥다고 하지만 그래도 1월인데 안 추울 수는 없죠. 그래서 1월 초부터 '이게 무슨 캠핑이야!' 소리를 들을 치트키를 동원했는데, 이것도 어디까지나 여럿이 갈 때 이야기고 솔로로 갈 때는 그냥 텐트 하나에 몸을 의지하는 노숙(?)을 해야 하죠. 물론 그래도 최대한 덜 추운 곳을 찾아서 올 동계 캠핑 계획을 세웠는데... 이번 솔로 캠핑은 중간에 계획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T_T

 

원래는 무등산 동쪽에서 솔로 캠핑을 즐길 계획이었으나... 갑자기 본가에서 전화로 '집안 행사 해야 하니 닥치고 즉시 올라올 것'이라는 지시가 내려오는 바람에 대전에서 차를 돌려야 했습니다. 바로 직전 계룡스파텔 포스팅이 나온 것도 이러한 때입니다.T_T 그렇게 다시 온 길을 되돌아 서울로 올라와 행사를 치렀는데... 차에 실린 장비를 다시 끌어 올리는 것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급히 다른 캠핑 계획을 날림으로 세워서...

 

여기를 왔습니다~

 


 

 

■ 서울시설공단 난지캠핑장

- 사이트 수: 일반 83 사이트 / 프리 36 사이트 / 글램핑 5 사이트 / 캠프파이어 5 사이트 / 바비큐장 26 사이트
- 샤워장: 있음(유료. 동계 폐쇄.)
- 개수대/화장실 온수: 나오지만 양이 매우 부족함
- 전기: 일반/글램핑 사이트: 제공, 프리/캠프파이어/바비큐: 미제공
- 매점: 있음(GS25. 저녁 8시까지 운영)
- 사이트 타입: 일반: 쇄석(A/B/D존) / 데크(C존), 프리: 잔디, 글램핑: 데크, 기타: 맨땅
- 테이블: 바비큐 및 글램핑 제외 미제공
- 체크인/아웃: 오후 2시/오전 11시(글램핑만 오후 3시/오전 11시)
- 무선 네트워크: 제공
- 기타 사항: 장작 금지(캠프파이어존 제외(?)), 주차비 유료(시간당 부과)

 

작년 초 봄에 왔던 난지캠핑장, 이제는 한겨울에 왔는데 문제는 남쪽에서 조금 더 따뜻한 기온을 상정하여 최대한 편하게 보낼 생각으로 정규 동계 솔로 세트가 아닌 춘추계용 미니멀 세트를 들고 왔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전날 예보보다 기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보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불안해지는데...

 

 

작년 포스팅에 시설 관련 부분은 자세히 적혀 있으나, 이전 포스팅을 찾아보시길 다들 귀찮아 하시는 관계로 다시 이 부분을 적습니다. 난지 캠핑장은 전용 주차장이 있는 것은 아니고, 난지한강공원 주차장 가운데 그냥 주차하시면 됩니다. 다만 이 가운데 4/5 주차장 말고는 사실상 무의미한데, 이 두 주차장이 아니고서는 짐을 끌고 캠핑장까지 오는 것도 꽤나 고생입니다. 그나마 3주차장은 입구까지 300m 정도라 어떻게든 올만 하지만(대중교통 이용 시 이 정도 거리가 됩니다.), 1km 이상 떨어진 1/2 주차장은 아예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일찍 오지 않으면 주차 전쟁이 벌어지는데, 캠핑장 자체의 전체 사이트 수도 많은데다 단기 체류(바비큐존, 캠프파이어존) 방문객도 있어서 조금만 늦게 도착해도 이중주차는 기본인 세기말이 벌어집니다. 물론 이런 단기 체류자들 차가 빠지면 조금은 상황이 나아지지만, 그래도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캠핑의 비수기라는 동계에도 이 정도이며 나머지 계절은... 그냥 상상에 맡깁니다.

 

 

전용 주차장이 없는데다 주차 요금도 받습니다. 그냥 한강공원 주차장이기 때문인데, 그나마 공영주차장이라서 경차나 친환경차는 할인을 받지만, 그래도 1박을 풀로 하면 1만원 가까운 돈은 나옵니다. 그냥 일반 차량은... 주차비만 캠핑 1박 비용이 나옵니다. 출구에서도 정산은 되지만 미리 선정산을 해두는게 여러모로 편합니다.

 

어쨌거나 심기일전... 장비를 후딱 챙기고...

 

 

자... 이제 줄을 설 시간입니다. 체크인은 오후 2시, 체크아웃은 오전 11시입니다만,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캠핑장들은 전부 공통적인 특징이자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바로 '선착순' 제도입니다. 자리를 지정하여 예약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이트 수 만큼 예약을 받고 먼저 온 순서대로 땅따먹기 식으로 영지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찍 오지 않으면 정말 원하는 영지를 잡지 못합니다. 화장실이나 물을 쓰기 쉬워야 한다 등 원하는 바가 분명하다면 체크인 개시 전에 도착해서 먼저 줄을 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건 비인기 시즌인 동계라고 딱히 다르지는 않습니다.

 

 

난지캠핑장은 대한민국 최대 사이즈인 덕유대 레벨은 아니더라도 전체 영지 수가 100개가 넘는 나름 중대형 캠핑장입니다.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이 바비큐존과 캠프파이어존, D 영지가 있으며 바로 오른쪽에는 프리캠핑존과 C 영지, 오른쪽으로 깊히 들어가면 A/B 영지와 글램핑존(G 영지)이 있습니다. 사실 나머지 영지 구조는 뒤에서 다시 설명하기에 여기서 안 적는 캠프파이어존과 바비큐존만 설명합니다. 사실 이것도 이전 포스팅에 있습니다만...

이 두 곳은 당일치기 전용이며 바비큐존은 점심/저녁에 각각 예약을 받고 캠프파이어존은 저녁 예약만 받습니다. 캠프파이어존은 그냥 여러 명이 장작 때며 둘러 앉을 수 있는 의자만 배치되어 있고, 바비큐존은 바비큐 그릴(석쇠 및 숯은 각자 지참)과 나무 테이블을 제공해줍니다. 그냥 야외에서 고기만 구워 먹고자 할 때는 나름 나쁘지 않은 곳입니다.

 

 

 

캠핑장 크기가 그런대로 큰데다 입구가 한 쪽에 몰려 있는 특성상 짐 나르는 것도 한 고생인데, 이걸 줄여주는 차원에서 카트를 입구에서 대여해줍니다. 쓰고 여기에 가져다 놓으면 되는데... 사실 좀 문제는 있습니다. 이게 우레탄 바퀴를 쓰는 카트인데, 우레탄 바퀴는 충격을 전혀 흡수하지 못하는데다 아스팔트가 아닌 블럭 및 콘크리트 포장을 한 캠핑장 내 도로에서는 그야말로 있는대로 소음을 냅니다. 낮에는 문제가 안 되지만 아침 일찍 철수를 해야 하는 경우 주변에 민폐를 좀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영지가 프리캠핑존(F 영지)입니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캠핑장은 정돈된 영지를 별도로 갖고 있지만, 프리캠핑존은 보통 캠핑하면 생각하는 그냥 맨 잔디밭입니다. 나름 풀밭에서 캠핑하는 로망은 채워주지만, 그 결과 전기같은 것은 전혀 쓸 수 없다보니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초 대용량 파워뱅크라도 들고 오지 않는 한 이런 동계에는 얼어죽기 딱 좋죠. 이런 계절에 이 영지를 잡는 분들은 다 석유난로는 기본 지참하고 오는 분들입니다.

 

 

자, 체크인을 끝냈으면 반드시 와야 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이 편의점입니다. F 영지와 A 영지 옆에 있어 전체적으로는 캠핑장 서쪽(입구 기준 오른쪽)에 있습니다만, 여기를 무조건 와야 하는 이유는 쓰레기봉투 때문입니다. 서울시 쓰레기봉투조차 여기서는 쓸 수 없고, 한강공원 전용 쓰레기봉투를 따로 사야만 합니다. 10L 기준으로 300원 정도라 비싼 것은 아니며, 특수점이기는 하나 GS25라서 GS25 편의점에서 파는 웬만한 것 + 캠핑장 매점에 있을만한 캠핑 소모품 및 식자재는 그런대로 잘 갖춰져 있습니다. 밥하기 귀찮을 때는 그냥 여기서 때우거나 라면 끓여 먹는 것도 생각해볼만 합니다.

 

 

 

그러면 실제 영지는 어떨까요? 일단 글램핑존을 제외한 A~D 영지 가운데 B와 D는 기본적으로는 같은 영지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B는 입구 기준으로 오른쪽, D는 왼쪽에 있다는 것 뿐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편하게 하고자 한다면 D 영지, 이 보다는 매점이 가까워야 한다면 B 영지를 고르면 됩니다. B/D 영지의 넓이는 가로 6m, 세로 8m 수준으로 웬만한 거실형 텐트는 다 넣을 수 있습니다.

 

A 영지는 이의 거의 절반 수준인 가로 3m, 세로 5m 정도라 돔텐트나 셸터를 넣는 정도에 적합합니다. 이걸 2인용 영지라 하는데, 일단 가족 캠핑이면 4인까지는 가능하겠지만 이 경우 테이블과 의자를 놓을 공간은 좀 부족해집니다. 정말 텐트 설치하고 테이블에 의자까지 다 놓는다 하면 2인용이 맞습니다. B/D 영지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영지는 기본적으로는 쇄석 영지입니다.

 

마지막 C 영지는 데크 영지입니다. 전체 크기는 B/D 영지와 같지만 대신 데크가 차지하는 공간은 가로 4m, 세로 5m 정도입니다. 일부 대형 거실형 텐트는 데크에 다 올라가지 않기에 설치 시 조금 머리를 써야 합니다. 전체 영지 넓이는 충분한 만큼 대형 돔텐트나 소형 거실형 텐트를 설치하고 바닥 평탄에 민감하다면 C 영지가 좋습니다. 단점은 사이트 수가 많지 않아서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며 특히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민감한 동계에는 더욱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전기는 영지 당 콘센트 하나가 제공됩니다. 그렇게 영지와 거리가 멀지는 않아서 좀 타이트하게 하면 10m, 여유를 두면 15m 릴 정도면 충분합니다. 문제는 전력량인데, 공식적으로는 600W 제한이며 실제로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대략 1KW 정도를 넘어가면 전원이 내려갑니다. 즉 이 캠핑장에 전기 난방만 믿고 오는 것은 정말 솔로 캠핑이 아닌 이상에는 꽤 무모한 일이 됩니다. 더군다나 전기 복구가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면 관리사무소까지 가서 복구를 요청해야 하기에 전기장판 이외의 고용량 전기 히터는 웬만하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고민을 싹 피하고자 한다면... 글램핑존을 잡으면 됩니다. 이건 국립공원공단 계열 캠핑장의 하우스(산막텐트)와 비슷하지만 이 보다는 훨씬 시설이 좋습니다. 내부에 싱크대, 냉장고, 냉난방 기구, 밥솥, 전자레인지, TV는 물론이고 아예 침대에 침구류까지 다 갖춰져 있습니다. 진짜 글램핑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는 시설이라 먹을 거리와 놀 거리만 들고 오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필요치 않을 정도입니다. 몇 채 없어서 이 경쟁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치열한게 문제입니다만.

 

그리고...

 

정말 미니멀 캠핑답게 팝업텐트 하나와 테이블 겸용 웨건 하나... 이게 이번 캠핑의 장비 끝입니다. 내부에 잠자리까지 전부 세팅을 끝낼 때 까지 걸린 시간은 달랑 15분. 웨건 안에 공구와 조리도구를 전부 집어 넣고...

 

히터를 틀어 놓습니다

 

이미 작년에도 등장한 바 있는 1,500W급 PTC 히터. 이걸 풀로 켜면 몇 분 이내에 전기가 내려 가는 만큼 700W 모드로 약하게 켜 놓습니다. 솔직히 이걸로 따끈따끈한 실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낫습니다. 그리고...

 

...차를 몰고 저녁을 먹으러 나갑니다. 저녁에 바깥에서 뭘 해먹는다는 계획은 아예 세우지도 않았습니다.

 

 

역시 한겨울에는 국물이 끌리는 법. 파주까지 자유로를 한 번에 달려가 존슨 안에 라면 사리를 하나 투입하여 후루룩짭짭 배를 채웁니다. 본격적인 저녁 시간 전에 들려서 그나마 자리가 조금 여유가 있었는데, 먹고나니 나름 힘이 솟아납니다. 근처 마트에서 다음날 먹을 것을 준비하고...

 

도착하니 하늘은 어둠의 다크로 가득찼습니다

 

 

에너지도 채웠겠다... 웨건 안에 내일 밥거리를 던져 놓고 텐트 안에 영화관을 세팅한 뒤 호두를 꺼내 쳐묵을 하며 쌀쌀한 저녁을 보냅니다. 하지만...

 

새벽에 공기가 차가워 깨보니 히터가 작동을 멈췄습니다. 전기장판은 최대로 올려 놓아 이불 속에서는 그런대로 살만한데 공기가 너무 차갑습니다. 원인은 쇄석 바닥이 평탄하지 못해 히터의 안전 스위치가 덜 눌려 작동을 멈춘 것인데, 그 결과 텐트 안 벽은 결로를 넘어 서리가 내렸습니다. 긴급히 공사를 하여(마우스패드를 바닥에 깔고) 히터를 다시 켠 뒤 추운 바깥으로 나갔다 옵니다. 당시 기온 영하 10도.T_T 정말 5분 나갔다 오는 것도 괴로웠습니다. 그렇게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기억을 잃었더니...

 

아침이 밝았습니다

 

보통때면 새벽 5~6시부터 철수할까 생각을 했겠지만 이불 속의 따끈함에 진 결과 9시 직전까지 이불 속에서 붙잡혀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이불과의 작별을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이불을 박차고 일어섰습니다.

 

 

 

바깥에 방치한 테이블과 의자에는 서리가 앉았고, 손바닥을 테이블에 올리면 거기만 쫙 녹아 물이 됩니다. 여기에 전날 마트에서 사둔 사발면과 샌드위치, 쌀 음료를 꺼냅니다. 샌드위치는 완전히 동태가 되어 이불 안에서 잠시 녹여야 했고, 전기 포트에 물을 끓여 라면에 붓고 후루룩 마셔버립니다. 이불 속에 넣었어도 여전히 얼름이 씹히는 샌드위치와 함께 말입니다.T_T

 

 

겨울 해는 아직 머리 위에 올라오지 않은 캠핑장은 부지런하게 철수를 하는 사람들과 여유를 최대한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나름 분주하고, 뱃속에 에너지를 넣은 저는...

 

 

19분만에 모든 정리를 끝내고 왔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다시 집으로 가는 길에 나섰습니다. 주차장에서 짐 정리와 얼어버린 차를 깨우는 데 15분, 그리고 다시 집까지 20분이 걸려 복귀를 마치고... 다시 기절했습니다. 이번에는 전기장판을 빵빵하게 틀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