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개성이 있듯이 모든 캠핑장도 좋은대로 나쁜대로 개성이 있기에 무조건 나쁜 캠핑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캠핑장의 줄을 세우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회 생활을 하는 동물은 무엇이건 줄을 세우고 싶어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세계 최고'나 '대한민국 최고'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실제 가치는 몰라도 조금은 끌리기 마련입니다.
자, 그러면... 대한민국 '최대'의 캠핑장은 어디일까요? 새만금 뻘밭이요? 여기는 올 여름에는 최대 캠핑장이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이런 극히 예외적인(즉 잼버리) 상황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캠핑장을 꼽아야 한다면 단 한 곳, 여기를 꼽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덕유대"
...되겠습니다. 그야말로 규모의 차원이 다른 국립을 넘어 사설까지 합쳐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캠핑장, 솔직히 이 캠핑장을 포스팅 한 번으로 전부 소개하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한구석만 겨우 소개를 해봅니다. 사실 덕유대를 가본게 정말 얼마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충 5년만인가... 그럴겁니다. 그 덕유대야영장의 한구석에서 하룻밤을 보낸 이야기를 열어봅니다.
■ 국립공원공단 덕유산 덕유대야영장(7영지 한정)
- 사이트 수: 일반 영지 61 사이트, 카라반 영지 8사이트
- 샤워장: 있음(동계 미운영)
- 개수대/화장실 온수: 기대하지 말 것
- 전기: 제공(기본 포함)
- 매점: 있음(평일 무인, 주말 유인?), 캠핑장 입구에 편의점 등 있음
- 사이트 타입: 맨땅!!!
- 테이블: 미제공
- 체크인/아웃: 오후 2시/오전 12시
- 무선 네트워크: 제공(위치에 따라서 신호 강도 차이 큼)
- 기타 사항:
위에서 덕유대야영장을 '대한민국 최대'라 적은 바 있습니다. 이게 감이 잘 안오실텐데 위의 영지 배치도를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이번에 간 곳은... 이 전체 캠핑장에서 한 구석, 저기 왼쪽 구석의 7영지에 불과합니다. 정말 이 캠핑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말이 농담이 아닙니다. 이 캠핑장의 총 영지 수는 예비 영지를 전부 제외하고 일반 영지 431개, 오토 영지 69개, 카라반 12동, 하우스 17동입니다. 설악동이요? 몽산포요? 가산산성을 미래에 풀로 업그레이드한다구요? 그래봐야 이 덕유대와 비교를 거부합니다.
일반 캠핑 영지만 해도 1~7 영지로 구분하는데 그 영지 하나 규모만 해도 웬만한 캠핑장 하나 규모를 갖습니다. 이 가운데 1~6 영지는 오토캠핑이 아닌 일반 영지이며 위 배치도처럼 주차장과 좀 거리가 있는 편입니다. 다만 슬프게도 이들 영지는 사실상 동계 영지는 아니라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전기가 아예 안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계 캠핑의 핵심은 오늘 가보는 영지, 즉 7 영지가 됩니다. 7 영지는 캠핑장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구천동 계곡가 옆에 자리합니다.
덕유대야영장 7영지(덕유대 오토캠핑장)은 주차장과 영지가 완전히 붙은 제대로 된 오토캠핑 야영장입니다. 위치를 찾기 편하게 극장처럼 줄 단위로 알파벳 번호가 매겨져 있기에 나름 영지를 찾기는 쉽습니다. 다만 이 안내도만 보면 학암포 정도로 잘 구획이 나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는 않습니다.T_T
그러면 실제 영지를 한 번 보시죠. 이게 현실(?)입니다. 도로 부분 및 주차장 부분은 블럭 포장이 되어 있어 나름 구획 정리가 되어 있지만 실제 텐트를 치는 영지 부분은 그냥 맨땅입니다. 주차장 부분은 꽤 자리가 넓어서 심지어 B Class 수준의 캠핑카까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실제 텐트를 치는 영지 상태입니다. 굳이 쓰자면 마사토지만 영지 정리는 사실상 되어 있지 않은 그냥 흙땅입니다. 나뭇가지나 돌 정리도 충분하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영지 평탄화 수준 역시 영지마다 차이가 커서 비탈지게 텐트를 설치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건 실제 개별 영지를 보지 않는 이상에는 알 수 없는, 일종의 뽑기같은 부분입니다. 이 영지만 괴상한게 아니라 사실상 모든 영지가 이렇다 보셔야 합니다. 개량 전 소금강 야영장을 보는 느낌입니다. 이 부분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T_T
7 영지는 덕유대 유일의 전기 공급 영지입니다만 이 역시 좀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4개의 영지가 하나의 콘센트를 공유하는 구조이며, 영지당 하나의 콘센트가 제공됩니다. 다만 이 콘센트 위치가 영지의 중앙에 있다고 할 수 없다보니 영지에 따라서는 필요로 하는 멀티탭의 길이가 다릅니다. 20m 정도면 어디에서도 커버는 가능하나 15m면 먼 자리에서는 좀 위태위태한 수준이 됩니다. 그래서 충분히 긴 멀티탭을 가지고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전기는 600W 이상 사용 금지라고 말은 하지만 몽산포나 학암포처럼 겨울에 얼어 죽으라 하는 칼제한을 두지는 않으며 일단 2KW까지는 버텨줍니다.
자... 텐트를 쳤는데 벌써 밤인 이유는 산속인 덕유대 특성상 해가 빨리 지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구름이 많이 끼기도 했구요. 다만 이번 캠핑은 영지가 아닌 주차 구역이 텐트를 쳤는데, 평탄화가 너무 안 되어 머리에 피가 쏠리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지 부분에 주차를 하고 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말았습니다.T_T
캠핑장의 물 관련 시설은 전부 중앙에 몰려 있습니다. 개수대는 실내 시설이라 동계에도 문제는 없습니다. 대신 온수를 제대로 공급해주는 것은 아니라서 물은 차갑습니다. 그래서 고무장갑은 동계에 거의 필수에 가까우며 필요하면 물을 데워서 설겆이를 해야 합니다. 화장실도 옆에 붙어 있는데, 무슨 닷돈재처럼 구석에서는 5분 이상 걸어야 화장실을 갈 정도는 아닙니다만 물을 편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면 D/E/F열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위에서 적은 바와 같이 이 캠핑장은 구천동 계곡 바로 옆에 있습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수량이 충분하지는 않아도 그렇다고 메마른 정도는 아니며, 잘 때 계곡 물소리는 들을 수 있는 정도는 됩니다. 대신 지금 시기에는 계곡은 폐쇄라 들어가지는 못합니다.
일반 오토캠핑 영지와 달리 카라반 영지(A 영지)도 입구쪽에 있습니다. 여기는 그야말로 있는대로 넓습니다. A Class 캠핑카는 무리지만 B Class 이하는 충분하고 카라반도 대형으로 가져오고 남습니다. 대신 별도의 수전 시설 등은 없습니다.
대다수의 캠핑장은 그 안에 매점이 없어서 미리 준비를 잘 해오지 않으면 피곤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닷돈재나 송계처럼 캠핑장을 바로 벗어나면 매점이나 편의점이 있는 캠핑장도 있지만 그런 나름 복받은 곳은 드물죠. 덕유대 7 야영장은 유일하게 매점을 별도로 운영합니다. 야~ 신난다~
...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예. 5년 전에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평일에는 완전 무인운영이고 심지어 이번에 갔을 때는 주말이었음에도 관리자가 없었습니다. 사실 캠핑장 매점에서 파는건 정말 그 종류가 적은 만큼 긴급한 것만 산다고 생각해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 조차 '있는데 못 사는'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쓰레기봉투인데, 잘못하면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난감해집니다. 캠핑장 규정은 1~7 영지는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를 가리지 않고 일반 쓰레기봉투 한 장, 카라반과 하우스는 일반 쓰레기봉투 한 장에 5L짜리를 음식물용으로 별도 구매입니다.
그래서 캠핑장을 들어가기 전에 최종적으로 구천동 입구에 있는 하나로마트에서 최종적으로 빠진 것을 구매하면서 쓰레기봉투를 사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캠핑장에서 사는 것 보다 더 쌉니다. 캠핑장을 들어가는 삼거리쪽에도 하나로마트가 하나 있기는 한데 이건 정말 구멍가게 수준이라서 구천동 입구에 있는 규모가 좀 더 있는 이 하나로마트를 이용하는게 낫습니다.
아, 매점 옆에는 이런 자판기가 있는데 사실 그리 기쁜 부분은 아닙니다. 음료나 과자 자판기가 아니라 무주 지역 특산물 자판기이기 때문입니다. 밥반찬용 뿌려먹는 김가루와 다시마가루입니다.
동계 캠핑은 충분한 장비 없이 하기는 어려운 만큼 전반적으로는 캠핑 마니아 분들이 많이 오지만, 특히 덕유대는 정말 캠핑을 '제대로' 즐기는 분들이 많이 옵니다. 그래서 캠핑을 즐기는 방법도 제각각인데, 정말 1인용 텐트 하나만 갖고 미니멀 동계 캠핑을 오신 분부터 화목난로 풀세트로 굴뚝을 세운 분들, 아예 마개조 B Class 캠핑카를 가져 오신 분까지 다양합니다. 해외의 명품 브랜드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장비 자체는 그냥 평범한 브랜드가 대다수구요. 캠핑은 자기가 즐기는 취미지 남에게 자랑하기 위한 취미는 아니니까요.
어쨌거나 캠핑장도 돌고 텐트도 치고 내부 구성도 다 했는데... 해가 지니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기 시작하고 심지어 예고도 없던 눈발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자기 직전까지는 크게 쌓일 정도는 아니지만 텐트를 털면 양 옆으로 살짝 쌓일 정도의 싸리눈이 내렸습니다.
재빨리 안에서 텐트 치느라 뻗은 분께 커피 한 잔을 끓여 바치고, 저는 대전에서 사온 닭강정을 뜯으며 영화 삼매경에 빠질까 했는데... 급격히 날씨가 추워지니 몸이 못 버팁니다. 결국 30분도 못 버티고 바깥을 철수하고 이불 속에 푹 쳐박혔습니다.T_T
그렇게 캠핑장에 밤이 찾아옵니다.
캠핑의 목적의 핵심은 먹는 것이죠. 다만 텐트 내 조리의 문제상 연기가 나는 고기는 좀 문제라서 이번 동계 캠핑 시즌은 내내 고기보다 국물 요리를 중심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만두전골인데, 뭐 시판 밀키트를 기반으로 하지만 야채가 부족하여 야채와 버섯을 따로 준비하여 추가로 투입했습니다. 다만 강염버너라 해도 지대가 높으니 끓는 데 조금 시간이 필요한 것이 불만이라 해야 할까요.
자, 배부르게 먹으면 자야죠.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편안하게 잠들... 수는 없었습니다. 1시간 단위로 돌풍이 불었기 때문인데, 텐트의 보강을 충분히 해었지만 들썩이는 소리에 자다 깨다를 반복해야만 했습니다. 여름에 시원한 무주구천동은 겨울에는 사람의 노숙(?)을 방해합니다.T_T
그렇게 아침이 밝았고...
아침은 맵지 않은 만두콩나물 라면을 끓입니다. 실제로는 콩나물이 아닌 숙주지만 뭐 어떻습니까. 만두와 라면은 속을 든든하게 해주고, 콩나물은 맛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밑준비도 할 것이 없으면서 아침을 든든하게 해주는 편한 방법입니다. 이렇게 후루룩 짭짭을 끝낸 뒤 열심히 철수 준비를 하고 차에 시동을 걸어 캠핑장을 떠났습니다.
추신: 아, 그리고 여기를 대중교통으로 오겠다는 용자님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되나 심심풀이 땅콩용으로 그러한 용자분을 위한 정보도 드립니다.
일단 덕유대 입구가 되는 구천동까지는 시외버스가 들어 오긴 합니다. 하지만 위 시간표와 같이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그나마 대전에서는 하루 다섯번 오지만 전주에서도 달랑 세 번에 불과합니다. 서울에서는 남부터미널에서 고작 하루 한 번에 불과합니다. 즉 수도권에서 이 캠핑장까지 그냥 대중교통 한 번으로 편하게 오는 것은 꿈도 못 꿉니다.
그나마 무주 읍내에 있는 무주 터미널까지는 남부터미널에서 하루 5회 버스를 운행합니다. 대신 이 경우에도 구천동으로 들어오는 그 과정이 문제입니다. 무주 터미널에서 구천동까지 오는 농어촌버스도 하루 5회에 불과하기에 잘못하면 2~3시간을 그냥 공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수도권에서는 가는 것도 하루, 오는 것도 하루가 걸리는 것이 무주, 그리고 구천동인 셈입니다.
그나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천동까지 왔다면 살짝 튼튼한 다리를 믿어야 합니다. 구천동 터미널에서 덕유대 7 야영장까지 직선 거리로 1km, 실제 거리는 1km 좀 더 걸리는 수준입니다. 전반적으로 약간 언덕이라서 정말 다리가 좀 튼튼해야 갈만합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는 걸어서 가기 싫어질 정도죠. 이 보다 2~3배 이상 더 긴 거리를 가야 할 1~6 야영장이면... 그냥 눈물만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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