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은 지났건만 시베리아 칼바람은 오히려 올 겨울 역대급으로 불어 닥치고 있습니다. 전국이 한파 모드에 지난주에는 악마의 X가루도 내렸습니다. 남쪽은 진짜 며칠에 걸쳐 내렸고, 서울은 딱 3시간만에 무슨 하루 종일 내릴 만큼 내렸습니다. 이번주만 참으면 일단 좀 살만해진다 하지만 따뜻한 경칩은 언제나 올까요? 이 사이에 동계 캠핑을 앞으로 두 번 더 가야 하는데 걱정이 됩니다.T_T
그래서 눈이 왕창 내렸고 날씨까지 체감 온도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때 캠핑을 간다고 하면 '미쳤구나'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사실 본가에 들렸더니 이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예. 이 정도로 추우면 텐트가 있어봐야 크게 도움이 안 됩니다. 텐트는 사실상 바람막이에 불과할 뿐 따뜻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러니 다들 걱정할법 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이런 날씨에 캠핑, 그것도 눈이 있는대로 내린 그 추운 지리산으로 갔다 왔으니 용감하다고 할지 무모하다고 할지... 하지만 다 이게 계산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왜냐구요?
카.라.반. 이기 때문입니다.
■ 국립공원공단 지리산 학천야영장
- 사이트 수: 캠핑카 전용 영지 24개, 카라반 4동
- 샤워장: 있음(유료)
- 개수대/화장실 온수: 나오기는 나오지만 용량이 작음
- 전기: 있음(유료. 단 일반 영지 한정)
- 매점: 없음(최소한 뱀사골 입구까지 가야 함)
- 사이트 타입: 시멘트 블럭 + 잔디
- 테이블: 있음(목재)
- 체크인/아웃: 오후 2시/오전 12시(카라반은 오후 3시/오전 11시)
- 무선 네트워크: 없음
- 기타: 캠핑카 전용 캠핑장
지리산은 국립공원공단 계열 캠핑장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인데, 캠핑장 7개가 이 산 주변에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많은 곳이 5개인 월악산이라 확실히 단연 톱을 달립니다. 다만 월악산도 그렇고 지리산도 그렇고 캠핑장이 몰려 있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월악산의 캠핑장 5개 가운데 3곳이 송계계곡을 따라 간다면 지리산의 캠핑장 가운데 4곳은 만수천을 따라갑니다. 더 정확히는 뱀사골 주변에 있는데, 오늘 가는 학천을 포함해 덕동, 달궁 캠핑장은 정말 만수천 옆에 있고, 뱀사골 캠핑장은 거기에서 살짝 들어가지만 사실 거기서 거기입니다. 백무동은 이 보다 동쪽 백무동 계곡에 있고, 내원과 소막골은 완전히 지리산 동쪽 끝에 자리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캠핑장이 많아도 동계에 운영하는 곳은 이번 겨울 시즌에 이미 가본 내원, 그리고 이번에 가는 학천 두 곳 뿐입니다. 사실 두 곳 모두 다른 캠핑장과는 좀 다른 특성이 있는데, 내원 캠핑장은 일반 영지도 있지만 사실 이게 메인이 아니라 하우스(산막텐트, 하늘채)와 카라반 중심인 곳입니다. 여기는 산막텐트 버전과 하늘채 버전 소개를 각각 따로 한 적이 있어서 올려 봅니다. 이제 일반 영지와 카라반만 올리면 되는데, 여기 카라반 예약은 미션 임파서블이라서 말입니다.T_T
지리산 내원야영장 - 동계 캠핑에 치트키를 쓰다(2025/1/4)
동계 캠핑은 춥습니다. 뭐 이런 상식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이야기를 하냐구요? 동계 캠핑은 추위를 벗삼아 추위를 나름 즐기는 그런 것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추워서 얼어 죽기 직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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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내원야영장 - 태풍의 망령이 덮쳐도 캠핑은 계속된다
아... 대한민국 사는 모든 분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드디어 그 지겨운 9월 폭염이 끝났습니다. 상하이를 덮치고 망령이 되어서도 한반도를 습격해야 한다는 어떤 태풍 덕분에 주말이 폭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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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학천 야영장은 '캠핑카 전용' 야영장입니다. 정확히는 캠핑카 전용 영지와 고정식 카라반의 두 종류로 운영하는데, 그래서 일반 오토캠핑은 아예 예약조차 안 받습니다. 지리산에서 겨울에도 살아 있는 캠핑장 두 곳 모두 최소한 오는 사람들이 얼어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되는(또는 그런 걱정을 안 해 되는 장비를 지닌 사람들만 오는) 그런 곳입니다.T_T
자, 그러면 오늘의 잠자리, 즉 카라반을 보기 전에 일반 영지를 포함한 시설을 먼저 볼까요? 영지는 입구에서 들어오면 반시계 방향으로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사실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카라반이지만 이건 딱 4곳 뿐입니다. 그래서 여기 카라반도 경쟁이 뜨겁습니다.T_T
캠핑카 전용, 즉 대형 오토캠핑 영지인 만큼 전반적인 영지 크기는 널찍한 편입니다. 그렇다고 A-Class 캠핑카(즉 45인승 버스)를 대기는 어렵고, B-Class(25인승 버스)면 꽤 앞으로 나올 크기입니다. C-Class(1톤트럭 또는 15인승 버스) 정도가 딱 맞죠. 어차피 대한민국 실정에서 B-Class부터는 캠핑카가 많은 것도 아니구요. 캠핑카를 둘 곳은 블럭으로 포장이 잘 되어 있습니다. 다만 별도의 상하수도 시설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서 캠핑카 안에 별도의 청수/오수 탱크가 없다면 물을 쓰는 것은 별도의 개수대나 화장실, 샤워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물론 캠핑카만 달랑 두게 되어 있지는 않고, 그 앞에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있습니다. 나무 테이블까지 갖춰져 있어 구성 자체는 그냥 일반적인 오토캠핑 영지와 전혀 다를 것은 없습니다. 다만 텐트 설치 공간이 일반적인 쇄석이나 마사토가 아닌 시멘트 블럭으로 되어 있는데, 중간에 잔디 부분이 있어서 이 부분을 골라서 텐트나 타프의 팩을 박을 수는 있습니다. 영지가 이런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은 드문 편인데, 역시 오토캠핑 전용인 서천 서울오토캠핑장 정도가 이런 구조입니다. 물론 여기보다는 더 팩을 박기는 편합니다.
서천금빛노을 서울오토캠핑장 + 군산에서 짬뽕을 먹다(2024/4/20)
서울캠핑장 시리즈 최초의 오토캠핑장, 서천 서울오토캠핑장 이야기는 작년에 한 번 올린 바 있습니다. 사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적었지만 기존의 서울캠핑장 시리즈도 엄밀히 말하면 오토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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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폭설에 한파까지 겹친 이 때, 아무리 캠핑카라고 해도 이 두 악조건을 모두 뚫고 올만한 분이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도로 자체도 다른 토요일답지 않게 한산한 편이었구요. 상황이 이러하니 산 쪽에 햇볕이 닿지 않는 부분은 제설도 포기하여 이런 상태입니다. 실제로 이 날 일반 영지를 이용한 분은 위 사진의 캠핑카 두 대가 전부였습니다.T_T
입구에는 바로 관리사무소와 화장실, 샤워장, 개수대가 붙어 있습니다. 개수대는 중앙에 따로 있지만 이건 동계에는 운영을 안 해서 실내 개수대를 이용해야 합니다. 전자레인지나 냉장고 등은 별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사실 오는 차량이 최소 캠핑카라서 굳이 필요도 없구요. 슬프게도 무선 인터넷은 전혀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의 잠자리, 카라반으로 가봅니다. 카라반은 달랑 4동이라 아무리 남쪽이라도 경쟁은 꽤 치열합니다. 그나마 겨울이라서 잡을 수나 있었지 봄~가을이면 신청할 생각조차 못 했을 것입니다.
카라반 본체 이외에는 데크 위에 나무 테이블과 화로대가 제공됩니다. 비가 와도 어느 정도는 커버가 됩니다. 물론 이렇게 꽁꽁 어는 날씨에 밖에서 뭘 구워 먹는 용기는 나지 않습니다만 나머지 계절에는 꽤나 유용한 공간이 되겠죠.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갑니다. 사실 구조 자체는 흔히 보는 4인용 카라반과 동일합니다. 거기에 내장재가 약간씩 바뀌는 정도지 전반적인 구조가 확 다르지는 않습니다.
침대 구성도 다를 것은 없는데, 2인용 더블 베드와 1인 2층 침대 구조입니다. 좋은 점은 매트리스가 기본이라는 것인데, 하드 매트리스라서 허리가 좀 아픈 분이라도 나름 좋습니다. 아예 이게 없어도 허리가 아프고, 그냥 물렁한 스프링 매트리스도 편하지는 않으니까요. 다만 1인 침대 부분의 2층이 그냥 깡 싱글(1층은 수퍼 싱글) 사이즈라서 이건 좀 아쉽습니다. 반대로 좋은 것은 1인 침대 각 부분에 전원 콘센트와 개별 조명이 있다는 것입니다.
내부 시설 역시 기본은 동일합니다. 소형 싱크대와 2구 하이라이트, 냉장고,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전기포트가 기본 비치되어 있고 4인용 식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웬만한 것은 들고오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침구류와 수건은 들고 오셔야 합니다. 수건은 기본 제공 아닙니다.
테이블은 좁지만 4인이 앉을 수는 있습니다. 대신 이게 좁은 곳에 고정식이 아닌 이동이 가능한 일반 테이블을 넣어 놓아 정말 다리를 구기고 들어가야 합니다. 즉 앉고 일어설 때 꽤 불편한건 피할 수 없습니다.T_T
TV는 더블 베드 옆에 붙어 있고... 사실 TV 자체보다는 '인터넷이 된다'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는데, 일반 영지에서는 인터넷이 안 되지만, 카라반은 무선 인터넷이 됩니다. 즉 노트북 PC를 써야 한다면 이 카라반을 무조건 잡아야 합니다.
잘 보면 에어컨이 두 대 아닌가... 하시겠지만 왼쪽은 에어컨이요, 오른쪽은 히터입니다. 2,000W급 전기 히터가 고정되어 있고, 여기에 바닥 난방이 되기에 이 두 가지를 풀로 돌리면 최소한 춥지는 않습니다. 물론 춥지만 않은 것이지 이 정도로 추우면 뜨끈뜨끈한 수준까지는 아니라서 필요하면 전기장판을 하나 챙겨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럭셔리한(?) 캠핑을 온 만큼 이 환경을 최대한 잘 살려 주는 것이 예의 아니겠는지요? 후딱 세팅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쉴 준비를 합니다.
아, 캡슐 커피 머신은 지참해 온 것이고, 전기는 빵빵하게 쓸 수 있으니 걱정이 없습니다. 라떼를 한 잔 내리고 팝콘을 잘 튀긴 다음 테이블에 앉습니다. 그리고...
카라반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뭐니뭐니해도 인터넷이 된다는 데 있습니다. 편안하게 영화를 즐기면서 커피에 팝콘을 씹습니다. 온풍기 앞에 있으니 오히려 몸이 뜨거워집니다.T_T
카라반과 일반 영지를 합쳐 딱 6팀만 있는 조용한 캠핑장을 한 바퀴 돌다 추워서 쏙 들어와 이불 속에 쳐박혔다 다시 영화를 보는 것을 반복하다보니...
위에서도 적었지만 카라반 4팀, 일반 영지 2팀만 있는 캠핑장은 정말 조용합니다. 다들 카라반과 차 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죠. 눈 밭에는 고양이 발자국만 보이고 인기척은 전부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밥을 먹어야죠. 이 날씨에 밖에서 고기 구울 생각은 감히 하지 못하니 안에서 고기를 굽습니다. 환기를 전부 돌리고...
살살 녹는 쇠고기 2팩과 김치찌개를 준비합니다. 지난 캠핑에서 추위에 가스 기화가 안 되어 속을 썩이던 버너는 따뜻한 카라반 안에서 그야말로 최대성능으로 가득염을 외치면서 고기를 빠르게 구워줍니다. 전자레인지에 햇반을 돌려 1인당 두 개를 깨끗하게 작살냈습니다. 이 냄새에 이끌려 카라반 바깥을 고양이들이 서성이며 '뽀찌'를 뜯을 거 없나 지켜보는데... 불쌍해서 고기 두 점을 줬지만 인간 먹을 것도 없어서 그 이상의 적선은 없었습니다.T_T
여유롭게 다시 휴식의 후반전을 보내고 11시에 이불 속으로 들어가니...
사진을 찍는 것을 잊어서 아침밥 메뉴는 없으나 그냥 볶음밥에 어제 남은 김치찌개를 싹 비웠습니다. 물론 모닝 라떼도 한 잔 즐기면서요. 밥도 여유롭게 먹고 다시 아침 영화 타임을 가진 뒤 10시를 넘어서 여유롭게 정리하고 캠핑장을 떴습니다. 눈에 덮인 캠핑장은 나름 멋진 풍경을 자랑합니다. 여기 오는 데 5시간, 가는 데 4시간 걸린 것을 빼면 말이죠.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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