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캠핑은 춥습니다. 뭐 이런 상식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이야기를 하냐구요? 동계 캠핑은 추위를 벗삼아 추위를 나름 즐기는 그런 것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추워서 얼어 죽기 직전인 상태를 즐기는 그런 마조히즘을 즐기기 위해 가는 것은 또 아닙니다. 어느 정도 추위를 감수하긴 하지만 최대한 덜 추운 것이 좋죠. 괜히 동계 캠핑을 할 때 장비가 주렁주렁 달리는게 아닙니다. 안 얼어 죽고, 최대한 덜 춥게 살려고 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시즌 동계 캠핑의 컨셉은 최대한 반칙 소리를 들어도 덜 추운 캠핑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덜덜 떠는 그런 캠핑도 준비는 되어 있지만 2025년 캠핑의 시작은 그야말로 치트키를 쓴 캠핑이 됩니다. 그것도 작년에 안 좋은 경험(?)을 안긴 그 캠핑장에서 말입니다. 그 흠뻑쇼(?) 이야기는 아래에 있으니 한 번 읽어봐 주시길 바라며...
■ 국립공원공단 지리산 내원야영장
- 사이트 수: 일반 8개, 산막형 하우스 20동, 나무집 하우스 6동, 카라반 2동
- 샤워장: 있음(유료)
- 개수대/화장실 온수: 나오기는 나오지만 용량이 작음
- 전기: 있음(유료. 단 일반 영지 한정)
- 매점: 수km 이내에 없음(최소한 시천면까지 나가야 함)
- 사이트 타입: 데크
- 테이블: 있음(목재)
- 체크인/아웃: 오후 2시/오전 12시(하우스/카라반은 오후 3시/오전 11시)
- 무선 네트워크: 제공
- 기타: 전망대 있음
이전에 내원 캠핑장을 소개할 때 자세히 적은 바 있지만, 이 캠핑장은 지리산 주변 캠핑장 가운데서도 좀 특이한 곳입니다. 일반적인 텐트 캠핑이 아닌 '하우스' 중심의 캠핑장이라는 것인데, 안내도 오른쪽의 텐트 사이트 8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하우스 아니면 카라반입니다. 즉 이 캠핑장 자체가 기본적으로 기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캠핑이 가능한 곳입니다. 물론 소수지만 일반 영지도 있고, 전부 데크 영지라 편하며 계곡 옆이라 물소리도 듣기 좋다는 나름 장점이 있습니다. 개수대까지 정말 먼 것만 빼면 말이죠.T_T
이전 포스팅에서 산막텐트 형식의 하우스는 그 구조를 설명을 드린 바 있고, 이번에는 여기가 아닌 나무 구조의 하우스를 잡았습니다. 총 6동이 있고, 4동이 냇가를 따라 배치되어 있고 나머지 두 동은 관리동쪽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하우스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대형 카라반을 베이스로 한 이동식 주택 개념입니다. 즉 컨테이너 하우스의 고급 버전을 생각하시면 되며, 지금 올린 B-1 영지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은 바로 하우스 옆에 주차가 가능합니다.
전체 하우스 사진에서 보신 바와 같이 목재 테이블이 바깥에 있지만 하우스 입구에 2인용 테이블이 별도로 있습니다. 여기에는 전기 콘센트도 있어 전기밥솥같은 전기 기기 연결도 가능합니다. 텐트 영지와 달리 별도의 전기 제한은 없습니다만, 어차피 전기를 정말 많이 먹는 것은 가져올 필요가 없긴 합니다. 별도의 열쇠 없이 번호 키 형식이며 체크인 시 번호를 알려줍니다.
자, 실내를 한 번 볼까요... 이렇게만 보면 넓이를 알기 어렵지만 산막 텐트의 거의 두 배 가까운 넓이를 갖고 있습니다. 산막 텐트가 4명이 들어가면 정말 북적북적한 레벨이지만 이 하우스는 꽤 넓습니다. 네 명도 그런대로 넓게 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게 산막텐트와 요금이 똑같습니다.T_T
일단 하우스라서 냉난방 설비는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습니다. 산막텐트와 동일하게 난방은 전기온돌을 사용하는데, 실내온도 조절식이 아닌 표면 온도 설정식이라 따뜻하게 지내고자 한다면 50도 이상으로 설정을 하셔야 합니다. 지금 계절에는 쓸 일은 없으나 제대로 된 벽식 에어컨도 있습니다. 시끄러운 이동식 에어컨으로 버텨야 하는 산막텐트보다는 압도적으로 낫습니다.T_T
다만 냉장고가 없는 것은 산막텐트나 여기나 똑같아 아이스박스로 버텨야 합니다. 멀티탭 제공 역시 동일합니다. 물론 지금같은 계절에는 자연 냉장고(즉 바깥)에 내놓는 것이 훨씬 신선도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아무리 남쪽이라도 바깥에 내놓은 물병에 살얼음이 낄 정도로 춥습니다.
냇가쪽에 있는 하우스는 나름 뷰도 좋은데, 냇가가 바로 보입니다. 이중창이라 물소리가 안 들리는 것은 아쉽지만 물 구경을 춥지 않게 즐길 수 있습니다.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면 블라인드를 치면 됩니다.
자~ 이제 쉴 동안 놀 거리를 세팅해야죠. 캠핑장 전체에 공중 무선 인터넷이 제공되기에 이렇게 노트북 PC를 가져와서 영화나 게임을 즐겨도 되고, 휴대전화를 통해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즐겨도 좋습니다. 신호 강도는 나름 좋은 편입니다.
자~ 그러면 바깥으로 나가 봅니다. 6개월 사이에 뭐가 바뀔 것은 전혀 없는데, 산막텐트는 여전합니다. 동계 시즌이라서 여기는 좀 빈 곳들이 적지 않게 보이는데, 아무래도 산막 텐트는 방한 능력이 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카라반은 잡을 수 있다면 하우스 이상으로 좋지만, 내원 캠핑장의 카라반이 달랑 두 개 뿐이라 여기를 잡는 것은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 레벨입니다.T_T
이전 포스팅에서는 산막텐트 주변의 소규모 개수대 내부를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큰 메인 개수대입니다. 전부 실내 개수대라 겨울에도 걱정이 덜합니다.
개수대 안에 세면장과 개수대가 공존하는 구조이며, 겨울 버전이라 실내에 라디에이터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물은 전기 온수기로 덥혀 나오는 구조라 용량이 작아서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쓰기는 좀 어렵고, 대신 손이 얼지 않을 정도의 미지근한 물은 나옵니다. 전자레인지도 있으니 잘 활용하시면 음식 준비가 훨씬 편해집니다.
화장실과 샤워장은 이 개수대 옆에 있으며 일단 샤워장은 동계에도 운영합니다. 동전 교환은 체크인 시 관리 사무소에 문의하시면 되겠습니다.
자... 전기 걱정 없는 하우스에 잡은 이상 다리 쭉 뻗고 커피를 내립니다. 전기를 칼같이 600W로 제한하는 캠핑장에서는 생각조차 못 하는 물건이지만, 여기는 그런 제한 따윈 없습니다. 캡슐 하나를 걸고 아메리카노를 찐하게 내립니다. 실내에 커피 향기가 퍼지고 이걸 호호 불며 마신 뒤...
기절했습니다. 역시 서울에서 운전하고 오는 것은 피곤합니다.T_T
캠핑장에 밤이 찾아 옵니다. 일반 텐트 영지였다면 주변 소음에 민감하여 저녁을 해 먹는 것도 시간을 봐 가며 해야 하겠지만 하우스는 이 부분에서는 조금 더 여유가 있죠. 그래서 9시를 넘겨서 기절 상태에서 깨어나 밥을 해 먹습니다. 전기 밥솥에 밥을 지은 뒤...
사실 여기에 쇠고기가 한 팩 더 준비되어 있었으나 간식을 너무 많이 먹었다는 이유로 그냥 갈비살만 잘 구워 야채를 있는대로 더해 쌈을 만들었습니다. 다만 영하로 떨어진 바깥에서 고기를 구워야 하니 추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실내에는 화재 경보기 도배가 되어 있어 절대 뭘 굽거나 해서는 안 됩니다.T_T
이렇게 고기로 배를 살짝 채운 뒤 온돌 온도를 적절히 높이고 이불 속에 푹 들어가 영화 감상 모드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어느새 또 한 번 기절...
살짝 서리가 쌓인 냇가를 보며 몸을 일으키고 밥을 준비합니다. 눈을 비비며 밥통에 쌀을 씻어 넣고, 아침 메뉴를 준비합니다. 아침부터 고기를 굽는 취미는 그리 없다보니 메뉴는 국물이 있는 것이 되는데...
다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전문점 존슨이 아닌 그냥 마트표 싸구려(?)를 골랐는데, 그 전에 식자재를 준비하러 마트에 갔을 때 할인이 붙어 있기도 했으나 냄비 포함이라 설겆이가 간편하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햄이 적고 야채만 많은게 흠이지만 어차피 목적은 국물이니까요. 정말 두 명이서 냄비 바닥까지 싹 털어 밥을 비벼 먹었습니다. 텐트가 없다는 것 만으로도 정리가 쉬워 20분만에 모든 철수 준비를 끝내고 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열심히 또 차를 몰고 와 집에 가서 기절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닙니다만.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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