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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 사회당 덕후위원회.... 콱 망해버려라!(2009/5/16)

dolf 2023. 5. 25. 13:23

덕후 위원회 단상. - 미친과학자님 블로그에서 트랙백

미친과학자님 블로그에 좀 글을 단다는 것이 과하게 되어 민폐를 끼쳤는데, 다시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첨언을 한다는 것이 교조적으로 주장을 강요하는 듯 되어 버렸습니다.^^ 하여간 이 글 자체는 새로 분리하여 올리는 것이 더 낫기에 글을 따로 올립니다.

사회당 덕후위원회라는 조직이 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어제 오늘은 아니며 한 달 남짓 시간이 흘렀습니다.(생긴 것이야 작년 일입니다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어 '듣보잡' 이상도 아닌 극진보 정당인 사회당에 난데없이 등장한 덕후위원회. 사람들은 재밌고 신선하다고 덕후위원회를 칭찬합니다. 확실히 신선하다면 신선하며 재밌다면 재밌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신선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일까요? 신선하고 웃기면 되는 것은 연예계면 충분합니다. 적어도 '정치조직'인 사회당이 만든 조직이 덕후위원회인 이상 그것은 충분히 납득하고 공감할만한 정치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과연 덕후위원회라는 것이 그런 정치적인 가치를 포함하고 있는 조직일까요? iris는 이에 대해 전혀 아니라 생각합니다.

"언더그라운드(소수) 문화 마니아(이후 '덕후'로 표기)의 권리와 차별에 귀를 막고, '덕후의 정치적 주체화'를 이룬다는 목표만 세운 채 그 방법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사회당 덕후위원회는 정치 조직으로서의 가치가 없으며, 사회당의 홍보와 이슈 강화로서의 역할 이상은 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덕후위원회의 존립 목적과 행동은 오히려 대다수의 덕후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 이어질 긴 주장의 핵심입니다.

◆ 문제 1: 덕후위원회의 목적은 무엇인가?

사회당 덕후위원회의 활동 자체는 게시판의 내용과 언론에 나온 것을 빼면 그 활동 자체가 그렇게 활발한 조직은 아닙니다. 원내정당이 아닌 극진보 정당이기에 참여자가 많지 않은 것도 원인이라면 원인이며, 아직 출범 초기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게시판이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사회당 덕후위원회의 설립 목적은 어느 정도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덕후위원장 그 자신의 글과 덕후 위원회 소개(otaku-commite.hwp) 문서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사회당 덕후위원회의 존재 이유와 활동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회당 조직의 홍보/보조조직으로서의 역할
- 당헌에 따른 당의 대중 기반 확보
- 문화예술을 근간으로 한 당 사업 협력(코스프레 시위 등)

※ 사회당 내부적인 관리/행정적인 역할
- 당원 개인의 특성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당 행동 수행이 가능토록 함
- 당내 덕후들에 대한 배제적인 행동이 생기지 않도록 견제

※ 덕후들의 정치화 사업
- 덕후를 객체가 아닌 주체로 하는 사업(무엇인지는 불분명) 전개
- 덕후를 위한 정치적 활동공간 제공

간단히 요약을 하긴 했지만 적어도 알려진 사회당 덕후위원회의 존립 이유나 사업 방향은 이 정도입니다. 정당 조직에서 작은 위원회 하나를 세우기에는 그런대로 명분은 설 정도는 됩니다. 그것도 안되었다면 아무리 사회당이 원내정당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위원회를 세워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사회당의 이미지를 개선하며 시위 및 정책 수립 등 사업에 협력하고 당 내부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하는 것은 사회당 내부에서 덕후위원회가 관리 및 홍보를 위한 조직으로서는 그 존립 가치가가 충분할 정도입니다. 

문제는 내부가 아닌 외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덕후위원회의 모습에 물음표가 너무 많다는 데 있습니다. 덕후위원회는 사회당 내부의 관리를 위한 조직도 아니며 그렇다고 정책위원회처럼 정책을 만드는 조직도 아닙니다. 어떠한 외부의 목적을 위해 세워진 이상 사회당 바깥의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이며 그러한 활동을 하여 사회당에 어떤 이득을 안겨줄 수 있어야 합니다. 덕후위원회는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준비한 것이 없습니다.

덕후위원회의 소개 문서나 위원장의 인터뷰 어디에도 덕후들의 권리향상이나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오직 하나, 덕후들을 그저 '정치적인 주체'로 만들겠다는 소리만 반복할 뿐입니다. '어떤 정치적인 주체'인지 '어떻게 정치적인 주체로 만들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힌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덕후위원회 위원장은 '덕후를 위한 조직'이 아닌 '덕후에 의한 조직'임을 내세우며 덕후위원회가 덕후를 위한 사업을 할 의향이 (적어도 당분간은) 없음을 밝힐 정도입니다. '덕후여~ 모여라!'는 해도 '덕후를 어떻게 모을지' 고민하지 않는 조직, '덕후를 모아서 뭘 할지' 고민하지 않는 조직, 그것이 주어는 있지만 목적어가 없는 조직, 사회당 덕후위원회입니다.

덕후위원회 위원장이나 사회당 그 자체에서 어떤 생각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한정된 정보(게시판, 인터뷰, 문서 등)로서 덕후위원회를 바라보면 그 존재 이유는 오직 이것 뿐입니다.

"사업? 목적? 그딴게 뭐가 중요해! 덕후가 그냥 조직을 만든다는 것이 중요한거지"

또한 덕후위원회를 만들어 하고자 하는 일도 딱 여기까지에 불과합니다.

"덕후들 모아서 코스프레하고 애니송 노가바하며 시위하며 사회당을 홍보해보자"

◆ 문제 2: 덕후들이라서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이냐?

사회당 덕후위원회는 덕후들이 정치적인 객체이기에 주체로 바꾸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뜻은 덕후들이 현재 정치적인 객체라는 이야기인데, 그렇게만 말한다면 덕후가 아닌 사람들은 정치적인 주체인데 덕후들만 아닌 것 처럼 들을 수도 있습니다. '방에 쳐박혀 애니송을 들으며 피규어를 만지며 모에~'하는 덕후들이니까 정치적인 객체인 것일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은 별 일이 없는 한 대부분을 정치적인 객체로 보냅니다.

기본적으로 정치 활동에 딱히 뜻을 둔 사람들이 아닌 일반 대중이 하는 정치 행위라는 것은 매우 제한이 되어 있습니다. 투표나 선거에 참여하는 것으로서 최소한의 자신의 정치적인 의사를 밝히며, 술자리나 블로그에서 자신의 정치적인 생각을 밝히는 것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더 적극적인 상황이 되면 집회와 시위에 나서기도 하겠죠.

그렇지만 대중은 자신에게 직접 관계가 없는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결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일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정치(Politics)는 좁은 뜻으로서는 '국가 통치 권력을 둘러싼 쟁탈 행위'입니다만 넓은 뜻으로는 사람이 사는 공간에서의 서로의 문제를 해결하고 조정하는 모든 행위를 가리킵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조정'하는 행위이기에 자신과 자신과 관계된 사람/조직이 문제를 안고 있는 사항이 아니라면 굳이 다른 사람의 문제에까지 끼고 싶지 않아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서울 강남구에 살며 스포츠카를 모는 20대 후반 독신 남성 A씨에게 '스포츠카 중과세'는 자신의 이익과 관련이 있는 일이기에 당연히 반발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벼멸구 구제용 농약의 부가가치세 징수'는 A씨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기에 똑같은 세금 인상이라도 받아들이는 느낌도, 행동 여부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하지만 경기도 양평군에서 논 네마지기를 부치며 시티100을 몰고 다니는 70대 B 할아버지에게는 농약의 부가가치세가 더 중요하지 스포츠카의 세금 따위는 관심의 대상이 아닙니다. B 할아버지가 '스포츠카 중과세 반대' 시위에 나서주길 기대하는 그 자체가 웃긴 일입니다. 물론 B 할아버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이 모 할아버지'처럼 스포츠카 드라이빙을 즐긴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요.

'벼멸구 농약에 부가가치세가 붙으면 쌀 생산 원가가 오를테니 내 밥상에 오를 밥값이 비싸진다.' 같은 형식으로서 세상의 모든 일은 어떻게든 자신과 연결이 된다고 하면 연결은 되지만 바로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것에는 쉽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사람입니다. 이런 것까지 생각하는 것은 결국 '큰 정치'를 바라보며 정치 활동을 하는 사람들, 즉 사회당에 속한 위원회 간부들 이상의 사람이나 사회단체에 속한 사람들입니다.그런 큰 그림을 보며 문제의 가능성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꼭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이 세상은 모든 사람이 그런 몇 단계 앞까지 내다보며 살기에는 너무나 바쁩니다. 네 단계만 사람을 거치면 4,500만 우리나라 사람 모두를 알 수 있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 전원이 서로 친구인 것은 아니듯이 몇 단계를 거쳐야만 자신에게 미미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영향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의 정치 의식이라는 것은 결국 '내게 관련 있는 것에만 관심을 쏟는 것'을 넘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진보정당 입장에서야 모든 사람들이 전국의 여러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모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를 기대하겠지만 사람이라는 생물은 결코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범인(凡人)이라면 자신의 삶이 더 중요한 것이 당연한 것이며 자신의 이익에 관계가 없는 정치적인 이슈는 결국 자신의 삶이나 취미를 희생하면서까지 참여할만한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니까요.

100% 자신에게 손해가 될 것이 아니더라도 그러한 가능성이 높다면 사람들은 알아서 정치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촛불시위의 뿌리가 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은 쇠고기 원산지를 속이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사회 현상과 겹치며 '나도 미국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려 추하게 죽을지 모른다'는 자신에게 피해가 올 가능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움직인 결과입니다. 용산 강제진압 사건 역시 그 현상만 따지면 용산 한 지역의 강제철거 과정에서의 사건에 불과한 것입니다만, '정부가 내게 피해를 주는 것에 저항한다는 이유만으로 공권력이 내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시위의 동력이 된 것입니다.

덕후이기에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자신과 관련이 없는 부분에는 정치적으로 관심이 없는 것이 정상입니다. 덕후들은 촛불시위에도 신경을 끊고 피규어나 사모으고, 용산사태에 '가카땅 모에~'를 외치고 있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그것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 덕후들은 행동했을 것이고.(iris도 동호회 차원의 미국산 쇠고기 반대 광고 게재에 기부금을 냈으며, 촛불시위에도 참여하여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냈습니다.), 영향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 덕후는 관심을 끊었을 것입니다. 반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하는 덕후였다면 촛불시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빨x이들'이라고 했을 것입니다 청와대를 향해 촛불을 들었어야만 정치적인 행위를 한 것이며 나머지는 정치적인 무뇌아가 된 것인가요? 진보적이며 적극적인 행동이 아니면 정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럴지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 자체는 뉴라이트같은 제정신이 아닌 극우수구와 같은 발상에 불과합니다.

덕후를 정치의 장에 끌어내고 싶다면 덕후들에게 이익이 되며 덕후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주제를 꺼내야 합니다. 덕후들이 관심이 없을 주제로 정치적인 운동을 하고 싶다면 그것이 덕후들의 이득이 되는 것인양 설득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광우병도 통계상으로는 낮은 확률 문제이지만 일반 대중은 그것을 높은 확률로 해석했기에 움직인 것입니다.) 이런 노력도 없이 덕후들이 모든 이슈에 대해 전부 정치적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다양한 이슈에 대해 정치적인 사람을 만들고 싶다면 덕후위원회 차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덕후가 정치에 적극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슈를 확보하지 못하고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사람들에게 불어 넣지 못하는 한 덕후위원회 혼자의 힘으로는 '덕후만의 정치 주체화'조차 불가능합니다.

◆ 문제 3: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가볍게 걷어차버린 덕후위원회

위에서 덕후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덜 정치적인것이 아니며 더 정치적인 것도 아니라고 적었습니다. 자신의 삶에 관련이 있으며 자신이 관심을 가질만한 흥미있는 이슈가 아니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일 뿐이며, 그것이 정당인이나 시민단체 활동가 등 정치 활동을 삶으로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상적인 것입니다. '사람은 불필요한 일에는 정치적 객체다'임에도 '덕후가 정치적 객체다'라고 읽은 사회당 덕후위원회의 근본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만 뭐 이건 관점 차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그렇다면 사회당 덕후위원회는 '덕후의 정치 주체화'를 위해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일까요? 사람은 '부모가 낳아줬으니 세상에 나온 죄 뿐이다'라는 말로 목적이 없음을 변명할 수 있지만 사람이 만드는 조직은 '목적 없이 태어났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동네 깡패 조직도 목적이 있는데 정당의 하부 조직이라는 동네가 목적 없이 태어났다는 것은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덕후들이 알아서 정치의 주체가 되는 일은 없으며, 진짜 그럴 수 있다면 덕후위원회는 만들 필요 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사회당 덕후위원회의 존재 목적을 덕후의 정치 주체화와 사회당의 대중 기반 확보, 사업 협력의 세 가지로서 적고 있는 만큼 이 목적을 달성 하고자 한다면 이런 사업을 벌일 수 있을 것입니다.

- 덕후 전용 정치 사이트 개발/운영(사회당 내부에 게시판 형태로 진행중)
- 덕후들의 취향과 이해도에 걸맞는 사회당 정책/주장의 개발
- 덕후들을 동원한 덕후식의 정당 행사(시위 포함) 개최
덕후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회적인 이슈의 개발과 홍보
- 덕후들의 사회적인 지위 향상과 이익 보호를 위한 정책 개발


다만 덕후위원회는 처음부터 '덕후를 위한 조직'이 아닌 '덕후가 만든 조직'이었으며 덕후의 권리와 이익을 위한 활동이 없을 것임을 못박고 있습니다. 그런 이상 덕후들을 위한 정책 개발이나 덕후 취향의 정책 개발은 일단 뒷전으로 밀립니다. '덕후도 보통 사람이다'라는 말은 사실이니 '덕후가 만든 조직'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만, '덕후가 만들었지만 덕후를 생각하지 않는 조직'을 대놓고 선언하는 것은 그 갈길을 스스로 막아버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덕후도 보통 사람이면 덕후만의 위원회에서 활동해야 하는 이유가 딱히 생기지 않습니다. 그냥 그 전문 위원회에서 활동하면 그만입니다. 무슨 덕후가 보통 사람이 이해할만한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저능아들의 집단이 아닌 이상에는 해당 위원회에서 나오는 이슈에 대해서 충분한 정보 교환과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지역 공무원의 비리에 분통을 터트리는 덕후가 지역정치위원회가 아닌 덕후위원회에서 활동할 이유가 생길까요? 88만원 세대인 자신의 입장에 불만인 덕후가 이에 대해 더 많은 이슈와 토론이 이뤄지는 기본소득위원회를 버리고 덕후위원회에서 활동해야 할 타당성은 무엇인가요? 덕후위원회에서는 덕후만의 표현방법을 써도 된다구요? 사회당이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진보적인 조직이 맞다면 다른 사람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덕후 스타일로 의견을 올린다고 '다구리'를 당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납득할만한 해석을 해달라는 덧글은 붙겠죠.

그러기에 덕후를 정치의 주체로 참여시키겠다고 선언했으면서도 반대로 덕후들이 덕후위원회에서 정치의 주체로서 참여할만한 메리트는 전혀 주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버린 덕후위원회는 스스로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남은 덕후위원회의 메리트는 '덕후적인 수단'으로서 대외 홍보를 하는 '얼굴마담'으로서의 가치 뿐입니다. 게시판을 열어줄테니 (아무런 메리트나 특별한 것은 없겠지만) 와서 놀라는 것과 사회당의 일반적인 정책을 '덕후식'으로 알려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조금이나마 덕후들의 관심을 끄는 것 이외에 창조적인 생산은 불가능합니다. 사회당의 전광판, 사회당의 얼굴마담으로서의 가치가 그렇게 무시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런 가치가 의외로 크기에 사회당에서도 일단 덕후위원회를 정식으로 승인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덕후를 정치적인 주체로 이끄는 것'이라는 존립 목적에서 벗어납니다. '일반인에게 깨는 모습, 즐거운 모습을 보여 정치적인 주체로 이끄는' 효과는 있겠지만 덕후를 타깃으로 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덕후도 사람이니 조금은 효과가 있겠지만 그랬다면 처음부터 '대중의 정치 주체화'를 타이틀로 걸었어야 옳지 않겠습니까?

◆ 문제 4: '덕후의 이익에 관심이 없고 덕후위원회, 덕후의 현실을 곡해하는 덕후위원회

'덕후를 위한 조직'이 아닌 '덕후가 만든 조직'에 불과한 사회당 덕후위원회는 위원장이나 간부가 '덕후'라는 것 말고는 아무런 특색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덕후위원회는 스스로를 '덕후를 위한'이라는 목적이 아닌 '덕후에 의한'이라는 수단 중심의 조직임을 분명히 할 정도의 반동적인 조직입니다. 그 목적이 불분명하고 수단이 목적에 앞선 조직인 만큼 정작 타이틀인 '덕후'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이해를 찾을 수 없습니다.

덕후위원장의 글을 읽어보면 '덕후라는 계층은 사회의 잘못된 인식에서 생겨났을 뿐 존재하지 않는 계층'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존재하지 않는 계층이니 자신이 대놓고 덕후라고 주장하지 않으면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럴까요?

덕후위원장 본인도 '성적소수자도 커밍아웃을 안하면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할 정도로 성적소수자들은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 행동으로서 성적소수임을 보이며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덕후들은 어떨까요? 덕후 역시 그 삶에서 덕후의 특징이 드러나기 마련이며, 그에 따라서 차별을 받습니다.

집에서 쉬는 날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데 부모님이'다 큰넘이 애들 보는거나 보다니' 하며 혀를 차는 것, 총기 사건이 벌어질 때 마다 '게임 탓'을 외치는 언론들의 기사를 보며 상사가 '게임하는 넘들은 성격 참 더럽다니까'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차별이 아닌가요? 자신이 애니메이션이나 볼 정도로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 자신의 삶의 자세와 상관 없이 게임을 즐긴다는 것 만으로 성격파탄자로 몰리는 것은 차별이 아닌가요? 이미 이렇게 인격에 의심을 받고 있는데 그것이 물리적인 차별과 이어지지 않는다는 어떤 보장이 있을까요? 이미 덕후들은 자신들의 취미 활동을 정상적으로 하는 것 만으로도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크고 작은 차별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차별도 아니라구요? 성적소수자처럼 알려지면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인격적인 모욕을 당하고 그것이 업무능력이나 삶의 자세 그 자체에 대한 제 3자의 평가를 무디게 만들 정도의 차별은 덕후들도 늘 받고 있습니다. 그것을 '밝히지만 않으면 차별 없음'으로 생각하는 덕후위원장의 생각은 짧아도 너무나 짧습니다.

'경제사회에서의 탈배제', '시민사회에서의 탈배제'를 강령으로서 내세운 사회당의 하부 조직인 덕후위원회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덕후들에 대한 경제/시민사회에서의 배제 행위'에 대해서는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것에만 관심을 갖고 실제적인 작은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돌리는 기존 정치 영역과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덕후들이 받고 있는 차별은 없는 것으로 치부하면서도 덕후들이 정치적인 주체가 되도록 하겠다... 도대체 어느 나라의 발상인가요? 아니면 여기에서 말하는 '덕후'라는 것이 혹시 '전위'들만을 가리키는 단어인가요?

우리나라 운동권을 말아 잡수신 원인이 된 전위론은 '깨인 소수의 사람(전위, Advanced guard)들과 일반 대중을 가르고, 전위들이 대중을 계몽하면서 앞장서 이슈를 만들고 저항하며 대중을 이끌어 나간다'는 개념입니다. 대중이 정보를 거의 손에 넣지 못하고 있으며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알짜배기 정보를 쥐고 있으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행동에 옮기는 전위가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중이 스스로 판단하기에 충분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시점에도 전위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대중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자신들과 대중의 선 가르기에 바빴으며, 대중의 생각를 무지한 자들의 얕은 생각으로 치부하면서 전위들만의 좁은 생각으로 행동에 나선 결과 대중의 지지를 잃기에 바빴습니다. 지금 민주노총, 노동조합, 학생회 등 과거의 진보 조직들이 대중의 지지를 거의 받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대중의 생각을 여전히 무지의 산물로서 무시하며 극소수 조직 간부들만의 생각이 진실이며 진리인것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당 덕후위원장이 덕후들의 권리 확보 필요성을 없다고 이야기하는 그 안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전위들만의 자만심이 느껴집니다. 덕후들은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자신의 문화를 즐기려 애쓰는데 정당의 덕후위원장은 덕후들이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그 어떤 덕후들이 사회당 덕후위원회를 믿고 활동하겠습니까?

■ 덕후를 무시하는 덕후위원회는 없어지는 것이 더 덕후를 위하는 일이다

21세기의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적응해가는 젊은 덕후들은 과거처럼 정치의 모든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개인화의 산물이라고 해도 좋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야성이나 적극성이 적다고 푸념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이익이 걸린 일까지 순한 양처럼 가만히 당하고 있는 세대는 아닙니다. 세상이 복잡해졌기에 세상을 살아가며 자신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 취미 활동에 삶의 에너지를 더 쓸 뿐 모든 정치적인 사안에 눈을 감는 것은 아닙니다.

그에 비해 사회당 덕후위원회는 20세기의 학생회나 진보정당의 간부들이 갖고 있던 오래된 마인드로서 덕후들을 바라봅니다. '덕후들은 정치에 아예 관심이 없으니 우리가 관심을 갖게 해주겠다'는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그릇된 방법으로 덕후들을 이끌 생각을 품고 있습니다. 지금의 덕후들은 자신들이 마음 편히 자신들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을 원하며, 그러한 문화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는 정책을 원합니다. 그러한 덕후를 위한 정책은 깡끄리 무시하고 '덕후여, 정치에 참여하셈'만 외쳐대는 덕후위원회가 어떠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정당은 정책과 행동으로서 지지를 받는 조직입니다. 정책이 없고 행동하지 않는 정당은 아무리 대의명분이 좋다고 해도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합니다. '덕후의 정치 참여'를 내걸면서도 어떻게 덕후들을 정치에 참여를 시킬지 깊게 고민하지 않고 '패러디라고 하지만 저작권 논란이 붙는 사회당 덕후위원회' 깃발에 전경들의 표정이 벙찌는 것을 가치로 삼는 덕후위원회는 사회당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사회당 덕후위원회에 눈이 돌아간 소수의 덕후 전위들을 빼면 오히려 저주에 가까운 일입니다.

덕후에 대한 사회의 천대와 차별이 존재함에도 그것을 애써 무시하며 덕후의 권리 문제에 귀를 막은 사회당 덕후위원회가 열심이 활동한다고 생각하여 보십시오. 별의 별 시위에 여장남자 코스플레이어가 선두에 서고 애니송을 시위가요로서 부르면 확실히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시위 자체에 대한 주목도도 올라갈 것이며, '듣보잡' 사회당에 대한 지명도 역시 확실히 뛸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당의 존재나 정책에 대해 눈꼴 사납게 생각하는 주류 언론들은 뭐라고 할까요?

'저질 일본문화, 촛불시위를 강타하다!'
'촛불시위 참여자들의 본질은 변태 사회 낙오자!'
'철없는 어린것들의 엽기 시위놀이에 나라가 병든다!'
'국가 품위를 위해 시위 복장 제한법 제정해야'
'만화와 게임이 전문 시위꾼을 만드는 주범'


그렇지 않아도 덕후들이 즐기는 문화들은 주류 언론의 오징어 다리처럼 심심하면 씹히는 소재겠다, 중장년층 이상이 눈꼴사납게 여기는 문화겠다... 시위가 일어나는 본질을 회피하고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생각 없는 파렴치한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 소재를 활용하지 않을 자들이 아닙니다. 사회가 덕후들의 문화에 대해 여전히 '저질문화', '변태문화', '애들문화'로 여기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시위의 본질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시위를 한 사람들은 용기있게 나선 작은 영웅이 아닌 '저질 문화에 휩쓸린 시위꾼'이 되는 것은 너무나 쉽습니다. 또한 그와 함께 정치적인 판단이 다르거나 참여할만한 이유를 찾지 못해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덕후들마저도 '시위나 하는 것들이 즐기는 저질 변태 문화'라는 황당한 멍에 하나를 더 짊어지게 될 것입니다. 도대체 정당의 작은 위원회 하나가 왜 그 이름을 빌려 쓰는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쳐야 하는 것입니까?

사회당 덕후위원회가 덕후들의 인권과 권리에 아무런 위험 신호를 느끼지 못하며 전혀 엉뚱한 목표에 집착하고 있는 한 그들의 존재는 나머지 덕후들의 즐거운 삶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럴바엔 사회당 덕후위원회는 깔끔히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더 우리나라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자연을 콘크리트로 도배하는 녹색위원회가 웃기듯이 덕후들의 삶을 위협하는 덕후위원회도 코미디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자기 길을 꾸준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겠다'구요? 덕후들의 정치 주체화를 이루려는 자신들의 말을 들으라구요? 그런데 말입니다... 당신들은 '넥키 바사라'가 아니며 우리들은 '시티 7 주민'도 아닙니다. 아무리 상상력의 산물을 즐기는 덕후라고 하지만 정치적인 인간으로서의 개념까지 안드로메다에 팔아 넘기고, 블랙홀에 덕후들의 애원까리 던져 넣지 마시길 바랍니다. 지지자가 있어야 정당도 있는 것이며, 지지자(지지 예비자)를 무시하는 정치 조직은 오래가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