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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구룡야영장 - 물소리, 빗소리와 함께 우중캠핑을 하다

dolf 2025. 5. 16. 13:56

작년부터 계속되는 레인맨의 징크스, 즉 두 번에 한 번은 꼭 비가 오는 캠핑... 이번에도 어김없이 비가 왔습니다. 하지만 비가 와도 설치와 철수 때만 폭우가 안 내리면 이후에는 시간당 50mm가 쏟아져도 텐트 속에서 시즈 탱크 모드로 버틸지언정 철수는 안 한다는 그 뚝심(?)을 이번에도 발휘하여 장비를 챙기고 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기존에 가보지 않은 캠핑장이어서 더욱 기회를 놓치기 싫었습니다.

 

이번 캠핑은 '상대적으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을 골랐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라 절대적이지는 않으나 길이 안 막히면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히 부담이 없죠. 그런 꿈같은(?), 나름 산 속에서 호젓한 캠핑장에서 지난 주말을 보냈습니다. 바로...

구룡야영장 되겠습니다.

 

■ 국립공원공단 치악산 구룡자동차야영장

- 사이트 수: 오토캠핑 51 사이트 / 카라반(설치형) 14 사이트 / 하우스 3 사이트
- 샤워장: 있음
- 개수대/화장실 온수: 개수대 온수는 확실함!
- 전기: 있음(별도 비용. 말은 600W 제한이나...)
- 매점: 그런 거 없음.(3km 바깥에 편의점 있음)
- 사이트 타입: 마사토(3개 영지만 데크 + 무장애)
- 테이블: 있음
- 체크인/아웃: 오후 2시/오전 12시(카라반 오후 3시/오전 11시)
- 무선 네트워크: 있음
- 기타: 전자레인지/냉장고 비치

 

 

치악산의 국립 야영장은 이 구룡야영장 말고도 금대야영장이 있습니다. 여기는 이미 올해 초에 갔다 왔죠. 다만 똑같은 치악산에 있어도 두 캠핑장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일단 둘 다 주소상으로는 원주시에 있지만 각각 치악산의 정반대에 있습니다. 금대야영장은 원주의 신도심인 혁신도시 및 관설동에서 멀지 않지만 이 구룡야영장은 주소만 원주지 실상은 횡성(새말) 영향권입니다. 실제로 차로 10~15분 남짓이면 새말IC로 갈 수 있는데, 원주 시내로 나가려면 42번 국도로 돌고 돌아서 가야 합니다. 캠핑장 성격도 완전히 다른데, 금대야영장은 산 속 숲캠핑 느낌이 나지만 구룡야영장은 그 보다는 훨씬 정돈된 오토캠핑장입니다. 일단 금대야영장 이야기도 한 번 보고 비교해 보시죠.

 

 

치악산 금대야영장 - 봄(?)을 몸으로 느끼며 캠핑하다(2025/3/22)

지난 포스팅, 월악산 닷돈재 이야기에서 꽃은 안 피었지만 봄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한 주가 지난 지금, 이제 꽃이 피는 봄입니다. 이제 노란 개나리와 하얀 목련도 피기 시작했습니다. 아, 목련

adolfkim.tistory.com

 

구룡야영장은 치악산의 주요 등반 코스인 구룡사 코스의 시작점, 구룡사 종점 근처에 있습니다. 이 코스가 나름 하드코어한 코스라는 평가라서 캠핑과 등산을 함께 하기는 좀 힘들지만, 의지가 있다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죠. 나름 계곡 옆에 캠핑장이 자리하고 있어 계곡쪽 영지에서는 나름 물소리를 밤새 들을 수 있습니다.

 

 

캠핑장 자체는 중형 사이즈인데, 50 사이트 내외의 일반 오토캠핑 영지와 카라반, 그리고 정말 소수지만 하우스도 있는 나름 복합 캠핑장입니다. 3단으로 나뉘는 계단형 영지지만 영지별 높낮이 차이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닙니다. 계단 4~5개만 올라가면 될 정도니까요. 정말 2~3m 이상 높이 차이가 나버리는 계룡산 동학사나 태백산 소도같은 깎아지른 계단식 영지는 아닙니다. 이 3층의 영지가 원형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만 오토캠핑이라고 하지만 소도나 도학야영장처럼 완전히 영지당 독립된 한 대의 주차 공간이 나오는 곳은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의 소금강야영장처럼 영지와 실제 주차장에 짧게는 몇 m, 길면 10~30m 정도 거리가 있는 수준입니다. 영지가 이중으로 배치된 경우도 있어 주차장이 상당히 밀집되어 붙어 있는데, 실제 주차장에 각 영지 번호가 붙어 있어 이 지정된 곳과는 거리 차이가 있습니다. 그나마 이용객이 적을 때는 번호를 무시하고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해버리면 됩니다만, 이제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가 되면 그것도 어려워지기에 약간 짐을 들고 옮길 각오는 필요합니다.

 

 

이 점을 제외하면 영지 자체는 그냥 평범한 수준입니다. 그냥 평범한 마사토, 즉 맨땅 영지고 나무로 구획 구분이 되어 있습니다. 대략 6m 정도의 텐트가 들어갈 수 있는데, 앞에 테이블을 놓을 수 있는 추가 공간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초대형 거실형 텐트는 설치에 좀 애를 먹을 수는 있습니다. 나무 테이블도 하나 제공해줍니다. 전기는 콘센트 하나만 제공을 하는데, 써 있기는 600W 제한이라 하지만 무슨 몽산포나 학암포처럼 칼제한을 하는건 아니라서 1.5KW 정도까지는 크게 무리 없이 쓸 수는 있습니다.

 

 

물론 예외가 있기는 한데, 영지 가운데 세 개는 예약 설명에는 없지만 무장애 영지, 즉 장애인용 영지라서 데크입니다. 여기는 바로 앞에 전용 주차 공간도 제공되며 데크도 꽤 커서 웬만한 대형 텐트도 설치가 됩니다. 심지어 이 영지는 화로대를 아무 곳에나 둘 수 없으니 화로대 설치 공간도 따로 제공됩니다. 여기를 잡는 것도 나름 능력이겠죠.

 

 

그 이외에는 카라반과 하우스가 입구 기준 1열에 있는데, 여기는 원칙적으로는 영지와 주차 공간이 붙어 있으며(아닌 곳도 있기는 합니다.), 카라반은 그냥 풀 옵션이며 하우스는 그냥 일반적인 사각형입니다. 이건 닷돈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다만 카라반에 설치한 TV가 IPTV가 아닌 위성방송이라 방송 끊김이 있을 수 있다는 주의 사항이 붙어 있습니다. 캠핑장 자체에 공중 무선 인터넷이 되는 만큼 이 경우 그냥 휴대전화로 OTT를 보는 것이 낫겠죠.

 

 

그 이외의 시설도 나름 훌륭한 편입니다. 개수대와 샤워장은 캠핑장 양 끝 중간열에, 화장실은 중간에 하나 있는데, 위치에 따라서는 물 뜨러 가고 볼 일을 보러 가기에 살짝 귀찮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멀어서 미치겠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는 아닙니다. 보통 개수대에 뜨거운 물은 거의 기대를 못 하지면 이 캠핑장은 온수 인심은 정말 끝내줍니다. 개수대에는 공용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화장실은 냉온방 완비지만 대신 온수는 안 나옵니다.T_T

 

 

이 날은 날씨가 정말 X같았습니다. 원래 당일 아침까지만 해도 비가 오후 3~4시까지만 온다고 하여 치는 데 좀 귀찮음만 버티면 나머지는 괜찮겠지 했는데... 비가 그칠줄을 모릅니다. 그라운드시트를 칠 때는 때마침 돌풍도 불어줍니다.T_T 우비를 입거나 할 정도는 아니라 비를 맞으며 죽어라 텐트를 치고 세팅을 합니다. 아~ 체력 방전입니다.T_T

 

 

 

점심도 안 먹었겠다... 이제 쓴 에너지를 보충해야죠. 다만 이번에는 싸구려 밥이 기다립니다. 서울에서 출발 전 사온 떡볶이와 튀김, 꼬마김밥에 싸구려 냉동 햄버거를 더해 우적우적 먹습니다. 떨어진 체력 보충을 위해서 특제 박카스 A 한 캔도 땁니다. 바로 먹으면 맛있는 것이지만 싸오니 아무래도 맛은 떨어지는데 할 수 있나요? 살려면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먹었으면 커피도 한 잔 빨아야죠. 정확히는 모카라떼지만 이거 한 잔 뽑고 놀 준비도 합니다. 다만 30분 정도 놀다 텐트 속 이불에 푹 박혔는데, 체력 방전 문제도 있지만 땅이 너무 질어 의자가 땅에 박혀버리는걸 못 피했기 때문입니다.T_T

 

 

그렇게 저녁 먹을 시간까지 멀리서 살짝 들리는 냇물소리, 그리고 그 보다 더 크게 들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밥시간까지 뻗어 있다 여전히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밥을 준비하러 나갑니다. 밥통을 꺼내 밥을 짓고 국을 끓입니다. 이번 캠핑의 컨셉은 '그냥 심플하게 먹자'라서 재료가 복잡한 것을 준비하지는 않았습니다.

 

 

예. 캠핑에서 국물은 먹어야 하지만 뭘 준비하기 귀찮을 때 가장 하기 좋은건 역시나 존슨입니다. 그냥 전문점에서 포장해와서 냄비에 다 쏟아 넣고 끓이고 마지막에 라면사리만 투입하면 끝납니다. 밥만 잘 지으면 정말 간단히 한 끼가 해결이 됩니다. 다만 중간에 사고가 발생하여 찌개가 볶음으로 둔갑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만, 어쨌거나 밥은 그런대로 잘 먹었습니다. 다음날 이 사고 뒷정리도 하느라 약간 신경을 썼습니다만.

 

 

저녁이 지나고 밤이 되도록 비는 그칠 새를 모릅니다. 일기예보는 볼 때마다 비가 내리는 시간이 계속 뒤로 미뤄지고 있습니다. 역시 한 시간 '전' 날씨도 못 맞추는 구라청다운 일인데, 그나마 폭우는 아니라 가끔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맑은 공기 속에 몸을 누입니다. 정말 다음날 새벽까지 비가 내리더군요.T_T

 

 

 

그렇게 아침의 캠핑장이 돌아왔습니다. 비는 그친듯이 그치지않은 그친것같은 상황. 그래도 사람들은 슬슬 움직이며 밥 준비를 합니다. 저는 아침 밑준비 전에 잠시 저 위에 적은 편의점에 먹을걸 조달하러 갔다 허리를 삐끗하고...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캠핑장에 돌아온 뒤 아침을 짓습니다. 아, 밥은 아닙니다. 원래 아침은 심플하지만 이번에도 심플합니다.

 

 

지난 캠핑에 이어 이번에도 스프가 다시 등장합니다. 대신 스파게티 대신 그리들에 식빵을 굽고 햄을 구워 올립니다. 저는 여기에 버터를 살짝 발라서 뚝딱. 나중에는 햄이 남아 네 장을 올려 한 방에 먹어서 깨끗하게 없앴습니다. 그리들과 냄비만 한 번 쓱 닦으면 해결. 정말 따뜻한 물이 넘쳐나니 있는대로 행복합니다.T_T

 

물론 철수는 물기를 털고 오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는 것은 함정이나, 집까지 1시간 20분. 그야말로 날아오는 속도라 이것만큼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여기 올 때는 6번국도를 타고 서서히 왔기에 2시간쯤 걸렸지만 갈 때는 번개처럼 유성처럼. 이렇게 다음 캠핑을 기약합니다. 아, 다음캠핑이라고 해봐야 이번주 말입니다.^^

 

추신: 가끔 선보이는 대중교통으로 캠핑가기... 이 캠핑장도 일단 대중교통으로 캠핑장 접근이 가능한 곳입니다. 캠핑장 바로 앞에 원주 버스 41번이 섭니다. 정류장 표지판은 없지만 말입니다.

 

 

사실 이 버스는 꽤나 먼 거리를 가는 버스입니다. 금대야영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관설동 경계에서 출발해 원주의 동쪽을 쓱 지나친 뒤 42번 국도를 타고 소초면을 지나 구룡사까지 들어옵니다. 이게 짧으면 30분, 길면 한 시간에 한 대 들어옵니다. 20분에 한 대도 늦다고 하는 서울 버스를 기준으로 하면 불만족스러운 수준이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지방 도시에서는 자주 오는 편입니다. 그나마 구룡사가 치악산의 주 등반로라 나름 신경을 써준 것입니다.

 

버스 정류장 앞에 바로 캠핑장이라 끌 것만 제대로 준비되어 있다면 그냥 룰루랄라~ 버스 캠핑이 가능한 나름 좋은 입지입니다. 문제는... 이 버스가 원주에서도 정작 핵심적인 곳은 한 곳도 안 지난다는 점입니다. 원주역도, 원주종합터미널도 안 갑니다. 아예 그 근처도 지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원주 시가지의 동쪽을 쓱 뚫고 지나가서 서쪽에 있는 이들 교통 중심지는 완전히 무시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환승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나마 41-2번이라고 주말 한정으로 원주터미널을 거쳐 가는 버스가 운행하는데, 이게 하루 네 대 뿐이고 캠핑장 체크인/체크아웃 시간과 맞출 수 있는 것은 단 한 번 뿐이라 정말 시간을 잘 맞춰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