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 월악산 닷돈재 이야기에서 꽃은 안 피었지만 봄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한 주가 지난 지금, 이제 꽃이 피는 봄입니다. 이제 노란 개나리와 하얀 목련도 피기 시작했습니다. 아, 목련 이야기가 나왔으니 노래도 하나 듣고 가죠. 노래 자체는 정말 죽기 직전에 만든 것이지만, 다행히 불사조처럼 부활해 부른 곡이니 나름 봄다운 희망(?)이 있다고 억지로 우겨봅니다.
저번주에 이어 이번에도 3월 봄 캠핑은 이어집니다. 이번에는 월악산보다는 조금 더 수도권에서 가까운 곳으로 가봅니다. 그냥 수틀리면 국도만 타고 갔다 올 수 있는 곳, 원주입니다. 다만 구룡은 아닌 작년 가을에 솔로 캠핑으로 갔던 곳, 금대 야영장 되겠습니다.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사람이 바글바글해 예약조차 어려울 수 있는 이 곳을 3월에 후딱 다녀 왔습니다.

■ 국립공원공단 치악산 금대야영장
- 사이트 수: 일반 46 사이트
- 샤워장: 있음(동계 폐쇄)
- 개수대/화장실 온수: 화장실은 나오나 개수대는 찬물.T_T
- 전기: 있음(별도 비용. 말은 600W 제한.)
- 매점: 없음(금대유원지 입구까지 나가야 함)
- 사이트 타입: 모래+흙
- 테이블: 있음(목재)
- 체크인/아웃: 오후 2시/오전 12시
- 무선 네트워크: 있음
- 기타: 전동 카트/일반 카트 대여
사실 이 캠핑장의 시설 자체는 작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큰 틀의 주요 시설은 다시 설명을 하나, 여기에 없는 것은 이전 포스팅을 보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치악산 금대야영장 - 단풍과 함께하는 솔로 캠핑
사람은 생각이 복잡해지면 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도 집안에 약간의 우환이 있다보니 생각이 복잡해져 도피(?)를 자주 하고 있는데, 예 그렇습니다. 오늘도 캠핑 이야기입니다. 올해는 작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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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적고 올해도 또 적는 내용이지만, 치악산의 국립 캠핑장은 이 금대야영장과 구룡야영장 두 곳이 있습니다. 일단 서류상으로는 둘 다 원주에 속합니다만, 구룡은 그냥 원주 버스가 가긴 간다는 것 뿐이지 실제로는 횡성(새말)의 영향권에 있는 곳입니다. 그와 달리 이 금대야영장은 혁신도시를 비롯한 원주 남쪽 시가지에서 멀지 않아(차로 15분 내외) 장보기 등에서도 나름 강원도의 대도시인 원주의 혜택을 꽤 볼 수 있는 곳입니다. MBK 사태로 휘청이는 홈플러스도 있는데, 이번에 갔을 때는 사람은 좀 줄었지만 영업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하여간 이 금대야영장은 치악산 남쪽의 등반 루트의 시작점에 위치합니다. 바로 옆에는 금대계곡과 등반로가 위치하죠. 심지어 주차장은 2층 구조라 1층은 등반객 전용 유료 주차장, 2층은 캠핑장 방문객 전용 주차장으로 운영합니다. 이 때문에 반드시 차량은 예약 등록을 해야 하고, 이걸 몰라 1층에 주차를 하면 돈을 그대로 내야 하니 그냥 차단기 앞으로 가면 등록된 차량은 알아서 문이 열린다는 점만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일단 오셨으면 체크인부터 해야죠. 주차장에서 입구를 통과하면 오른쪽에 관리사무소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체크인 후 쓰레기봉투를 사면 되는데, 원주시내에서 장을 보고 쓰레기봉투를 들고 오셔도 됩니다.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따로 있으니 두 종류를 들고 오셔야 합니다.
이번에 갔을 때는 나름 재미있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는데, 3/33번 체크인을 한 사람에게 1박 요금을 돌려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기 사용료는 제외라서 사실 얼마 안 되는 돈이기는 합니다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이벤트라서 솔깃하긴 했습니다.


이 입구 앞에는 냉장고, 전자레인지, 그리고 수도꼭지가 있습니다. 이런 공용 냉장고가 그렇게 시원하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백배 낫고, 전자레인지는 요리의 폭을 확실히 넓혀줍니다. 특이한 것은 수도꼭지인데, '식수'라고 써 있습니다. 사실 생수는 아니고 그냥 '수돗물'인데, 그 이유는 개수대의 물은 '지하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는 개수대 물은 마시지 말라고 되어 있는데 사람들이 말을 듣는지요. 사실 이걸 그냥 원샷으로 드시는 분은 없고 조리용으로 쓰면 끓여 드시니 끓여 먹으면 하등의 문제도 없습니다.

금대야영장은 국립공원공단 계열 캠핑장 가운데서는 상대적으로는 소규모에 속합니다. 그래도 영지가 40개 이상은 되니 중소규모라 할 수 있지만, 이 보다 규모가 작은 캠핑장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한 바퀴를 도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평면도에서는 잘 모르지만 이 캠핑장은 나름 계단식 영지입니다. 그래서 완만하기는 하지만 언덕이 되어 있는데, 관절 건강이 염려되는 분께서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내리기는 어렵죠. 그렇다고 동학사처럼 차를 몰래 갖고 올라가서 짐을 내리는 편법이 통하는 구조도 아니라서 벌써부터 두려움을 느낄 분이 계실 것인데... 그것을 대비해 전동 카트와 일반 수동 카트를 대여해줍니다. 전동 카트는 사람이 몰릴 때는 경쟁이 좀 있지만 그래도 운영하는 대수가 꽤 되고, 수동 카트는 그냥 넘칩니다. 주차장에서 수동 카트를 끌고 가도 되고, 운이 좋으면 관리사무소 앞의 전동 카트를 잡으면 최소한 다리의 고통은 줄어듭니다. 그나마 이번에는 작년 가을보다는 한 계단 아래의 영지를 잡아서 도가니 건강을 조금 더 지킬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과 샤워장은 가장 아랫 부분에 있어서 위 영지를 잡으면 살짝 멀지만 그래도 전체 영지가 크지는 않아서 불편해서 못살겠다 소리까지 나올 정도는 아닙니다.

또한 이 윗부분에는 휴식을 위한 공간이 있는데, 이번에는 여기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체험 행사를 열었습니다. 아이들이 꽤 참여하더군요. 물론 이렇게 아이들이 있다는 말은 전반적인 어린이 비율이 높다 = 시끄럽다가 되기에 조용한 캠핑을 원하시면 이건 좀 아쉬울 수 있습니다. 봄~가을은 가족 캠핑의 시즌이라 이건 어쩔 수 없죠.T_T


영지 구조는 작년과 변함이 없습니다. 마사토라고 쓰지만 그냥 맨땅에 나무 테이블 구성인 일반적인 캠핑장 구성입니다. 설악동이나 소금강, 덕유대 레벨로 평탄화가 안 된 것은 아니지만 매우 고른 땅은 아니라서 텐트 설치 시 약간 고민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저 세 곳과 비교하면 정말 양반인 것은 사실입니다. 전기는 600W 제한이라고 되어 있지만 무슨 몽산포나 학암포처럼 600W 칼제한을 거는 곳은 아닌 일종의 엄포용이고, 1.5KW까지는 충분히 버텨줍니다.

또한 이 캠핑장은 공중 무선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어 휴대전화로 OTT로 영화를 보면서 저녁 시간을 덜 무료하게 보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저희집 요리사(?)처럼 아예 게이밍 노트북을 들고가 맑은 공기 속 PC방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만 말입니다.T_T

저번 주말... 아시다시피 더웠습니다. 3월 하순에 낮기온이 20도를 넘었으니 꽤 더운 편이죠. 실제로 텐트 안에서 에어매트를 펴고 이부자리를 준비하는 등 내부 준비를 하는데 숨이 막히기 시작할 정도였습니다. 대충 정리를 끝내고 2L 물 1/3을 한 번에 끝낼 정도로 지치게 만드는 기온이었습니다. 바람은 그런대로 불어서 바깥에서 활동하기는 좋지만, 햇볕이 좀 따가워 긴 옷은 필요합니다. 나름 에너지를 쏟으며 텐트를 치고 의자에 걸터 앉습니다.


일단 늦은 점심부터 해결해야 했는데, 귀찮을 때는 라면만한 것이 없습니다. 서울 출발 전 산 싸구려 라면(4봉지에 2,000원)을 후루룩 마시고 남은 국물에 오뎅 꼬치를 끓입니다. 나름 매운 오뎅이 재현되는데, 정말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렇게 먹어도 어묵은 어묵이라 맛은 좋습니다.


밥도 먹었으니 후식도 해야겠죠. 이번에도 캡슐 커피 머신은 제 역할을 다 합니다. 아직은 공기가 따뜻해도 따뜻한 커피가 싫어지는 계절은 아니라서 따뜻하게 우린 아메리카노 한 잔을 준비하고 오징어 한 봉지를 꺼내 테이블에 놓은 뒤 영화 재생 모드로 들어갑니다. 그렇지만 해가 슬슬 아래로 내려오면서 기온이 나름 빠르게 내려가기에 6시 이전에 텐트 속으로 들어와 누워서 영화 감상 모드로 바꿉니다. 늦은 낮잠도 겸해서...

슬슬 해는 지고 고기는 다들 다 구워 드신 뒤 다들 담소 모드로 전환한 저녁... 그제서야 밥 준비를 합니다.

이번에는 출발 전부터 불판이나 숯불 모드가 아닌 냄비 모드로 가기로 했기에 저녁은 만두 전골을 하기로 했습니다. 만두 전골은 밀키트가 그런대로 잘 나오는 편이고, 부족한 야채는 가볍게 사서 보충하면 되기에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어렵지도 않죠. 기본 밀키트에 여러 버섯과 쑥갓을 더해 보글보글 끓여 먹으니 그런대로 맛도 있고 정리도 깔끔합니다. 정리도 끝내고 하늘의 별 구정도 잠시 한 뒤 이불 속으로 쏘옥~


다음날 아침, 머리를 긁적이며 아침밥 준비와 모닝 커피를 준비합니다. 밥통에 향기쌀을 가볍게 씻어 넣고 그 사이에 커피를 내려 뉴스를 보며 후루룩거리며 밥이 되길 기다립니다. 밥을 다 지은 뒤 본격적으로 아침 메뉴를 준비합니다.

아침 메뉴는 존슨. 다만 이번에는 시판 밀키트는 아니고 드래곤힐(?)의 얼마 안 되는 존슨 맛집의 남영동식 존슨입니다. 여기에 어제 먹고 남은 야채를 조금 더 더해 남영동식과 파주식이 결합된 괴상한 존슨을 만들었습니다. 라면 사리도 하나 끓여 먹고 밥도 쓱쓱 비벼 건더기 하나 안 남기고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확실히 봄은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으며, 개나리가 하루가 다르게 노랗게 물드는 것으로 봄이 빠르게 옴을 느낍니다. 이렇게 봄의 분명한 시작을 여유롭게 느낀 주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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