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도 한창 무르익는 지금. 하지만 바람은 여전히 거셉니다. 아직도 대형 산불이 곳곳에 나는 상황이고 전국 어디서나 바람이 휭하니 붑니다. 산불로 타버린 산을 보면 이래저래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건 10년을 지나도 조림을 한들 속된말로 스포츠 헤어밖에 안 되니까요.T_T
이렇게 바람이 강한 때라서 봄 캠핑은 보통 바람과 함께 하지만 올해는 특히 바람이 강해 여러모로 캠핑을 어렵게 합니다. 이럴 때 바람이 더 강한 곳을 가는 것은 무모하다는 소리도 들을만 하죠. 그 무모한 도전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서 고생도 했구요.T_T

■ 국립공원공단 태백산 소도야영장
- 사이트 수: 오토캠핑 48 사이트 / 카라반 전용 14 사이트 / 카라반(설치형) 20 사이트
- 샤워장: 있음
- 개수대/화장실 온수: 그런 거 없음
- 전기: 있음(별도 비용. 인심은 확실히 끝내줌)
- 매점: 그런 거 없음(당골광장 주변에 편의점 있음)
- 사이트 타입: 마사토
- 테이블: 있음
- 체크인/아웃: 오후 2시/오전 12시(카라반 오후 3시/오전 11시)
- 무선 네트워크: 있음
- 기타: 전자레인지 비치
소도야영장은 국립공원공단 계열 캠핑장 가운데 가장 오픈이 늦는 곳입니다. 물론 지리산의 일부 캠핑장도 있지만 여기는 사실상 여름 한정 운영에 가까운 곳이라 3계절 운영 캠핑장 가운데서는 여기가 가장 늦다고 해도 좋습니다. 그만큼 태백산의 봄은 늦게 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태백시에는 벚꽃이 다 지지 않았을 정도니 말입니다.

지난 1년, 이 캠핑장은 딱히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달라진 점은 카카오맵에서 이제 캠핑장이 제대로 나온다는 것 분입니다. 작년까지는 캠핑장이 안 나오고 그냥 '소도분소'라고만 나와서 정말 아는 사람만 찾을 수 있었죠. 지금도 캠핑장 내부 도로망은 표시가 안 되기에 반쪽입니다만 과거보다 낫기는 하죠.
하여간 서울에서 열심히 차를 몰아 Go East를 외칩니다. 아, 가는 길에 정 반대되는 노래도 하나 틀고 가보죠.^^
머나먼 길을 달려 두문동재를 힘겹게 올라 산을 돌아 오면 가장 먼저 들려야 할 곳이 나옵니다. 캠핑의 핵심은 먹는 것. 먹을 것을 장만해야죠.

이번에는 최대한 먹을 것을 심플하게 하자는 의견에 따라서 몇 가지 식자재, 그리고 점심밥이 될 무언가를 카트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 물건을 담으면서 원래 계획이었던 태백식 닭라면(?)은 그냥 접었습니다. 여기에도 나름 이유가 있지만 그건 따로 적기로 하고, 점심을 따로 먹으러 가지 않으면서 시간이 꽤 절약되어 체크인 개시 시점에 맞춰 캠핑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위에도 적었지만 캠핑장은 1년 전과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관리사무소 옆에 달랑 두 동의 카라반이 추가된 것을 마지막으로 추가적인 시설의 추가나 변경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로 낡은 캠핑장도 아니니 당분간은 변화를 줄 필요도 없기도 하구요. 안내도에 기재된 바와 같이 고정형 카라반(A), 캠핑카 전용(B), 일반 오토캠핑(C) 영지 구분은 과거와 큰 변화가 없습니다.

소도캠핑장은 1년에도 두세번은 오는 곳이라 시설 소개는 너무 자주해서 적을 것은 없지만, 또 찾아보기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다시 올립니다. 주력인 오토캠핑 영지는 말만 오토캠핑이 아닌 진짜 바로 영지에 주차가 가능한 구조입니다. 영지는 마사토, 즉 그냥 흙땅이지만 지은지 몇 년 안 된 최신 캠핑장답게 평탄화는 꽤 잘 되어 있습니다. 미묘한 각도 차이는 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한 편이고, 대형 타프나 거실형 텐트도 받아들일 수 있는 크기입니다.

여기에 나무 테이블이 기본 제공이며, 전기는 2포트를 제공합니다. 참고로 이 캠핑장은 전기 인심은 정말 훌륭한 편인데, 전기 난로 하나쯤은 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동계가 아니니 이 정도는 아니지만, 캠핑용 에어컨이나 전기 프라이팬같은 나름 문명의 이기를 쓰는 즐거운 캠핑이 가능합니다. 600W 제한 협박(?)과는 참으로 인연이 없는 정말 오토캠핑에 맞는 좋은 캠핑장입니다.

이 날 바람이 꽤 세다는 정보는 미리 확인하고 갔고, 실제로도 바람이 그런대로 강한 편이라 텐트 설치는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 그라운드 시트는 바람에 날려 돌로 눌러도 위치 고정이 쉽지 않고, 이너텐트를 세웠는데 바람에 휘청입니다. 무거운 플라이를 씌우고서야 최소한 텐트 전체가 크게 움직이는걸 잡았습니다. 이후에는 죽어라 팩다운. 텐트 본체에 박는 팩 수도 늘리고 로프로 있는대로 묶어 놓았습니다. 아예 영지 전체에 걸쳐 팩으로 박아 묶어 놓았는데, 이래도 돌풍에 텐트가 흔들리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에너지를 꽤나 소비했으니 당분 보충이 필요하죠. 점심을 먹기 전에 잠시 차를 몰고 당골 광장으로 갑니다. 당골 광장에는 편의점이 하나 있어서 여기서 마실것과 아이스크림을 삽니다. 사실 걸어서도 못 올 곳은 아닙니다만 캠핑장이 급경사에 있어서 다리에 꽤 부담을 주는게 사실이라 2분간 차를 달려 산을 오르내립니다. 아무리 시원한 태백이라도 햇볕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서 햇볕 아래에서는 이제는 좀 뜨거운 느낌이 날 정도입니다.

일단 아이스크림을 하나 빨고 바로 점심을 꺼냅니다. 바로 마트표 피자. 둘이서 이 피자 세 쪽씩 먹으니 배가 나름 찹니다. 마트에서 캠핑장까지 차로 20분 정도 거리인데다 수도권에서 접근하려면 이 마트를 꼭 거쳐야 하니 다른 캠핑장 대비 식자재 조달이 편한게 소도캠핑장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뭐 걸어가면 마트가 나오고 지하철역이 나오는 앵봉산만큼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이제 점심도 먹었으니 쉬어야죠. 이 때 전기 인심이 좋은 캠핑장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봄~가을 캠핑의 필수 아이템이라 주장하는 제빙기를 꺼내 얼음을 얼리고, 캡슐 커피를 추출해 얼음을 투입해 아아를 만듭니다. 정말 제빙기는 부피도 작지만 전기 부담도 크지 않고 음료의 퀄리티를 확 올려주는, 캠핑의 필수 아이템이라 주장합니다.
여름 캠핑을 원한다면 질러라!! 캠핑 머스트템 '제빙기'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여부는 둘째 치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에 캠핑 기어 역시 사자고 하면 끝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장비 욕심에 치여 캠핑 시작도 못 하거나 몇 번 해보고 그
adolfkim.tistory.com

이렇게 아아 한 잔을 만들어 마시고 PC를 꺼내 의자에 앉아서 영화를 즐깁니다. 이제는 공중 무선 LAN 이용도 자유로워서 데이터 걱정 없이 영화나 OTT를 즐길 수 있습니다. 햇볕은 좀 따가운게 마음에 안 들지만, 나름 세게 부는 바람 덕분에 전체적인 기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이제 산책도 한 번 해보죠. 소도야영장은 위에 카라반, 캠핑카, 일반 영지로 나뉜다고 적었는데 이들이 계단식 영지에 대칭형 비슷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청송 상의야영장이나 노잼도시의 동학사를 생각나게 만드는데, 아... 진입 다리를 부숴버린 상의야영장은 언제 다시 열 것인가 그립습니다.T_T


보통 이런 계단식 영지는 윗쪽으로 갈수록 불편한 부분이 많지만, 소도야영장은 이러한 불편이 없는 것이 장점입니다. 전체적인 캠핑장 규모는 그냥 중급 수준이지만 시설은 대형 야영장 준하게 갖춰 있기 때문입니다. 실내 개수대, 샤워장, 화장실이 전부 통합되어 있는데 이게 3동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는 C 영지 앞쪽 번호 깊숙히 한 동, 그리고 각 층별로 한 동씩 배치되어 있어 그냥 그 층에서 대부분의 시설 이용이 가능합니다. 굳이 불편하다면 B 영지, 즉 캠핑카 영지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한 층을 올라와야 한다는 것이지만 캠핑카 영지는 기본적인 시설이 되어 있어 그냥 연결만 하면 되기에 개수대같은 부분은 굳이 올라와 쓸 필요가 없기도 합니다. 쓰레기 버리는 것만 살짝 귀찮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샤워장은 일반적인 코인식이며, 개수대에는 전자레인지가 한 대씩 배치됩니다. 이 전자레인지로 팝콘도 튀겨 간식을 삼습니다. 직전에 갔던 도학야영장만큼 최신형 전자레인지는 아니지만(여기는 전방향 전자레인지라 회전판이 없습니다.), 정말 전기의 혜택을 있는대로 볼 수 있는 캠핑장입니다. 유일한 아쉬운 점은 공용 냉장고가 없다는 것 뿐입니다.
느긋하게 햇볕을 쬐며 여유를 즐기다보니 해가 슬슬 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바람도 더 세지기 시작하는데, 900m급 고지대인 소도야영장은 햇볕이 약해지면 기온이 빠르게 떨어집니다. 해가 다 지기 전에도 센 바람때문에 체감 온도가 떨어져 햇볕 타임은 종료. 텐트 안으로 들어와 테이블을 펴고 다시 영화 감상 모드로 들어갔다 누웠다를 반복하며 해가 지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높은 태백산에 태양이 사라지고 캠핑장에 어둠이 깔립니다. 그리고 바람은 세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합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아무리 강염버너라고 해도 조리가 쉽지 않을 가능성을 예상해 급거 실내 조리로 방향을 바꾸고 밥 준비를 시작합니다. 이번 캠핑의 컨셉은 '간단히 먹자'였기에 저녁 메뉴는 상당히 조촐하게 마련했습니다. 김치볶음밥에 오뎅 꼬치를 준비했는데, 원래는 여기에 군만두도 있었으나 너무 배부르게 먹으면 속이 부담스러워 메뉴를 하나 줄였습니다. 그냥 열심히 볶고 끓이면 해결되니 준비는 간단합니다. 900W짜리 히트플레이트로 정말 시간을 오래 들여 물을 끓이고 볶음밥은 강염버너로 후딱 볶습니다. 1인당 오뎅 3꼬치와 볶음밥 1.5인분을 먹고 후식으로 커피 한 잔(역시 아아)를 마시니 속도 든든하고, 다시 영화 타임을 1시간쯤 즐긴 뒤 운전의 피로에 10시 좀 넘어 잠에 들었습니다...
다만 센 바람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느라 수면의 질이 좀 떨어진게 문제인데, 이불 속은 전기장판의 힘으로 따뜻해서 좋은데 바람 소리와 텐트가 흔들리는 소리가 잠을 방해합니다.T_T

어쨌거나 태백산에도 슬슬 태양의 느낌이 다시 돌아오고, 밥 준비를 하러 일어납니다. 바람은 여전히 불지만 좀 잦아들어 밖에서 해먹기에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때 조금 문제가 있었는데, 식자재 가운데 하나를 사지 않은게 있어 태백 시내로 나가 그 때 연 편의점 6곳을 들렸지만 정작 원하는 것을 사지 못했습니다. 특이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게 '쇠고기 스프'였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다시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침 메뉴는 약간 바뀌었습니다. 원래 예정된 아침 메뉴는 라구 파스타 + 스프 + 식빵 조합이었으나 스프가 없으니 식빵도 의미가 없어 라구 파스타 + 어제 안 먹고 남긴 군만두를 구웠습니다. 아무리 강염버너를 써도 고도 900m에서는 물이 끓어도 온도가 낮으니 면이 익는 것도 느립니다. 원래 8분 정도 끓이면 되는 것을 13분을 끓여야 했고, 여기에 소스와 올리브유를 붓고 열심히 볶아 주었습니다. 아, 캠핑에서 해먹는 파스타지만 스파게티 면은 반토막내지 않고 제대로 끓였으니 이탈리아분이 실시간으로 보셔도 전혀 화내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걱정과 달리 바람이 불기는 해도 확실히 약해져 철수 작업은 큰 어려움이 없었고, 땅의 습기를 머금은 그라운드시트만 잠시 말린 뒤 철수 작업을 마치고 태백을 떴습니다. 아, 닭라면(?)은 먹지 못했지만 철수 전 포장하여 본가에 상납하는 것은 잊지 않았습니다.

추신: 시원한 소도야영장이여, 앞으로 두 달 뒤에 다시 보세. 이번에는 카라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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