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늘을 한 번 보셨나요? 구름은 좀 많지만 보이는 하늘은 높고 푸릅니다. 예. 이제는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가을입니다. 아침으로는 정말 시원한 바람이 불고 반팔 차림으로는 살짝 춥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낮에는 햇볕이 좀 뜨겁기는 하지만 그래도 못 버틸 정도는 아니고 그늘만 들어가도 시원해지는 그런 때입니다. 이럴 때가 정말 캠핑에는 최적의 시즌입니다. 낮게 활동하기 좋고 밤에 잠도 잘 오는 그런 때니까요.
올 여름 시즌 캠핑은 산 속에 쳐박혔는데, 기분을 전환해 이번에는 바다를 향해 달려 보았습니다. 예. 태안 학암포입니다. 편리한 오토캠핑에 맞춘 환경을 갖춘 이 곳에 나름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에어컨도 필요 없어지는 이 시즌, 이럴 때 태안을 가야 합니다. 그 이유는 뒤에서 적기로 하고, 시원시원한 캠핑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국립공원공단 태안해안 학암포야영장
- 사이트 수: 오토캠핑 영지 73 사이트, 캠핑카 영지 8 사이트, 카라반 8동
- 샤워장: 있음
- 개수대/화장실 온수: 개수대 하나만 온수 나옴.T_T
- 전기: 유료(600W 칼제한!!!)
- 매점: 캠핑장 바로 바깥에 편의점 있음
- 사이트 타입: 쇄석
- 테이블: 그런 거 안 키움
- 체크인/아웃: 오후 2시/오전 12시(카라반 오후 3시/오전 11시)
- 무선 네트워크: 그런 거 안 키움
- 기타 사항: 전자레인지/공용냉장고는 캠핑장 외곽에 있음
사실 학암포는 시설면에서는 꽤 괜찮은 편이지만 문제점이 몇 가지가 있는데, 먼저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입니다. 사실 태안이 수도권에서 그렇게 먼 편은 아니며 특히 경기도 남부권에서 거주하시는 분들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하지만 체감 접근성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닌데 그 이유는 크게 '평택'과 '태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태안은 어떻게 가건 서산을 거쳐서 가야 하는데, 태안과 서산은 수도권과의 연결을 사실상 서해안고속도로 하나에 의존합니다. 하지만 서해대교 부근은 지옥같은 정체의 대명사가 되었고, 요즘은 그 주변 다른 고속도로나 국도 역시 지옥을 더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오성IC-안중IC 사이의 국도 정체도 심각합니다. 저도 여기만 빠져나가는 데 1시간이 걸렸으니...T_T
두 번째 문제는 서산에서 학암포까지의 거리입니다. 학암포는 태안에서도 북서쪽에 있어서 꽤나 돌아가게 되는데, 그나마 서산IC-남문교차로(안면도-학암포-만리포의 분기점)까지의 32번 국도는 나름 고속화가 잘 되어 있습니다만 그래도 거리가 꽤 멀며, 다시 이 남문교차로에서 학암포까지는 왕복 2차로 시골길을 올라가야 합니다. 여기에 중간에 마을도 많아서 과속방지턱 도배가 심해 평균 속도가 꽤 떨어집니다. 학암포가 코로나-19로 캠핑 붐이 불기 전에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했던 이유도 이러한 체감 접근성의 약점이 있습니다. 뭐 지금은 자리만 잡을 수 있으면 감사할 지경입니다만.T_T


오늘의 목적지, 학암포야영장은 학암포 해변의 입구에 눈에 띄게 위치합니다. 오토캠핑장답게 일반 영지 없이 모든 영지가 최소 오토캠핑 영지로만 채워져 있습니다. 그만큼 반듯반듯하게 잘 영지가 꾸며져 있으며, 자연에서 캠핑한다는 맛은 그만큼 덜하지만 대신 밖에서 고기 구워먹고 한 잔 하기에는 확실히 편합니다. 입구에서 체크인을 하고 지정된 영지에 주차하면 캠핑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쓰레기봉투는 입구에서 판매한다고 되어 있으나 아래에 설명할 편의점에서 구매해도 됩니다.

자, 그러면 오늘의 잠자리가 될 영지를 한 번 구경해 보시죠. 영지는 주차장이 달린 전형적인 쇄석 영지입니다. 마사토, 즉 맨땅 영지는 아예 없는 나름 좋은 영지입니다. 쇄석 영지답게 물빠짐은 정말 좋은데, 대신 쇄석 영지의 문제점인 텐트 바닥 손상을 피하기 위한 그라운드시트는 필수이며, 텐트 내부에 매트가 잘 깔려 있어야 눕거나 앉을 때 불편하지 않습니다. 다들 준비는 잘 해 오실거라 믿고...

학암포의 첫 번째 문제점이 절대적인 거리에 비해 먼 체감적인 접근성이라면 두 번째 문제는 은근히 있어야 할 것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예. 영지를 잘 보시면 있어야 할 것이 하나 없는데 바로 테이블입니다. 이 캠핑장은 나무 테이블이 아예 제공되지 않아 테이블과 의자를 따로 가지고 오지 않으면 뭘 해먹는 것 조차 어려워집니다. 이건 예전부터 그랬던 것이라 사실 여길 자주 오시는 분들은 아예 테이블이 기본으로 있을거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습니다. 저희도 역시 테이블과 의자를 철저히 챙겨왔죠.

전기는 보통 영지 두 개에 하나씩 있는데, 일단 10m 정도의 릴 케이블만 있으면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영지당 콘센트는 두 개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콘센트가 많아봐야 별 쓸모가 없는데 이 캠핑장의 세 번째 문제점, 전기 인심이 정말로 사납습니다. 보통 캠핑장에 가면 '600W 전기 제한'이라는 말을 볼 수 있지만 대체로는 그냥 경고문에 가깝지 그걸 넘는다고 전기를 끊어버리지는 않습니다. 아예 태백 소도야영장처럼 2KW 이상도 버텨주는 인심 좋은 곳도 있구요. 하지만 학암포와 몽산포는 칼같이 600W 제한을 겁니다. 이걸 넘는 순간 1분간 차단기가 내려가 전기를 못 쓰게 됩니다. 바로 옆에 국내 유수의 화력발전소가 있음에도 전기 인심은 야박합니다. 600W 정도면 그래도 선풍기나 전기장판 정도는 쓸 수 있습니다만 전기 조리 기구나 전기 난방 기구는 일단 무리라 보셔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학암포를 겨울에는 아예 찾지 않는 것이 이런 전기의 야박함 때문입니다.T_T


이렇게 일단 영지의 형태는 소개를 했고... 나머지를 보기 전에 시설 배치도를 먼저 보겠습니다. 먼저 적어야 하는 것은 위에 소개한 영지의 형태 및 크기가 모든 영지와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학암포는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서도 영지에 대해 다른 곳과 다른 좀 특이한 사항(?)이 기재되어 있는데, 영지마다 크기가 제각각이라는 것입니다.이번에 잡은 영지처럼 5m 남짓이 될까 말까한 곳도 있는 반면 7m 이상 되는 곳도 있어서 정말 Case by Case입니다. 힌트를 드리면 위 배치도에서 윗쪽 구석에 왠지 직사각형으로 똑바르게 되어 있지 않은 형태의 영지들이 좀 큰 편입니다. 일부 시설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넓은 공간을 원하시면 이런 영지를 노려보심이 어떠할지요?



학암포야영장은 대다수가 오토캠핑 영지지만 한 구석에 캠핑카 전용 영지와 설치형 카라반도 있습니다. 각각 8 자리이며, 입구 왼쪽에 캠핑카 전용 영지가 있어 캠핑카나 개인 카라반을 갖고 오신 분은 좀 더 편한 캠핑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 바로 위에 있는 카라반은 다른 캠핑장의 카라반과 동일한 4인용이며, 경쟁이 보통 치열한게 아닙니다. 이 부분은 다른 캠핑장과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다시 그 위에는 나머지 영지와 분리된 H/I 일반 오토캠핑 영지가 있습니다.



그 다음 물 쓰는 곳을 보시죠. 개수대(취사장)는 크게 네 곳이 있는데, 전부 실내 개수대입니다. 개수대 자체는 별다를 것은 없으나 참고 사항이 있는데, 먼저 온수는 이 가운데 딱 한 곳에서만 나옵니다. 전기온수기가 딱 한 자리에만 설치되어 있습니다. 600W의 전기 칼제한을 거는 만큼 전기 갈증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그래서 이 취사장 한정으로 전열제품 사용을 허용합니다. 그래봐야 전기포트와 밥솥같은 조리용 가전만 허용합니다. 그렇다고 취사장에서 전기불판에 고기 굽는 일을 하실 분은 없을 것으로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작년까지 이 취사장에 있던 전자레인지가 행방불명이 되었는데, 이 전자레인지 실종 사건은 뒤에서 설명합니다.

샤워장은 A-D 영지용은 1/2번 개수대 사이, 카라반과 H/I 영지용은 각 영지 서쪽에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는 이 자리에 소규모 매점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냥 사무실로 씁니다. 샤워장 자체는 다른 캠핑장과 같은 코인 샤워장입니다. 동전교환기는 있으나 안 쓰는 500원짜리가 있다면 박박 긁어 오시면 편하게 다 소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화장실은 그 위치가 조금 미묘합니다. 화장실이 영지 중앙부가 아닌 서/남/북쪽 경계면에 있기 때문입니다. 남쪽 화장실은 캠핑 영지를 벗어난 외부인 주차장쪽에 있는데, 이게 규모가 가장 크고 북쪽 화장실은 정말 한강공원의 간이화장실 수준으로 작습니다. 화장실 이용자가 많은 시간대(특히 아침)면 북쪽 화장실은 작은 전쟁터가 됩니다. 캠핑장이 엄청나게 큰 것은 아니라서 일단 어느 영지에서건 화장실은 3분 정도면 가지만 중앙쪽 영지에서는 이 화장실만큼은 좀 불편한걸 감안하셔야 합니다.




아, 위에서 캠핑장에 매점이 없다고 적었는데, 캠핑장 안에 매점이 없어도 실제로 큰 불편은 없습니다. 여기는 나름 유명한 낙조 스팟인 학암포 해변이며, 최소한 편의점은 캠핑장 바깥만 나가도 있습니다. 실제로 안내도 왼쪽에 있는 길로 나가면 CU 편의점이 바로 있고, 거기서 50m 옆(버스 종점)에는 GS25 편의점이 있습니다. 캠핑장 옆 편의점답게 캠핑에 필요한 것들은 충분히 갖춰 놓고 있습니다. 특수점포도 아니라 1+1이나 2+1도 그대로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설 소개의 마지막을 장식할 전자레인지 실종 사건의 내막을 소개합니다. 원래 전자레인지는 1/2번 개수대에 하나씩 있었으나 올해 이것들이 싹 사라졌는데, 캠핑장측에서 없앤 것은 아니라 그냥 이사를 간 것입니다. 다만 그 위치가 좀 예상외였으니...



예. 타이틀이 특산물 무인 판매장이라 대체로 보통 뭘 사려고 하지 않으면 들어가 보지 않는 곳인데, 여기에 전자레인지와 공용 냉장고가 있습니다. 전자레인지가 사라진 개수대에 이 내용이 적혀 있기는 한데, 잘 보지 않으면 정말 전자레인지와 냉장고가 없다고 생각하기 좋습니다. 또한 이 판매장의 위치가 남쪽 화장실 옆이라 캠핑장 전체에서는 상당히 구석이라는 것이 문제인데, 북쪽 영지를 잡은 분이면 전자레인지를 쓰러 가는 것도 꽤 부담스럽습니다. 일단 특산물 무인 판매장이라 과자같은 특산물을 무인판매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캠핑장을 한 바퀴 돌고 이제 텐트를 설치합니다. 차가 직직전 캠핑보다 커진만큼 짐을 넣기 한결 수월해졌는데, 뒷문짝이 하나 부족한 차라서 짐을 꺼내는 게 좀 불편하긴 하나 그래도 이것저것 채워도 크게 부담이 없습니다. 동계에는 난로까지 넣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입니다. 일기예보상 사실상 비예보가 없었고, 날씨도 적절히 선선하고 바람도 살살 불어 텐트의 3방향에 창문을 열고, 아예 입구에도 모기장만 친 채로 선풍기 바람 앞에 눕습니다. 텐트를 치고 산책으로 덥혀진 몸이 서서히 식어가고 해가 슬슬 져가며 기온도 낮아져 정말 기분은 좋습니다. 바깥에서는 숯불 냄새가 코를 즐겁게 하며 잠시 낮잠에 빠집니다.


그렇게 저녁이 왔고, 캠핑장에는 화로대 앞에서 담소를 나누는 어른들과 여전히 밤길을 뛰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제 몸을 일으켜 밥을 준비합니다. 고민은 많이 했지만 캠핑에서 먹는 밥은 결국 뻔하죠. 예.


먼저 오프닝으로 살치살을 굽고 그 사이에 레토르트 육개장을 국물로 끓이고 전자레인지에 햇반을 데워 옵니다. 시즈닝이라 해봐야 소금과 후추가 전부지만 그래도 소는 소. 입에서 즐겁게 넘어갑니다. 그 다음 본격적으로 돼지 목살을 굽습니다. 숯불에 구우면 더 맛있었겠지만 뒷처리는 불판이 편하죠. 역시 캠핑식 대충 시즈닝으로 잘 구운 고기를 상추와 함께 목으로 넘깁니다. 육개장은 레토르트지만 국물도 뻑뻑하고 고기도 꽤 많이 들어서 밥반찬으로 나름 만족스러웠습니다. 해장국은 아니지만 뭐 상관 없죠.^^
뱃속에 기름이 들어가니 다시 몸에 열이 오르지만 바깥은 시원하고 선풍기 아래는 더 시원합니다. 여기에 영화를 틀고 화면을 끈 뒤 소리만 들으며 시원한 서해안의 바람을 즐깁니다. 그렇게 몸을 맡기니 정말 잠은 잘 옵니다. 오히려 새벽에는 살짝 춥나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입추가 가까워지는 아침은 슬슬 해가 늦게 뜨지만 그래도 6시부터 캠핑장은 사람의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기지개를 펴고 텐트 밖으로 나와 개수대에서 간단히 얼굴에 물을 묻힌 뒤 아침 아아(?)를 위해 편의점으로 가서 얼음컵에 내린 아메리카노 두 잔을 만들어 옵니다. 그러니 이제 차 위로 해가 떠오르는군요.


갈 길이 멀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좀 서둘러 아침을 먹습니다. 아침은 지난번 솔로 캠핑에서 먹으려 하다 못 먹었던 만두전골이 등장합니다. 만두전골에 만두가 얼마 없는 만큼 작은 만두 봉지를 추가해 끓이는데, 양지 국물 기반의 맵지 않은 만두국은 속에 부담도 없습니다. 정리도 그냥 냄비만 대충 씻으면 끝. 테이블을 정리하고 그 사이 실내를 싹 정리한 뒤 텐트까지 접고 그라운드시트까지 말려 다시 차를 몰고 북쪽을 향합니다. 올 때는 힘든 길이었지만 갈 때는 편한 길이 이어집니다.
다음 캠핑은 10월, 다시 남도를 향해 움직입니다. 그것도 추석 연휴 끝물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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