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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이야기 외전3] 온천을 온천이라 부르지 못하니... 파주가야랜드

dolf 2026. 1. 5. 19:11

오늘의 온천이야기는 뜬금없이 '홍길동전'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자신이 천하게 난 것을 스스로 가슴 깊이 한탄하였다' 이 문장입니다. '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부분을 한자로 쓰면 '호부호형(呼父呼兄)'이라 하는데, 이거 모를 분은 없겠지만 홍길동이 호부호형을 못한 이유는 어머니가 몸종이었기에 서얼제에 의해 얼자(孼子)로 취급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서얼제와 서양의 사생아 제도는 비슷해 보이면서도 엄청난 차이가 있어서 이것만 갖고도 포스팅 하나가 나오는 내용이라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적기로 하고...

 

하여간 홍길동전의 이 문장은 워낙 유명하다보니 '어떠한 이유로 그 이름으로 부르지 못하는 것'을 비유하는 데 쓰이기도 합니다. 온천이야기에 이 내용이 나왔다는 것은 '온천인데 온천이라고 쓰지 못하는 곳'을 소개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조금 눈치가 빠르게 돌아가는 분들은 다 아실 것입니다. 온천이야기 시즌 2의 외전으로 소개했던 이 곳, 이제 시즌 3에서 외전도 버전을 3로 올려 재차 소개합니다. 바로 파주가야랜드입니다.

 


 

온천이야기 시즌 2의 외전에서 이 곳을 소개할 때 여기는 법적으로 온천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여기가 온천으로 부를만한 가치가 없는, 수돗물 데워주는 곳이라 그런 것은 결코 아닙니다. 사실 온천의 법적 정의는 단순해서 용출 온도가 25도 이상이고 법적 기준에 맞게 오염만 안 되어 있으면 될 뿐입니다. 무슨 유용한 알칼리 성분의 함유량 같은 것은 전혀 안 따집니다. 어차피 오염된 물을 쓴다면 목욕탕 허가도 안 나는 만큼 이 곳이 왜 온천이라 불리지 못하는지 답은 바로 나옵니다. 예. 그냥 용출 수온이 낮아서입니다. 법적으로는 '냉천'이라는 용어가 쓰이지만 이건 알아 듣는 사람도 별로 없죠.

 

그런데 말입니다... 전통적으로 메이저 온천으로 불리고 최소한 100년 단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동래, 온양, 수안보 같은 동네를 뺀 20세기 중후반 이후 개발된 온천의 상당수는 그 수온이 30도대 중반을 밑돌아 용출된 물을 그대로 온탕에 투입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보일러로 데워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25도짜리 온천물을 데우나 24도짜리 냉천물을 데우나 결과물이 달라질 것은 없죠. 그렇지만 전자는 온천이요 후자는 온천이라 말할 수 없으니 정말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게 파주가야랜드를 온천이야기 시즌 3가 아닌 온천이야기 외전 3로 다루는 이유입니다.T_T

 

어쨌거나... 파주가야랜드의 물은 '온천이라 불러서는 안 되지만' 지하에서 용출되는 광천수라는 점은 다른 온천과 다를 바 없어서 어쨌거나 데우면 그게 온천물인 것입니다. 물 성분은 엄청나게 대단할 것은 없는 단순 알칼리천이지만 이거야 우리나라 온천 대부분이 이런거라 딱히 더 떨어질 것도 없죠.

 

주차장도 꽤 넓고 인심도 넉넉합니다

 

이 목욕탕, 일단 장점 가운데 하나는 무난한 접근성입니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법원IC에서 5분, 파주 북단 문산읍에서도 차로 10분 거리라서 서울 북부나 경기도 북부에서 거주하시는 분들은 크게 불편하지 않게 차로 올 수 있습니다. 주차장도 꽤 넓게 제공하고 딱히 시간 제약도 없어서 정말 마음 부담 없이 목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오는 것은 어렵지 않은 곳인데, 문산에서 파주 버스 11번을 타면 30분 정도 가면 목욕탕 아래에 도착합니다. 문산까지는 지하철도 오니 뚜벅이라고 하여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을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리 못해도 30분에 한 대는 오는 버스라 대다수의 온천을 오가는 시내버스처럼 하루 몇 번 오지도 않아 흉내만 내는 곳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두 번째 장점은 한겨울에도 노천탕을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한겨울 노천탕은 따뜻한 물 속과 추운 머리의 그 극단의 온도 차이가 매력인데, 참 슬프게도 노천탕을 운영하는 온천 가운데서도 동계에는 운영을 안 하는 곳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파주가야랜드는 한겨울 노천탕의 매력을 아는 분들이라면 그냥 마음 편하게 올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단점은 없냐구요? 이 세상에 단점 없는 온천, 아니 단점 없는 목욕탕은 없죠. 홍길동같은 문제를 제외하고도 이 온천의 단점은 아무래도 시설 노후화입니다. 관리가 안 되어 더럽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으며 청소 등 시설 관리는 충분히 잘 되어 있습니다. 대신 아무래도 시설이 조금 노후화가 이뤄져 있어 호텔급의 번쩍번쩍한 시설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이 부분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이 부분은 실제 불편으로 이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 목욕탕은 넓은 안마탕을 갖고 있고 그 시설도 다양합니다. 어깨 안마, 허리 안마, 좌식 안마 등 시설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노천탕도 원래는 두 개이나 하나만 운영중입니다. 물론 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은 정상 가동중이라 실제 큰 불편은 없긴 합니다.

 

 

탕 구성은 온탕, 열탕, 이벤트탕에 수면실, 사우나 2개, 그리고 위에 적은 안마탕 구성입니다. 온탕은 시간대에 따라서 다르지만 40도대 내외, 열탕은 42도 내외이며 이벤트탕은 38~39도 내외입니다. 요즘 온천들이 온탕 온도를 열탕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유행이지만 여기는 그 정도까지 온도를 높이지는 않아서 피부가 민감한 분들도 최소한 이벤트탕에서는 쾌적하게 몸을 담글 수 있습니다. 노천탕은 40~41도 내외로 조금 더 뜨거운데 이건 노천탕들이 대체로 다들 비슷하긴 합니다.

 

그리고 위에 적은 안마탕의 작동하지 않는 부분은 피부가 뜨거움에 꽤나 민감한 분들, 그리고 여름철 목욕을 오실 경우 나름 장점으로 작동합니다. 35도 내외의 적절한 온도를 갖고 있어 그냥 작동하지 않아 사람이 없는 부분에 몸을 푹 담그고 있으면 정말 나오기 싫어질 정도로 몸이 딱 적응됩니다. 그 덕분에 여기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는데,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 해야 할지...

 

 

 

■ 파주가야랜드 시설 요약

- 온천수 특성: 단순 알칼리천
- 목욕탕 크기(대/중/소): 대

- 탕 종류(전체): 온탕 2, 열탕 1, 냉탕 1, 안마탕 1, 사우나 2
- 노천탕 여부: O (온탕)
- 요금: 11,000원(2025년 12월 기준)
- 부대시설: 매점
- 주차장: 제공(사실상 시간 제한 없음)
- 대중교통: 30분에 1대꼴로 시내버스 운행(파주 버스 11)

- 추천 대상: 넓은 욕탕, 동계 노천탕을 선호하시는 분, 뚜벅이
- 비추천 대상: '온천'이라는 타이틀이 꼭 중요한 분, 호텔급 시설을 원하시는 분

 

 

추신: 겨울에는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인데, 아시다시피 파주가야랜드를 가는 길에 있는 파주 문산읍은 파주식 존슨의 본거지입니다. 문산의 주요 존슨집들은 아침 8시부터 영업하니 새벽같이 목욕을 즐긴 다음 아침밥을 즐기는 것도 나름 이 목욕탕을 즐기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차가 없어도 걱정하실 필요는 없는데, 파주식 존슨집 가운데 삼거리식당은 저 파주 버스 11번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