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가 지나면 이제 본격적인 설 연휴에 들어섭니다. 귀성하지 않는 분, 아예 연휴 내내 국내나 해외에 장기 여행을 가지 않는 분이라도 어디 당일치기나 1박 정도로 가볍게 여행을 가고 싶어지는 그런 때입니다. 최소한 설 되기 전에 목욕재계는 해야 하니 온천을 알아보는 분들이 꽤 늘어납니다. 예. 온천이야기가 빛을 발하는 그런 때가 온 것이죠. 다만 이번에는 동네 온천이 아니라 그야말로 메이저 온천으로 가봅니다. 대신 좀 거리는 있죠. 예. 오늘은 '수안보'를 가봅니다.
온천이야기 시즌 3에 가보는 수안보온천, 여기는 역사가 긴 온천답게 온천이 하나가 아니라 온천거리를 이루는 곳이죠. 크고작은 온천탕이 있는데 오늘은 이 수안보온천의 플래그쉽이라 할 수 있는 수안보상록호텔을 가봅니다. 이 온천의 옆집이자 일단 수안보온천의 원조격인 수안보온천랜드는 시즌 2에 내용이 있으니 곁다리로 참고해 보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온천이야기2] The New 수안보, 수안보온천랜드
온천이야기인데 자동차 이야기가 오프닝부터 나옵니다. 자동차를 보면 'All New'가 있고 'The New'가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뭔 차이인지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 것인데, 사실 별 뜻은 아닙니다.
adolfkim.tistory.com

사실 수안보온천을 이야기하면 늘 적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저무는 온천가'입니다. 코로나-19, 그리고 그 이후에 닥친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온천이 직격탄을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안보가 이렇게 된 것은 훨씬 전의 이야기죠. 온천이 관광지로서 소외받은 것은 거의 한 세대 가까이 되던 일이니까요.동래온천이나 온양온천처럼 여전한 곳도 있지만 여기도 힘든 상황이고, 신혼열차타고 가던 경남 창녕 부곡온천은 부곡하와이가 망하면서 괴멸 상태에 빠졌다 겨우 부활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수안보는 저 부곡의 테크트리를 밟았는데, 와이키키 호텔이 망하면서 역시 깊은 침체에 빠졌습니다. 와이키키호텔 이후 지역 플래그쉽이었던 한화리조트도 사업을 접고 그룹 연수원으로 바뀌면서 이제 이 온천의 플래그쉽은 3성호텔인 수안보상록호텔이 이어 받았습니다.
'상록'이라는 단어는 금융이나 투자 관련으로 관심이 많은 분은 그 의미를 아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습니다. 이 호텔은 '공무원연금공단'의 계열사입니다. 정확히는 저 공무원연금공단의 계열사인 상록골프앤리조트에서 운영하는데, 저 회사의 시작 자체가 이 수안보상록호텔입니다. 그래서 공무원 및 전직 공무원들은 이 호텔을 거의 반값 수준인 회원가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외로 저 회원가 적용 폭이 넓어서 국가/지방공무원 말고도 사립학교 교직원, 직업군인, 독립기념관 임직원들도 할인가 적용이 됩니다. 아, 다만 목욕탕 할인은 공무원이라고 따로 없으니(투숙객 할인만 있습니다.) 이건 참고하셔야 하며...


호텔은 5층 규모의 아담한 크기이며, 주차장은 전부 지상 주차장입니다. 호텔 앞 말고도 뒷쪽으로도 주차장이 따로 있는데, 이론적으로 면수는 충분한데 지금이 온천의 성수기라서 온천만 오는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주차장이 매우 여유롭지는 않아서 좋은 자리에 주차하는 것 까지는 기대하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약간 걸어야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주차하셔야 합니다.


온천만 들리실 분은 중앙 로비로 들어서는 것은 그리 추천하지 않습니다. 설명이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어디로 가야 함?'하고 방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데, 온천은 지하 1층에 있고 그 입구도 호텔 양 끝의 계단을 이용하셔야 합니다. 물론 로비 중앙의 엘리베이터를 타도 되기는 합니다만 온천이 지하에 있다는 점은 미리 기억해 두셔야 당황하지 않습니다.

일단 명색이 3성호텔에 달린 목욕탕이며 그 운영 주체가 작은 곳도 아닌 공무원연금공단인 만큼 시설 자체는 깨끗하게 잘 관리됩니다. 그렇다고 '호텔급 목욕탕'이라고 하기는 그런데, 분명히 호텔의 목욕탕이지만 보통 호텔급 목욕탕이라 할 때의 이미지와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식 라커를 비롯하여 전체 시설은 꽤 깔끔하고 좋은데 최소한 탕 자체 규모는 수안보온천의 플래그쉽이라 하기는 좀 작습니다.
탕은 온탕 하나, 열탕 하나, 사우나 두 개, 냉탕 하나의 그냥 동네 목욕탕 구성입니다. 안마탕은 아예 있지도 않습니다. 욕탕 크기는 아래 표에서는 '중'으로 표기하지만 실제로는 '소'와 '중' 사이의 어딘가라 보시는게 정확합니다. 시설의 크기나 화려함보다는 그냥 물로 승부한다는 말이 정확할 것입니다. 그런데...
THIS IS SUANBO!!!!
이 물에 대해서는 좀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이미 아실 분은 다 아시는 내용이지만 수안보온천은 '원탕'의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곳입니다. 보통은 각 목욕탕이나 호텔에서 각자 온천공을 뚫어서 거기서 온천수를 뽑아 쓰지만 수안보온천은 그게 아닙니다. 모든 온천공을 충주시에서 전부 관리하고, 여기에서 나온 온천수를 모아서 각 호텔과 목욕탕에 보냅니다. 그래서 수안보온천은 어디를 가건 온천수 자체가 동일합니다. 나쁘게 말하면 '희석식 소주'에 가까운데, 희석식 소주도 주정 회사들이 각자 만든걸 중간에 대한주정판매라는 회사가 전부 사들여 섞어 다시 각 소주회사에 파는 구조라서 각자 뽑은 주정의 특성이 소주에 들어가지 않고 그냥 물과 감미료 차이에 따라서 맛 차이가 날 뿐이듯 수안보온천의 각 온천탕도 시설과 요금으로 차별화를 두지 온천수로 차별화가 되지는 않습니다.

20세기 중반 이후에 새로 생긴 온천들은 거의 1,000m 가까이 땅을 파내야 미지근한 물이 나오지만, 이미 조선시대부터 온천으로 유명했고, 대한민국 대통령들도 찾았던 수안보는 300m 정도만 파내려가도 53도짜리 뜨거운 물이 나옵니다. 성분 자체는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 왕창 들어간 것이 아닌 뭔가 조금씩 많이 들어간 단순알칼리천에 가깝습니다. 화산지대도 아닌 한반도에서 유황천을 찾는건 일단 무리라서 전통적으로 유명한 온천들은 이러한 이것저것 많이 들어간 만능형 우등생 타입이 많았습니다. 동래, 온양을 가도 이 부분은 큰 차이가 없어서 우리나라 온천의 숙명이라 생각하셔야 합니다.
바로 위에서 적었듯이 원천의 용출수온이 53도라서 그냥은 쓰지 못하고 식혀 써야 하는데, 그럼에도 온탕 기준으로도 41~42도, 열탕은 44~45도까지 올라가는 높은 온도는 나름 수안보의 허들을 높이는 원인이 됩니다. 40도를 넘어가면 피부가 저린 느낌이 오는데 온탕조차 저러하니 피부가 민감한 분은 온탕에 제대로 들어가 있기도 어렵습니다. 보통은 온탕에 머리만 내밀고 푹 들어가 잠기지만 수안보온천은 반신욕을 하는 분이 몸 전체를 담근 분보다 훨씬 많습니다. 몸을 담가도 몇 분을 못 버티고 다시 반신욕 모드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적절한 수온의 물에 푹 담그길 원하시는 분은 수안보온천 어디를 가셔도 몸이 편하지 못합니다. 피부 감각이 많이 죽은 장년/노년층이 이 온천을 많이 찾고 어린이는 거의 보기 어려운 것도 이러한 수온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젊은 분들 가운데서도 '뜨거운 것이 좋아'를 외치는 분도 계시니 이 부분은 취향 문제에 가깝지만, 일단 자신이 선호하는 수온을 확인하고 방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왕 나쁜 소리를 쓴 김에 교통 문제도 한 마디를 던집니다. 유서깊은 온천 가운데 온양온천과 동래온천은 그런대로 유지를 하는데 왜 하필 부곡온천과 수안보는 쇠락했다는 말이 나올까요?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대중교통에 있습니다. 동래온천은 현재 부산 북부 시가지의 일부이며, 온양온천은 구 온양시이자 현 아산시의 구시가지이며 천안과 묶인 동네입니다. 둘 다 부울경과 수도권전철로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는 곳들입니다. 그렇지만 부곡과 수안보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일단 철도부터. 원래 수안보는 철도의 불모지였지만 중부내륙선이 개통하면서 판교에서 KTX-이음이 가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거 하루 네 번 옵니다. 그리고 판교까지 가야 하는데, 장기적으로는 수서에서 탈 수 있게 되기는 하겠지만 앞으로도 몇 년 더 걸릴 일입니다. 기차 타고 역에 도착해도 문제인데, 수안보 읍내까지 걸어서 가면 40분은 걸려서 젊은 사람들도 여름과 겨울에는 도전이 무리입니다. 시내버스는 하루에 몇 대 오지 않으며, 이 시간이 맞지 않으면 택시를 예약하거나 콜버스를 잡아야 합니다. 여기에서 까먹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죠. 그나마 처음에는 아래 역 아래 안보삼거리까지 걸어 내려가야 했던 것을 역 앞까지 버스 연장을 해서 다행인데, 충주시는 여기에서 더 크게 개선을 할 의지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버스도 훨씬 낫지는 않습니다. 동서울에서 수안보까지 시외버스가 하루 5번, 충주 시내까지 3번 운행합니다. 그나마 동서울터미널 출발이라 판교까지 내려갈 필요가 없어 실제로 걸리는 시간은 KTX와 큰 차이가 없으면서 편하다는 장점은 있습니다만, 내려가는 차량은 오후에 그리 없고, 올라오는 차량은 아침을 제외하면 오전 낮시간이 비어 있어서 잘못하면 몇 시간을 멍하니 보내야 합니다. 그나마 시외버스가 KTX보다 나은 점은 시외버스정류소에서 걸어서 온천가까지 어렵지 않게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대중교통만으로 수안보에 오는 것은 여러모로 제한이 많고, 이 때문에 KTX까지 놓았음에도 관광 활성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차로 올 경우 이러한 제한은 그나마 줄어드는데,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IC를 통해 그렇게 복잡하지 않게 올 수 있으며, 동쪽에는 월악산이 있어서 월악산 등반객이 흘린 땀을 씻어내는 목적으로 함께 수안보를 들리는 수요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월악산에서 수안보로 오는 도로가 조금 상태가 좋지 못하지만(과속방지턱이 너무 많습니다.), 최소한 시간면에서는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월악산 송계 계곡은 나름 캠핑장과 펜션도 많아서 굳이 수안보에서 숙식을 하지 않아도 연계 관광을 즐길 요소는 충분합니다. 솔직한 이야기로 수안보 안에서는 밥먹고 목욕하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다보니 순수한 요양 목적이 아니라면 충주호나 월악산같은 주변 관광지와 연계하여 일정을 짜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 수안보상록호텔 시설 요약
- 온천수 특성: 단순알칼리천
- 목욕탕 크기(대/중/소): 중
- 탕 종류(전체): 온탕 1, 열탕 1, 냉탕 1, 사우나 2
- 노천탕 여부: X
- 요금: 12,000원(2026년 2월 기준)
- 부대시설: 호텔
- 주차장: 제공(별도 시간 제한 없음)
- 대중교통: 수안보시외버스정류장 도로 10분, 수안보온천역 도로 40분
- 추천 대상: 공무원 및 관련자, 월악산 등반객, 벚꽃 구경 관광객
- 비추천 대상: 뚜벅이, 피부가 민감한 사람, 조용한 온천을 찾는 이
추신: 수안보상록호텔 그 자체와는 관계는 없지만, 수안보온천 내 무료 족욕장이 2026년에도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수안보상록호텔에서 도보로 3분 정도 걸리는 수안보 벚꽃길에 족욕장이 있는데, 그냥 족욕이 한계지만 일단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벚꽃 시즌이 되면 꽃구경과 족욕을 모두 즐길 수 있지만, 지금도 공짜로 따뜻하게 발 담그기는 가능하기에 목욕까지는 아니더라도 충주호나 월악산 주변으로 관광을 오시는 분이면 한 번 들려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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