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캠핑장 가운데 바다에 가까운 캠핑장은 얼마든지 있습니다만, 저보러 딱 하나만 꼽으라 하면 동해 추암 캠핑장을 꼽습니다. 이건 현재까지도 변하지 않는 사항입니다. 뷰도 뷰지만 편의성도 좋기 때문입니다. 이건 다른 분들도 그렇게 느끼는지 분명히 동계 시즌임에도 이 캠핑장은 자리 잡는 것이 여름 못지 않게 어렵습니다. 저도 한 달 전에 칼같이, 그리고 겨우 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랜만에 가는 추암 캠핑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그리고 봄이나 여름이 아닌 겨울 시즌의 추암 캠핑장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올해 동계 캠핑을 마무리하는 캠핑 여행에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초대합니다. 덤으로... 작년 봄 추암 캠핑장 이야기와 올초 동계 캠핑 이야기도 함께 읽어보고 가보심 어떠실까요?
■ 동해시공영 추암 오토캠핑장
- 사이트 수: 오토캠핑 32사이트, 일반캠핑 10사이트
- 샤워장: 있음(출입번호는 체크인 시 알려줌)
- 개수대/화장실 온수: 이걸 나온다고 해야 하는지...
- 전기: 제공
- 매점: 해수욕장 주변에 CU 있음!!!
- 사이트 타입: 쇄석
- 테이블: 없음
- 기타 사항: 장작 금지, 일반캠핑 영지 개수대는 동계 폐쇄
서울도 2월 말 역대급 기록의 폭설(그래봐야 14cm)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서울 눈 오는 것은 영동지방 눈 오는 것에 비하면 애들 장난입니다.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인제양양터널을 지나기 전과 후가 완전히 풍경이 다릅니다. 터널을 지나면 완전히 설국입니다. 눈이 내리고 며칠 지났음에도 옆에는 제설한 눈이 왕창 쌓여 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캠핑장... 사실 1년 전과 시설은 전혀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사실 그렇게 강화해야 할 시설도 없고 보수할 시설도 많지 않았으니 뭐 유지보수만 잘 해도 충분하긴 합니다. 4시에 도착했는데 80% 이상 영지가 들어 찼습니다.
이전 포스팅을 읽어 보셨다면 굳이 더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이 캠핑장은 오토캠핑 영지 32개와 계단식 일반 영지 10개가 있습니다. 오토캠핑 영지는 진짜 오토캠핑이라 차를 옆에 바로 넣을 수 있습니다. 장점은 물론 이 점이지만, 영지 위치에 따라서는 바다 뷰가 제대로 안 되는 곳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일반 영지는 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바다가 바로 한 눈에 보이는 최상의 뷰를 자랑합니다. 그만큼 짐 올리기는 빡셉니다만. 아, 그리고 H5/H10 영지는 바로 옆에 기찻길이 있는데, 바다열차가 폐지되어 이제는 화물열차만 가지만, 내년에 동해선이 개통되면 여기에 KTX-이음이 가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 까지는 이 재미는 접어 놓아야 하겠죠.T_T
추암 캠핑장의 또 다른 장점은 이 영지인데, 전반적으로 영지가 널찍합니다. 오토캠핑 영지도 널찍하고, 일반영지도 각 구석에 있는 영지는 정말 잘하면 거실형 텐트 두 개가 들어가는 수준입니다. 쇄석 영지라 물빠짐도 괜찮아서 눈이 온지 얼마 안 됨에도 불구하고 땅 걱정은 정말 안 했습니다.
오토캠핑 영지의 또 다른 장점은 이렇게 수도를 추가로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개수대는 아니라서 그냥 물받이 목적이지만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크죠. 다만 문제는 겨울에는... 당연히 '수돗물 잠가' 모드입니다. 3월까지는 내내 이러하니 초봄 캠핑까지 이 기능은 없다 생각하셔야 합니다.
일반 영지의 외부 개수대, 그리고 오토캠핑 영지의 수도꼭지를 못 쓰는 상황에서 개수대 부족은 좀 약점입니다. 동계에는 이용객도 적을거라 생각하지만, 이 캠핑장의 입지적인 장점은 그 동계라는 약점은 씹어 먹을 정도라서 겨울에도 꽉꽉 들어찹니다. 그리고 온수기 용량도 작아서 온수가 온수로 느껴지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아예 남들 밥 먹기 전에 일찍 먹고 정리하면 좀 낫겠습니다만. 아, 전자레인지를 찾으시면 관리사무소로 가셔야 합니다.
바닷가 캠핑장을 왔으면 바다를 봐야죠. 설국의 바다에는 며칠 지났어도 여전히 눈이 쌓여 있습니다. 겨울 바다를 구경 오는 분들도 상대적으로 적으니 발자국도 적습니다. 물론 한두분 고독을 삼키는 분은 늘 계십니다만.
캠핑장이 추암해변에 완전히 일체화된 상태라서(차량 통제는 하지만 사실 사람 통제는 못 합니다.) 보안 문제는 좀 거시기하지만, 대신 해변에 있는 여러 상점을 이용하기는 편합니다. 저기 사진처럼 할리스도 있고 CU도 있으며 옆에는 횟집들이 있습니다. 걸어 갈 수 있는 거리에는 러시아 대게마을도 있죠. 물론 캠핑 와서 이걸로 때울 분이야 많지야 않겠습니다만, 최소한 편의점이 정말 가까이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따뜻한 커피라도 언제든지 사다 마실 수도 있구요.
전기 콘센트는 꽤 넉넉하게 있습니다. 일단 말은 1KW 이상 전기를 쓰는 물건은 연결하지 말라 하는데, 일단 1.5KW까지는 브레이커가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2.5KW나 3KW급 난로 가져 오지는 마시구요.^^
텐트를 다 치고 바라보는 캠핑장의 풍경은 아름답습니다. 비록 하늘은 구름이 한 가득이고 바람은 불고 파도도 거칠지만 넓은 바다 뷰가 마음을 평화롭게 해줍니다.
그리고 밤이 깊어지는데...
추암은 밤에도 야경이 꽤 좋습니다. 정말 깜깜한 캠핑은 그래서 좀 어렵지만 대신 저녁이나 밤에도 산책하기는 좋죠. 저녁을 일찍 드셨다면 배 꺼트리기 용도로, 그게 아니면 자기 전 운동 삼아 한 번 걸어 보세요.
캠핑을 왔으면 먹어야죠. 점심을 겸해 차가워진 햄버거를 씹으며 그리들에 쥐포를 구워서 영화를 보며 우적우적 씹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본격적으로 괴기를 굽는데... 소 갈비살과 살치살을 지글지글 굽습니다. 최고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잘 구운 좋은 부위 괴기는 감칠맛이 돕니다. 대신 이제 나이를 먹어서 먹는 양이 줄어서 돼지 목살은 뜯지 않았습니다.T_T
그런데... 고기를 구우려 하니 텐트 지붕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뭐 뻔하지 않겠습니까? 눈 아니면 비겠죠. 그렇습니다. 눈과 비가 섞여서 내립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이 눈비는 결국 잘 때 까지 안 그쳤습니다. 자는 도중에서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는데 그렇게 청천벽력과 같은 아침이 밝아오고...
동틀녁에는 그치나 했는데 밝이 밝아지니(어차피 날씨가 이 꼴이라 해 구경은 글렀습니다.) 또 비가 내립니다. 양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살짝 짜증나는 정도는 되죠. 하여간 커피 끓이기도 귀찮아 위에 설명한 편의점에서 커피를 내려 밖에서 청승맞게 비를 살짝 맞으며 커피를 쫄쫄 빨고...
어쨌거나 밥은 든든하게~ 대게마을과 십원 한 장 관계가 없는 대게라면을 끓이고 계란볶음밥을 그리들에 볶습니다. 3인분까지는 그냥 저 그리들에 쓱쓱 볶을 수 있습니다. 두 명이서 라면과 볶음밥 1.5인분씩을 해치우고... 비를 쫄쫄 맞으며(실제로는 짐 옮기기 + 텐트 최종 해체 및 정리때만 비를 맞았습니다.) 철수를 진행했습니다. 비오는 날 철수는 기분은 거시기하지만, 그래도 그 전까지는 참 즐거운 캠핑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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