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ゆるキャン△(캠핑|여행)

계룡산 동학사 야영장 - 노잼도시(?)에서 보내는 겨울 하룻밤

dolf 2024. 1. 8. 13:20

아, 먼저 대전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는 대전시장께서도 노잼도시 드립을 치며, 대전 = 성심당이라는 등식 역시 드립으로 유명해졌기에 저도 저리 씁니다만, 100만이 사는 도시에 정말 아무런 즐길 거리가 없지는 않습니다. 대전 자체가 도시로서는 역사가 짧다보니 도시 내부의 관광 요소가 그리 많지 않고, 음식 문화 역시 대전만의 것이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분화된 것이 아니라서 대전에 '관광'으로 올 메리트가 적은건 사실이긴 합니다.T_T

 

하여간... 대전 안에서 뭔가 관광을 즐길 거리가 적은건 사실이지만, 대전 주변까지 눈을 돌리면 아무것도 없지는 않습니다. 법적으로 청주로 들어가지만 대청호 주변의 현암정이나 청남대는 대전에서 가볍게 갈 수 있는 곳이며, 계룡산은 대부분을 공주나 계룡이 차지하고 있지만 대전도 일단 범주에 들어갑니다. 이 계룡산 안에는 대전에서 인기가 많은 작은 캠핑장이 있는데, 늘 예약이 꽉 들어차 동계에도 자리 구하기 어려운 인기 스팟입니다. 바로 동학사 야영장입니다. 올해 캠핑의 시작을 여는 글이기도 합니다.^^


 

■ 국립공원공단 계룡산 동학사야영장

- 사이트 수: 일반 14 사이트, 하우스 6동
- 샤워장: 있음(유료. 겨울에는 폐쇄)
- 개수대/화장실 온수: 개수대 온수는 그런대로 잘 나옴.
- 전기: 있음(별도 비용.)
- 매점: 없으나, 동학사 입구 주변에 매점과 편의점은 넘쳐남
- 사이트 타입: 모래+흙
- 테이블: 있음(목재)
- 기타: 1~3번 영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급경사, 무선 인터넷 사용 가능

 

 

일단 동학사 캠핑장은 주소상 '공주시'로 되어 있습니다. 계룡산은 대전, 공주, 계룡에 걸친 큰 산이지만 대전쪽 지분이 좀 적고, 동쪽 끝인 수통골쪽은 대전이지만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경로인 동학사는 공주 주소입니다. 그래서 대전의 관광지로는 부르기가 뭣하지만, 유성에서 차로 20분 정도면 쉽게 갈 수 있는데다, 동학사 안쪽, 그리고 입구인 학봉삼거리까지는 대전 버스가 들어옵니다. 오히려 공주 면허 버스보다 더 자주 들어옵니다. 대전역이나 충남대에서 버스 타면 됩니다.^^ 짧게는 500m, 길게는 1km 가까이 걸어야 하니 버스만 타고 오려면 좀 날씨가 덜 추울 때 와야 하겠지만, 대중교통으로도 못 가는 캠핑장은 아닙니다.

 

추가적으로 저 지도에서도 보이지만 계룡산 등반의 메인 루트라 할 수 있는 동학사의 입구에 있어서 매점이나 식당, 편의점은 넘쳐납니다. 물론 걸어서 가려면 정말 500m를 가야 하기에 이건 좀 무리고, 대신 차로 가면 정말 순식간입니다. 적어도 뭔가를 깜빡 잊어서 사러 가야 할 때 불편할 일은 전무합니다. 동학사 입구쪽에 계룡산온천이라는 온천도 하나 있습니다. 일단 일반 알칼리천이라 그냥 물이 특이한건 아니라 합니다만, 이번 캠핑에는 여기는 가보지 못했습니다.T_T

 

 

본격적으로 캠핑장을 살펴봅니다. 의외로 안내도가 심플한데, 정말 영지가 몇 개 없습니다. 일반 영지는 고작 14개. 여기에 하우스가 6동이 끝입니다. 국립공원공단 계열 캠핑장 가운데서도 규모가 작기는 손꼽히는 곳입니다. 대전, 세종, 공주, 계룡 등 이 캠핑장을 가까이 이용할만한 곳의 인구 합만 거의 200만이니 여기가 예약 전쟁이 안 일어나면 그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캠핑장의 예약 전쟁 못지 않은 경쟁을 뚫어야 합니다.

 

 

 

 

동학사 캠핑장의 영지는 총 4층 구조의 계단형 영지입니다. 하지만 경사가 꽤 급한데, 그냥 걸어서 가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걸 짐을 들고 가야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대체로 이런 계단형 영지는 영지 앞이나 근처까지 올라가는 오토캠핑인 경우가 많지만, 워낙 공간이 좁은 동학사 캠핑장은 그냥 1층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짐을 들고 올라가야만 합니다. 캐리어가 있어도 힘듭니다. 운치는 없어도 이 고생을 안 하는 1층의 1~3번 영지가 명당(?)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눈이라도 내리면... 살떨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아, 대표적인 계단형 영지하면 주왕산 상의캠핑장, 그리고 태백산 소도캠핑장이 있는데 여기는 이전에 가본 적이 있으니 한 번 참고해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소도와 상의 모두 겨울에는 폐쇄합니다.)

 

 

태백 소도 야영장 - 피서하러 캠핑가자~

코로나 정국이 사실상 끝나면서 왠지 캠핑 붐이 사알짝~ 꺼질까 하는 움직임을 눈꼽만큼 보이고는 있지만(한창 시절에는 1분만에 마감되고 남을 캠핑장들이 예약 오픈하고 10~15분 정도에 마감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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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상의야영장(2023/8/19) - 가을 캠핑을 위해 미리 확인하세요~

이쪽 블로그로 옮기기 전 이전 블로그 글 형태로 주왕산 상의야영장 글은 올린 적이 있습니다. 다만 그게 5년 전 이야기라서 사실 상당히 낡은 정보입니다. 코로나-19 정국에서 캠핑장들도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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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구조는 일반적인 국립공원공단 산하 캠핑장과 비슷합니다. 영지 크기도 어느 정도 일정하고 장애물도 없습니다. 대신 쇄석/자갈 영지가 아닌 모래흙 영지라서 겨울에 땅이 언 상태에서 비나 눈이라도 오면 땅이 질척해지는 문제는 있습니다. 또한 영지 구분이 그냥 로프로 되어 있어 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살짝 약점입니다. 시설 개량이 최근에 그리 이뤄지지 않다보니 이는 어쩔 수 없기는 합니다.T_T

 

 

 

배전함에는 전력 소비량 표시기도 있고, 600W 제한이라고 써 있지는 합니다만 겨울에 이러면 얼어 죽으라는 이야기 밖에 안 되죠. 실제로 이렇게까지 제한은 하지는 않습니다. 1,500W 전기 난로를 풀가동시키긴 했지만 전기가 내려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또한 전력 소비량 표시기는... 작동 안 합니다. 콘센트는 2개를 기본으로 제공합니다.

 

 

일반 영지 옆에는 층별로 2개씩 하우스가 있습니다. 하우스라고 해도 제대로 된 건물은 아니고 그냥 컨테이너 건물과 퀄리티가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지 않는 곳입니다. 그래도 비바람은 잘 막아주고 바닥 난방은 잘 됩니다. 여기에 바비큐 시설이 되어 있어 텐트 없이 고기를 구워 먹으러 오는 목적으로도 좋습니다. 예약은... 더 치열합니다만.

 

 

개수대 및 화장실, 샤워장 등 시설은 전부 1층에 몰려 있습니다. 3층이나 4층에 영지 있는 분들은 좀 괴롭긴 합니다.T_T 전체 영지 규모가 작다보니 개수대도 큰 편은 아니지만 그 결과 오히려 따뜻한 물은 잘 나옵니다. 지금같은 계절에는 이만한 메리트도 없습니다. 개수대 안에는 전자레인지도 하나 있습니다.

 

 

아, 시설 가운데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정확히는 지도에는 안 나오는 것인데, 간판 그대로 캠핑스쿨이라는 것입니다. 국립공원공단이 여름에 일부 캠핑장에서 여는 행사인데, 특정일에 캠핑을 온 사람들 가운데 신청을 받아서 여러 체험 행사를 하는 것입니다. 이 때 사용하는 시설이라서 안내도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하여간 저도 열심히 텐트를 칩니다. 구성 자체는 작년 초겨울에 난지도에서 시험한 솔로 동계 캠핑용 구성이 그대로 쓰입니다. 먼저 전실 구성 겸 바람막이로 셸터를 치고, 그 안에 1인용 텐트를 친 뒤 테이블과 의자를 놓습니다. 지난번에 얼어죽지 않게 한 1,500W짜리 PTC 히터가 이번에도 일을 합니다. 훈훈할 정도는 아니지만 얼어 죽지는 않을 정도로 실내 온도를 만들어 주며, 이중으로 바람을 막아주니 잠을 잘 때 내부 공기도 충분히 따뜻합니다. 이번 캠핑의 테스트 역할을 한 난지도 캠핑 이야기는 아래에...

 

 

서울 난지캠핑장(2023/11/25) - 히터 하나만으로 살만한 초겨울 캠핑

11월 중순 이후로는 국공립 캠핑장은 문을 닫는 곳이 상당부분 나옵니다. 물론 1년 내내 운영하는 곳들도 있지만 동계 캠핑은 장비가 필요한데다 아이들이 있는 경우 감기 등 건강 문제로 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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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잘 자리를 꾸몄으니 이제는 밥거리를 장만하러 가야죠. 이번에는 해가 있을 때 텐트를 치고 장보기는 나중에 할 생각이었기에 다시 차를 몰고 대전으로 나옵니다. 대전이 노잼도시라고 해도 그래도 먹을 거리는 나름 있습니다. 대전역 가락국수도 있구요. 정작 늦은 점심으로 먹은건 대전역의 매운 라면이었습니다만.^^

 

 

아, 노잼도시 유일의 관광거리(?)는 가지 않았냐구요? 가긴 갔습니다. 본점은 주차하기도 답이 안 나오기에 그냥 대전역 분점으로 갔고 튀소는 아예 한 개도 안 샀습니다. 성심당은 오히려 고로케같은 튀소나 부추빵 이외의 것이 더 먹을만합니다.

 

 

그리고 밤이 되었습니다... 옆 텐트는 조명이 밝지만 솔로 캠핑에는 그런 거 없습니다. 조명은 최소한으로.^^

 

 

 

사실 원래 예정했던 메뉴는 부대찌개 라면이었습니다...만, 복터 이마트를 갔더니 소 꽃갈비를 세일하더군요. 여기에 돼지 등심덧살(가브리살)까지 있어서 조그만 사이즈로 각각 한 팩씩을 사왔습니다. 소 꽃과 돼지 꽃이 한 프라이팬 위에 피었습니다.^^ 다만 소갈비보다 돼지 등심이 더 맛있더라는 것이 함정입니다.^^

 

그리고 따뜻한 이불 속에 푹 들어가는데... 잠시 뒤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그렇습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불 속에서 좀 버티다 생각하니 음식이 들어간 가방을 자연 냉장고(즉 바깥)에 둔 것이 생각나 재빨리 나가 들여다 놓고, 네 면의 눈을 퉁퉁 털어준 뒤 다시 잠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아침이 밝아오는데...

 

 

아침 메뉴도 예정과 달라졌습니다. 이 역시 원래 예정은 가볍게 라면으로 끝낼 예정이었으나, 마트에서 저렴한 오뎅 꼬치를 사와서 이걸로 대신했습니다. 옆에서 영화를 보면서 얼큰한 오뎅을 한 꼬치씩 집어 먹는것도 나름 재미죠. 이걸 새벽 5시에 했는데, 원래는 이걸 일찍 먹고 바로 철수 준비를 하여 7시 전에는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마침 그쳤던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하는데다, 나갔다 오니 귀차니즘이 생겨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7시 30분까지 쿨쿨 잤습니다.

 

 

 

눈에는 습기가 그리 많지 않아서 후~ 불면 날아가는 그런 눈이라서 밤새 쌓인 눈도 바람에 그냥 다 날아갔습니다. 문제는 철수할 때 생겼는데, 위에서도 적었지만 경사가 급해서 겨울에 눈이 오면 내려가고 올라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저 짐을 캐리어 하나에 싣고 내려 가는데, 미끄러지면 그냥 데굴데굴 굴러 아래에 주차된 차를 덮칠 상황이라 정말 살떨리게 내려왔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갔다온 겨울 솔로캠핑... 동학사 캠핑장은 대전에서도, 공주에서도, 계룡에서도, 세종에서도 어느 정도 가까운 입지상 이들 지역에 사는 모든 분들이 노릴만한 좋은 입지를 갖고 있습니다. 계룡산 주요 등반 코스 입구에 있으니 편의 시설도 충분하고 가까이 온천도 있습니다. 공주, 세종, 대전 시내버스가 전부 들어오기도 합니다. 정말 입지 하나는 끝내주죠. 여름에도, 겨울에도 고기 구워 먹으며 운치 있게 놀기는 정말 좋은 곳입니다.

 

하지만 너무 적은 영지와 좀 오래된 시설, 그리고 계단식 영지이면서 오토캠핑 구조가 아닌 구조 한계로 짐을 갖고 오르내리기는 좀 불편하며, 특히 이런 동계 캠핑에서는 눈이 오거나 길이 얼어버리면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춥더라도 최소한 눈비는 안 올때 가시는 것이 안전을 위해 권장할만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