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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이야기] 지는 온천 거리에도 꽃은 핀다, 수안보온천랜드

dolf 2024. 4. 8. 12:58

지금이야 지역 단위 온천으로 유명한 곳은 온양과 동래가 탑클래스지만, 사실 수 십년 전까지만 해도 온양/동래 못지 않게 유명했던 온천 거리도 있었습니다. 바로 수안보와 부곡이었습니다. 둘 다 신혼여행지로 나름 유명한 곳이었죠. 부곡이야 본격적인 개발의 역사가 짧기는 하지만 철도청 시절의 인기 상품이던 신혼열차의 주요 경유지기도 했고, 수안보는 조선 태조가 찾았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나름 유서깊은 곳인데다 현대적 개발도 일제시대부터 이뤄졌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 이야기는 뒤에서 좀 더 해보기로 하고...

 

하여간... 나름 월악산 서쪽 끝자리에 위치하는 이 온천 거리에도 원조는 있습니다. 온양온천에도 좋은 목욕탕은 많지만 그래도 신천탕 이야기를 못 빼놓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원조 = 최고라는 것은 아니지만 수안보 이야기를 하려면 일단 이 곳 이야기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되겠죠. 사실상 2023~2024 시즌 온천이야기의 마지막이 될 온천, 수안보 온천랜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더불어 꽃 이야기도 잠깐 해보구요.^^


 

 

먹거리도 그렇고 온천도 그렇고 '원조'는 그렇게까지 크고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수안보온천랜드, 더 정확히 말하면 수안보온천호텔도 규모는 아담한 편입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구조인데 1층은 로비고 나머지 위층은 호텔, 지하가 목욕탕입니다. 물놀이장도 있다고 하지만 지금 계절에는 너무 이르죠.

 

 

 

입구에는 이런 표지가 붙어 있고, 안에 들어가면 대통령(런승만, 썬글라스 박, 아무것도 못한 최규하) 사진도 붙어 있죠. 그래서 수안보를 자칭 '왕의 온천'이라고 하는데, 서문에서 적었듯이 태조가 요양차 방문했다는 기록도 있고 그 이후에도 여러 대신들이 요양차 꾸준히 들린 기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똑같은 왕의 온천(세종)이지만 조선 중기부터는 완전히 잊혀진 초정온천과는 대접이 꽤 다른 셈이며, 온양과 마찬가지로 조선 시대에도 그런대로 지명도가 있어서 조선 말기부터는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하여 현재의 온천 거리의 구성은 일제시대에 어느 정도 틀이 잡힙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도 위에 적은 런승만이나 썬글라스 박 같은 대통령도 휴양차 가끔 올 정도였구요. 진짜 1970~80년대에는 수안보는 휴양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온천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온양 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로 겪은 문제입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수도권에서 갈만한 거리였던 온양온천과 달리 교통면에서도 불편한 수안보는 그야말로 폭망의 길을 걸었습니다. 이 시절 수안보 온천의 아이콘이었던 와이키키 수안보(와이키키 호텔)가 망한게 20년 전 이야기입니다. 이후 한화에서 한화리조트를 세웠지만 몇 년 전에 철수하고 지금은 연수원으로 쓰고 있습니다.

 

 

 

주말임에도 온천가에 지나다니는 차량은 많지 않고, 계절 영향도 있어 실제 온천 이용 차량도 바글바글대는 수준은 아닙니다. 그리고 곳곳에 이런 빈 땅, 즉 온천가가 망한 흔적이 꽤 보입니다. 사실 사진이  없어서 그렇지, 괴산IC에서 508번 지방도를 타고 수안보 읍내로 들어오기 직전에는 수안보 유일의 스키장이었던 사조마을 스키장이 있지만 7년 전에 망해서 을씨년스러운 건물만 남아 있어 더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듭니다.

 

하여간... 다시 온천물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수안보의 온천수는 전형적인 '대한민국 온천수'입니다. 즉 온양온천과 비슷하게 기본 구성은 알칼리천이며 이것저것 성분이 조금씩 들어가는 구성입니다. 나름 미끌미끌한 모범생 스타일의 온천수인 셈입니다. 대신 특이한 물(탄산천, 유황천 등)을 찾는 분께는 좀 재미는 없겠죠. 원천 자체는 50도대 초반이라고 하지만 온탕 기준으로 38~39도, 열탕 기준 40~41도 선으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열찔이 피부가 아니면 온탕에도 못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다만 다양한 시설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원조라는 점을 제외하면 재미가 없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시설은 무난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탕 규모는 작습니다. 시설 역시 온탕, 열탕, 냉탕 및 사우나 두 개가 전부이며 전반적인 규모는 작은 편입니다. 물론 시설을 있는대로 압축해 놓은 북한산온천 수준으로 작은건 아니지만 전반적인 규모가 작고 심플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일단 북한산온천은 안마탕이라도 눈꼽만한 크기라도 있으니까요. 아, 북한산온천이 어딨냐구요? 이걸 보고 가심 되겠습니다.

 

 

[온천이야기] 등산객은 미끌미끌한 온천을 좋아한다?! 북한산온천 비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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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설의 규모를 보러 가고자 하시면 여기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수안보상록호텔을 가시는 것이 더 낫습니다. '상록'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운영하는 호텔 겸 온천인데, 여기도 호텔로서의 규모(높이)는 매우 큰 편은 아니지만 현재 수안보에서는 탑클래스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 국공립학교 교직원들은 할인이 붙습니다.

 

■ 교통, 주변 관광 이야기

 

수안보가 1990년대 후반기부터 폭망의 길을 걸은 이유는 관광지의 다양화도 있지만 교통의 불편 역시 약점입니다. 사실 지금은 고속도로가 잘 되어 있고 자동차 보급도 늘어서 차로 오기는 그리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순수하게 국도 이용 시 3번 국도로 오면 되지만, 고속도로 이용 시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IC에서 508번 지방도를 타고 오면 됩니다. 대신 도로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아서 과속을 하지는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는 꽤나 불편합니다. 수도권에서는 동서울 말고는 시외버스편도 없고 시외버스 역시 직행이 아니라 완행이라서 시간도 꽤 걸립니다. 그나마 6번 운행하니 최악은 아니지만 터미널(정류소)에 가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버스를 탈 수 있을 정도의 간격은 아닙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이 있다면 좀 외곽이지만 안보삼거리 옆에 중부내륙선 수안보역을 짓고 있다는 점인데 다만 이게 단기적으로 크게 도움은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부내륙선 자체가 현재로서는 판교역까지만 운행하고 있어 서울 및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 그리 좋지 않은데다, 선로의 최고 속도가 빠르지 않음에도 상대적으로 요금이 비싼 KTX-이음만 운행하고 있어 메리트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수서역까지 연장되고, ITX-마음까지 투입되어야 그나마 이 온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온천 자체가 관광지이기는 하나 휴양 목적이 아니면 수안보 자체만으로는 별 메리트가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수안보는 충주로 속하지만 제천, 문경과 바로 접하는 지역이라서 관광을 생각하면 이들과 묶어 생각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옆에 있는 월악산과 묶는 것인데, 온천이 등산과 자주 엮이는 만큼 월악산 등반 후 땀을 씻고 피로를 푸는 목적으로 가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월악산 주변에는 캠핑장도 많아서 캠핑과 묶는 것도 좋습니다. 대신 수안보가 월악산의 서쪽 끝이라서 등반 코스, 그리고 주로 캠핑장이 모여 있는 제천 한수면(특히 송계리)과 차로 30분 정도는 떨어져 있는 것이 약점이라면 약점입니다. 또한 월악산 등반로 및 월악산 주변 캠핑장에서 수안보를 거치는 코스가 월악산 때문에 상당히 반대로 돌아가는 코스가 된다는 점도 나름 약점입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이 계절 한정판입니다. 벚꽃이 절정인 지금, 수안보에는 벚꽃 거리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수안보온천랜드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입구가 있고, 주변에 벚꽃이 피어 즐거운 볼 거리를 만들어 줍니다. 은근히 길이 길어서 나름 온천을 즐긴 뒤 산책을 즐겨도 좋습니다. 위에 온천가 사진에서 설명과 달리 사람이 있어 보이는 것은 이 벚꽃을 보러 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거 없었음... 눈물이 앞을 가리겠죠.

 

 

 

이 벚꽃길에는 무료 족욕 체험장이 곳곳에 있습니다. 월요일을 빼고는 봄~가을에는 계속 운영하는데, 조금씩 특성이 다르다 하니(그런데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습니다.) 왠지 목욕을 하기에는 좀 거시기하다면 최소한 이거라도 즐기러 와보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