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때가 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온천이 땡기는 시즌이 온 것이죠. 그래서 온천이야기 시즌 2, 2024~2025 시즌 이야기를 예정보다 당겨 시작합니다. 사실 갈 수 있는 온천, 자주 가는 온천이 정해진 이상 시즌 2에서 엄청나게 새로운 온천이 튀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시즌 1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함께 기재토록 하겠습니다. 일단 본격적인 시즌 2 개막이니 시즌 1에서 다루지 않은, 그리고 정말 가보기 쉽지 않은 온천 이야기를 해봅니다.
사실 법적으로 온천은 25도만 넘으면 되는거라 어디서나 땅 속 수백m를 뚫으면 나오기는 합니다. 서울에도 온천이 있는게 이런 이유죠. 반대로 산 꼭대기에서도 온천이 나올 수 있죠. 물론 이러면 접근성이 영 안 좋기에 아는 사람만 아는 나름 신비로운 온천이 됩니다. 더군다나 그 수질이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특이한 것이라면... 더욱 신비의 온천이 되겠죠. 온천이야기 시즌 2의 본격적인 오프닝은 온천계의 샹그릴라, 필례온천 이야기입니다.
필례온천은 그 위치부터 다른 온천과는 다릅니다. 사실 설악산 주변으로는 오색온천도 있고 하니 이 온천이 설악산의 유일한 온천은 아닙니다만, 이 온천의 위치가 보통 생각하는 온천의 입지와 다릅니다. 일단 지도부터 보고 시작하죠.
지도 크게 보기를 해서 이 온천이 어디 붙어 있나 보시는게 먼저 필요한데, 저 뒤가 설악산 가리봉입니다. 1,500m 고지죠. 물론 이 온천이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700m 고지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온천을 오려면 그래서 일단 1,000m 고지, 한계령으로 가야 합니다. 양양에서 올라올 때는 한계령 정상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턱밑까지는 와야 합니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조금 더 양양으로 내려가면 아주 작은 필례약수 교차로가 나옵니다. 여기에서 우회전을 확 해서 차를 10여분 정도 더 달립니다. 이대로 더 내려가면 하추리 계곡이 나오고 여기에서 31번 국도를 만나 북쪽으로 가면 인제 읍내, 남쪽으로 가면 현리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만, 일단 10분 정도 가면 작은 삼거리가 나오고 여기에서 우회전을 해 산을 올라 3분쯤 올라갑니다. 그러면 이런 캠핑장이 나옵니다.
이 오아시스정글 캠핑장 안으로 차를 몰건 대충 여기서 걸어 들어가건 100m 정도를 가면 드디어 온천계의 숨겨진 진주, 필례온천이 나옵니다. 그런데...
지금 사진에 보시는 것이 온천 건물의 전부입니다. 지하요? 그런 거 없습니다. 사실 시즌 1에서도 다뤘고 시즌 2에서도 또 다룰 북한산온천 비젠도 작다고 뭐라 했는데 여기와 비교하면 북한산온천은 거대 스파입니다. 시설 크기를 생각하고 이 온천에 환상을 가졌다면 그 환상은 버려야 합니다. 아니, 그 1970년대 목욕탕인 온양온천 신정관이 이 보다 큽니다. 즉 이 온천은 관광버스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우르르 올 온천이 절대 아닙니다.
이 온천에 오실 생각이면 일단 최소한 수건은 챙겨 오시는게 좋습니다. 보통 남탕은 수건은 놓여 있지만 이 온천은 수건 두 장을 따로 줍니다. 그런데 챙겨 오라 하는 이유는 요금 할인 때문인데, 요금이 온천 크기에 비해 비싼 16,000원 수준이지만 수건을 가져오면 2,000원을 할인해주기 때문입니다.
온천 시설 전체가 저 사진 한 장에 들어올 정도라 라커룸도 몇 개 안 될 정도로 작습니다. 하지만 시설은 상당히 깔끔하게 되어 있어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온천은 물로 말해야 하죠. 이 온천은 입지와 작은 크기도 나름 특이하지만 수질이 더 특이합니다.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저마늄(Ge)' 온천이기 때문입니다. 아... 대한화학회를 있는대로 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게르마늄을 게르마늄이라 쓰지 못하고 저마늄이라 써야 하는, 나트륨은 Na인데 이걸 소듐이라고 불러야 하는 대한화학회를 이번 기회에 소리 높여 욕하며 시작합니다. 하여간 저마늄천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무슨 암환자가 치료되네 그런 레벨은 아니라 그냥 뭐 저런 소리를 하는 나름 좋다고 하는 물이구나...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마늄천은 대다수가 알칼리 단순천인 대한민국에서는 나름 희귀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이 온천... 물에 담그고 있기는 좋지만 목욕할 목적으로는 그리 좋은 온천은 아닙니다. 일단 때수건은 아예 제공을 하지 않고 샤워기 4개에 앉아 씻을 수 있는 자리는 달랑 하나 뿐입니다. 괜히 북한산온천이나 신정관이 대형 목욕탕처럼 느껴진다는 소리를 하는게 아닙니다. 그나마 비누는 제공을 하고 외부 세제 반입을 금지하지는 않아서 못 씻는건 아니지만 빡빡 때를 밀지 않으면 목욕한게 아니라 생각하는 분이면 매우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외부 건물 크기가 저렇게 작으니 탕도 클 수 없죠. 실내탕은 온탕과 냉탕 뿐. 그 크기도 작습니다. 여기에 노천탕이 하나 붙습니다. 온탕 수온은 38~40도 내외, 노천탕도 역시 저 정도 수준입니다. 불타는 온도라 탕에 못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피부가 살짝 민감하면 괴로울 수 있는 온도인 것은 사실입니다. 뭐 그래도 참고 버틸 정도의 온도는 됩니다. 보통 목욕탕이나 온천은 계속 물을 순환하고 바깥으로 밀어내며 때 등 오염물질을 밀어내지만 여기는 그런 시설은 없습니다. 하루 한 번 물을 갈고 2시간 단위로 보충만 할 뿐입니다. 이 점은 탕 안에 고지가 되어 있습니다.
노천탕은 정말 리얼 노천탕입니다. 그늘막만 씌워져 있을 뿐 비가 내리면 비가 그냥 다이렉트로 떨어집니다. 그 점도 나름 운치가 있죠. 다만 산 속이라 벌레 문제 가능성(이건 경고가 붙어 있습니다.)은 있습니다. 또한 온도 저하를 막기 위해 탕 표면에는 에어캡, 즉 뽁뽁이 시트가 깔려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실제 들어가 있을 수 있는 인원이 좀 제한됩니다. 워낙 온천이 작고 접근성 문제도 있어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이 오지는 않는게 다행입니다만.
앞에 적은 바와 같이 이 온천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목욕'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경우 상당히 불편한 곳입니다. 일단 때타올 등 목욕에 필요한 용품이 제공되지 않고 앉아서 때를 밀 곳도 극히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샤워기는 그냥 탕에 들어가기 전 몸을 씻는 역할에 불과하죠. 그래서 이 온천은 순수하게 '온탕'을 즐기기 위한 개념으로 접근하셔야 하며, 목욕탕 개념으로 생각하시는 순간 그렇지 않아도 비싼 저 돈이 더 비싸게 느껴집니다. 즉 국내에서 드문 저마늄탕을 푹 담궈 즐길 목적으로 멀리서 찾아온다 생각하셔야 그 가치가 생깁니다. 사실 그 접근성 때문에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오기도 어려운 곳이기도 합니다.
추신: 그러면 이 온천은 차 없이는 못 오냐고 물어보시면...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미션 임파서블 레벨이라고 답을 해야만 합니다.
일단 이 온천에는 시내버스나 시외버스는 오지 않습니다. 인제군 소속이라 인제군 농어촌버스가 오기는 하고, 온천 아래까지 버스가 들어옵니다. 하지만 이 버스가 인제터미널에서 설악산 남쪽, 즉 점봉산을 한 바퀴 끼고 도는 노선이라 정말 하루에 몇 대 버스가 안 옵니다. 더군다나 그 험하기 험한 코스로 오는거라 인제터미널까지도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데 여기에서도 한참 더 가야만 합니다. 즉 마니아가 유튜브나 블로그에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좀 무모한 도전을 하고자 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웬만하면 권장하기가 어려운 레벨입니다. 여기는 그냥 차로 오는게 여러모로 편합니다.
■ 필례온천 간단 요약
- 온천수 특성: 저마늄천
- 안마탕 여부: 없음
- 요금: 16,000원(2024년 9월 기준, 수건 지참 시 2,000원 할인)
- 부대시설: 없음!
- 주차장: 제공
- 대중교통 접근성: 매우 좋음 > 가능 > 하드코어 > 미션 임파서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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