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온천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1988년 대학가요제 이야기를 해봅니다. 198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때 이야기입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걸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집안의 국딩 꼬꼬마에게 있어 크리스마스 이브는 그냥 휴일 전날에 불과하죠. 하여간 저녁에 멍하니 TV를 보고 있는데... 지금도 이 장면만큼은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그 정도로 충격(?)적었습니다.
예. 미래에 '마왕'으로 불리는 사람의 등장입니다. 정말 국딩 꼬꼬마에게도 단 10초만에 '이 곡이 대상 못받으면 사기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전설의 무대입니다. 사실 마왕 이외에도 저기 선 분들은 쓸 말이 넘치는 이후 이력을 자랑합니다만(파란만장하기는 저기서 키보드를 치는 조현문 변호사만한 분도 없습니다만), 워낙 충격적인 데뷔 장면이라 나름 1980년대 후반의 문화를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레트로 드라마의 전설인 응답하라 1988의 오프닝으로 이게 괜히 들어간게 아니죠. 물론 쓰인건 이 버전이 아니기는 합니다만.
무슨 온천이야기에 마왕의 데뷔 장면을 회상하느냐 하시겠지만... 오늘 가보는 온천은 이 1980년대의 레트로 감성을 좀 이해해 보셔야 합니다. 특히 '온양온천'을 다룰 때에는 이 레트로 감성이라는 단어를 안 꺼낼 수가 없습니다. 온양제일호텔이나 온양관광호텔같은 나름 번지르한 곳도 있는 반면 1970년대로 타임머신을 보내는 신정관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즉 21세기 목욕탕과 1970년대 목욕탕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이 온양온천입니다. 그 가운데 1980년대 감성을 지금도 유지하는 곳이 있으니 그곳이...


온양온천의 모든 온천이 그런 것은 아니며 아산터미널에 가까운 온양온천랜드같은 예외도 있는데(여기는 시즌 2의 남은 기간 중 다룰 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대다수의 온천이 온양온천역 주변에 몰려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10분 정도 안에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웬만한 곳은 다 있다고 해도 좋습니다. 용문탕은 이 가운데서도 가까운 편에 속하는데, 건널목을 건너 1분 정도만 걸어가면 나옵니다.
위의 건물 사진에서도 바로 느낄 수 있듯이 정말 1980년대의 목욕탕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온양온천의 대표주자인 신천탕에 비해서는 정말 건물이 아담한 편입니다.

온양온천은 호텔급이 아닌 일반적인 목욕탕들은 시설은 좀 오래 되었지만 대신 온천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저렴한 요금을 자랑합니다. 용문탕도 작년보다 올렸음에도 6,000원입니다. 표사는 곳에서 지폐를 내밀면 종이로 된 입욕권을 바로 내줍니다. 이 역시 1980년대 스타일이죠. 여기는 가족탕도 따로 운영합니다만, 보통은 일반 남탕이나 여탕을 이용하죠. 다른 목욕탕보다 오픈이 이른데, 4시부터 영업을 합니다. 대신 닫는 것도 좀 일찍 닫습니다.
사실 내부 시설 역시 1980년대 스타일입니다. 문을 열면 바로 라커룸이 나오며 1980년대식 라커가 기다립니다. 일단 자리는 그런대로 많은 편이며 그냥 빈 곳을 자유롭게 이용하면 됩니다. 선풍기나 드라이어는 제공해주지만 자리가 한 자리 뿐이라 누군가 쓰고 있다면 조금 여유 있게 기다릴 필요는 있습니다.
겉도 1980년대, 라커룸도 1980년대인데 속이라고 안 그러겠는지요? 내부 시설 역시 1980년대입니다. 탕 구성은 온탕, 냉탕, 반신욕탕, 그리고 사우나 구성입니다. 안마탕같은 폼나는 것은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열탕은 따로 없고 온탕이 대부분의 부피를 차지합니다. 냉탕은 3~4명이 들어가면 다 찰 정도로 작습니다. 온탕 온도는... 여기가 온양온천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예. 최소한 42도 클래스입니다. 정말 피부가 민감한 분이면 짧게 들어가 있기도 괴로울 것입니다.
하지만... 최후의 희망이 있습니다. 바로 반신욕탕입니다. 두 명 들어가면 끝날 정도로 정말 작은 크기지만 여기는 38~39도 수준이라 어떻게든 들어가서 버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타올과 수건은 기본으로 제공해주니 아무것도 들고오지 않아도 목욕은 가능합니다. 샤워기는 벽 주변으로 배치되어 있어 적어도 목욕을 하는 데 까지 1980년대 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 온천의 종류요? 온양온천이라 그냥 알칼리 단순천입니다. 특이하지는 않지만 모범적인 온천수죠.
용문탕은 1980년대 목욕탕을 가본 경험이 있는 40대 이상에게 그 시절 목욕탕의 추억을 되돌려주며, 그럼에도 목욕에 필요한 필수 요소는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시는 분의 거의 대다수는 온양온천답게 나이든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젊은 분이라고 하여 못 즐길만한 곳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너무나 착한 이 가격. 아 눈물 납니다.T_T
다만... 1980년대 스타일이 꼭 좋은 것 만은 아닙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주차입니다.


무엇보다 전면의 주차 공간이 극히 부족합니다. 3~4대 정도를 대는 것이 한계입니다. 지하에 위 사진처럼 주차장이 있기는 한데 좁기도 너무 좁고 주차장 입구를 막고 주차한 차량도 있기에 실제 주차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온양온천역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좀 걸어 오시는게 차라리 낫습니다. 사실 이 문제만큼은 신천탕도 그렇게 넉넉하다고 할 수 없기에 전통적인 온양온천 목욕탕 대다수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주차가 편해야 한다면 위에 적은 제일호텔이나 온양온천호텔, 온양온천랜드를 이용하는게 좋습니다.

이 온천 뒤에는 온천시장이라는 전통시장이 있습니다. 규모는 그냥 동네 시장이지만 이런 전통시장은 또 나름대로의 맛이 있죠. 목욕을 즐기고 시간이 남으면 한 번 시장 탐방을 해보셔도 좋습니다.
추신: 이 온천을 대중교통으로 이용하는 방법... 사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수도권전철 1호선이라 그냥 지하철타고 오셔도 됩니다. 물론 시간대에 따라서는 한 시간에 한 번 오면 잘 오는 일도 벌어지며 엉덩이는 아프겠지만 정말 최소한의 비용으로 오려면 이런 방법도 있습니다. 아니면 위 사진처럼 용산역에서 싸궁화를 타고 오셔도 됩니다. 표를 구하는 난이도가 높습니다만 상대적으로 빠른 1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온양온천역에 도착하면 그냥 걸으면 됩니다.
반대로 시외버스나 고속버스의 경우 터미널 앞 정류장에서 온양온천 신한은행으로 가는 버스를 아무거나 집어 타면 됩니다. 세 블럭 정도라 10분도 안 걸립니다. 튼튼한 다리를 믿고 걸어가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처럼 겨울에는 그냥 얌전히 버스를 타는 게 좋습니다. 다만 시외버스도 나름 난이도가 높은 편인데, 아산터미널로 오는 버스는 대부분 천안을 거쳐 오는 버스라 자리가 부족합니다. 즉 미리 예약을 해놓지 않으면 전쟁이 벌어집니다. 더군다나 천안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길어서 동서울을 기준으로 2시간, 강남 터미널에서도 1시간 40분은 기본으로 걸립니다. 기차를 탈 수 있는 환경이면 기차를 타는게 가장 접근성은 뛰어납니다.
■ 용문탕 간단 요약
- 온천수 특성: 알칼리 단순천
- 안마탕 여부: 없음
- 요금: 6,000원(2024년 12월 기준.)
- 부대시설: 가족탕
- 주차장: 제공(공간이 극히 협소함)
- 대중교통 접근성: 매우 좋음 > 가능 > 하드코어 > 미션 임파서블
추신 2: 그리고 우리의 신정관은...

뭔가 리뉴얼을 했다고 하는데 겉으로는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왠지 가보고 싶기는 한데 과연 이번 시즌에 갈 일이 있을지는 아직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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