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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이야기2] 아파트 아래에도 온천이 있다, 우리유황온천

dolf 2024. 12. 16. 14:19

이전부터 계속 온천이야기 시리즈에서 적는 말이지만, 온천이라는 것은 쓸모 있는 성분이 있는 25도 이상 물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의외의 장소에서도 깊게 땅을 파면 나옵니다. 오래된 유명한 온천이야 이렇게 깊게 팔 필요가 없었으니 '온천이 있을만한 곳'에 자리하지만 20세기 말~21세기 초에 개발된 온천은 정말 뜬금없는 곳에 위치합니다. 사실 서울에 위치한 온천이라 하는 곳들은 다 이런 뜬금없는 자리에 있습니다.

 

흔히 서울의 온천 3대장이라 하는 곳들 가운데 두 곳을 온천이야기 시즌 2에서 다뤘습니다. 그러면 이제 슬슬 나머지 하나도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지요. 예식장 건물에 있는 서울온천, 시장 한복판에 있는 봉일온천만큼 이 온천도 뜬금없는 위치에 자리합니다. 서울 동부권의 대표(?) 온천, 자양동에 있는 우리유황온천의 시즌 2 버전을 오픈합니다. 다만 좋은 소리만 나오는건 절~대 아닙니다.

 

 


 

대표 이미지에는 '프라젠스파'라고 써 있지만 사실 이렇게 부르는 사람도 거의 없고, 실제 지도 등에서 소개할 때도 그냥 '우리유황온천'이라고 적습니다. 오히려 프라젠스파라 쓰면 더 못 알아들으니 혹시나 물어볼 일이 있다면 그냥 우리유황온천 어딨냐 하시면 되겠습니다.

 

 

시즌 1에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한 바 있지만, 우리유황온천 역시 사실 상당히 생뚱맞은 위치에 있습니다. 사실 서울에 존재하는 '공식적인' 온천이 총 6곳이 있는데, 이 가운데 세 곳은 나중에 개발된데다 이 보다 더 생뚱맞습니다. 하나는 센트럴시티, 즉 호남고속터미널이요 다른 하나는 양재동 스포타임, 마지막 하나는 이 우리유황온천 건너편에 있는 편안한요양병원입니다. 마지막은 원래 온천으로 운영하던 곳이 망해서 요양병원이 인수하여 재개장한 사례라서 좀 다릅니다만.

 

하여간... 우리유황온천의 입지는 위 사진 한 장으로 설명이 됩니다. 예. 위가 그냥 아파트입니다. 위에 적은 프라젠스파라는 말은 이 아파트를 말할 때 더 많이 쓰입니다. 공식적인 아파트 이름이 'YM프라젠스파아파트'입니다. 일종의 주상복합 아파트인데, 1층은 그냥 근린생활시설, 지하 1층은 원래 골프연습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문을 닫았고, 지하 2층이 온천입니다. 3/4층은 주차장이 되겠구요. 4층은 아파트 전용이라 목욕을 오신 분은 지하 3층에 대야 합니다.

 

 

건물 자체도 생뚱맞지만 주변 입지도 여기도 겉으로만 보면 온천이 있을만한 동네가 아닙니다. 이 아파트를 빼면 주변에는 빌라 중심의 저층 거주지입니다. 이런 한 가운데 온천이 있는 것인데, 지금은 온천 운영은 안 하는 길 건너편 편안한요양병원도 있다보니 일단 땅을 깊게 파면 뭔가 나오는 지역인 것은 분명하다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 온천은 정말 겉보기만 가지고는 모르는 일입니다.

 

 

동네 분이라면 걸어와도 되고 아니면 차를 타고 지하 3층에 주차한 뒤 지하 2층으로 오면 이러한 로비가 나옵니다. 여기에서 입욕권을 끊고 주차 등록을 하면 됩니다. 주차는 3시간 무료를 제공하는데, 사실 주변에서 뭔가 즐길만한 거리가 없다보니 3시간도 충분히 여유가 있습니다. 목욕하고 차 한 잔을 마셔도 충분할 정도죠. 사실 이 단계에서 많은 분들은 무언가 눈물을 마음 속에서 흘리게 됩니다만 그건 뒤에서 적기로 하고...

 

일단 온천 이름에 '유황'이 적혀 있으니 유황온천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이 온천을 유황온천으로 분류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써있기도 '함유황'인데, 똑같이 써있기는 함유황이라도 포천 제일온천보다는 유황천 특유의 향이 약합니다. 물론 다른 알칼리 단순천과는 무언가 온천수 냄새가 다르고 불쾌한 냄새는 아니라서 '뭔가 일반 물은 아니다'라는 느낌은 줍니다만 이걸 유황천이라 바로 알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일단 성분표에 이것저것 적혀있듯이 물은 뭐니뭐니해도 온천수는 맞고, 당연히 유황 성분도 들어 있습니다. 수온은 그냥 딱 온천의 법적 정의를 만족하는 정도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알칼리 단순천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일단 표에는 pH 10을 넘는다 되어 있지만 실제 평균은 9대 초반 정도입니다. 그래도 나름 알칼리천으로는 충분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물에 대해서는 서울 3대 온천 가운데는 가장 나은 편에 속합니다.

 

시설은 시즌 1과 다를 바는 없습니다. 온탕, 열탕, 히노키탕, 냉탕, 안마탕 구성에 사우나 2개와 작은 수면실이 있습니다. 수면실은 너무 작아서 사실 이건 없는거나 마찬가지지만 아예 없는 것 보다는 낫죠. 원탕은 온도가 낮아도 그걸 공급할 때는 나름 뜨겁게 공급하는데, 온탕도 39~41도, 열탕은 42~44도 정도로 나름 뜨거운 편에 속합니다. 피부가 민감하면 온탕도 버티기 어려운데, 이 때는 히노키탕을 이용하면 됩니다. 여기는 보통 38도 내외로 유지를 해서 온탕보다 1~2도 낮습니다.

 

이 조차 못 버틴다 하시면 안마탕이라는 최후의 수단이 있습니다. 여기는 36도 내외의 그야말로 딱 피부에 좋은 온도를 갖고 있습니다. 주택가에 있는 온천이라 어린이들도 많이 오는데, 아이들은 역시 이 안마탕을 좋아합니다. 폭포는 냉탕에만 있지만 좌식 및 허리 지압이 있습니다. 지금은 좀 뜨거워도 괜찮지만 여름에 온천을 올 때는 이 안마탕에만 죽치고 있고 싶어질 정도로 딱 온도가 적절합니다. 시설은 여전히 관리가 꽤나 잘 되고 있는 편입니다.

 

다만 안 좋은 부분이 분명히 존재는 합니다. 이 문제만큼은 서울 3대 온천 가운데 다른 곳에는 없는 나름 심각한(?) 사항입니다. 바로 '요금'입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요금이 다른 3대 온천과 그리 다를 바 없었는데, 코로나-19 정국에 들어오면서 그야말로 요금을 수 차례 폭풍 인상을 시켰습니다. 더군다나 다른 온천에는 없는 '주말 할증'이라는 것도 붙습니다. 이 주말 할증까지 붙으면 1인당 요금이 무려 14,000원까지 뜁니다. 나머지 두 온천이 10,000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너무나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물론 다른 곳에 없는 조조할인(오전 8시 이전)도 있고, 평일 요금도 있어서 평일 조조할인이 붙으면 10,000원, 주말도 조조로 오면 12,000원이 되지만 보통 직장인, 특히 애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 이 두 가지 모두 누리기가 쉽지 않은 것도 분명합니다. 이 요금때문에 요즘은 서울의 다른 온천으로 주로 목욕을 갈 정도가 되었습니다.T_T

 

 

그리고 대중교통으로 온천 가는 이야기에 대해... 서울에 있는 이상 대중교통 접근이 어렵거나 할 일은 절대 없다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나머지 3대 온천 대비 대중교통 접근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도로가에 있는 것이 아닌 주택가 한 가운데 있는 이상 버스를 타러 도로로 나오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데,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은 걸어서 2분 정도지만, 여기는 정말 마을버스와 지선버스 몇 대만 옵니다. 저기 큰 도로(자양로)로 나오면 잠실이나 성남 등 꽤 여러 곳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는 있지만 5~7분 정도는 걸어야 합니다.

 

그나마 버스는 살짝 걸어서 탈 수 있지만 지하철은 아닙니다. 가장 가까운 역인 2호선 구의역까지 거의 1km 가까이 걸어야 하는 만큼 지하철만으로 오려면 다리가 꽤 부담이 갑니다. 그래서 광진구 이외의 곳에서 이 온천을 대중교통으로 오려 한다면 구의역 이용은 그리 권장하지 않고, 강변역에서 광진 5번 마을버스를 타는게 더 낫습니다. 광진 5번은 건대입구역도 가기는 가기에 7호선을 탈 경우 여기에서 내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 우리유황온천 간단 요약

- 온천수 특성: 알칼리 단순천
- 안마탕 여부: 있음
- 요금: 14,000원(2024년 12월 주말 일반요금 기준. 평일 2,000원 할인 및 조조 2,000원 할인)
- 부대시설: 찻집
- 주차장: 제공(3시간 무료)
- 대중교통 접근성: 매우 좋음 > 가능 > 하드코어 > 미션 임파서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