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살다 보면 이불 속에서 킥복싱을 하고 싶어지는 흑역사를 쌓기 마련입니다. 물론 자연인만 그러라는 법은 없고 법인, 즉 회사나 조직도 이런 흑역사를 쌓기도 합니다. 특히 상품 관련 흑역사는 당연히 이유가 있어 흑역사로 분류되는 법이지만, 정말 가끔은 그 흑역사 시절의 물건을 그리워하는 특이한(?) 사람도 나오는 법입니다.
오늘의 사진첩에서는 이러한 흑역사 한 장을 꺼내 보는데, 흑역사이긴 하지만 나름 특이한(?) 것입니다. 한국 맥도날드 막장기의 상징이 된 '시그니처 버거'입니다. 오늘 올리는 추억의 사진은 그 시그니처 버거 가운데서도 보통은 보기 힘들었던 오리지널 시그니처 버거가 되겠습니다.
비교 대상이 불고기버거이기는 하나 왠지 패티가 많이 수상쩍을 것입니다. 맥도날드 로고가 없으면 버거킹 물건인줄, 아니 버거킹도 이런 무식한건 안 만들어본 물건입니다. 예. 그야말로 깡 커스텀(?) 버거입니다.
맥도날드의 암흑기를 관통하는 2015년~2020년 사이에 맥도날드에는 자체적인 프리미엄 버거, 시그니처 버거라는 메뉴가 있었습니다. 사실 원래는 해외에서 먼저 시작한 것인데 기본 퀄리티도 한결 높았지만 그야말로 풀 커스텀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앉은 자리로 서빙을 받는 서비스까지 기존에는 없던 프리미엄 서비스를 표방했습니다.
사실 이것도 크게 나누면 완전 맞춤형 버거와 프리셋 메뉴(추천버거)로 나뉘는데, 원래는 완전 맞춤형이 오리지널이고 자유를 주면 뭘 먹어야 할지 고르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나온게 추천버거입니다. 완전 맞춤형 버거는 브리오슈 번에 지금은 볼 수 없는 1/3.5 파운드(현재의 쿼터파운드 패티보다 더 두껍습니다.) 호주산 앵거스 소고기 패티, 야채 한 종류, 소스 한 종류를 기본으로 하되 이걸 정말 자유롭게 넣고 뺄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나온게 저 사진같은 엽기적인 물건입니다. 패티 4장(1.4파운드. 무게로는 630g)에 구운 양송이 슬라이스와 빅맥 소스를 바른 그런 물건입니다. 고기 한 근을 그냥 먹는 셈인데, 당연히 예의를 갖춰 먹는건 불가능합니다. 예. 햄버거를 먹는 예의는 손으로 잡고 먹는 것인데, 화투장같은 예절은 밥말아먹은 사람처럼 칼로 썰어야 겨우 먹을 수 있습니다. 아... 정말 배터지게 고기를 쳐묵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 메뉴는 이 사진을 찍은 뒤 한 달 뒤에 폐지됩니다. 서비스 개시 1년 반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원래부터 전용 설비가 있어야 하기에 전국에서도 지정된 몇몇 매장에서만 이런 완전 커스텀 주문이 가능했고, 가격이 일단 무서운데다 풀 커스텀을 하라고 하면 마니아 말고는 쉽게 도전하기 않기에 실제로 시키는 사람도 적었습니다. 기업으로서는 들어가는 돈에 비해 매출은 안 나오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풀 커스텀은 이 때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추천버거를 조금 더 많은 매장에서 취급하는 형식으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물론 추천버거 메뉴도 크게 단순화시켜서 그냥 이제는 평범한 프리미엄 버거가 되었습니다. 이것도 그리 크게 인기가 없어서 점점 다운그레이드가 이뤄지다 2020년에 완전히 폐지되기에 이릅니다. 정말 맥도날드 암흑기를 정통으로 관통하는 메뉴가 된 셈입니다.
사실 이제는 나이를 먹어 이런 것은 먹으라고 해도 절대 못 먹습니다. 캠핑을 가도 속에 부담이 덜 가는 고기 섭취량이 반근에 불과하게 되었으니 한 근을 앉은 자리에서 먹으라고 하면 이젠 무리죠. 하지만 이런 미친 짓을 해볼 수 있던 과거가 가끔은 그리워지긴 합니다. 물론 객관적인 관점에서는 흑역사 그 자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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