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슬픈 일이지만 위정자가 국민들에게 뭔가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일은 대다수가 '건설'과 관련이 있습니다. 국민이나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을 효율적으로 하게 대중교통 체계를 최적화했다? 물가를 안정화했다? 야간에 운영하는 공공병원을 만들었다? 이런 것도 누군가에게 도움은 되고 알아주는 이도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에게는 뭔가 번쩍번쩍한 것을 짓는 것 이상으로 임팩트를 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대통령이건 시장이건 도지사건 아파트를 짓고 랜드마크를 올리고 댐을 짓고 공항을 만들려 오늘도 애를 씁니다. 이게 정말 국민과 시민의 삶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내세울 수 있는 치적으로는 건설만큼 끝내주는 것은 없기에 다들 여기에 목을 거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성향 자체는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며, 실제로도 어느 정도의 건설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정말 필요한 것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돈은 많이 들면서 문제는 산더미처럼 많은 토목/건설 작업은 안 하는 것이 답입니다. 이걸 하겠다고 불도저를 몰고 가면 결국 탈이 납니다. 가카의 대운하처럼 말이죠. 최근 다섯살 훈이 어린이, 서울 집값을 뻘짓 하나로 흔들어 놓으며 스스로 다음 대권 레이스에서 탈락하겠다고 온몸으로 춤을 춘 바 있는 훈이 어린이가 도대체 서울 시민에게 뭔 도움이 될지, 그리고 가능할지도 불분명한 건설 프로젝트를 하나 꺼내 들었습니다.
서울의 철도 노선 지하화. 사실 이 단어는 훈이 어린이만 꺼내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정치권, 특히 딴나라당 계열에서는 그냥 서울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은 말하는 그런 주제입니다. 다만 그냥 표를 위해 립서비스를 하는 것과 실제로 하겠다 나서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그냥 지지층 결집을 위한 말이라면 돈은 안 들지만, 정말로 이를 현실로 옮기는 순간부터 결국 수 많은 돈은 낭비되고 그 돈을 뒤에서 챙기며 뒤에서 웃는 사람 몇 명을 제외하면 시민 대부분은 딱히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철도의 지하화. 사실 이 말은 정말 달콤하긴 합니다. 확실히 지상에 위치하는 철로는 지역을 갈라놓는 문제도 있고 소음이나 비주얼 면에서도 철덕을 제외하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100년도 넘게 지상에 있는 철도를 지하화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이게 그렇게나 쉬웠다면 왜 지금까지 못 했을까요. 들어가는 돈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극히 적기 때문입니다.
보통 '지하화'라고 하면 보통 지하 수십m~수백m 땅속으로 묻는 것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은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철도 노선을 만드는 것과 동급 또는 그 이상의 어려움이 듭니다. 당연히 지하에 역부터 새로 만들어야 할 뿐더러 이미 지하에 시설물이 있는데다 토질도 고려해야 하기에 기존 노선 그대로 만들 수 있다는 보장도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기존 지상 철도를 그대로 운영하면서 동시에 지하에 신선을 건설하는 것은 난이도도 높을 뿐더러 잘못하면 붕괴 등 사고 위험까지 높이게 됩니다.
이걸 2032년까지 전부 끝내겠다는 계획 역시 터무니없는 일입니다. 7년이나 있는데 시간이 충분하지 않느냐 할 수 있지만, 요즘 철도 건설은 절대 짦은 기간에 끝나지 않습니다. GTX-A의 예를 들면 이건 예타 통과를 기준으로 해도 2014년, 사실상 공통 이용을 전제로 한 수서고속선 착공을 기준으로 하면 2011년, 아예 최초 논으로 올라가면 2009년부터 시작합니다. 공식적으로 삽을 뜬게 2018년 말인데, 이거 2028년까지 완공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입니다. 즉 계획도 아니고 아예 착공까지 하고서도 7년 이내에 완공 보장이 안 되는게 요즘의 철도 건설입니다. 별의 별 트러블이 다 발생하기 때문인데, 그렇지 않아도 지하가 복잡한 서울에서 트러블이 없겠는지요? 당장 설계를 다 끝내고 지금 즉시 삽을 퍼도 저 2032년 완공은 정말 약빨고 희망을 꿈꾸는 차원인 스케줄입니다.
예산에 대해서도 걱정이 있습니다. 일단 서울시 주장은 25조원이라 하는데, 사실 서울시 1년 예산이 올해 기준 48조원 정도라서 이걸 7년으로 나눈다 가정하면 1년에 3조5천억원쯤 됩니다. 이렇게만 보면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 돈은 서울시의 모든 교통 예산 + 공원 및 기후 관련 예산을 합한 돈입니다. 즉 버스 준공영제에 한 푼 지원을 못 하고 도로 관리도 포기하고 공원 벤치 하나 못 고치는 상황을 7년쯤 감당할 때 가능한 것입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 전체적으로 다른 곳의 예산을 줄여야 하는데 결국 크게 타격을 입는 것은 복지 예산입니다. 시설 관리에 돈을 안 들일 수는 없으니까요. 나쁘게 말하면 폼나는 서울을 위해 서민이 피해를 보는 것이 됩니다.
물론 서울시는 이 땅을 개발하면 돈을 회수할 수 있다 주장하지만 그것은 극히 희망사항인 일일 뿐입니다. 저 뉴스에서도 지적했지만 경제가 망가지면서 서울에서도 빈집이나 미분양이 나타나는 상황인데 아파트와 상가 공급을 더 늘리면 다른 서울 지역이 망가지거나 새로 지은 곳이 안 팔리거나의 양자택일이 벌어집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조차 못 하는 상황에서 좁디 좁은 철도 용지에 아파트 한 줄, 상가 한 줄 짓는다고 엄청나게 돈이 될지요? 더군다나 현재 철도 부지 가운데 실제로 아파트나 상가를 지을만한 가치가 있는 입지를 갖는 곳도 한정되어 있어 대다수는 공원용지로 써야 하는데 이러면 돈 회수는 할 수 없게 됩니다. 아마 저 회수 가능한 돈도 '그만한 공원을 처음부터 짓는다'고 가정할 경우를 포함한 것이겠지만 그럴거면 처음부터 안 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추가적으로 지하철(전철)과 달리 일반 철도는 지하화를 할 경우 '디젤 기관차' 운용이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지금 여객 열차의 상당수는 전철화가 이뤄졌지만, 화물열차는 디젤 기관차 견인도 여전히 비중이 높고, 전시 등 전략적인 문제 때문에 디젤 기관차는 어느 정도 보유해야만 합니다. 수소 열차를 대안으로 꺼내는 사람도 있지만 수소는 전시나 비상 시 사용할 연료로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습니다. 과연 5살 어린이는 이러한 국가의 전략적인 부분까지 검토를 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철도를 지하화하면 보기는 좋습니다. 그리고 지역 단절 문제도 해결할 수 있구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 들고 그 돈을 실제로 회수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으며 제시한 완료 기한은 미션 임파서블 그 이상입니다. 속된 말로 이번 발표는 아파트 가격을 대놓고 올리지는 못하니(이미 이 짓을 벌여서 사실상 이번 대선에서는 그냥 희망이 끊겼습니다.) 다른 식으로 철도 주변 아파트 가격을 흔들어 놓겠다는 뻔한 아파트 주민들 감성 자극용 정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1년에 3조원이 더 있으면 속된 말로 서울에서 긴급 생활비가 없어 자살하고 굶어 죽는 사람은 거의 안 나오게 하고도 남습니다. 5살 훈이가 할 일은 이렇게 서울 시민의 삶을 지키는 것이지 치솟는 아파트 가격 메이커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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