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olf의 엉망진창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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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Power, More Torque(자동차)

[옛글] 흡기 필터를 바꿔 보았습니다(2015/6/13)

dolf 2023. 5. 26. 12:17


미리 사진부터 찍고나서 다는 사용기를 각잡고 쓰는 취미는 이쪽 직업을 벗어난 이후로는 없어져서 달고나서 나중에 인증하는 형식이 됩니다. 야간의 지하 주차장에서 전화기(Nexus 5)로 찍은 사진이라 좀 그렇게 나옵니다만, 일단 K&N의 흡기 필터입니다.

오픈필터 타입이 아닌 순정 타입인데, 오픈필터 타입이 말은 좋다고 하지만 이걸 안쓰는 이유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파이프부터 바꿀게 많아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 첫 번째, 불타는 엔진룸의 뜨거운 공기를 빨아들여야 하기에 인테이트 기온이 올라간다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덤으로 오픈필터가 훨씬 효율이 좋으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라는 점도 고려 대상입니다.

저 필터의 장점은 일단 순정 싸구려 필터(?)보다 공기 흡입량이 30%까지 많다는 것, 그리고 '재생'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만km를 주행한 뒤(원래 싸구려 흡기필터도 4만km가 정상 상태의 교환 주기입니다. 시내주행 환경에서도 2만km는 버팁니다.) 물에 한 번 빨아주고(?) 전용 클리너를 이용하여 청소를 한 뒤 역시 클리너의 세트인 전용 오일을 뿌려주면 필터 재생이 됩니다. 필터 자체 가격은 싸구려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그래도 튜닝의 영역에서는 정말 돈이 안 들어가는 부분입니다.) 재생에 드는 비용은 새로 필터를 사는 것 보다 싸게 먹히니 경제적인 부담이 크지는 않습니다. 제대로 된 청소/재생 주기 이전에는 그냥 엔진오일을 갈면서 툭툭 먼지나 털어주면 될 정도입니다.

일단 똥개에 이 필터를 넣은 뒤 주행을 해보면서 느낀 바를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1. K&N을 비롯하여 고성능 흡기 필터에 대한 사용기는 극과 극을 달리는게 보통입니다. 전혀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차이가 크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배기량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은 '저배기량에서도 차이가 분명히 있다'입니다. 그냥 '소리만 커진다'라는 효과가 아니라 저속에서 가속력 또는 등판 능력이 조금이나마 좋아집니다. 물론 획기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없고 조금 더 나아지는 정도입니다. 소리가 쓸데없이(?) 커지는 것은 좋아할 분도 있고 싫어할 분도 있겠는데 저는 후자에 속합니다.

2. 다만 이 성능 향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생각해봐야 하는데 '액셀 페달을 더 밟아' 가속력이 좋아지는 것에 가깝습니다. 즉, 저속에서 페달을 더 깊게 밟게 됩니다. 일단 차가 튀어 나갈 수 있으니 밟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 특성은 연비 위주 운전을 할 때는 꽤 마이너스이며, 밟는 습관이 생기면 정말 연비는 나락으로 추락합니다.

3. 실제로 연비가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연비 게이지(똥개에 그딴 게 있을 리 없으니 Torque Pro를 이용한 블루투스 방식 게이지로 측정하고 있습니다.)에서도 저단/저속 모드일 때 1~2km/L 정도의 손실이 보입니다. 또한 준 고속 영역에서도 타력주행 또는 극미하게 스로틀을 여는 상태에서도 연비 저하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비를 따지는 분이라면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아직 누적 연비계에 무언가 흔적이 보일 정도는 아닙니다만(Torque의 누적 연비는 꽤 보수적입니다.), 일단 순간 연비계에서는 분명히 무언가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똥개용 K&N 필터는 8만원 내외(찾아보면 더 싸게 살 수 있는 길도 있겠지만, 이건 살짝 운도 필요합니다.)면 사는 만큼 튜닝 부품으로는 그런대로 싼 편이며, 순정 필터 타입이면 초보자도 쓱싹 갈아버릴 수 있을 정도로 쉬워(똥개 기준으로 클립 다섯 개 풀고 원래 필터를 빼고 새 필터를 위치 잡아 넣고 뚜껑 닫은 뒤 클립을 채우면 끝이라 1분이면 됩니다.) 접근성도 좋습니다. 그리고 똥개같은 경차의 약점인 정지 상태 또는 약간의 언덕에서의 가속 능력을 조금은 높일 수 있어 조금은 탈만한 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그에 따른 에너지 손실은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위대하신 치킨여사께서 경제 운용을 엉망으로 하여 2008년의 리+만 브라더스의 환율 장난질 2탄이 터지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그리고 석유 국제 가격이 폭등하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요. 그나마 차를 타고 다닐만한 기름값이 되었는데 그걸 위협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연비를 손해보고 출력을 올린 선택이 후회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