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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 스파크 초기형(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순정 오디오 마개조기(2015/4/27)

dolf 2023. 5. 26. 12:18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스파크의 변환기에 들어가는 순정 오디오는 답이 나오지 않는 Mini USB 단자로 USB를 연결하라고 하는 무개념성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만, 그밖에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MP3 재생을 999곡 이상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999곡 이상의 파일은 저장이 되지만 재생이 되지 않습니다. 999곡이라는 것은 많다면 많아 보이지만, MP3 용량을 기준으로 하면 다 320kbps로 도배하지 않는 이상에는 8GB밖에 안되는 수준입니다. 이미 이 차가 나올 당시에 애플은 아이폰3Gs를 팔고 있었고, MP3 플레이어들은 16GB나 32GB 메모리가 이제는 슬슬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시기였습니다. 이런 때에 이런 웃긴 제한을 걸고 차를 만든 General Malfuntioned는 욕을 먹어도 쌉니다.

최후의 희망으로 General Malfuntioned에 '이거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어떻게 안됨?'이라는 문의를 했는데, 답변은 번개처럼 오긴 했는데 내용은 '그런 오디오 개조는 우리가 알 바 아니고, 해줄 방법도 없으니 그냥 그대로 사세요~'였습니다. 사실 General Malfuntioned의 삽질을 알면 그에 비해 현기차는 매우 착하고 똑똑한 회사로 보입니다.

이런 고민에 대해 많은 분들께서 '그딴거 고민하지 말고 그냥 블루투스로 휴대폰하고 연결해 버려~'라고 조언하여 주셨는데, 사실 그게 보통은 맞는 이야기입니다만, 똥개에는 이미 그 부분(블루투스 오디오)은 갖춰져 있는데다, 휴대폰을 붙여야 할 때 생기는 추가 전원 공급 체계 문제 + 조작성이 떨어져 안전 운전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이걸로 오디오 전체를 대체할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1DIN이나 2DIN짜리 서드파티 오디오로 바꾸는 방법도 없지는 않지만, 요즘 차량의 특성답게 이 친구도 센터페시아 모양을 전용으로 만들고 있으며, 2DIN짜리 오디오를 따로 넣으려면 센터페시아의 톱질을 하거나 센터페시아를 통째로 바꿔야 하는 추가 비용 부담이 생깁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도 순정 오디오보다 멋이 없는 것도 흠입니다.

블루투스는 대안이 아니고 오디오에 수십만원(최소한 20만원 이상)을 들이고 싶은 생각도 딱히 없는데 더 많은 곡을 넣고 싶다... 이럴 때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가장 단무지(?)스러운 방법은 USB 두 개를 번갈아 꽂는 것입니다. USB 두 개를 꽂으면 1,998곡까지, 네 개를 꽂으면 3,996곡까지 들어갑니다. 물론 USB를 운전중에 바꿔 꽂는건 안전운전에 있어 매우 바람직하지 않으니 이 USB 교체를 편하게, 빠르게,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저비용으로 이런 불편을 줄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General Malfuntioned의 답변이 나온 그 날 퇴근하자마자 바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일단 재료는 아래와 같습니다.

- 2:1 USB 선택기. 이건 보통 시중에 팔리는 것과 역형태로, 입력이 B타입에 출력이 A타입이라서 USB 메모리를 젠더 없이 꽂습니다. 선택기가 반대로 입력이 A 타입에 출력이 B 타입인 경우도 나오는데, 이런 경우는 사진의 두 번째 젠더 두 개가 필요합니다.

- USB AF-BM 젠더. Mini A-B 케이블은 찾기 어려워 일단 이걸로 A 타입으로 바꿉니다.

- USB 메모리. 사진의 물건은 4GB 짜린데, 실제 작업 후 문제가 생겨 싼디스크 Z51 4GB로 바꿨습니다. 원래의 USB는 싼디스크 Z53이라는 정체 불명(시중에서 거의 안팔리는 물건입니다.)의 USB입니다.

- Mini USB 케이블. 똥개의 USB는 Mini USB라서 이딴 물건이 들어가야 합니다.

참고로 구매 비용은 0원인데, 전부 있는 부품을 재활용했습니다. 선택기는 전에 DOS 게임 머신과 주 시스템의 키보드 공유용으로 썼던 것이고, 나머지 부품은 이래저래 굴러다니는 것들입니다. 이것들을 긁어 모아 약 10분의 작업 끝에 이렇게 완성했습니다.

누가 보면 참 웃기게, 폼도 나지 않게 달아 놓은 것이긴 한데, 일단 운전 중에도 운전 자체에 큰 방해 없이 조작이 가능해야 했기에 몇 가지 검토 결과 이 자리보다 좋은 곳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운전 자세에도 방해를 주지 않으며 일단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고 공간도 충분하여 설치도 쉬웠다는 점도 그 이유입니다. 그래서 자동차에 이런 웃긴 부품이 붙게 되었습니다. 고정은 차량용 VHB(Very High Bond라고 하더군요. 윗단계로 Ultra High Bond라는게 있다 합니다.) 테이프로 붙였습니다. 똥개에 붙은 VHB 테이프 숫자만 상당하니 점점 VHB 테이프 성애자가 되는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배선은 그냥 매우 대충,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고 안전에 위협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해치웠습니다. 깔끔한 마감재같은 것은 취미가 아니라서 점차 차량 내부가 튀어 나온 배선으로 영업용 택시 저리가라 하는 수준이 되고 있습니다. 오른쪽 배선은 네비게이션 전원, 블루투스 어댑터 전원, 게이지용 휴대폰 전원의 세 가지입니다.

테스트를 해본 결과 오디오 전원을 끈 뒤 선택기의 버튼을 눌러 모드를 바꾸고 오디오를 다시 켜면 메모리간 전환이 완전하게 이뤄짐을 확인했습니다. 오디오가 작동 중에 이걸 누르는건 오디오가 켜진 상태로 USB 메모리를 뽑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해서는 안되는 짓이라 꼭 오디오의 전원을 끄고 USB 선택기를 돌려야 합니다.

이제 이걸로 오디오를 바꾸지 않고도 넣을 수 있는 파일 숫자를 1,998개로 늘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접대용 음악부터 비 접대용 음악까지 충분히 넣을 수 있어 당분간 오디오 교체는 생각할 필요가 없을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