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olf의 엉망진창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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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가라~(18禁)

Illusion,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

dolf 2023. 8. 18. 00:00

몇 년 만의 18禁 포스팅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좋은 내용은 아닙니다. 18禁에서 3D 계통의 거물이었던 Illusion이 오늘자로 영업을 접습니다. 홈페이지 운영 등은 이미 접었고, 오늘자로 모든 온라인 판매 및 고객 지원이 중단됩니다. 일부 임직원들이 IllGames라는 브랜드로 새로 시작한다는 소식도 있으나, 기존 Illusion IP를 승계하는 것은 아니라서 기존에 나온 게임들의 모든 지원은 오늘자로 종료됩니다. 물론 이 소식에도 이쪽 게임을 의외로 많이 다루는 양덕(?)이나 중덕(?)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는 모양새지만, 일단 하나의 18禁 역사의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이라 짤막하게 적습니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사실 내부 사정도 있고 하니 외부에서 뭐라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건 관련자들만 알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죠. 다만 18禁의 상업 개발사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브랜드이며, 그것도 3D라는 특수하면서도 독특한 길을 팠던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은 씁쓸함이 남는 일입니다.

사실 여기가 아니더라도 이미 18禁 게임 시장은 과거의 영화(?)는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매달 판매되는 게임 목록에서도 양산형 DL 게임들을 빼고 제대로 된 볼륨을 가진 게임은 이제 손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그리고 그 수준 역시 과거와 비교하면 훨씬 떨어져 있다고 해도 좋습니다. 쉽게 말하면 '내용이 부실하다'입니다. 사실 이 문제도 10년 이상 서서히 이어진 일이죠.

그나마 시나리오로 먹고 살던 일부 개발사들은 전연령 개발사로 전환하여 콘솔 등을 겸업하고 있고(이쪽으로 최고의 성공 사례라 하면 역시 VisualArts 계열의 Key가 있겠습니다만, 여기도 점점 나오는 것이 형편없는 수준이 되고 있습니다.), 순수하게 18禁을 파던 브랜드들은 이 기간동안 그냥 문을 닫았습니다. 지금 나오는 게임들의 대부분은 과거라면 욕을 한 사발 먹고 남을 정도로 내용이 뻔한 미연시 아니면 볼륨은 부족하고 자극성만 찾는 뻔한 DL 게임만 남았죠.

사실 원인은 찾자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업계 내부의 매너리즘, 인터넷의 발달로 18禁 컨텐츠가 압도적으로 다양해진 점, 그리고 동인 시장의 폭발적 증가 등 손꼽자면 꽤 나옵니다. 특히 동인 시장은 메이저 18禁 게임 시장 붕괴에 꽤 영향을 주었는데, 과거(거의 10~20년 가까이 이전 이야기입니다만.)에는 동인판이 작기도 작았고 동인은 프로가 되길 원치 않는 사람 또는 실력을 키워 프로가 되고자 했던 사람들의 일종의 아마추어 리그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동인 시장이 너무 커져서 이 시장이 메이저 시장을 잡아 먹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프로가 개인적으로 독립하여 동인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고, 프로급의 경험치가 있음에도 일부러 동인 시장에서 돈을 긁어 모으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수준 이하라면 세금을 떼먹을 수도 있고(물론 너무 커지면 오히려 세무조사가 나올 수 있어 이 때는 사업자를 냅니다.), 제대로 된 회사를 차리는 것 보다 '자본주의적으로' 매우 자유롭기도 하죠. 사실 지금의 옆나라 동인판은 그냥 동인이라는 이름의 하나의 자본주의 시장이자 메이저 시장을 잡아먹자 경쟁하는 시장일 뿐입니다.

이유야 어쨌거나 좋습니다. 분석이야 어떤 이유든 붙일 수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이제 '메이저 18禁 게임 시장'이 사실상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 그리고 그 회복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성진국에서 성과 관련된 컨텐츠 자체가 소멸할 일은 절대 없겠지만, 이제 '지갑을 제대로 열만한 내용을 갖춘 18禁 게임' 시장은 더욱 줄면 줄었지 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자리를 이미 금액만 보면 저렴하지만 그 수준이나 볼륨이 꽤나 뽑기 수준인 동인 시장이 차지하고 있고 오히려 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18禁 게임을 접어도, 동인쪽을 파고 들어도 이건 관련 게이머들의 선택에 따른 문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