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캠핑 포스팅이 영 부실하다구요? 아니... 사람이 강철 체력도 아니고 캠핑을 매 주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지요? 기본적으로 한 달에 한 번 패턴으로 가는 것이라 이 포스팅은 가끔 올라오는게 맞습니다.^^
그리고 이번 포스팅은 '또' 태백입니다. 올해만 3번째입니다. 도대체 그렇게 갈만한 매력이 여기에 있냐구요? 나름 있죠. 9월 초, 서울은 31도를 찍고 다니던 그 때의 태백산의 이야기입니다. 아, 직전 카라반에서 폼나게 살았던 이야기도 한 번 함께 봐주시죠.^^
■ 국립공원공단 태백산 소도야영장
- 사이트 수: 오토캠핑 48 사이트 / 카라반 전용 14 사이트 / 카라반(설치형) 18 사이트
- 샤워장: 있음(유료)
- 개수대/화장실 온수: 그런 거 없음
- 전기: 있음(별도 비용. 15A까지 허용)
- 매점: 그런 거 없음(당골광장으로 가면 매점 있음)
- 사이트 타입: 모래+흙
- 테이블: 있음(목재)
이미 두 번 씩이나 올해 태백산을 소개했으니 이번에는 직접 캠핑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적어봅니다. 이미 시설은 볼 만큼 다 보지 않으셨는지요? ^^
서울에서 태백까지의 거리는 도로가 안 막히면 3시간 30분 내외지만, 어디까지나 도로 상태가 좋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서울에서 여주까지 빠져 나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시간과 체력을 빼앗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일찍 출발하고, 나름 유명한 별다방 팔당DT에서 한 숨을 돌리며 커피 한 잔을 하고 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가는 경로는 엽기(?)적으로 양수리에서 북쪽으로 올라가 목왕리에서 두물머리IC를 타는 변태짓(?)을 했습니다.
이렇게 수도권 정체는 피할 수 있지만, 7시에 출발하였으니 시간이 남아 도는 만큼 중간에 제천을 들려 아침밥을 겸해 떡볶이와 매운 오뎅을 쳐묵하고, 태백에서 잠시 장을 본 뒤 역시 시간이 남아 1시간 정도 황지 연못도 보고 그늘에서 쿨쿨 잔 뒤 캠핑장에 입성했습니다. 이 때가 오후 2시이며 기온은 25도입니다. 서울이 31도를 찍을 때 25도를 찍는... 이게 태백 퀄리티입니다. ^^
하지만 말입니다... 해발 900m에 가까운 산 공기는 시원할 수 있지만, 9월 초에 서울을 31도씩이나 만드는 그 햇볕은 태백에도 똑같이 내려 쬡니다. 예. 기온이 낮으면 뭘 하는지요? 그늘에 있어야 시원하지 땡볕에 있으면 타 죽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한 시간동안 텐트를 치고 내부 정리를 하고나서 완전히 녹초가 되고 말았습니다. 덤으로 피부를 보니 얼굴과 목, 팔은 완전히 익었더군요. T_T 이럴걸 대비하여 옷을 가져가긴 했으나 텐트 설치에 걸리적거리고 귀찮다고 안 입었더니 지금도 얼굴이 버닝~ 합니다.T_T
날림으로 최소한의 공사만 쓱싹 해치우는데, 오늘은 새로 산 목재 롤테이블과 흔들의자의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기존 3단 접이식 테이블이 좀 오래 되기도 했지만 접었을 때에도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것이 불만이었는데, 롤테이블은 타프 정도의 부피라서 차에 넣고 가기가 한결 편합니다. 흔들의자는 접지면이 넓어서 맨 흙땅에서도 땅을 패이게 하지 않아 앉아 있기도 편하고 서고 일어설 때도 허리에 부담을 덜 줍니다. 이건 나중에 한 번 더 보기로 하고...
텐트를 치고 다한 기력을 물 1L를 원샷 때리고 잠시 회복한 뒤 주변을 봅니다. 아직 여름의 향기(?)가 남아 있는 소도캠핑장은 꽉꽉 들어찼습니다. 건너편에는 라이더 분들이 텐트를 치고 다시 놀러를 가셨는데, 모토캠핑이라 텐트가 미니멀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이런 미니멀한걸 좋아하기도 하구요.
아, 그리고 이전부터 이 캠핑장의 장점을 '태백석탄박물관이 가깝다'고 적은 바 있는데, 실제로 그 아래에 있습니다. 다만 걸어서 못 가는 거리는 아니지만 날씨가 좋아서 하이킹 개념으로 가는 것이 아니면 좀 부담은 있습니다. 아직 캠핑장에서 여기로 바로 통하는 길이 없기 때문인데, 일단 캠핑장 아래까지 상당한 언덕을 내려가야 하고, 이후에는 다시 200m 정도를 열심히 언덕을 올라야 합니다. 그래서 차가 있고 가족 단위로 이동하면 차라리 차를 갖고 당골광장까지 올라갔다 100m쯤 걸어 가는게 편합니다.
일단 볼만한 것들은 광물과 화석, 석탄 채굴과 관련된 여러 장비와 소모품들, 석탄을 때는 방법(즉 연탄난로) 등을 소개하는 부분이며, 이게 끝나면 지하로 내려가 탄광 갱도 체험로를 갑니다. 더울 때 피서를 가기는 좋고, 아이들이 있을 때는 한 번은 볼만한 것이 있죠. 입장료는 성인 기준 2,000원 정도라 크게 부담은 없습니다.
이렇게 땡볕에서 고생하고 텐트를 치고, 땡볕을 피하기 위해 주변 산책도 하다보니 해가 슬슬 질녁이 됩니다. 해가 다 지지 않은 5시부터 피부에서 느껴질 정도로 온도가 낮아지기 시작하여 6시 가까이가 되면 틀고 있던 선풍기조차 꺼버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땡볕에 직접 달궈질 때만 더운 것이지 공기는 시원하니 해만 지면 바로 시원해지는 것입니다.
해도 지고 바람이 서늘해진, 서울에서는 감히 지금 느끼지도 못하는 매우 쾌적함이 느껴지는 때, 텐트에 누워서 이불을 둘러 싸고 있으면 딱 적당해지는 이 때. 캠핑을 왔으니 먹어야 살죠. ^^ 이번에는 심플하게(?) 닭꼬치 + 김치찌개 조합으로 갑니다. 사실 닭꼬치는 그냥 구워서 소금간만 하면 먹을 수 있어 손이 안 가고, 김치찌개도 밀키트가 잘 나와 있으니 요리도 간편하죠.
이번에는 1회용 미니 화로를 사서 써봤는데... 사실 좀 실망입니다. 이게 국산이 아니라 수입산, 그것도 북미쪽 취향에 맞춘 것이다보니 숯이 아니라 조개탄 화로입니다. 조개탄 덩어리라 이걸 분산시키기도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익는 것도 시간이 꽤 걸려 파는 숯이 되기 직전 상태에 몰려서 결국 방식을 바꿔 프라이팬에서 기본적으로 익히고 화로에서 마무리하는 식으로 변경해야 했습니다.
아, 아직 이야기는 안 끝났습니다. 저녁이 시원해서 살만하다면 밤은 어떨까요? 예. '춥습니다.' 서울이 새벽에 다닐만한 기온인 21~22도를 찍을 때 여기는 14도 정도를 찍어 버리죠. 이 상황을 대비하여 9월 초임에도 전기 장판을 동원했고, 약하게 장판을 켜니 적당히 따끈하여 잠이 잘 옵니다. 물론 텐트와 차 위에는 이슬이 가득, 실내에도 환기를 시켰음에도 결로가 가득...이 문제입니다만.
동이 트기 직전인 새벽 하늘은 연보라색으로 아름답습니다. 이 경치를 구경하며 열심히 새벽부터 산보.
그리고 아침은 가볍게(?) 김치 오뎅탕으로 해결했습니다. 여기에 우동사리 하나를 투입하여 후루룩~ 나름 고기(?)라서 배는 든든합니다. 이후 번개처럼 텐트의 물기를 털고(불타는 비가 내린 것은 덤입니다.) 철수 준비를 하여 죽어라 밟으며 서울로 복귀했습니다. 이후에 다시 밭노동(?)에 끌려간 것은 덤입니다만. T_T
추신: 황지 연못을 산책할 때 찍은 사진입니다. 대충 내용은 '백사장님, 살려주세요~'라는 것입니다. 사실 태백시의 미래가 암울한게 현실인데, 내년이면 탄광도 전부 폐광됩니다. 그러니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자는 그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도시의 미래를 남, 그것도 직접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빌어서 해결하려는 그 생각에는 영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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