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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경차가 잘 팔린다구요? 정말루 경기가 나빠서 그런가요?!

dolf 2023. 11. 9. 18:56

일단 오늘 튀어 나온 뉴스 하나부터 보고 넘어 갑니다.

 

 

"경기 침체 실감 나네"…'모닝·스파크' 중고차 인기

[서울=뉴시스]안경무 기자 = 국산 경차 대표 모델인 기아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 중고차가 이달 판매가 크게 늘어 주목된다

www.newsis.com

 

핵심은 중고 경차가 많이 팔리고, 이게 다 '경기가 어려워서 돈 따지느라 그렇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사람들이 정말 돈이 없어서 큰 차를 안 사고 중고 경차를 사는 것인가는 살짝 의문은 있습니다. 일단 이 내용을 보시죠.

 

 

자동차 판매실적 : 다나와 자동차

국산차, 수입차 내수 판매 실적을 기간별, 차종별, 연료별 등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여 제공합니다.

auto.danawa.com

 

저번달 국산차 신차의 판매 순위입니다. 실상은 그 비싼 그랜져, 쏘렌토, 싼타페만 씀풍씀풍 팔리고 있고 캐스퍼나 레이, 모닝은 잘해야 10위권에 걸치는 수준입니다. 그 안 팔리는 모닝도 일단 제네시스 G80보다는 많이 팔긴 했지만 사실 이런 차들은 이미 살 사람은 다 산 모델인데다 신차나 페이스리프트가 없으니 판매량이 낮을 수 밖에요. 사실 보복소비로 난리를 쳤던 시절에도 경차는 늘 이 정도는 팔았습니다. 즉 더 판 것도, 덜 판 것도 아닌 셈입니다. 정리하면 현재 경차의 신차 판매는 '더 팔리는 것도, 덜 팔리는 것도 아닌 그냥 늘 팔리는 만큼만 팔린다'는 것입니다. 경차는 영업용 등의 고정 수요가 어느 정도 있어서 페이스리프트나 신차를 안 내놓는다고 차가 덜 팔리거나 하지 않는 좀 특이한 차종입니다.

 

이 차가 무슨 죄라고~

 

정말 경기가 어려워서 경차 중고차가 잘 나간다면 신차에서도 어느 정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야 하는데, 정작 경차 신차의 판매량은 예나 지금이나 이 수준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러한 상반된 결과에서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 대한민국 전체가 돈이 없는게 아니라 돈이 없는 곳에만 없고 넘쳐나는 곳에는 넘쳐난다
- 이 추정 자체는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직장인의 주머니는 얇아지고 자영업자는 더욱 죽어 나가고 있지만, 부동산은 불타고 있고 여전히 일부 유튜버나 암호화폐 사기를 비롯하여 돈을 흥청망청 벌고 쓰는 분야는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즉 재벌이나 일부 전문직과 서민의 양극화만을 넘어선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돈이 넘쳐나는 곳이 주된 대상인 신차 시장은 비싼 차량이 인기를 모르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중고차에서는 더 유지비와 구매 비용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 경차를 산다고 볼 수도 있긴 합니다.

 

사실 저 기사는 그걸 말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다만 이 가정은 과거부터의 경차 신차 판매량 추이가 큰 변동이 없는 것을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즉 일부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이것이 주된 원인이라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 예로부터 경차 중고차가 인기가 많았을 뿐이다
- 이게 더 진실에 가까운 것입니다. 경차는 이전부터 신차 수요는 그저 그런데 중고차 수요나 공급은 많았습니다. 경차는 다른 차종 대비 감가상각이 덜한 편인데, 이는 원래 대형차나 고급차가 감가상각이 크기도 하지만 경차의 중고 수요 자체가 꾸준하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초보 운전자의 운전 연습용 수요도 그런대로 있지만, 자영업자의 영업용 수요도 꽤 있기 때문입니다. 경차 신차의 영업용 수요가 주로 리스나 장기렌트를 하는 대기업 중심으로 발생한다면, 이들이 내놓은 중고 경차는 소규모 자영업자가 사들인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역시 경제가 어렵건 그렇지 않건 꾸준했던 부분입니다.

 

정리하면 경제가 어려워서 중고 경차가 더 팔린다는 언론의 분석은 그 본질을 정확히 분석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며, 어디까지나 양념에 불과한 내용을 중요한 이유로 오독한 것입니다. 그 이전부터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는 꾸준히 잘 팔린 차종이었으며, 경제가 어렵다면 경차 신차도 잘 팔려야 하는데 그 판매량은 딱히 늘지도 줄지도 않고 있습니다.

 

사실 경제 사정이 좀 더 좋을 때 경차 신차 및 중고차 판매 데이터만 분석했어도 이 기사는 나올 필요가 없습니다. 경제 사정과 무관하게 중고 경차가 팔린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