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일단 자동차 밸리로 올라가겠지만, 사실 그냥 자동차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가전제품이나 컴퓨터에서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 하루에서 두 시간쯤은 함께하는 마르티스 한 마리. 마르티스는 보통 젊은 층이나 여성들이 첫 차로 새로 사거나 중고로 입문하는 차입니다.(아방이가 더 많다구요? 일단 그런 걸로 좀 해두세요.^^) 보통 동호회에서 나오는 질문들을 보면 어려운 것도 쉬운 이야기도 있지만 가끔은 '너무하다' 싶은 질문도 나옵니다. 지식이 없는거야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 질문은 컴퓨터 분야에서 밥을 벌어 먹고 살면서 비슷한 것을 꽤 보아온 제 입장에서는 '게으름'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누구나 초보일 때가 있으며 저도 운전 스킬로는 개초보 + 단무지 그 자체입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유지보수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상식만은 있다고 생각하기에 제가 느끼는 '개념 낮은 질문의 패턴'을 좀 적어보고자 합니다.
■ 쓰바~ 설명서는 좀 읽어보시라~
설명서라는 건 쓸모없는 종이 쪼가리라구요? 뭐 전문가라면 그러겠죠. 저도 PC에서 설명서는 보기는 하는데 영양 있는 정보를 얻을 때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 종이 쪼가리는 경험자나 업계 종사자에게는 진짜 종이에 불과하겠지만 초보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답니다. 아주 상식적이고 보수적으로 '이렇게 해라'라는 것을 알려주니까요.
PC의 메인보드 설명서에는 생김새부터 기능, BIOS의 설정, 검증된 추가 부품 목록, 하면 좋거나 해서는 안되는 조합에 대한 안내가 적혀 있습니다. 자동차의 설명서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자동차의 내부와 외부의 형태와 기능, 기본 조작 방법, 안전에 대한 안내, 권장하는 소모품 목록과 교환 주기, 기본적인 점검 방법이 다 적혀 있습니다. 이 설명서만 잘 읽어도 적어도 이런 질문은 하지 않을 수 있을겁니다.
- 시동 걸면 엔진 마크에 불이 들어왔다 꺼지는데 이거 엔진 고장 아니에요?(ECU 점검중 램프이기에 꺼지는게 당연하죠.)
- 뒷 와이퍼 어떻게 켜요?(마르티스는 와이퍼 레버를 누르면 뒷 와이퍼가 움직입니다.)
- 워셔액이 안나오는데 엔진에 워셔액 부으면 되나요?(닝기미~)
- 10년쯤 엔진오일 안갈고 탈 수 있죠?(아무리 못해도 10,000km에는 갈아야 합니다.)
- 에어컨에서 더운 바람이 나와요. 고장났어요.(에어컨 버튼 안누르거나 히터로 돌리고 이러는 분 있습니다.)
■ 제 때 부품만 갈아도 유지보수는 잘하는겨~
저는 PC도 새것을 사고 끼우면 끝이 아니며 그것을 쓰고 관리하는 유지보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이걸 무시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신경을 하나도 안썼다는 점은 깡그리 잊어버리고 하드웨어 탓만 합니다. 먼지 잔뜩 낀 쿨러가 제대로 냉각을 해주며 조용히 돌아가길 믿느니 스머프가 지구를 지킨다는 말을 믿겠습니다.
차도 결국 기계 장치인 이상 갈거 잘 갈아주고 잘 닦고 청소해주면 사고가 터지지 않는 한 그런대로 잘 돌아가 줍니다. 때 되면 갈라고 하는 부품이나 오일을 규격에 맞게 갈아주고 생각나면 가끔씩 엔진오일도 봐주고 타이어도 한번 살펴봐주고 워셔액 통이 비었는지, 배터리 상태 창 색이 좋은지 보면 그만입니다. 겉만 번지르하게 왁스칠하고 세차해봐야 자기 만족일 뿐입니다. 진짜 중요한 곳을 닦고 청소하고 갈아줘야 합니다. 설명서부터 보지 않았으니 뭘 바꿔야 하는지 알 턱이 있겠습니까? 첫 단추를 잘못 꽂으니 두 번째 단추도 엉망입니다.
■ 뜬 소문을 무조건 믿는 사람을 골룸~
컴퓨터 분야에서도 근거 없는 뜬 소문이나 편견은 넘쳐납니다. 기술 정보나 출시 정보가 루머로 나오고 그것이 거짓으로 밝혀지는 것이야 별 문제가 없지만 근거가 아예 없거나 자신에게 적용할 수 없는 특정한 경우의 사용기가 입을 타면서 왜곡이 되는 일도 많습니다. 이런 '카더라 통신'은 넘쳐납니다. 대표적으로 'A사 CPU를 쓰면 성능도 엉망이도 열도 많이 나고 윈도우도 자주 뻗는다 카더라', '쿼드코어가 듀얼코어보다 게임성능이 좋다 카더라', '메모리 용량을 있는대로 늘리면 게임이 빨라진다 카더라' 같은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도 이런 것은 근거가 빈약하거나 특정한 경우만의 이야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르티스같은 경차는 마이너 가운데 마이너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실제로 꽤 차별(?)도 받다보니 별의 별 황당한 카더라 통신을 다 봤습니다. 농담처럼 할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면 참으로 웃겨집니다.
- 마르티스는 한강 다리에서도 흔들려서 못다닌다 '카더라'
- 마르티스는 고속도로도 못다니고 서울에서 부산도 못간다 '카더라'
- 마르티스는 사고 나면 무조건 저세상 간다 '카더라'
- 마르티스는 수리비가 경쟁사 중형차보다 더 비싸다 '카더라'
인천대교, 서해대교, 영종대교를 있는대로 밟고 다니고 하루만에 서울-부산을 왕복한 제 차는 무슨 그랑죠(?)나 소도타(?)입니까? 그리고 고속으로 정면 충돌하면 어차피 다 저 세상 또는 그에 준하는 피해를 입는건 같습니다. 안전 운행하고 사고를 안내는게 중요하죠.
간접 경험으로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적어도 자기 머리는 한 번 굴려봤으면 합니다. 자기가 생각했을 때 뭔가 걸리는 것이 있다면 다른 채널에서 정보를 더 얻어 예전에 얻은 정보와 비교해봐야 합니다. 사람은 여러 정보를 종합하여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생물입니다. 그런 사람으로서의 장점을 포기하고 먹기 쉬운 정보만 한 번에 먹고 전부로 생각하니 이러한 웃긴 이야기가 사실인양 굴러다닙니다. 자신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임을 증명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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